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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대·약학] <39> 우리나라 의료경험기 10 – 먹어도 되고 안 먹어도 되는 약
“이모님, 지금 무슨 약 드시는지 알려주시면 제가 좀 봐 드릴께요.”
77세로 고령이신데다가
우리집과 비교적 먼 거리에 떨어져 살고 계심에도 불구하고 이모님은 우리집을 일주일에 한두 번씩 방문해서 말기암에 걸린 동생을 위로해 주셨다. 전에 이모님이 심방세동 (atrial fibrillation)으로
와파린 (warfarin)을 드시고 계신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어서 이모님이 복용하고 계신 약에 대해서
조언해 드리고 약물상호작용도 체크해 드리고 싶었다.
“이게 내가
먹는 약들이야”.
이모님이 주신 리스트에는 5개의 약들이 적...
2018-05-21 13: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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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대·약학] <38> 우리나라 의료경험기 9 – 암환자와 가족들을 혹하게 하는 민간요법
“ 이거 효험이 있다고 하니 한 번 해 보렴.”
7월 어느 날 무더웠던 한낮, 외삼촌이 카톡 메시지를 보내셨다. 메시지에는 부추와 요구르트로 말기 췌장암 환자가 완치되었다는 내용을 담은 블로그가 연결되어 있었다 – 블로거의 할아버지가 서울대 병원에서 췌장암 말기 판정을 받고 항암치료 중이었는데 매일 노지 부추와 요구르트를 믹서에 함께 넣고 갈아서 마셨더니 암이 다 없어졌더라는 이야기였다.
증거에 입각한 치료 (evidence-based medicine)를 학교에서 가르치는 나는 검증되지 않은 방법을 이용...
2018-05-04 09: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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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대·약학] <37> 우리나라 의료 경험기 8 – 의사소통 수단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의무기록
“의무기록에
모든 정보가 다 있으니 이를 그대로 다른 병원에 주면 돼요.”
담당의사는 자신있게 말했다. 그런데, 막상 서울대 병원에서 의무기록을 받아 보았을때 난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 의료진이 작성한 기록이 부정확, 불명확, 비논리적이어서 전문가들이 보아도 이해하기 어렵게 보였기 때문이다. 아마 그래서 서울삼성병원으로 옮겼을 때 담당의사가 서울대 병원 의사나
다른 의사가 쓴 기록은 읽지도 않고 검사결과만 보았나 보다.
병원에서 의사들이 기록하는, 소위 차트라고 불리는 것은 SOAP
노...
2018-04-09 16: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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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대·약학] <36> 우리나라 의료 경험기 7 – 환자를 고려하지 못하는 의사소통기술
<36>우리나라 의료 경험기 7 – 환자를 고려하지 못하는 의사소통기술
학회참석 때문에 한 주동안 담당의사가 환자를 보지 못해서 그런지 서울대 병원 췌담도암 클리닉은 환자로 붐볐다. 환자 수로 보아 진료예약 시간보다 1시간이상 기다려야 한다고 해도 놀라지 않았을 텐데 모니터를 보니 고작 약 15분만 지연되고 있었다. 대기실에는 동네병원처럼 바이탈을 측정하고 환자의 상태를 묻는 간호사가 없었다. 대신 담당의사에게 배정된 7번 진료실에 차례가 된 환자를 간호사가 진료실로 들이고 있었다.
...
2018-03-08 08: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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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대·약학] <35>우리나라 의료 경험기 6 – 동네 의원과 3차병원 긴밀한 협력 뒷받침할 제도 필요
어머니는 지난해 6월22일에 췌장암 진단을 받은 뒤 담당의사와의 재진 예정일인 7월 6일까지 2주 동안 동네의원을 4번이나 방문해야 했다. 첫 두 번은 서울대 병원에서 빼먹고 처방해 주지 않은 진통제와 위장관 운동 촉진제를 받으러 갔었고, 나머지 두 번은 항암제 부작용으로 생긴 방광염을 치료하기 위해서였다. 동네의원을 이용하기로 한 이유는 서울대 병원이 차로 한 시간이상 걸리는 데다 외래진료를 받으러 가면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또, 미국의 경우 진통제와 위장...
2018-02-08 11: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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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대·약학] <34>우리나라 의료 경험기 5 – 필요할 때 입원하기 어렵고 환자 중심과는 거리가 먼 대학 병원 응급실
“얘야, 내 소변 좀 봐 줄래? 거품이 좀 많은 것 같아.”
“소변 보실 때 아프셨어요?”
“아프지는 않았는데 좀 불편했어.”
어머니의 열을 재어 보니 첫번째는 38도, 두번째는38.4도였다. 이틀전 항암제를 맞으셨기 때문에 면역세포인 호중구 부족에 의한 발열 (febrile neutropenia)이 우려되었고, 간호사가 체온이 38도를 넘으면 바로 병원으로 오라고 했었기에 서울대 응급실로 달려갔다.
미국 병원의 응급실은 기다리는 시간이 길기로 악명이 높다. 나도 발목을 삐어서 응급실에 간 적이 있었는데 두어 시간을 기...
2018-01-04 10: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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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대·약학] <33> 우리나라 의료경험기 4 – 여러 직역간 협력, 시스템에 의존하는 병원 의료로 개선해야
서울대 병원 췌장암/담도암 센터의 담당의사와의 진료에서 일어난 문제는 환자에게 치료의 득과
실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주지 못한 의사소통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처방한 항암제의 부작용과 영양공급에
대한 환자 교육이 부실했으며, 췌장암이 진행되며 나타난 불편한 증상을 줄여 주려는 처방이 없었기 때문이다.
항암제는 신체의 여러 장기에 영향을 끼쳐 다양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또, 독성이 강하여 치명적인
부작용도 일으킬 수 있다. 어머니가
맞으신 항암제는 두 가지다. 하나는
gemc...
2018-01-03 11: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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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대·약학] <32>귀순한 북한 군인과 환자 개인정보 보호
귀순한
북한 군인과 환자 개인정보 보호.
1997년 패션디자이너였던 베르사체 (Versace)가 총을 맞고 마이애미 (Miami)의 잭슨 미모리얼
병원 (Jackson Memorial Hospital)에 입원했다. 그런데, 유명인이다 보니 사람들의
호기심을 꽤 자극하였던 모양이다. 그래서, 직접 치료에 참여하지 않았던 의사 간호사 등 10여명이 병원 전산 시스템을 이용하여 베르사체의 의무기록을 조회해 보았다고 한다.이를 발견한 병원의 결정은 단호했다 –
모두 해고. 이는
내가 잭슨 미모리얼 병원에서 레지던트로...
2017-11-29 08: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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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대·약학] <31>우리나라 의료 경험기 3 – 환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주어 결정을 도와야
“오빠, 엄마 오늘 항암제 맞으셨어.”
공항으로 나를 마중나온 동생이 전한 말이다. 그 날 오전, 어머니, 동생, 그리고 사촌동생은 조직검사 결과를 들으러 서울대 병원 췌장/담도암센터의 담당의사를 만났다. 내가 같이 갈 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샌프란시스코에서 인천에 도착하는 비행기가오후 늦게 도착하기 떄문에 참석할 수 없었다.
“생각할시간을 좀 달라고 부탁하라고 그랬잖니?”
“의사가너무 강력히 권해서… 엄마가 부작용때문에 안 맞고 싶다고 해도 일단 시작해 보고 부작용이 심하면 그 때 중단...
2017-11-17 14: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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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대·약학] <30> 우리나라 의료 경험기 2 – 진단 이후의 삶 (Life After the Diagnosis)
우리나라 의료 경험기 2 – 진단 이후의 삶 (Life After the Diagnosis)
어머니가 췌장암의 진단을 받을 때 내
마음을 가장 무겁게 만든 것은 예후 (prognosis)였다. 암이 주변에 퍼지지 않은 단계의 환자들조차 5년 생존율은 30%를 넘지 못하며, 어머니처럼 다른 장기로 전이된 경우에는 5년 생존율이 고작 3%다. 그래서, 미국의 국립 암 센터는 2017년에 약53,000여명의 췌장암 환자가 새로 발생하여 전체 암 중 발생건 수로 12위를 차지하겠지만, 약 43,000여명이 사망하여 사망자 수로는 3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
2017-09-29 17: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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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대·약학] <29> 우리나라 의료시스템 경험기 1 - 검사 수치가 아닌 환자를 치료해야
“날벼락이야.”
어머니 말씀이다. 건강하시던, 아무런 만성 질환이 없으시던 어머니가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알려진 췌장암 4기의 진단을 받았으니 필자 역시 날벼락을 맞은 기분이다.
필자는 학교로부터 장기휴가를 받아 진단 직후부터 한국에서 어머니와 지내며 병원, 약국에 가실 때마다 환자 보호자로 어머니를 모시고 다니고 있다. 그런데, 한때 익숙했던 의료시스템이었지만, 2001년에 미국으로 떠난지 16년만이라 그런지 매우 낯설게 느껴진다. 또, 전혀 다른 미국 의료시스템에 익숙해져서 더...
2017-09-07 10: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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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대·약학] <28> 드럭 머거 (Drug muggers) – 근거로 포장한 상술
드럭 머거 (Drug muggers) – 근거로 포장한 상술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우연히 드럭 머거 (drug muggers)에 대한 기사를 읽었다. 이에 의하면 “2000년대 후반 미국에서는 수지 코헨이라는 약사가 '드럭 머거(drug muggers•영양소를 빼앗는 강도 짓을 하는 약)'라는 개념을 만들고, 책을 발간해 학계에 화제를 몰고 왔다”고 한다. 미국 약대에서 10년간 임상약학을 가르치고 있고 약사로서 클리닉에서 일하기는 하지만, 처음 들어보는 개념이라 여러 자료를 조사해 보았다.
먼저, “학계에 화제를 몰고 왔다”는 ...
2017-08-02 11: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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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대·약학] <27> 일본식으로 약학교육제도를 바꾸자는 주장에 대해
우리나라 약학대학 교육제도가 2+4년제로 바뀐 지 5년이
조금 넘었지만 정착을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제도를 다시 바꾸자고 하니 계속 혼란만 일으키고 있는 것 같다. 약학대학 쪽에서는 통6년제로 바꾸자고 하고 제약업계 쪽에서는 일본식 4+2년제를 모델로
삼자고 한다. 그리고, 이 일본식 모델에 대해 약대의 일부
기초과학 전공 교수들도 찬성하고 있는 것 같다.
제약업계 쪽 설명은 6년제를 도입한 후 약대 졸업생의 대부분이
임상약사를 지향하는 편중이 일어나 신약개발을 담당할
제약기업에서의 약학전공자가...
2017-07-04 11: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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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대·약학] <26> 환자가 복용하고 있는 약을 확인하기 힘든 우리나라 의료제도
2주일 전 어머니께서 무릎이 안 좋으시다고 정형외과에 다녀오셨고 지난 주에는 발에 물혹 (cyst)이 생겨서 큰 병원에 다녀 오셨다고 하신다. 복숭아뼈 근처에 생긴 모양인데 주사로 물혹을 좀 뽑아 내는 처치를 받으셨다고 한다. 그리고는 물혹을 말리는 약을 받아 오셔서 드시는 중이란다.
필자 : 무슨 약을 받으셨어요?
어머니 : 물빼는 약으로 쎄넥스 캡슐 100 mg과 소화제로 엘버스정 이렇게 받아 왔어. 의사 선생님이 약을 하루에 두 번씩 일단 일주일 먹고 다시 보자고 했어. 그런데, 이주 전에 정형외과...
2017-06-08 08: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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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대·약학] <25> 대한의사협회가 만든 성분명 처방에 대한 동영상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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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의 경제적 혜택을 최대화할 수 있는 제네릭 약 제도를 생각해야
우연히 대한의사협회가 만든 성분명 처방에 대한 동영상을 보았다. 이 동영상에서는 두 개의 제네릭 약의 예을 이용하여 성분명 처방을 문제삼고
있다. 이 동영상의 가장 큰 문제점은 예로 삼은 두 약들이 현행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판정 기준에서
벗어나서 허가받는 것 자체가 아예 불가능한데 이를 마치 과학적인 사실인양 포장하고 있다는 것이다.https://www.youtube.com/watch?v=cEYebu8For0
이 동영상은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결과를 어떻...
2017-05-02 09: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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