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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개발과정 단축시킬 지도 만든다!
김정준
입력 2005-06-08 10:40 수정 최종수정 2006-09-08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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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탐방]
서울대 바이오시스템융합 연구팀 (IRGB·Interfused Research Group for Biosystems)


모든 약학자들을 사로잡고 있는 마력의 꿈. 신약개발. 그 동안 이 난공불락의 요새는 마치 사막에 널린 모래들 중 딱 하나, 비밀의 문을 열 수 있는 열쇠가 되는 특별한 그 한 알의 모래를 찾는 것과도 같은 일이었다. '보물섬'은 있으되 지도는 없는 셈. 하지만 최근 컴퓨터 기술과 바이오 기술의 급격한 발달은 그 꿈의 지도가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을 현실화시키고 있다. 여기 이러한 가능성을 토대로 신약개발이라는 보물섬을 찾아갈 수 있는 지도의 완성을 꿈꾸는 사람들이 있다. 자! 어쩌면 황우석 교수의 배아줄기세포와도 같은 요술방망이 하나를 만들어 낼지도 모를 그들을 만나보자.

금년 초부터 서울대학교 약학대학에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1층 수위실이 있던 자리에 낯선 간판이 내 걸리고 안내 창문이 막힌 데 이어 정기적으로 만두가 배달된다나? 급기야 최근에는 이따금씩 벽을 난타하는 소리와 괴성 까지 들린다고. 무슨 '올드보이' 찍느냐고? 어찌됐든 문제의 연구실을 찾아보기로 했다. 외부인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는 서울대 약대 41동 1층. 소문의 그 방 앞. 그리 별다른 점은 없어 보였다. 문 옆에 붙은 조그마한 팻말. IRGB(Interfused Research Group for Biosystems·바이오시스템 융합 연구 팀). 숨을 고르고 문을 두드리자 이내 응답이 왔다. "저…, 여기 뭐하는 곳이죠?" "다른 방들과 마찬가지로 연구실이랍니다. 타 연구실들과 조금은 다른 부류의 사람들이 약간 특이한 일을 한다는 정도 차이는 있겠지만요." 마침 지방출장에서 돌아왔다는 김성훈 교수도 자리했고, 기대했던 괴상한 사람들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여전히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을 것 같은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 IRGB가 탄생하게 된 배경은?
인간게놈프로젝트 이후 쏟아져 나오는 신개념의 대용량 데이터를 전산적인 방법을 통해 신약개발과정에 도입, 예측 가능한 신약개발 프로세스를 개발함으로써 투자 위험성도 낮출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출범했다.

기존의 신약개발 과정은 특정 후보물질 선정, 전 임상, 임상 등을 거치며 끊임없이 약효를 검증하고 부작용이 없는가를 확인하며 이 과정들을 왔다갔다 해야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소요됐고 실패 확율 또한 매우 높았다. 하지만 연구팀이 개발하고 있는 시스템을 활용하면 약물이 생물체의 네트워크 전체 차원에서 어떤 반응을 나타낼 것인지에 대한 정보를 축적해 놓고 확인하고 예측함으로써 이 과정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더욱이 한 질병의 치료를 위해 히팅 해야 하는 가장 효과적인 목표 지점군을 확인하고 조합함으로써 최적의 약효를 나타낼 수 있는 약물을 디자인 할 수도 있다.

당초 생물학 분야 실험이 전문분야였던 김성훈 교수가 이러한 시스템 개발에 대한 의지를 갖고 독립적으로 연구생을 받아 단편적인 연구를 진행해 오는 과정에서 현 팀 멤버들이 한사람 두사람 김 교수 주변으로 모여들기 시작했고, 지난해 10월경 본격적인 팀 구성 과정을 추진해 금년 3월1일 그야말로 특명에 따라 초 스피드로 IRGB가 탄생하게 된 것.

△ 팀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가.
핵심적인 목표는 기존 약물의 새로운 용도 탐구, 인체 총괄적 시스템 하에서의 약물 타깃 발견과 약물 부작용 예측, 그리고 최소한의 부작용으로 최대의 약효를 가능케 하는 타깃 공략 약물조합 발견 등이다.

이 모든 것은 pathway analysis와 regulation network에 대한 연구가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현재 기존 약물의 타깃 단백질 정보를 모아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중이며 이를 글로벌 단백질 네트워크 상에 매칭 시켜 약의 새로운 기능 도출 및 미지의 타깃을 발굴하고자 하는 것이다. 또한 신약개발과정의 가장 큰 불확실성을 주는 독성 예측을 위한 시뮬레이션을 개발하고 필요한 데이터를 위한 실험을 설계하는 한편, 대용량 데이터 처리를 위한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다.

최종적인 목표는 유전자 서열정보, 단백질 상호작용 정보, 약물구조 정보, 약물 타깃 간 상호작용 정보를 통합한 데이터베이스의 구축과 통합된 데이터베이스 검색 및 평가 알고리즘을 통한 신규 타깃 발군 및 기존 약물의 신 기능 발견에 있다. 이를 위해 대용량 정보 수집을 위한 새로운 자동화된 대량실험기법(High Throughput Screening)의 설계 및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 활동 계획은?
노바티스 사의 글리벡과 같은 약들이 현재 팀이 개발하고 있는 것과 유사한 시스템을 바탕으로 개발된 것과 같이 일부 신약개발 선진 다국적 제약사들에서는 어느 정도 이러한 분야의 인프라가 형성되고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팀이 목표로 하는 수준의 체계화된 시스템의 개발단계 까지 도달한 선행 사례가 없는 상황에서 더욱 어려운 과제가 될 것이고, 그래서 도전해 볼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현재의 팀원들을 중심으로 팀이 운영될 수 있는 시간이 대략 3년 가량 된다고 보고 이 기간 동안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앞으로의 연구를 위한 프로토 타입의 결과물을 완성해 내는 것이 목표다.



미래를 꿈꾸는 oldboy's-IRGB 멤버들


김성훈 교수와 IGRB 멤버들(뒷줄 왼쪽부터 구민지, 노규형, 이순명, 배태정씨)


세종대왕에게 집현전 학자들이 있었다면, 김성훈 교수에겐 IRGB 팀원들이 있다. 전통적인 신약개발의 주체였던 약학자의 범주와는 조금 다른 영역에서 활동해 오던 젊은 인력들이 생물정보학이라는 신약개발과정 효율화의 키포인트가 될 수 있는 새로운 학문분야를 중심으로 모여 구성된 테스크포스팀이라고 할까?

전혀 다른 길을 걸어오다 한 팀이 된 이들 팀원들 각각의 이력을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다.

◇노규형(1970년 생): 포항공과대학, 서울대 물리학과 석사, 동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통계물리 전공), 박사과정 중 2~3년 간 김성훈 교수 연구실 인력과 협동 연구 진행하다 최종 논문 정리작업과 함께 팀 합류. 이 분야의 연구를 통해 다발성경화증을 앓고 있는 아내를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는 데 일조 할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갖고 열심히 노력해 갈 계획.

◇배태정(1981년 생): 고려대 생명과학부, 고대 세포생물학 석사과정 있는 동안 생물정보학분야 관심 갖고 있던 중 지도교수와 김성훈 교수의 인연으로 김 교수 연구실로 옮겨옴. 노규형 씨와 협동 연구 진행해 오다 팀 합류. 일단 석사과정을 마치고 진학할 계획이며, 선진연구관리기법에 대한 좋은 연구결과를 배우고 개발해 국내 제약산업과 생물정보학 분야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희망.

◇이순명(1978년 생): 중1때 미국 유학. 전산학/생물정보학 석사, 콜드 스프링 하버 연구소 재직. 국내에 들어와 생물정보학 관련 연구를 계속하고 싶어 김성훈 교수의 '자유분방하고 직설적인 성격과 신약개발에 대한 비전이 좋아' 팀에 합류하게 됨. 좋은 연구 성과 내고 박사과정 진학 후 미국에서나 국내에서나 관련 연구 이어갈 계획.

◇구민지(1978년 생): 가톨릭대 생명과학부, 국립보건원 생물정보학 협동과정 연수. 석사과정 3기 진행 중. 석사과정 졸업 준비와 팀 활동 최우선. 여름방학 때까지 논문 마무리하고 생물정보학 관련 분야 연구소에 취업해 일하고 싶음. 좋은 남자친구 구하는 것도 최우선 과제.

이들의 일은 한마디로 계속 머리를 굴리는 것. 아직 초기이고 기존의 실험실업무와는 다른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하는 '인문학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과학적 사고'의 작업인 만큼, 김 교수도 팀원들에게 딱히 정해놓고 요구하는 업무 스타일은 없다.

아침 출근과 함께 일일 업무 계획을 세우고 2인 1조로 과제별 팀을 이뤄 자료를 찾고 토론과 데이터 정리,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을 계속한다. 연구실 한 켠에 걸린 커다란 화이트보드는 브레인스토밍을 위해 빠질 수 없는 친구. 잘 풀리지 않는 것이 있으면 일단 쓰고 질문하고 토론한다.

이들은 어찌 보면 마냥 자유스러운 이런 분위기가 한편으론 부담스럽기도 하단다. 차라리 업무의 형식이나 목표점이 명확히 주어져 있다면 모르지만 이들은 이 모든 것의 틀을 스스로 만들어가야 하는 입장이 때문. 하지만 자유롭고 돌려 가는 것 없이 단도직입적인 김성훈 교수의 성격과 막히는 부분이 생기거나 결과보고를 해야 할 때가 되면 점쟁이처럼 전화를 하거나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는 예지력(?)도 이들을 더욱 힘나게 하는 요소의 하나란다.

새롭고 비전이 보이는 거대한 목표를 정복해 가는 '재미'에 빠져 게임을 하듯 하루하루를 보낸다는 팀원들. 젊은 그들의 야심찬 도전이 한국 신약개발의 미래, 전 인류의 질병 없는 미래를 밝혀주는 횃불로 알찬 결실을 맺을 그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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