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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업 예외지역 - 강원도 철원 B약국
감성균
입력 2005-06-29 15:45 수정 최종수정 2006-09-08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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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는 분업이 5년여에 접어드는 현재 국내 약국가의 현실이 처방조제를 중심으로 크게 재편되며 큰 부침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의약분업 이전과 다름없이 조제가 가능한 분업예외지역 약국의 하루를 살펴봤다.
현재 직접조제와 전문약 판매가 가능한 예외지역 약국은 전국적으로 약 300여개에 조금 못 미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 약국은 인근 1.5km 이내에 의료기관이 없어 주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고자 분업 이전처럼 자유롭게 조제가 가능하다는 제도를 적용 받고 있지만 최근 무분별한 전문약 판매의 온상이라는 비난 속에 이중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의약분업의 테두리에서 밀려나 분업을 저해한다는 누명(?)에 시달리면서도 나름의 소명의식을 가지고 강원도 철원지역에서 책임을 다하고 있는 L약사.
농번기에는 아침 일찍 일을 시작하는 농민들을 위해 아침 7시에 약국 문을 열어 밤 10시가 지나서야 문을 닫는다.
유난히 해가 길어지는 초여름. 철원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나홀로 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37년생 원로약사의 하루를 들여다봤다.




하루 일 시작하는 농민들에 '화이팅'

농민들이 한창 바쁠 때는 아침 7시에 문을 열고 하루일을 시작하는 농민들을 격려하는 것이 이 약사의 임무다.

단순노동을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이다 보니 아침에는 '파스류'를 사러 오는 환자들이 태반이다.

약국 구석에서 몸 여기저기 파스를 붙이는 환자들에게 가벼운 말이라도 던지며 이들의 노고를 함께 나누고자 하는 의지가 역력하다.


처방조제요구 환자와 다툼 빈번해

분업 5년여를 맞으면서 '진료는 의사, 조제는 약사'라는 개념이 국민들에게 정확히 전달됐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분업예외 약국이라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환자들이 아직도 여전하다.

"이 지역에서 약 5년동안 약국을 운영하고 있지만 아직도 처방전을 들고 와서 조제를 원하는 환자들이 종종 있다. 심지어는 약국에서 처방조제를 안해준다고 비아냥거리는 환자들과 언성을 높여 싸운적도 여러번 있다."

이 약국은 분업예외지역이어서 약제비 청구자체가 되지 않는다. 분업 이전처럼 약국을 운영할 수 있어서 좋겠다는 다른 약국들의 부러움과는 달리 처방조제를 하지 않기 때문에 겪는 어려움도 있다는 것을 잘 모른단다.


조제전문 PC걸다 약사회에 항의 받기도

그렇다고 처방전 없이도 조제를 할 수 있다는 점을 적극 홍보할 수도 없다.

초기에는 약국 앞에 플랫카드를 걸어 주민홍보에 나서기도 했지만 지역 약사회에서 항의를 받아 결국 약국 전면 유리에 '조제전문'이라는 문구만을 표기했을 뿐이다. 그러다 보니 조제를 하러 오는 환자들은 단골들 뿐이다.
"처방 조제를 할 수 없어서 환자들과 싸워야 하지, 그렇다고 처방없이 조제할 수 있다고 나서서 홍보하기도 어렵지, 분업 예외에 있다고 마냥 맘 편한 것도 아니더라고요."


비싼 약은 안팔려요

예외지역에 위치해 있다 보니 일반약의 비중이 90%를 넘는다. 당뇨와 혈압, 위장약, 피부외용제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일반약이다. 그러다 보니 약국 매출의 상당부분을 일반약과 의약외품 등이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대도시처럼 수십만원 단위의 건식이나 고가의 제품은 전혀 팔리지 않는다.

"아무래도 대도시보다는 생활수준이 낮다 보니 고가 제품은 거의 없습니다. 심지어 우리 약국에서 가장 인기품목인 파스도 가장 저렴한 제품만 판매되고, 살충제의 경우에는 요즘 인기가 있다는 리퀴드 제품은 여름 내내 한두개 팔기가 어려울 정도죠."

처방조제환자와 갈등 여전
의료기관서 감시 눈길 심해 곤혹
종전 약사조제 가능 단골환자 위주 경영


게다가 전반적인 경기한파가 농촌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쳐 예전에는 심심찮게 판매되던 한약도 크게 줄어들었다.또 전문약 판매가 저조하다 보니 제약사들은 거들떠도 안본다.

애써 주문을 부탁하면 '그런 약 없다'며 전화조차 받기 싫어한다고 한다.


전문약 무분별 판매 오해…의료기관서 감시

A 약국 인근에는 5개의 약국이 위치해 있다. 이 중 도로를 사이에 두고 3곳은 분업 적용을 받지만 A약국을 포함한 2곳은 분업 예외로 분리돼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분업이 적용되는 지역의 의료기관으로부터 감시의 눈초리가 따갑다.

"의료기관에서 조금만 환자가 줄어든다 싶으면 예외지역 약국을 걸고 넘어집니다. 우리 약국이 전문약 판매한도를 초과해 함부로 전문약을 팔기 때문에 의료기관에 환자가 오지 않는다는 것이죠."

대도시 약국처럼 약사감시가 빈번히 이뤄지지는 않지만 의료기관의 신고로 보건소에서 조사를 진행할 때마다 억울함을 감출 수 없다.

"최근 분업예외지역 약국들이 무분별하게 전문약을 팔아 잇속을 채우고 있다는 보도가 여러차례 나오더군요. 일부 비양심적인 약사도 있을 수 있고,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공론식의 규정도 문제삼을 수 있겠지만 관심밖의 지역에서 묵묵히 주민건강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약사들도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오후 2시, 한 노인환자가 파스를 2만원 어치나 사고는 나갈 생각도 하지 않고 자신의 건강과 신세를 한탄한다.

이 약사는 웃음을 띤 채 묵묵히 이야기를 들으며 조용히 맞장구를 쳐주고 있다.


약사 전문성 확보 장점

어려움도 많지만 역시 분업 예외 약국은 나름대로 동네 건강센터로서의 역할을 하며 직능을 강화할 수 있다는 데 장점이 있다고 이 약사는 강조한다.

"내가 지어준 약 먹고 가뿐하게 완치됐다는 얘기를 들을 때 제일 기분좋지. 약사들이 다 똑같지 않겠어. 그게 보람이지. 그런데 요즘 약사들은 그런 뜻있는 보람을 느끼지 못하는 거 같아 안타까워"

이 약국 단골들은 한 번 약국에 들어오면 나가라고 할 때까지 좀처럼 나가지 않는다.

약국이 단순히 약을 지어주는 곳을 넘어 오랜동안 건강을 상담할 수 있는 진정한 '동네 건강센터'로서 그리고 인생사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랑방'이 되어버린 탓이다.


예외지역 약국만의 보람

특히 "분업예외지역은 대부분 농어촌지역에 소재하고 있어 노인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장기투약환자들이 많은 것이 특징입니다. 분업예외지역은 이들의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만들어진 장치일 뿐입니다.”

이들은 “일각에서 분업예외지역 약국들이 모두 전문약 판매에만 열을 올리는 등 부작용이 많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며 “몸이 불편해 정말 의료기관을 찾을 수 없는 환자들에게 편리함을 제공해줄 수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성분명 처방·약대 6년제 이뤄져야

"약사들이 보람을 가지려면 성분명 처방은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문제죠. 약은 약사가 추천하는 약이 가장 좋은 것입니다. 지금처럼 의사의 처방에 입 한번 벙긋 못한다면 결국 '약장사'소리를 들어도 할 말 없는거죠."

약대 6년제 역시 마찬가지다.

"약사들이 보다 위상을 높이고 진정한 국민들의 건강 도우미가 되려면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알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고 생각합니다."


난매·담합 등 약사 자성해야

이 약사에 따르면 철원 지역 역시 몇 안되는 약국들이 환자를 유치하기 위해 난매와 담합이 성행한다는 소문이 공공연한 비밀로 전해지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주변 분업 지정약국들이 환자유치를 위해 지나치게 일반약을 낮은 가격에 판매해 예외지역에 함께 속해있는 또 다른 약국과 대책을 논의했을 정도.

"약사들이 동업자정신을 가져야 하는 데 최근의 치열한 약국간 경쟁은 이를 어렵게 하고 있다"며 "약사 위상강화를 위해선 약사 스스로 노력하는 길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 약사는 의약분업이 시작될 즈음 서울에서 운영하던 약국을 그만뒀었다. 분업에 적응하기 위해 투자해야 하는 비용과 노력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후 우연히 방문한 이 곳에서 다시 약국을 경영하게 된 것이다.

"대학 시절 의사가 될 수 있는 기회도 있었죠. 하지만 약사의 길을 택하게 된 데 후회는 없어요. 오히려 내가 원할 때 까지 내가 아는 사람들의 건강을 지켜줄 수 있어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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