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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85> 김금원(金錦園) <제10話>
삼호정은 꽃대궐이다. 금낭화·해란초·장미·나팔꽃·패랭이꽃이 다투어 피어나 울타리에까지 꽃이 만발하여 꽃대궐을 만들었다. 꽃도 화려하고 향기 또한 울타리를 넘어가 오가는 행인들까지 즐거웠다. 꽃향기를 즐기려 일부러 삼호정을 거쳐 가는 오가는 행인까지 늘었다.
꽃도 꽃이지만 삼호정의 시사가 열리는 날이면 풍악소리에 낭랑한 시낭송 소리를 들으려는 행인들이 날이 갈수록 늘어났다. 삼호정의 모임 날짜를 어떻게들 알았는지 시사모임 날엔 대문 밖에서 울타리 넘어 까지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봄·여름·가을 삼호...
2018-01-17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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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84> 김금원(金錦園) <제9話>
오동나무 잎이 꽃처럼 떨어지는 오후다. 빨래 줄엔 제비가족들이 강남 갈 채비에 분주하다. 하늘은 전형적 가을 날씨로 구름 한 점 없는 청자 빛 하늘이다. 그런데 금원의 마음이 전례 없이 무겁다. 죽서의 건강이 심상치 않아서다. 워낙 병약한 몸이지만 무더운 여름을 지내면서 더 쇠약해졌다.
오늘이 삼호정 모임이다. 죽서가 올지도 의문이다. 금원은 집안 분위기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오늘은 시보다 생활얘기에 무게를 둘 예정이다. 시사운영은 삼호정 안주인인 금원의 책임이자 뜻대로다. 그래서 오늘은 부부생활을 ...
2018-01-10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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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83> 김금원(金錦園) <제8話>
삼호정의 모임은 장안의 화제다. 조선후기 시사(詩社)활동이 주목 받는 것은 양반에서부터 중인계층(여항인閭巷人)까지 확산되었다는 사실이다. 사대부들의 독점이었던 문화 활동 무대가 일반 백성들에게까지 넓혀졌다.
여자들의 모임으로 삼호정이 단연 눈에 띄는 존재다. 금원·운초·경춘·경산·죽서 등은 이미 여류시인으로 시사사회에선 존재를 인정받고 있었다.
임관(壬亂·1592)을 치룬 이후 조선후기다. 이 시기는 그 어느 때 보다도 문예의식이 고양되었던 때다. 사대부 문화에서 중인(中人)계층이 주축을 이룬 여항문화...
2018-01-03 09: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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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82> 김금원(金錦園) <제7話>
금낭화·해란초·나팔꽃·덩굴장미들이 정원과 담장을 화려하게 장식하였다. 금원은 금낭화를 어느 꽃보다 좋아한다. 다섯 여류시인들은 계절이 바뀔 때마다 자신의 꽃을 선택하여 다투어 가꾸었다.
그래서 삼호정의 주인인 금원이 외엔 수시로 들려 분신 같은 자신의 꽃에 온갖 정성을 쏟았다. 가뭄이 되면 물을 주고 장마가 지면 웃자란 풀을 뽑아주는 등 정성을 들여 자신의 꽃이 가장 아름답게 피도록 가꾸었다.
그들은 봄·여름·가을 삼계절을 통해 자신의 꽃이 가장 아름다운 꽃으로 뽑히면 그 꽃을 주제로 시를 짓기도 하였...
2017-12-27 09: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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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81> 김금원(金錦園) <제6話>
학수고대 했던 늦둥이는 세상에 나오지 않았다. 나날이 불러오던 배는 김명원이 팔월 한가위에 다녀간 이후 불룩했던 배가 서서히 꺼지기 시작하였다. 상상임신 이였었던 것이다. 헌헌장부 김명원에게 첫눈에 반해 소실이 되었으나 연달아 딸만 낳았다. 김명원은 대놓고 얘기는 하지 않았으나 은근히 아들을 바라는 눈치였다.
금원과 경춘에게 아들한테 시키는 교육을 그대로 시키는 것을 보고 원주댁은 김명원의 속내를 눈치 챘던 것이다. 하지만 아들을 마음대로 낳을 수 있는 것이 아닐 뿐만이 아니라 일 년에 두서너 번 왔다 ...
2017-12-20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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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80> 김금원(金錦園) <제5話>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찬바람이 옷깃을 파고드는 가을이 되자 원주댁의 배가 하루가 다르게 불어났다. 배가 불어나자 팔월 한가위에 내려온다고 약속한 남편생각이 떠올랐다. 배가 불어나는 만큼 그리움도 같이 더해갔다. “무정한 사람...” 밤이 되면 마음이 더 허전해졌다.
금원과 경춘을 가졌을 때는 가져보지 못한 마음이다. 여자의 마음은 조강지처든 소실이든 같은 것일 터다. 원주댁은 배가 불러오자 복대를 둘렀다. 임신이 어느새 부끄러운 나이가 되었다. 한가위는 부득부득 다가왔으나 한양에서는 깜깜 무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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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3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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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79> 김금원(金錦園) <제4話>
동창으로 여명이 들어오자 원주댁은 김명원의 품에서 조심스럽게 빠져 나왔다. 네다섯 달만의 뜨거운 사내 가슴을 벗어나고 싶지 않으나 술국을 끓이려 억지로 일어났다. 어젯밤에 그토록 뜨거운 방사를 닭이 홰를 칠 때까지 즐겼는데도 몸은 날아갈 듯 가볍다.
젊은 여인에겐 역시 사내가 필요했던 것이다. 아직도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봉선화 꽃처럼 발그레하게 상기된 얼굴이다. “이제 그만 주무시고 일어나셔서 속풀이 국을 드세요!” 김이 모락모락 솟아오르는 콩나물에 북어를 넣어 끓인 숙취 국을 머리맡에 놓았다.
사...
2017-12-06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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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78> 김금원(金錦園) <제3話>
치악산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섬강과 주천강을 이루어 원주벌을 적신다. 땅이 비옥하여 삼한(마한·진한·변한) 시대부터 사람들이 살았다는 원주는 고구려·백제·신라가 탐낸 지방이다. 통일신라시대에는 북원경이라 불렀으며 감영이 설치된 큰 고장이다.
또한 산자수명(山紫水明)하여 유명한 문인이 많이 탄생한 고장이기도 하다. 금원도 이곳에서 1817년 태어났다. 반아당(半啞堂) 죽서와 경춘도 이곳 출생이다. 원주 출생 유명인이 기라성 같다.
소설 《홍길동》의 저자 허균과 허난설헌, 그리고 그녀의 스승 이달(李達)과 역...
2017-11-29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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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77> 김금원(金錦園) <제2話>
잠자리 얘기로 시작 된 삼호정 시사(詩社)는 맏언니 운초의 수습으로 겨우 진정되었다. 소실의 위치에서 잠자리는 유쾌한 것만은 아니다. 노류장화 개념에서 거두어 준 존재로 생각되어서다. 아무리 빼어난 미색이나 뛰어난 재주를 가졌어도 소실은 소실이지 조강지처는 아니기 때문이다.
삼호정에 모였던 여류시인 운초·금원·경춘·경산·죽서 5인방이 그러했다면 고인들이 격노 할지도 모르겠으나 19세기 사대부 중심의 조선사회는 그러했었던 역사를 부정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점심을 먹고 난 후 그들은 노량진이 눈 아...
2017-11-22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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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76> 김금원(金錦園) <제1話>
봄은 화려하다. 사계절 중에서 새로운 생명들이 다투어 고개를 들고 나오는 계절이다. 여름은 산하가 온통 가슴 설레는 청록색이어서 좋고 가을은 가슴 뿌듯한 풍성한 수확이 기다리고 있어 즐겁고 겨울은 새봄을 맞을 준비로 바빠 숨 막히는 기다림의 아름다움이 있어 금원이 봄 다음으로 좋아하는 절기다.
삼호정(三湖亭·현 원효로서 마포로 넘어가는 삼개고개)의 봄은 더 없이 아름다웠다. 갖가지 봄꽃들이 만발하고 작은 연못엔 금붕어들이 원앙을 이루어 노닐고 있다. 하늘을 찌를 듯이 웃자란 대나무들은 올 들어 더욱 몰라...
2017-11-15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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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75> 김삼의당(金三宜堂) <제13話>
햇살이 따갑다. 가을 햇살이 따갑고 일조량이 풍부해야 곡식알이 잘 영글고 작황이 넉넉해진다. “올해엔 추수가 풍부할 것 같아요!” 삼의당이 피를 뽑다 흐르는 땀을 수건으로 닦으며 하립을 쳐다보며 말했다. 삼의당의 손엔 피가 한 옴큼 들렸으나 하립의 손엔 네댓 개의 피가 들려 있을 뿐이다.
초보 농부 하립은 아직 피를 구분할 줄 몰라 삼의당이 뽑는 것을 보고 따라 하기 때문에 성적이 좋지 않다. “여보 당신은 천천히 하세요! 농부도 되기가 쉽지 않아요. 저는 십 수 년 걸려 배운 농부 모습이에요. 당신은 제 곁에 계셔주시...
2017-11-08 09: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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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74> 김삼의당(金三宜堂) <제12話>
하씨 집안의 영광 재현의 꿈 실현은 다음 세대로 넘어가게 되었다. 하립의 향시(초시) 합격이 본시로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삼의당은 하늘이 무너지고 갑자기 장남이 된 듯이 앞이 캄캄하지만 헛기침으로 자신을 지키려 애쓴다.
지금 무너지면 늦둥이 꿈마저 잃을 것 같은 마음이 들어서다. 하지만 입맛이 떨어지고 시르시름 온몸이 두들겨 맞은 것처럼 아파오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경재가 사망하자 손자 영진(榮進)이 제일 슬피 운다. 설움이 북받쳐 정신을 잃기도 하였다. 삼의당은 낳기만 했지 키우기는 할아버...
2017-11-01 09: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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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73> 김삼의당(金三宜堂) <제11話>
집안은 온통 축제 분위기다. 학수고대 했었던 향시에 하립이 합격하였다. 옛 영화 재현을 위한 첫 관문을 통과한 것이다. 1810년 하립의 나이 42세 때다. 무려 24년의 형설지공이다. 사실 하립이 과거를 쉽게 통과할 실력이 넉넉하지는 않으나 유독 인연이 닿지 않음도 없지 않다.
하립이 봐도 부아가 치미는 경우가 종종 일어났다. 아무리 봐도 합격이 불가능해 보였던 이가 합격의 방(榜)이 붙은 것을 볼 때 하립은 맥이 탁 풀리곤 하였다. 시험관이 누구냐가 문제다. 그런데 하립은 시험관의 행운이 한 번도 오지 않았다. 아는...
2017-10-25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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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72> 김삼의당(金三宜堂) <제10話>
하미(둘째딸)가 화촉동방을 치르고 시집으로 간 집안은 강남으로 떠난 제비 둥지 모양 스산하기까지 하다. 하미와 남편 하립까지 있을 땐 온갖 꽃들이 방긋방긋 웃으며 집안의 행복을 축복해 주는 분위기로 느껴졌는데 그들이 떠나자 똑같은 풍광이 비웃음 같이 느껴졌다.
삼의당은 머리에 수건을 쓰고 괭이를 어깨에 메고 밭으로 나갔다. 새싹들이 파릇파릇 대지를 뚫고 새 생명을 신고하고 있다. 하늘엔 구름 한 점 없는 쪽빛 하늘이다. 문득 처녀 때 추억이 떠올랐다.
이웃집 아이들과 바구니를 들고 산과 들로 냉이와 고들...
2017-10-18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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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71> 김삼의당(金三宜堂) <제9話>
결혼준비에 온 집안이 분주하다. 둘째딸 하미(河美·가명)를 시집보낸다. 과거준비로 한양에 간 하립은 결혼 날짜를 2~3일 앞두고 내려오기로 되었다. 없는 살림에 결혼 준비라 해도 사실상 크게 할 일이 없다. 머리까지 잘라 팔아 남편 과거 뒷바라지를 하고 있으나 딸 시집 갈 때 주려고 장롱 속 깊숙이 감추듯 넣어두었던 것을 주려한다. 옥비녀와 쌍가락지다. 이번엔 시집가는 둘째딸 하미에겐 옥비녀를 주려한다. 맏딸 하련(河戀·가명)은 쌍가락지를 주었다.
1787년 어느 봄날이다. 꽃 궁궐로 소문이 난 삼의당의 집은 이름처...
2017-10-11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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