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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제약 산업의 교훈
입력 2005-08-04 09:07 수정 최종수정 2006-09-08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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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유나이티드제약(주) 대표이사 강덕영
내가 제약회사 영업사원을 시작하던 70년대 초.

필리핀은 세계 제약산업의 선두주자였다. 많은 필리핀 사람들이 다국적 제약회사의 한국 지사장은 물론 사우디, 중남미, 동남아 등지의 영업 및 마케팅 책임자 또는 생산 책임자로 일했다. 우리 봉급이 5만원 정도였을 때 그들은 오백만원 이상 받는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때는 정말 나의 꿈이 필리핀 매니저와 같이 되는 것이었다.

그들은 영어를 잘하고 좋은 약학대학이 많아 많은 인재를 길러내었고 또한 많은 국내 제약회사 및 다국적 기업이 필리핀에 몰려있어 제약산업이 꽃을 피우고 있었다. 지금도 필리핀에 가면 60대의 국제 마케팅 매니저 출신이 많다.

가끔 화려했던 옛날의 자랑을 하는 사람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제약산업이 거의 폐허로 변했다. 다만 몇 개의 국내 회사가 있고 모든 의약품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그래서 약값은 터무니없이 비싸다. 그들의 대졸 초임이 이십만원 정도인데 약값 수준은 한국 보다 비싸다. 그 화려했던 의약품 강국 필리핀이 약값이 비싸 진료다운 진료도 받지 못하고 죽어가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한다. 필리핀의 쇠락을 보면서 정말 무상함을 느꼈다.

지금도 약학대학은 세계 100위권의 좋은 약학대학이 많고 연간 배출 약사 수가 2천명쯤 된다고 한다. 좋은 인력은 넘치는데 고용할 곳이 없어 문제다.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첫째, 제약산업이 번창할 때 필리핀 정부는 더 좋은 약을 만들기 위해 생산 및 품질관리 제도를 미국 FDA 기준에 맞게 고쳐서 철저한 관리를 시작했다. 제약회사가 많다 보니 줄일 필요가 있어서였다.

미국에서 공부한 인재들을 영입하고 철저한 품질관리, 시설관리, 생산관리를 하니 처음에는 성공적이라고 생각했으나 많은 새로운 시설과 인력을 필요로 하고 보사부 인력에 비해 제약회사 인력이 빨리 양성되지 않자 처벌과 제재가 가해졌다.

따라서 기업이 그 기준에 쫓아가지 못하자 점점 생산성 악화로 이어져 도산이 시작됐고 새로이 제약업을 시작하려는 기업도 시설기준 강화로 투자 기피 현상이 왔다.

국내 기업은 하나 둘 없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정부는 외국기업은 아직도 기준보다 높으니 걱정이 없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국내기업이 없어지니 숙련 기술자가 적어지고 전반적인 관련산업이 자동적으로 줄어들어 생산비가 올라가는 등 여러 가지 문제에 당면한 것이다.

두 번째 문제가 된 것은 7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강력한 노동운동이었다. 강성노조의 임금 투쟁과 파업이 늘게 되고 사회 불안이 가중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외국 다국적기업이 인근의 인도네시아, 싱가폴 등지로 떠나기 시작했고 필리핀 제약산업의 기조가 차츰 붕괴되기 시작한 것이다. 외국기업도 떠나고 국내기업은 몇 개만 있으니 약사들의 일자리가 없어졌다. 더 문제가 된 것은 약사들이 개업을 해야 되는데 이미 유통 구조는 다국적 회사 및 큰 몇 개 체인약국에서 독점해 버리니 약국개업도 쉽지 않게 되어 버렸다. 몇 년 전 우리회사에서 필리핀 약사로 4명을 고용했다.

한국에서 품질관리 및 제조기술을 3년간 교육하니 이제는 필리핀 제약산업에 큰 일꾼이 되리라고 생각했다. 3년이 끝난 후 그들이 귀국했는데 연락이 왔다. 제약회사가 없어 취직할 곳도 없고 계속 실업자로 있을 수 없어 우리 필리핀 지사에 취직을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그 중 한 명을 필리핀 지사에 고용했다.

높은 수준의 관리와 규제는 국민 보건에 정말 중요한 일이다. 선진국의 규정에 맞게 법규를 고쳐 가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규제와 관리가 정말 국민 보건 향상에 도움이 되는지 생각해 볼 문제임을 필리핀 제약산업을 통해 또 한번 생각해 보았다.

앞으로 세계 경제는 BT산업과 IT산업 양대 축이다. 특히, BT산업의 핵은 제약산업이다. 이 제약산업이 발전해야 세계적인 기술을 가진 줄기세포 연구도 산업화되어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바로 제약산업이 앞으로 수 십년 간 국가를 먹여 살릴 산업이다. 이를 어떻게 활성화시키고 발전시키느냐 하는 문제는 국가대계를 위해 매우 중대한 관건이다.

이제 우리는 국민보건과 BT산업 발전이라는 양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큰 안목으로 이를 해결할 좋은 전문 공무원을 양성하는 것 또한 중요한 문제이다.

이들에게 투자해서 더 많은 문물을 경험하게 하고 해외 유학과 해외출장, 연수 교육 등의 투자가 필요하다. 또한 해외의 FDA 관련자들과의 교류 또한 중요하다.

특히, 제도와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정책개발을 할 수 있는 역량 있는 인재 발굴 또한 중요한 일이다. 모든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인재강국, BT강국'. 관련산업과 국가 공무원, 학계가 힘을 합쳐서 꼭 이루어 내야 한다.

내일의 조국 번영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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