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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437> 사라진 고향의 이름 (2)
사라진 것은 동네 이름만이 아니었다. 우리 동네의 이곳저곳에 붙어있던 기무골, 장안이, 미루터, 각굴, 됨빼미, 사나다리, 초당골짜기 같은 다양한 이름도 함께 기억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이런 이름들은 동네 사람들이 오랫동안 그 곳에 드나들면서 그곳의 지리적 특징에 따라 자연스레 그리 붙였을 것이다. 이런 이름들은 동네 이름들과는 달리 행정지도 같은 곳에도 등장한 적이 없으니 앞으로도 영원히 망각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다. 흔적도 없어진 그 이름들이 그립고 애처러워 짧은 기억을 더듬어 몇 자 기...
2026-02-18 07: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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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436> 사라진 고향의 이름 (1)
사라진 고향의 이름 (1) 내 고향은 경기도 김포군 검단면 당하리 신기(新基) 부락이다. 동네 사람들은 ‘신기’ 보다는 ‘새텃말’이라고 불렀다. 우리 동네는 1995년 1월에 인천광역시 서구에 편입되었고, 금년 7월부터인가 검단구로 바뀐다고 한다. 그 새텃말이 2015년 검단 신도시 개발 공사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불도저가 산과 개울, 밭, 논 등을 밀어 부쳐 광활한 평야를 만들더니 그 위에 엄청난 규모의 고층 아파트 단지를 만들었다. 상전벽해(桑田碧海)도 이런 상전벽해가 없다. 논과 밭은 물론 내가 살던 집...
2026-02-04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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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435> ‘제약산업학’ 교과서
우리나라의 약학 교육은 일제 치하인 1915년 설립된 조선약학강습소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당시 주된 교육 목표였던 의약품의 조제는 그 후 나라가 독립되고 중진국을 거쳐 선진국에 이르는 100여 년 동안 점차 제약, 용약(用藥, 임상약학), 창약(創藥, 신약개발)으로 진화되었다. 이에 맞추어 교과목에 새로운 학문이 추가되면서 약학교육의 정체성이 불투명해질 정도로 학과목 수가 늘어나게 되었다. 그 때문에 약학교육의 개선은1967년 내가 약학대학에 입학하기 전부터 약학계의 묵은 과제가 되...
2026-01-21 10: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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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434> 사람을 무서워하는 나라, 일본(15) - 미래형 동사를 잘 안 쓰는 일본어.
사람을 무서워하는 나라, 일본(15) - 미래형 동사를 잘 안 쓰는 일본어 일본어에는 신기하게도 미래형 동사가 없다. 예컨대 ‘내일 가겠습니다’라는 의미로 말을 할 때 ‘아시다 이끼마스(明日 行きます)’라고 한다. 여기에서 ‘이끼마스’는 ‘간다’라는 의미의 현재형 동사이다. 또 ‘먹겠습니다’라고 할 때도 ‘먹습니다’라는 의미의 현재형 동사를 써서 ‘다베마스(食べます)라고 하고, ‘갖고 오겠습니다’라고 할 때에도 현재형인 ‘못데기마스(持って来ます)’를 사용한다. 왜 이처럼 ...
2026-01-07 09: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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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433> 관용
사람들은 일상(日常) 속에서 다양한 형태의 거짓말을 듣거나 한다. 거짓말에는 명백히 사실이 아닌 ‘완전한 거짓말’, 상황을 부드럽게 만들기 위한 ‘반쯤은 거짓인 말’, 그리고 다만 접대용으로 하는 빈말, 그리고 하나마나 한 말까지 다양한 종류가 있다. “조금만 더 올라가면 바로 정상이에요”라고 하는 하산객의 말은 등산객을 격려하기 십중팔구 거짓말이지만 올라가기 힘들어 하는 등산객에게 잠시 위로가 된다. 축구 경기에서 우리 팀이 아직 지고 있을 때 “아직 시간 충분합니다”라고 하는 해설도 대개는 거짓말이다. 그저...
2025-12-24 09: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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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432> 약학교육학회의 출범
약학교육학회의 출범2025년 11월 21일. 대한약사회 강당에서 한국약학교육학회가 창립총회를 열었다. 그 자리에서 축사를 맡게 된 것을 계기로 나는 1967년 서울대학교 약학대학에 입학한 이후 줄곧 품어 온 약학교육에 대한 생각의 일부를 전하고자 한다. 대학에 입학했을 때부터 몇 가지 의문이 생겼다. 첫째는 “왜 이렇게 학과목이 많고 수업시간이 많은가?” 하는 것이었다. 둘째는 “이렇게 많이 배웠는데도 졸업할 때 무엇 하나 제대로 아는 느낌이 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였다. 교수 생활과 정년퇴임을 거치며 오래 고...
2025-12-10 09: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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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431> 규제가 진흥이다
규제가 진흥이다올해로 한국FDC규제과학회(회장 이의경)가 창립 20주년을 맞이하였다. 이 학회의 전신인 ’한국의약품법규학회’의 창립회장인 나로서 특히 감개무량한 일이다. 이 학회는 규제기관과 피규제기관인 산업계 사이의 비생산적인 불통과 오해를 해소하고, 보다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규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2005년 출범되었다. 규제과학(Regulatory Science)은 순수과학과 응용과학에 이은 제3의 과학이다. 순수과학이 ‘왜’를 묻고, 응용과학이 ‘어떻게’를 탐구한다면, 규제과학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Which)’를 ...
2025-11-26 14:5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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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430> 근엄하지 않은 아버지
며칠 전 둘째 아들로부터 ‘실(實)없는 소리, 아재개그, 허튼 소리, 유머가 많은 가정이 행복한 가정’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러고 보니 부모가 근엄한 훈계를 많이 하는 가정이 별로 화목해 보이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그런 가정에서 자란 아이는 어른이 되어서도 일종의 훈계공포증 때문에 부모와 함께 있기를 힘...
2025-11-12 09: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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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429> 건강기능보조제
2002년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이 제정됨으로써 ‘건강기능식품’이라는 개념이 제도화되었다¹. 그 이전에는 영유아 조제식, 체중조절식, 특수질환자용 특수영양식품 등 일부만 관리되었으나, 1990년대 이후 비타민·무기질·오메가-3 등 건강보조용 제품이 급증하면서 제도적 관리의 필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정부가 미국의 Dietary Supplement Health and Education Act(DSHEA, 1994)²와 일본의 특정보건용식품(FOSHU) 제도³를 참고해 별도의 관리 체계를 마련한 것이다. ‘건강기능식품’이라는 명칭은 대상의 본질을 충분히 드...
2025-11-03 08: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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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428> 칠전팔기(七顚八起)
칠전팔기, 일곱 번 쓰러져도 여덟 번 일어선다는 이 짧은 말은 삶의 불씨처럼 우리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며칠 전 TV에서 하지마비(下肢痲痺)라는 절망을 껴안고도 초인적인 재활을 하여 장애인 역도선수로 거듭난 한 젊은이의 이야기를 보았다. 그의 땀과 눈물에 젖은 칠전팔기 이야기는 희망의 씨앗이 되어 시청자들의 마음을 흔...
2025-10-15 09: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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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427> 바이오의약품 체내동태 워크숍
바이오의약품 체내동태 워크숍 2025년 8월 22일, 제7차 <PK Bootcamp@SNU> 워크숍이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신약개발센터에서 개최되었다. 이 워크숍은 2018년 약물동태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Dr. Yuichi Sugiyama 교수(일본 동경대 약학부, RIKEN 연구소, Josai 국제대학)의 도움으로 시작되어, 지난 7년간 국내 연구자들의 역량 강화에 크게 기여했다. 이 워크숍은 참가자들의 피드백을 반영하며 난이도를 조절하고 맞춤형 주제를 선정하는 과정을 거쳐, 국내 약물동태학 분야의 핵심적인 교육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
2025-09-24 09: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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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426> 집들이, 카페 문화
1970년대까지만 해도 결혼해 새 살림을 차리면 이웃이나 친지를 초대해 음식을 대접하는 풍습이 있었다. 이른바 ‘집들이’인데, ‘집들이’란 ‘집에 들어감’ 또는 ‘남을 집에 들임’에서 비롯된 말이라고 한다. 집들이는 새로운 보금자리를 축복하고 공동체와의 유대(紐帶)를 확인하는 우리나라의 문화였다. 아무리 기다려도 신혼부부가 집들이 초청을 하지 않으면, 신랑 친구 몇 명이 작당(作黨)하여 사전 연락도 없이 신혼집(혹은 신혼방)에 들이닥치는 일도 종종 있었다. 가서는 식사는 물론 술과 노래, 춤으로 신혼부부를 곤란하...
2025-09-10 10: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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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425> 원로 약사 공장장 10인의 회고
대한약학회 약학사분과학회는 지난 2025년 5월 30일 오후 1:20부터 5:30까지 원로 약사공장장 10분을 모시고 좌담회를 하였다. 장소는 서울대 약대 21동 2층 소회의실이었고, 좌담회의 주제는 1960년대 이후 우리나라 제약공장들의 초기 상황과 그 후의 발전과정에 대한 회고였다. 이 좌담회는 약학사분과학회의 연례 행사인 ‘약학사 사랑방 모임’의 세번째 행사였다. 좌담회의 녹취록(錄取錄)은 금년 말에 발간될 ‘약학사회지’ 제8권에 실을 예정이다. 이 좌담회에는 백우현, 이남복, 유한용, 홍우일, 문영일, 김태성, 김...
2025-08-27 09: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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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424> 백우현 박사님
백우현 박사님 지난 7월 20일 동창회를 통해 약수(若水) 백우현(白于玹) 박사께서 소천하셨다는 비보(悲報)를 들었다. 병세가 만만치 않음은 알고 있었지만 예상보다 빠른 진행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나는 지난 5월 30일 백 박사님을 포함한 원로 제약공장 10분을 모시고 “우리나라 제약공장의 초창기 발전사(가제)”라는 주제로 좌담회를 개최하였다. 사전에 백 박사님께 전화를 걸어 그날 와 주십사 부탁을 드렸더니, “요즘 다리에 힘이 없어 통 외출을 안하고 있지...
2025-08-06 10: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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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423> 침수와 누수문제
지난 호에 이은 자기 자랑임을 미리 밝혀둔다. 1. 침수(侵水)문제 1988년 강남구 자곡동에 길 새 좋고 남향(南向)인 벽돌집을 샀다. 집 앞에 제법 넓은 잔디 정원이 있었고 반(半)지하에는 세를 놓을 수 있는 방이 하나 있었다. 이 집의 난방은 기름 보일러(燈油) 방식이라 지난 호에서 자랑한 ‘연탄 아궁이 개선 기술’은 더 이상 필요 없었다. 이 집을 사서 한껏 좋아하고 있는데, 동네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아~ 이 집을 사셨군요” 하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 배수(排水)가 잘 안되어 장마철이...
2025-07-23 09: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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