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브랜딩·유통·물류 아우르는 ‘플랫폼 뷰티’가 대세
데이터·인프라 기반으로 판매 중개 넘어 시장 설계자 역할
입력 2026.04.24 05:00 수정 2026.04.24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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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수동에 24일 문을 여는 무신사 메가스토어 성수는 현재 국내 뷰티 시장의 주도권이 어디로 흐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이정표다. 약 6600㎡(2000평) 규모의 대형 매장 중 한 층을 뷰티 상설 매장으로 꾸민 무신사를 필두로 대형 패션 플랫폼들이 유통사 뷰티 전성시대를 열고 있다.

▲ 무신사 메가스토어 성수 외관. ⓒ무신사

무신사는 이번 메가스토어 성수 오픈을 기점으로 뷰티 사업의 체급을 완전히 키웠다. 메가스토어 성수 2층에 483㎡(약 146평) 규모로 들어선 뷰티 전용 공간에는 500여개 브랜드가 입점한다. 한시적인 팝업스토어 대신 상설 거점을 확보함으로써 오프라인 뷰티 시장 진입을 본격화했다.

주목할 부분은 단순히 입점사 제품을 진열하는 편집숍 형태가 아니라는 점이다. 무신사 뷰티는 500여개 입점 브랜드 중 400여개 브랜드와 직매입 파트너십을 맺었다. 이를 위해 1분기부터 전담 바잉 조직을 신설하고, 전문 인력을 영입해 상품 수급부터 재고 관리까지 직접 수행했다. 무신사 측은 이를 통해 중소 규모 뷰티 브랜드의 재고 관리 부담을 줄이고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뒷받침해 성장 기반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무신사의 풀필먼트 서비스인 MFS도 뷰티 카테고리까지 확대 적용해 물류 영향력을 키운다. 무신사 자체 물류 센터를 통해 입고부터 분류, 보관, 포장, 출고까지 직접 관리함으로써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 매장으로의 상품 공급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체계를 갖췄다. 유통사가 브랜드의 공급망 전반을 책임지는 인프라 역할을 수행하며 시장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것.

앞서 무신사는 자체 브랜드 위찌(VITZY), 오드타입(ODDTYPE) 등을 선보이며 직접 브랜드 사업에 뛰어들었다. 현재 일본 돈키호테 300여개 매장과 로프트, 프라자 등에 입점하며 현지 오프라인 시장을 직접 공략하고 있다. 지난해 무신사의 뷰티 PB 거래액은 전년 대비 120% 성장했다.

무신사 뷰티 관계자는 "무신사는 직매입·물류·배송 등 전 영역에 걸친 전방위적인 투자를 통해 입점 브랜드와 함께 성장하고, 고객에게는 보다 편리하고 차별화된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넥스트 뷰티'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무신사 자회사인 29CM 역시 뷰티 사업의 저변을 넓히고 있다. 자사 브랜드인 이구어퍼스트로피(29')를 통해 29CM가 지향하는 취향과 감도를 굳히면서 무신사 뷰티와는 또 다른 라이프스타일 뷰티 카테고리로 영역을 확장 중이다. 단순히 화장품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공간과 어우러지는 향수나 핸드케어 등 프래그런스 라인업으로 자체적인 입지를 구축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기획은 실제 데이터로 확인된 소비자 니즈에서 비롯됐다. 최근 새로 출시한 4종의 향수는 29CM 온라인 및 오프라인 거점인 성수동 이구성수에서 확인된 프래그런스 카테고리에 대한 높은 수요를 반영한 결과물이다. 이구어퍼스트로피의 올해 1분기 뷰티 상품 거래액은 전년 대비 4배(301%)나 증가했다.

▲ 에이블리의 첫 자체브랜드 바이블리가 선보이는 '쿠션리필샷. 플랫폼 유저들의 수요를 분석해 기획됐다. ⓒ에이블리

그간 중개 플랫폼 역할에 집중하던 에이블리도 최근 첫 자체 브랜드 바이블리(BYBLY)를 론칭하며 뷰티 브랜드 시장에 합류했다. 하루 4억건에 달하는 유저 데이터를 분석해 1020 세대가 실제 필요로 하는 제품을 직접 기획한 것이 특징이다. 어떤 쿠션 케이스에도 호환되는 ‘쿠션리필샷’이나 가성비를 극대화한 ‘3.3 마스카라’ 등은 플랫폼 유저들의 데이터를 읽어내 제품화한 결과물이다.

에이블리는 PB 론칭을 통해 유통 마진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취한다. 수백만명의 활성 사용자를 보유한 플랫폼 자체가 광고판 역할을 수행하기에 마케팅 비용을 줄이면서도 타깃 적중률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에이블리는 색조 제품을 시작으로 기초 라인까지 PB 제품군을 확대해 입점 브랜드와 차별화된 독자 수익 모델을 구축할 방침이다.

업계에선 현재 뷰티 시장은 사실상 이러한 유통사들에 주도권이 있다고 보고 있다. 과거에는 제조사가 만든 물건을 유통사가 진열만 했다면 지금은 유입 트래픽과 고객 데이터를 쥔 유통사가 판을 짠다는 것이다.

유통사 입장에선 이미 확보된 수백만명의 활성 사용자(MAU)가 있기 때문에 브랜드 론칭에 따르는 마케팅 리스크가 현저히 낮다. 일단 브랜드를 내놓기만 하면 기획부터 생산 연계, 물류, 최종 판매로 이어지는 밸류체인 전 과정을 플랫폼 안에서 완결 지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패션 플랫폼이 뷰티 사업을 키우는 이유는 결국 수익성 때문"이라며 "입점 브랜드를 판매하는 방식보다 직매입이나 PB가 마진을 더 남기기 좋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화장품은 재구매 주기가 짧아 매출을 꾸준히 받쳐주는 품목이라는 점도 크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플랫폼이 제조와 물류까지 맡게 되면 입점 브랜드의 플랫폼 의존도도 함께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온라인 데이터와 오프라인 매장, 물류 인프라를 함께 가진 패션 플랫폼의 영향력이 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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