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보건의료체계의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되어 온 기형적 보상 구조가 역대 최대 규모의 수술대에 올랐다. 정부가 2조 6000억원 규모의 과보상된 검체 및 영상 검사 수가를 깎고, 이 재원을 중증·응급 수술과 모자·소아 의료 등 붕괴 직전에 놓인 지역·필수의료 인프라 재건에 전면 투입하기로 했다.
수익 창출을 위해 무분별하게 늘어났던 검사 위주의 관행을 타파하고,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필수 진료’ 중심으로 건강보험 보상 체계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뒤바꾸는 중대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28일 제19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열고 내년 1월부터 지역·필수의료 분야에 연간 2조 7000억원의 수가를 우선 투입하는 세부 이행방안을 비롯해 총 5개 안건을 의결 및 논의했다.
이날 회의를 주재한 이형훈 복지부 제2차관(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위원장)은 "어제와 오늘 새벽까지 이어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역·필수 의료 보상 강화와 함께 건강보험 재정 안정을 위한 지출 효율화 방안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며 "국회에서 제기된 의견을 적극 검토하여 건강보험이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든든한 사회안전망으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정책 추진 의지를 밝혔다.
▲지역과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건강보험 수가 구조 혁신방안 이행
정부는 필수 진료의 원가 보전율이 턱없이 낮은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비용 대비 수익이 150%를 넘는 과보상 검사 수가를 내년 1월부터 대대적으로 조정한다.
혈액검사 등 702개 검체검사 항목의 수가를 인하해 연 1조 6200억원을 줄이고, 컴퓨터단층촬영(CT)과 자기공명영상(MRI) 등 480개 영상검사 수가 역시 하향 조정해 연 7000억원을 절감한다. 이렇게 절감된 재정은 고스란히 필수의료 인프라 재건에 투입된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지역우대 가산’의 신설이다. 내년 3월부터 비수도권과 수도권 6개 취약지 소재 종합병원 이상 의료기관에서 시행하는 2740개의 모든 수술 및 처치 행위에 10% 가산이 붙는다. 난이도가 높은 1670개 중증 수술·시술의 기본 수가는 20% 일괄 상향되며, 비수도권의 야간·휴일 응급상황에서 집도할 경우 개편된 응급가산(450%)에 지역우대가 중복 적용되어 최대 470%라는 파격적인 보상이 이루어진다.
저출산 시대에 빈사 상태에 빠진 모자·소아 의료체계에 대한 투자도 획기적이다. 내년 1월부터 응급 전원·이송을 수용하는 비수도권 중증모자센터는 중앙모자센터 이송 시 기존 분만 보상에 더해 기능가산 264만원과 지역우대 66만원 등을 추가로 받는다. 신생아 중환자실(NICU) 보상도 수직 상승해, 24주 미만 초미숙아 입원 시 비수도권 중증모자센터의 28일 기준 총보상액은 현행 3100만원에서 최대 6201만원으로 두 배 뛰어오른다.
소아 진료 역시 입원 가산 연령을 현행 6세 미만에서 8세 미만으로 상향·통일하고, 인구가 적은 시군구의 달빛어린이병원에는 야간진료 수가 30% 가산을 신설해 지역 소아 진료망을 떠받친다.
▲환산지수-상대가치 연계 수가 조정
건강보험 수가는 상대가치점수와 환산지수(단가)의 곱으로 결정된다. 그간 환산지수의 획일적인 인상은 진찰료 등 저평가된 항목과 검사 등 고평가된 항목 간의 불균형을 오히려 심화시킨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정부는 2027년도 환산지수 인상률의 일부를 떼어내 상대가치점수를 상향하는 데 투입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20년 가까이 고정됐던 의원급 초진 진찰료는 수가 혁신방안에 따른 6% 상향에 더해 환산지수 연계로 5.2%가 추가로 높아진다. 치과 초진 진찰료 역시 환산지수 연계를 통해 2% 상향된다. 병원급 의료기관의 경우 연계 재정을 활용해 주사료를 3.14% 올리고, 기본식사 단가를 4.27% 인상하여 환자에게 필수적인 기본 진료 및 입원 서비스에 대한 보상을 실질적으로 끌어올린다.
▲검체검사 위·수탁 조건부 보상 추진계획
그동안 동네 의원이 검사료를 일괄로 받아 대형 수탁기관과 자체 정산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할인 경쟁이 발생해 검사 질 저하 우려가 제기되어 왔다. 이를 막기 위해 내년 1월부터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위탁기관과 수탁기관의 역할에 맞춰 검사료를 각각 직접 지급하는 '구분지급' 방식을 전면 도입한다. 기존 위탁검사 시 관행적으로 산정되던 10%의 위탁관리료는 폐지되어 연 2400억원의 재정 누수를 막는다.
대신 검사 질 향상 요건을 갖춘 기관에 2년간 조건부 차등 보상을 실시한다. 의원급 위탁기관이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만성질환자 등에게 심층 분석과 관리를 제공하면 환자당 연 4회까지 ‘임상결과 분석·관리료’(회당 1400원)를 받을 수 있다. 수탁기관은 고난도·저빈도 검사나 의료취약지 의뢰 검사를 수행할 경우 가산 수가를 받게 되며, 재위탁 금지 등 원칙을 준수하고 질 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마약류 중독환자 치료지원 시범사업
마약류 중독은 장기 관리가 필요한 복합질환임에도 불구하고, 인력과 시간이 과도하게 소모되어 의료기관들이 환자 수용을 기피해 왔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2027년 1월부터 권역치료보호기관 11개소를 대상으로 전문 치료기관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는 시범사업을 실시한다.
마약류관리법에 따라 치료보호를 받는 건강보험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보호기간(1년) 내에 입원 최대 3개월, 외래 1년을 지원한다. 초기 급성 중독증상 완화를 위한 집중관찰부터 단약 후 회복을 위한 유지치료, 그리고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와 연계한 지역사회 복귀 지원까지 치료 단계별로 맞춤형 수가(초기평가 및 계획수립료, 집중치료관찰료, 지역사회연계료 등)를 새롭게 신설하여 환자가 조기에 일상을 회복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진다.
▲어린이 재활의료기관 지정·운영 2기 시범사업 성과평가
장애아동이 거주지역에서 제때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 어린이 재활의료기관 시범사업은 그간의 긍정적인 성과를 바탕으로 2027년 1월부터 2029년 12월까지 제3기 사업으로 3년 더 연장된다. 참여 기관은 현재 39개소에서 최대 68개소까지 대폭 확충될 예정이다.
특히 소아 맞춤형 집중 재활치료의 문턱을 크게 낮췄다. 집중 재활치료 대상 연령을 기존 6세 미만에서 9세 미만으로 대폭 확대하여 학령기 아동까지 보호한다. 또한, 영유아기(3세 미만) 재활치료료 가산을 기존 30%에서 40%로 10%p 인상하고, 6세 미만 아동에 대해서는 지역가산을 새롭게 신설하여 수도권 쏠림 현상을 막고 지역 내 재활 인프라를 탄탄하게 구축할 계획이다.
이번 개편안은 단순한 진료비 조정을 넘어선 구조적 개혁이다. 왜곡된 수익 구조를 정상화하는 것이 그 첫걸음이다. 야간 응급 수술실을 지키고 지방에서 생명을 다루는 의사들에게 합당한 보상이 돌아가야 한다. 이는 의료 생태계의 기초 체력을 다시 다지기 위한 정부의 확고한 승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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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 창출을 위해 무분별하게 늘어났던 검사 위주의 관행을 타파하고,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필수 진료’ 중심으로 건강보험 보상 체계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뒤바꾸는 중대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28일 제19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열고 내년 1월부터 지역·필수의료 분야에 연간 2조 7000억원의 수가를 우선 투입하는 세부 이행방안을 비롯해 총 5개 안건을 의결 및 논의했다.
이날 회의를 주재한 이형훈 복지부 제2차관(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위원장)은 "어제와 오늘 새벽까지 이어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역·필수 의료 보상 강화와 함께 건강보험 재정 안정을 위한 지출 효율화 방안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며 "국회에서 제기된 의견을 적극 검토하여 건강보험이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든든한 사회안전망으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정책 추진 의지를 밝혔다.
▲지역과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건강보험 수가 구조 혁신방안 이행
정부는 필수 진료의 원가 보전율이 턱없이 낮은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비용 대비 수익이 150%를 넘는 과보상 검사 수가를 내년 1월부터 대대적으로 조정한다.
혈액검사 등 702개 검체검사 항목의 수가를 인하해 연 1조 6200억원을 줄이고, 컴퓨터단층촬영(CT)과 자기공명영상(MRI) 등 480개 영상검사 수가 역시 하향 조정해 연 7000억원을 절감한다. 이렇게 절감된 재정은 고스란히 필수의료 인프라 재건에 투입된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지역우대 가산’의 신설이다. 내년 3월부터 비수도권과 수도권 6개 취약지 소재 종합병원 이상 의료기관에서 시행하는 2740개의 모든 수술 및 처치 행위에 10% 가산이 붙는다. 난이도가 높은 1670개 중증 수술·시술의 기본 수가는 20% 일괄 상향되며, 비수도권의 야간·휴일 응급상황에서 집도할 경우 개편된 응급가산(450%)에 지역우대가 중복 적용되어 최대 470%라는 파격적인 보상이 이루어진다.
저출산 시대에 빈사 상태에 빠진 모자·소아 의료체계에 대한 투자도 획기적이다. 내년 1월부터 응급 전원·이송을 수용하는 비수도권 중증모자센터는 중앙모자센터 이송 시 기존 분만 보상에 더해 기능가산 264만원과 지역우대 66만원 등을 추가로 받는다. 신생아 중환자실(NICU) 보상도 수직 상승해, 24주 미만 초미숙아 입원 시 비수도권 중증모자센터의 28일 기준 총보상액은 현행 3100만원에서 최대 6201만원으로 두 배 뛰어오른다.
소아 진료 역시 입원 가산 연령을 현행 6세 미만에서 8세 미만으로 상향·통일하고, 인구가 적은 시군구의 달빛어린이병원에는 야간진료 수가 30% 가산을 신설해 지역 소아 진료망을 떠받친다.
▲환산지수-상대가치 연계 수가 조정
건강보험 수가는 상대가치점수와 환산지수(단가)의 곱으로 결정된다. 그간 환산지수의 획일적인 인상은 진찰료 등 저평가된 항목과 검사 등 고평가된 항목 간의 불균형을 오히려 심화시킨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정부는 2027년도 환산지수 인상률의 일부를 떼어내 상대가치점수를 상향하는 데 투입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20년 가까이 고정됐던 의원급 초진 진찰료는 수가 혁신방안에 따른 6% 상향에 더해 환산지수 연계로 5.2%가 추가로 높아진다. 치과 초진 진찰료 역시 환산지수 연계를 통해 2% 상향된다. 병원급 의료기관의 경우 연계 재정을 활용해 주사료를 3.14% 올리고, 기본식사 단가를 4.27% 인상하여 환자에게 필수적인 기본 진료 및 입원 서비스에 대한 보상을 실질적으로 끌어올린다.
▲검체검사 위·수탁 조건부 보상 추진계획
그동안 동네 의원이 검사료를 일괄로 받아 대형 수탁기관과 자체 정산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할인 경쟁이 발생해 검사 질 저하 우려가 제기되어 왔다. 이를 막기 위해 내년 1월부터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위탁기관과 수탁기관의 역할에 맞춰 검사료를 각각 직접 지급하는 '구분지급' 방식을 전면 도입한다. 기존 위탁검사 시 관행적으로 산정되던 10%의 위탁관리료는 폐지되어 연 2400억원의 재정 누수를 막는다.
대신 검사 질 향상 요건을 갖춘 기관에 2년간 조건부 차등 보상을 실시한다. 의원급 위탁기관이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만성질환자 등에게 심층 분석과 관리를 제공하면 환자당 연 4회까지 ‘임상결과 분석·관리료’(회당 1400원)를 받을 수 있다. 수탁기관은 고난도·저빈도 검사나 의료취약지 의뢰 검사를 수행할 경우 가산 수가를 받게 되며, 재위탁 금지 등 원칙을 준수하고 질 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마약류 중독환자 치료지원 시범사업
마약류 중독은 장기 관리가 필요한 복합질환임에도 불구하고, 인력과 시간이 과도하게 소모되어 의료기관들이 환자 수용을 기피해 왔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2027년 1월부터 권역치료보호기관 11개소를 대상으로 전문 치료기관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는 시범사업을 실시한다.
마약류관리법에 따라 치료보호를 받는 건강보험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보호기간(1년) 내에 입원 최대 3개월, 외래 1년을 지원한다. 초기 급성 중독증상 완화를 위한 집중관찰부터 단약 후 회복을 위한 유지치료, 그리고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와 연계한 지역사회 복귀 지원까지 치료 단계별로 맞춤형 수가(초기평가 및 계획수립료, 집중치료관찰료, 지역사회연계료 등)를 새롭게 신설하여 환자가 조기에 일상을 회복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진다.
▲어린이 재활의료기관 지정·운영 2기 시범사업 성과평가
장애아동이 거주지역에서 제때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 어린이 재활의료기관 시범사업은 그간의 긍정적인 성과를 바탕으로 2027년 1월부터 2029년 12월까지 제3기 사업으로 3년 더 연장된다. 참여 기관은 현재 39개소에서 최대 68개소까지 대폭 확충될 예정이다.
특히 소아 맞춤형 집중 재활치료의 문턱을 크게 낮췄다. 집중 재활치료 대상 연령을 기존 6세 미만에서 9세 미만으로 대폭 확대하여 학령기 아동까지 보호한다. 또한, 영유아기(3세 미만) 재활치료료 가산을 기존 30%에서 40%로 10%p 인상하고, 6세 미만 아동에 대해서는 지역가산을 새롭게 신설하여 수도권 쏠림 현상을 막고 지역 내 재활 인프라를 탄탄하게 구축할 계획이다.
이번 개편안은 단순한 진료비 조정을 넘어선 구조적 개혁이다. 왜곡된 수익 구조를 정상화하는 것이 그 첫걸음이다. 야간 응급 수술실을 지키고 지방에서 생명을 다루는 의사들에게 합당한 보상이 돌아가야 한다. 이는 의료 생태계의 기초 체력을 다시 다지기 위한 정부의 확고한 승부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