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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 대형약국 - 영등포지역 A약국
김정준
입력 2005-06-29 16:03 수정 최종수정 2006-09-08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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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업여파, 약국 1번가서 소외지 전락
조제형 전환해도 신흥약국에 밀려


종로, 중구, 영등포... 분업 직전까지 상가, 역세권 등 입지적인 특성을 바탕으로 한 많은 유동인구를 대상으로 높은 수익을 보장받아 온 약국 밀집지역의 대명사다. 큰 자본력과 높은 매출을 바탕으로 타 지역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의약품을 공급할 수 있었고, 특정 지역에 다수의 약국이 몰려있어 폭넓은 선택의 잇점도 있다보니 자연스럽게 타 지역 고객까지 이 지역으로 몰려들게 만들었던 곳. 그 약국들은 규모적인 특성 때문에 '대형약국'이라는 별칭까지 얻었고, 1995년 '의약품 가격표시 및 관리기준'의 개정 시행에 따라 주택가나 아파트단지 주변까지 세력을 확장하는 경향을 나타냈다.

그러나 이러한 대형약국들의 전성시대는 결국 의약분업 시행이라는 외부적 의약환경 변화와 함께 막을 내렸다. 국민들의 교육수준이 높아지면서 보다 전문적인 의료 서비스를 요구하게 되는 사회적 환경과 함께 분업제도 시행을 통해 일단 아프면 병·의원에 먼저 가야 한다는 의식이 사람들 사이에 뿌리내리게 됐고, 기존의 저렴한 약가를 무기로 급성장 할 수 있었던 대형약국가는 소외될 수밖에 없었던 것.

이들 중 일부 병·의원가을 끼고 있었거나 분업과 함께 인근에 병·의원이 들어선 곳을 제외한 대부분의 대형약국들이 조제중심의 의약환경에서 더 이상 경영을 이어갈 수 없는 상황이 초래됐다.

이번 특집에서는 이처럼 몰락한 대형약국 밀집지역에 위치해 있다가 분업과 함께 조제형으로 성격변화를 모색, 어느 정도 경영 안정을 찾은 한 약국 현장을 찾아 그 변화상의 일면을 살펴봤다.


입지살려 조제형 변신, 몰락 모면
대형약국 옛 모습 찾아볼 수 없어


서울 시내 대표적인 대형약국 밀집지역의 한 곳에 자리잡았던 A약국.

인근 의원들의 개·폐원 시간을 전후로 한 아침 8시부터 저녁 9시 30분까지가 개국 시간. 의원 개원 시간을 기점으로 한 사람 두 사람 손님들이 처방전을 갖고 들어서기 시작했다. 약국 한편의 신속한 조제를 강조하는 팻말과 대부분 처방전을 들고 들어서는 환자들의 면면을 두고 볼 때 여느 조제 중심의 약국과 차이점을 찾아볼 수 없다.

약국 레이아웃도 안쪽의 2/3 정도의 공간을 접수대와 조제실로 할애하고 있고, 일반약 전시 공간은 정작 최근 들어서는 약국들에 비해서도 작다. (일면에서 보면 의원 밀집가에서의 약국의 대형화 경향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최근 들어서고 있는 약국은 매우 작은 규모로 조제영역에만 집중하거나 비교적 안정적인 자본력을 바탕으로 넓은 대기공간과 함께 건기식·일반약·의약부외품 판매 공간을 확보고 있어 이전의 대형약국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 규모를 자랑한다.)

하지만 인근에 오래된 상가와 사무실이 많고 고정적으로 이 지역 상권을 이용하는 유동인구는 꾸준한 편이어서 인지 일반약과 드링크, 영양제 등을 찾는 고객도 간간히 들어선다.

마침 약국에 들어서 아로나민 골드를 찾는 한 중년의 여자 손님.

하지만 손님은 자신의 증상을 이야기하고 상담을 요구하거나 좋은 의약품을 추천 받지는 않고 대뜸 가격부터 묻는다.

약사가 가격을 이야기하자 이내 "에이 저쪽 약국은 얼마던데... 너무 비싸다"라는 반응을 보이며 꺼내 놓은 제품만 이리 저리 돌려보고 있다가 정해진 가격이라는 대답을 듣고는 아쉬운 듯 계산을 하고 나갔다.

연령대를 볼 때 아직도 과거의 약국1번가에서 흥정을 통해 저렴하게 의약품을 구입하던 경험에 익숙한 세대임에 분명해 보인다.

잠시 후 단골인 듯한 또 다른 손님이 들어와 특정 비타민이 함유된 비타민 제제를 요청한다. 약사가 해당 제제는 없다고 안내하자 다른 사람의 부탁을 받고 구입하는 듯 이내 전화통화를 하고 당사자로 보이는 한 여성이 나타났다. 딸이 과외선생으로부터 추천 받은 것이라며 같은 요구를 반복하다 수험생이라는 딸의 상황에 맞춘 약사의 세세한 상담을 듣고서야 권하는 종합비타민제제를 구입했다.

12시를 넘어서자 되자 거짓말처럼 손님의 발걸음이 뚝 끊겼다. 의원들의 점심시간이 되면 처방전이 나오지 않으니 당연한 것이라며 약사들도 잠시 한숨을 돌리며 식사시간을 가진다.


"대형약국 더 이상 갈 곳 없어"
신설 약국에 밀려 다시 매출 감소


식사를 마치고 잠시 짬을 내 테이블에 마주앉은 대표약사 K씨는 이제 매약 중심 대형약국들은 설 곳을 잃었다고 못 박는다.

"분업 전까지 그렇게 활황을 이루던 대형약국가가 이제는 극심한 경영난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분업시대에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아예 문을 닫는 약국들이 속출했고, 그나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남아있는 약국들은 처방도 없고 매약도 되질 않으니 한숨만 쉬고 있어 안쓰러울 지경입니다."

동네약국은 그나마 규모가 적고 단골 중심의 운영이라도 가능하지만 전통적 대형약국들은 더 이상 고객 유치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큰 규모의 약국을 유지할 수 없어 이미 많은 수가 문을 닫았고 나머지 약국들도 해법을 찾지 못한 채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는 것.

"저희 약국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지역이라 상대적으로 매약이 전체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지만 성격상으로는 분업 전과 완전히 달라졌다고 봐야겠지요. 그나마 매약도 처방전 손님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구요."

하지만 이처럼 기존 입지상의 잇점을 살려 성격변화를 꾀한 약국들도 다시 어려움에 봉착하고 있다.

A약국도 분업 직후에는 인근에 꽤 이름난 피부과를 비롯해 몇몇 의원들이 들어서 있어 이들의 처방에 대한 조제 수요를 다 대기 힘들 지경이었지만, 1년 내에 3개의 대형 조제전문 약국들이 들어서 처방이 분산되기 시작했다. 최근 또 하나의 약국이 들어서면서 인근에만 5개의 약국이 자리하고 있으니 그 중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작은 A약국의 하락세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는 것.

분업 전의 수익이 1이라면 분업 초반에는 그 3배 이상, 이제는 분업 전을 약간 상회하는 정도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 때문에 K약사는 요즘 또 다시 고민에 빠져들고 있다. 더 이상 약국 자리를 옮길 수도 없는 상황에서 경쟁에서 뒤쳐지고 있으니 그나마 벗어났다고 여겼던 분업 여파에서 다시 홍역을 앓게 되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서는 것이다.

한참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손님들의 처방전이 한 장 두 장 쌓이기 시작하고 K약사도 복약지도며 환자들의 건강상담으로 분주해져 잠시 주변 약국가를 둘러보기로 했다.

우선 A약국 인근의 의원가. 한눈에 보기에서 40-50m 정도 사이의 거리에 단독 건물을 확보한 오래돼 보이는 피부과를 비롯해 의원들이 여럿 들어서 있었다. 도로 맞은편에는 비교적 최근에 들어선 것으로 보이는 클리닉 건물도 있다. K약사의 설명 대로 A약국을 중심으로 좌우, 그리고 맞은편으로 큰 조제전문약국이 들어서 있고 예의 피부과 바로 옆 의원들이 입주한 건물 1층에 개국 축하 화환도 치우지 않은 맵시나는 새 약국이 자리잡고 있었다.
요즘 K약사의 고민이 무엇인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조금 발걸음을 옮겨 과거 대형약국의 중심가였다고 하는 지역으로 들어서자 아직 그대로 자리하고 있는 약국들이 눈에 들어왔다. 취재를 위해 연락을 취했던 한 약국 이름도 그 중 하나였다. 손님 하나 없는 약국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약사들... 너무나 몰락한 자신들의 현실에 어떤 해결책도 나올 수 없는 상황에서 하소연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며 한사코 거절하던 약사의 목소리가 새삼 귓전에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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