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가 가격경쟁 점입가경
조제료할인·일반약 서비스품목 제공 등 심각
제약·도매도 가격경쟁 부추겨…경기침체 주 원인
전반적인 약업 경기 침체와 분업 후 치열한 입지전쟁에 따른 약국들의 무한경쟁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약국간 가격경쟁이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
약국가와 약사회 등에 따르면 처방전 수용을 위한 조제료 할인, 일반약 서비스품목 제공, 고질적 난매 등 약국가의 가격경쟁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
특히 제약사 및 도매업소들도 전문의약품 판매시 일반의약품을 리베이트로 제공하는 변칙영업과 리스트판매를 통한 저가 공급 등이 여전히 성행하고 있어 가격경쟁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따라서 관계자들은 약사를 장사치로 전락시키는 가격경쟁을 지양하고, 제도적으로도 약국가의 고질적인 가격경쟁을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방향이 속히 제시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반약 서비스품목 전락>
분업이후 과열되고 있는 가격질서 문란의 양상은 처방전수용에 따른 약국간 과당경쟁에 기안하고 있다.
특히 최근 병·의원 환자 수 감소로 인한 처방 수입료 감소와 전반적인 약국경기 하락으로 일부 약국에서 일반약 가격덤핑으로 환자를 유인하는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성동구의 모 약사는 "지난해부터 경기침체가 심화되면서 약국들이 처방전 수용에 한계를 느낀 나머지 일부 약국들이 일반의약품 가격 인하를 통한 환자유치에 나서고 있다"며 "약국서 가격을 지키려 해도 환자들이 다른 약국에 비해 의약품 가격이 비싸다고 불만을 털어놓으면 가격을 내리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즉, 일반약을 덤핑 판매해 처방환자 수를 늘리겠다는 것이 일부 약국들의 전략이다.
게다가 일부에서는 실 구입가 미만으로 일반의약품을 판매하는 사례가 있기도 하는 등 가격질서 문란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러한 가격경쟁은 도미노 현상을 일으켜 인근에 약국이 여러 곳 있는 경우 특정 약국이 일반의약품 판매가격을 내리면 주위 약국도 덩달아서 가격을 내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처방환자를 유치하기 위해 일반약을 저가로 판매하는 약국들이 늘면서 정상적인 영업을 하고 있는 대다수 소형약국들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는 설명이다.
약국들은 이러한 가격경쟁의 가장 주 원인으로 분업 후 한없이 추락하고 있는 약국가의 수익구조에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경기도에서 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모약사는 "하루 평균 80~100여건의 처방으로 괜찮은 편이지만 인건비, 세금, 임대료 등을 제하고 나면 수입이 한 달에 40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며 "처방전 수용이 없는 약국들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관계자들은 약국의 수익구조가 악화됐다 하더라도 정도 경영을 통해 약사 직능 확대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본인부담금 할인>
분업 후 가격 경쟁의 또 다른 행태는 '본인부담금 할인 행위'로 문제가 심각한 상황으로 파악되고 있다.
약국가에 따르면 본인부담금 할인의 대표적 유형은 약국에서 조제를 할 때 지불하는 최저 금액인 1,500원을 1,000원만 받는 것과 65세 이상 노인환자에게 본인부담금을 면제 또는 1000원만 받는 행위 등으로 구분된다는 것.
또한 특정 의료기관에서 발행된 처방전에 대한 조제료를 깎아 주는 선별적인 것과 모든 병의원의 처방전에 대한 조제료를 할인해주는 무차별적인 것이 있다는 것이 약국가의 설명이다.
경기도 성남시 모 약국 약사는 "본인부담금을 할인하는 행위는 주로 병의원 밀집지역 약국이며 대형약국들은 약사감시의 타깃이 되기 때문에 자제하고 있다"며 "병 의원 밀집약국들이 분업 초기에 비해 약국수입이 크게 감소하자 조제료 할인행위 등을 통해 환자를 유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의 또 다른 개국 약사는 "일부 지역의 약국가에서는 처방전을 유치하기 위해 1건당 500원을 의사에게 주고 있다"며 "이 같은 행위는 의료기관 밀집지역 보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행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지역의 한 개국약사는 "자신의 약국을 단골로 이용하는 고객이 조제료 할인을 요구하면 어쩔 수 없이 할인을 해주는 경우가 있다"고 솔직한 심경을 토로했다.
이처럼 일반약 뿐 아니라 조제료에 대해서는 가격 할인 경쟁이 나타남에 따라 약국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제약·도매도 가격경쟁 예외 아니다>
일반약 인기품목이 서비스품목으로 전락하는 것은 제약사와 도매업소에도 큰 책임이 있다는 설명이다. 일반약 경기 부진으로 일부 일반의약품이 약국에 서비스 품목으로 제공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
업계에 따르면 염모제 경우 이미 도매상과 약국에서 서비스 품목으로 자리잡았고, D사 P제품, 또 다른 D사 P제품, B사 G제품, I사 A제품 등 유명품목들이 약국에서 이익을 남기지 않고 파는 서비스품목으로 제공되는 예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더해지는 것이 제약사들의 경쟁. 일반약 매출을 올리기 위해 강매하다 보니 무리수를 두게 되고 이것이 부메랑으로 돌아온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제약사들도 고충은 있다. 가격을 세우려고 해도 시중에서 치열한 경쟁이 이뤄지다 보니 가격이 안서 고민스럽다는 하소연이다.
이 때문에 제약사들은 잘 나가는 제품에 대해 가격을 인상하고, 안 나가는 제품은 인하해 맞추며 헤쳐나가는 영업정책을 펼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 들어서도 일반약 판매 부진이 계속되며 각 제약사들이 다양한 영업정책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잘 나가는 제품들의 가격을 올려 부진한 제품을 만회하려는 정책이 많다."며 "일반약의 회복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리스트 판매도 결국은 가격경쟁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올해 1월에는 전문약에 대해 10-20%를 제공하는 리스트 판매가 등장했으며, 이들 제품 중에는 올해 해당 제약사들이 주력제품으로 키울 계획이거나 대표품목들도 상당수 포함돼 충격을 주기도 했다.
특히 과거에는 문전약국을 중심으로 일부 ETC 도매업소들의 리스트 판매가 극성을 부렸지만 지금은 이들 업소들이 틈새시장을 노리고 주택가 약국을 다니면서 리스트판매를 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리스트 판매는 정상적 영업활동을 하는 업소들에 큰 피해를 주기도 하지만 약가 및 유통흐름도 심각히 왜곡시킨다는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