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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대·약학] <47> 환자보다는 의사 중심으로 보이는 대학병원 입원절차
7월말부터
어머니의 상태가 나빠지기 시작했다. 7월
중순만 해도 음식을 조금씩 드실 수 있었고 하루에 한 번 10분 정도 산책을 다녀오실 수 있었다. 하지만,
7월 마지막 주부터 구토증세가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음식을 드시고 난 다음 구토를 하셨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물만 드셔도 구토를 하시기 시작했다. 그 때문에 기운이 더 떨어졌으며 거동을
하기 위해서 휠체어가 필요하게 되었다.
두 가지 원인을 생각할 수 있었다. 하나는 심해진 황달이었고 다른 하나는 커진 암에 의해 소장이 막...
2018-09-04 10:5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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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대·약학] <46> 우리나라 의료경험기 16 – 처방전 검토와 약사-의사간의 소통
“어, 우루사를 한번에 세 알씩 하루 세 번으로 처방했네.”
어머니의 황달이 심해지면서 나타난 증상 중 하나가 가려움증이었다. 생각보다 심하지는 않았지만 – 심한 환자의 경우, 잠도 못 잘 정도라고 한다 – 불편해 하셔서 문헌을 이것저것 찾아 보았다. 황달은 빌리루빈이라는 노란색의 노폐물이 체내에 쌓여서 생긴다. 빌리루빈은 담관를 통해 배출된다. 췌장암이 진행되면 황달이 생기는 이유는 암이 자라서 물리적으로 담관을 막아 빌리루빈이 배출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황달을 치료...
2018-08-16 10: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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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대·약학] <44> 우리나라 의료경험기 15 – 환자 중심으로 개선되어야 할 현행 의약분업제도
약국에서 약을 타는 동안 동생에게 문자가 왔다.
‘오빠, 나 상가앞 길에서 기다리고 있어.’
암병원은 삼성서울병원 안쪽 깊숙히 위치해 있는데 비해, 약국들은 병원에서 버스로 한 정거장 떨어진 아파트 상가내에 위치해 있었다. 그런데, 주차가 쉽지 않은데다 어머니는 기운이 없으셨기 때문에 나 혼자 약을 타러 가고 동생은 어머니를 모신 차를 몰고 주변을 배회하곤 했다. 그래서, 문자나 전화로 서로의 위치를 알려 주어야 했다.
약 타는 것이 너무 불편해서 처음에는 동네 약국에서 약을 받을까 생각해 보...
2018-08-01 10: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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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대·약학] <43> 우리나라 의료경험기 14 – 일방적이고 기계적인 복약지도
“항생제 처방 받으셨네요. 아침, 저녁 하루 두 번 식후 30분에 드세요.”
약봉투의 ‘아침’과 ‘저녁’이라는 단어에 동그라미를 치면서 동네약국의 약사가 설명한다.
동그라미 치는데 열중하느라 내가 듣고 있는지, 보고 있는지 확인하지도 않는다. 또, 궁금한 것이 있는지 물어보지도 않는다. 저 짧은 두 문장 말하는 게 전부였으니 복약지도에 걸린 시간은 단 10초도 채 되지 않은 것 같다. 처음에는 다른 환자들도 있으니 바빠서 그러나보나 생각했었다. 하지만, 환자들이 없었던 다음 번 방...
2018-07-17 09: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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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대·약학] <42>우리나라 의료경험기 13 – 부실한 우리나라의 암 정보 사이트
“오빠, 동행에서 봤는데 담즙 배액관을 달면 황달이 좀 나아진대.”
어머니의 황달이 점점 심해지자 동생은 인터넷을 찾아 보았나 보다.
“동행?”
“아름다운 동행이라고, 암환자와 보호자들을 위한 인터넷 카페야.”
7만여명이 가입되어 있는 이 카페는 암환자와 보호자들이 치료과정에서 겪은 경험과 정보를 공유하는 곳이었다. 환자와 보호자들이 온라인으로 교류함으로써 서로 힘이 될 수 있는 좋은 카페였다. 동생은 카페에 직접 가입해서 췌장암 환자의 보호자들이 올린 글을 찾아서 읽고 새로...
2018-07-02 18: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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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대·약학] <41>우리나라 의료경험기 12 – 전이성 암 환자들이 완화치료의 혜택을 받을 수 있길 바라며
우리나라 의료경험기 12 – 전이성 암 환자들이
완화치료의 혜택을 받을 수 있길 바라며
삼성서울병원의 췌장암센터에서의 첫 진료날, 담당의사는 우리의 요구에 따라 완화치료 (palliative care)에 진료의뢰를 넣어 주었다. 이는 서울대 병원의 의사와는 대조적인 태도였다 - 어머니가 췌장암 진단을 받던 날 동생이 완화치료에 대해서 물어 보니까 그 의사는 지금은 그런 것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면서 완화 치료에 진료 의뢰하는 것을 거부했었다.
내가 진단 당일부터 동생에게 서울대 병원 의사에게 완화치료에 대해 ...
2018-06-18 14: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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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대·약학] <40> 우리나라 의료경험기 11 – 실수가 많은 대형병원 의사들
7월14일 오전, 삼성서울병원 암병원 1층 로비에 들어섰을때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건너편 창밖으로 보이는 푸른 숲이었다. 녹음이 우거진 숲이 바라다 보이는 창아래 놓여 있는 의자에는 환자와 보호자들이 앉아서 쉬고 있었다. 좁고 바글바글했던 서울대 암병원보다 널찍해서
사람이 많았어도 덜 붐벼 보였다.
암환자 초진은 특별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먼저 초진안내 데스크에서 자원봉사자를 만나서 접수해야 했다. 자원봉사자는 명예교수 뱃지를 달고 있는
할아버지였는데 웃으면서 따뜻하게 맞아주셨다...
2018-06-05 14: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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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대·약학] <39> 우리나라 의료경험기 10 – 먹어도 되고 안 먹어도 되는 약
“이모님, 지금 무슨 약 드시는지 알려주시면 제가 좀 봐 드릴께요.”
77세로 고령이신데다가
우리집과 비교적 먼 거리에 떨어져 살고 계심에도 불구하고 이모님은 우리집을 일주일에 한두 번씩 방문해서 말기암에 걸린 동생을 위로해 주셨다. 전에 이모님이 심방세동 (atrial fibrillation)으로
와파린 (warfarin)을 드시고 계신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어서 이모님이 복용하고 계신 약에 대해서
조언해 드리고 약물상호작용도 체크해 드리고 싶었다.
“이게 내가
먹는 약들이야”.
이모님이 주신 리스트에는 5개의 약들이 적...
2018-05-21 13: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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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대·약학] <38> 우리나라 의료경험기 9 – 암환자와 가족들을 혹하게 하는 민간요법
“ 이거 효험이 있다고 하니 한 번 해 보렴.”
7월 어느 날 무더웠던 한낮, 외삼촌이 카톡 메시지를 보내셨다. 메시지에는 부추와 요구르트로 말기 췌장암 환자가 완치되었다는 내용을 담은 블로그가 연결되어 있었다 – 블로거의 할아버지가 서울대 병원에서 췌장암 말기 판정을 받고 항암치료 중이었는데 매일 노지 부추와 요구르트를 믹서에 함께 넣고 갈아서 마셨더니 암이 다 없어졌더라는 이야기였다.
증거에 입각한 치료 (evidence-based medicine)를 학교에서 가르치는 나는 검증되지 않은 방법을 이용...
2018-05-04 09: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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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대·약학] <37> 우리나라 의료 경험기 8 – 의사소통 수단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의무기록
“의무기록에
모든 정보가 다 있으니 이를 그대로 다른 병원에 주면 돼요.”
담당의사는 자신있게 말했다. 그런데, 막상 서울대 병원에서 의무기록을 받아 보았을때 난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 의료진이 작성한 기록이 부정확, 불명확, 비논리적이어서 전문가들이 보아도 이해하기 어렵게 보였기 때문이다. 아마 그래서 서울삼성병원으로 옮겼을 때 담당의사가 서울대 병원 의사나
다른 의사가 쓴 기록은 읽지도 않고 검사결과만 보았나 보다.
병원에서 의사들이 기록하는, 소위 차트라고 불리는 것은 SOAP
노...
2018-04-09 16: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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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대·약학] <36> 우리나라 의료 경험기 7 – 환자를 고려하지 못하는 의사소통기술
<36>우리나라 의료 경험기 7 – 환자를 고려하지 못하는 의사소통기술
학회참석 때문에 한 주동안 담당의사가 환자를 보지 못해서 그런지 서울대 병원 췌담도암 클리닉은 환자로 붐볐다. 환자 수로 보아 진료예약 시간보다 1시간이상 기다려야 한다고 해도 놀라지 않았을 텐데 모니터를 보니 고작 약 15분만 지연되고 있었다. 대기실에는 동네병원처럼 바이탈을 측정하고 환자의 상태를 묻는 간호사가 없었다. 대신 담당의사에게 배정된 7번 진료실에 차례가 된 환자를 간호사가 진료실로 들이고 있었다.
...
2018-03-08 08: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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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대·약학] <35>우리나라 의료 경험기 6 – 동네 의원과 3차병원 긴밀한 협력 뒷받침할 제도 필요
어머니는 지난해 6월22일에 췌장암 진단을 받은 뒤 담당의사와의 재진 예정일인 7월 6일까지 2주 동안 동네의원을 4번이나 방문해야 했다. 첫 두 번은 서울대 병원에서 빼먹고 처방해 주지 않은 진통제와 위장관 운동 촉진제를 받으러 갔었고, 나머지 두 번은 항암제 부작용으로 생긴 방광염을 치료하기 위해서였다. 동네의원을 이용하기로 한 이유는 서울대 병원이 차로 한 시간이상 걸리는 데다 외래진료를 받으러 가면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또, 미국의 경우 진통제와 위장...
2018-02-08 11: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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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대·약학] <34>우리나라 의료 경험기 5 – 필요할 때 입원하기 어렵고 환자 중심과는 거리가 먼 대학 병원 응급실
“얘야, 내 소변 좀 봐 줄래? 거품이 좀 많은 것 같아.”
“소변 보실 때 아프셨어요?”
“아프지는 않았는데 좀 불편했어.”
어머니의 열을 재어 보니 첫번째는 38도, 두번째는38.4도였다. 이틀전 항암제를 맞으셨기 때문에 면역세포인 호중구 부족에 의한 발열 (febrile neutropenia)이 우려되었고, 간호사가 체온이 38도를 넘으면 바로 병원으로 오라고 했었기에 서울대 응급실로 달려갔다.
미국 병원의 응급실은 기다리는 시간이 길기로 악명이 높다. 나도 발목을 삐어서 응급실에 간 적이 있었는데 두어 시간을 기...
2018-01-04 10: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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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대·약학] <33> 우리나라 의료경험기 4 – 여러 직역간 협력, 시스템에 의존하는 병원 의료로 개선해야
서울대 병원 췌장암/담도암 센터의 담당의사와의 진료에서 일어난 문제는 환자에게 치료의 득과
실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주지 못한 의사소통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처방한 항암제의 부작용과 영양공급에
대한 환자 교육이 부실했으며, 췌장암이 진행되며 나타난 불편한 증상을 줄여 주려는 처방이 없었기 때문이다.
항암제는 신체의 여러 장기에 영향을 끼쳐 다양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또, 독성이 강하여 치명적인
부작용도 일으킬 수 있다. 어머니가
맞으신 항암제는 두 가지다. 하나는
gemc...
2018-01-03 11: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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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대·약학] <32>귀순한 북한 군인과 환자 개인정보 보호
귀순한
북한 군인과 환자 개인정보 보호.
1997년 패션디자이너였던 베르사체 (Versace)가 총을 맞고 마이애미 (Miami)의 잭슨 미모리얼
병원 (Jackson Memorial Hospital)에 입원했다. 그런데, 유명인이다 보니 사람들의
호기심을 꽤 자극하였던 모양이다. 그래서, 직접 치료에 참여하지 않았던 의사 간호사 등 10여명이 병원 전산 시스템을 이용하여 베르사체의 의무기록을 조회해 보았다고 한다.이를 발견한 병원의 결정은 단호했다 –
모두 해고. 이는
내가 잭슨 미모리얼 병원에서 레지던트로...
2017-11-29 08: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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