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곡선이 달라졌다"… 위암 치료 패러다임의 전환
가천대 길병원 종양내과 심선진 교수 인터뷰
옵디보 병용요법, 표준이 된 과정…CheckMate-649 이후 위암 1차 치료의 기준
면역항암제가 만든 위암 치료 시퀀스의 재편…1차 치료의 중요성 확대
입력 2026.01.16 06:00 수정 2026.01.1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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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선진 가천대학교 길병원 종양내과 교수. © 약업신문 = 최윤수 기자

위암은 한국에서 여전히 가장 중요한 소화기암이다. 세계암연구기금(WCRF)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의 위암 발생률은 인구 10만 명당 27명으로, 전 세계 평균 9.2명의 약 세 배에 해당한다. 일본과 함께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위암 발생률을 보이는 국가군에 속한다. 이러한 역학적 특성은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국가 보건의료 체계와 임상 진료 구조를 형성하는 중요한 배경이 된다.

한국은 위암 발생률이 높은 대신, 사망률은 상대적으로 낮은 국가다. 이는 40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한 국가암검진에서 위내시경 검사가 정기적으로 시행되기 때문이다.

최근 약업닷컴과 인터뷰를 진행한 가천대 길병원 종양내과 심선진 교수는 “국가검진으로 내시경이 정착되면서 전체 위암 환자의 80~90%가 1기에서 발견된다”고 설명했다. 조기 위암 단계에서는 내시경 절제나 수술만으로도 완치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러한 진단 구조는 위암 전체 사망률을 크게 낮추는 역할을 해 왔다.

그러나 조기 진단의 성공은 위암 치료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했다. 심 교수는 “여전히 약 30% 내외의 환자가 2기 이상 진행성 또는 4기 전이성 상태에서 발견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들 환자는 치료 목표와 예후가 조기 위암과 전혀 다르다. 수술이 가능한 진행성 위암에서도 재발 위험은 높으며, 전이성 위암의 경우 치료는 생존 연장과 증상 조절이 중심이 된다.

위암은 병기 의존도가 매우 높은 암이다. 1기 위암의 재발률은 5% 미만인 반면, 3기 위암에서는 40~50%까지 상승하고, 일부 고위험군에서는 70%에 달한다. 재발은 대부분 복막, 간, 림프절 등 전신 전이 형태로 나타난다. 이 단계부터는 국소 치료가 아닌 전신 치료가 중심이 되며, 치료 선택이 환자의 생존 기간과 삶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위암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시점은 ‘전이가 확인된 이후 첫 치료’다. 심 교수는 “전이성 위암에서 1차 치료는 이후 모든 치료 경로를 결정짓는 기준점”이라고 설명했다. 1차 치료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질병을 억제할 수 있느냐가 이후 치료 선택지와 전신 상태를 좌우하게 된다.

면역항암제가 만든 치료 구조의 변화
면역항암제가 등장하기 이전 위암 치료는 항암화학요법 중심 구조였다. 2010년 ToGA 연구에서 HER2 양성 위암 환자에게 트라스투주맙을 병용했을 때 전체생존기간이 약 16개월로 연장되며 표적치료의 가능성이 제시됐지만, 이는 전체 환자의 15~20%에 불과한 HER2 양성군에만 해당됐다. 그 외 대부분의 환자는 여전히 항암화학요법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심 교수는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을 통해 수백 개의 유전자 변이를 확인할 수 있었지만, 실제로 이를 치료로 연결할 수 있는 약제는 매우 제한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위암에서는 폐암이나 대장암과 같은 폭넓은 분자 표적 치료 구조가 형성되지 못했고, 치료 저항성과 재발이 반복되는 구조가 이어졌다.

이러한 상황을 바꾼 것이 CheckMate-649 연구였다. 니볼루맙(옵디보)을 기존 항암화학요법과 병용했을 때 HER2 음성 진행성·전이성 위암 환자의 전체생존기간과 무진행생존기간이 유의하게 개선되면서, 면역항암제가 위암 1차 치료로 진입하는 근거가 마련됐다. 2021년 국내 허가, 2023년 급여 적용 이후 옵디보 병용요법은 실질적인 표준 치료로 자리 잡았다.

심 교수는 “ToGA 연구 이후 HER2 검사가 위암 치료의 기본이 된 것처럼, 이제는 PD-L1 CPS 검사가 치료 전략을 결정하는 핵심 지표가 됐다”고 말했다. 여기에 MSI/MMR, EBV, CLDN18.2 등 다양한 바이오마커가 함께 고려되면서, 위암 치료는 단일 요법이 아닌 분자 특성 기반 치료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

2025년 ASCO GI에서 발표된 CheckMate-649의 5년 추적 결과는 이러한 변화의 임상적 의미를 명확히 보여줬다. PD-L1 CPS≥5 환자군에서 옵디보 병용요법의 전체생존기간 중앙값은 14.4개월로 화학요법 단독 11.1개월 대비 사망 위험을 29% 감소시켰다. 5년 생존율은 16%로, 화학요법 단독군의 6%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CPS≥10 환자군에서는 그 격차가 더 컸다. 옵디보 병용군의 전체생존기간 중앙값은 15.0개월로 화학요법 단독 10.9개월 대비 사망 위험을 32% 감소시켰고, 5년 생존율은 17%로 화학요법 단독군의 7%를 크게 상회했다.

심 교수는 “면역항암제는 일정 비율의 환자가 장기간 생존하는 plateau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치료 목표 자체를 바꿨다”고 설명했다.

임상 현장에서 형성되는 새로운 위암 치료 전략
현재 위암 1차 치료는 HER2 음성 여부, PD-L1 CPS, MSI/MMR, EBV, CLDN18.2 등 여러 지표를 동시에 고려해 결정된다. 심 교수는 “한 환자에게 여러 바이오마커가 동시에 존재하는 경우도 많아 치료 설계가 과거보다 훨씬 정교해졌다”고 말했다.

옵디보는 XELOX 또는 FOLFOX와 병용할 수 있다. XELOX는 경구제 기반으로 3주 간격 투여가 가능해 이동이 불편한 환자에게 적합하고, FOLFOX는 주사제 기반으로 복약 관리가 어려운 고령 환자나 연하 장애 환자에게 유리하다. 심 교수는 “환자의 임상 상태뿐 아니라 생활 환경, 가족 지원 가능성까지 고려해 병용요법을 선택한다”고 설명했다.

급여 적용 이후 진료 현장의 구조도 변화했다. 과거에는 비용 부담 때문에 치료 강화를 망설이는 경우가 적지 않았지만, 현재는 진단 초기부터 표준 치료 전략을 일관되게 제시할 수 있게 됐다. 심 교수는 “이제는 단기 반응이 아니라 장기 생존 가능성을 환자에게 설명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고 말했다.

위암 치료는 이제 ‘어떤 항암제를 쓰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환자에게 어떤 바이오마커를 기반으로 어떤 조합을 쓰느냐’의 문제로 이동하고 있다. 면역항암제 도입 이후 위암 치료의 목표는 단순한 생존 연장이 아니라, 장기 생존과 질병 안정성 유지로 재정의되고 있다.

바이오마커 중심 위암 치료의 실제 구조
위암 치료에서 바이오마커의 역할은 단순한 분류 도구를 넘어 치료 경로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심선진 교수는 “현재 위암 환자를 진료할 때는 HER2, PD-L1 CPS, MSI/MMR, EBV, CLDN18.2를 동시에 고려하는 다층적 구조로 치료 전략을 세운다”고 설명했다.

HER2는 ToGA 연구 이후 위암 치료의 첫 번째 분자 표지자로 자리 잡았다. HER2 양성 위암 환자는 전체의 약 15~20%를 차지하며, 트라스투주맙 병용요법이 여전히 표준 치료로 사용된다. 반면 HER2 음성 환자에서는 면역항암제와 화학요법 병용이 치료의 중심이 된다.

PD-L1 CPS는 면역항암제 반응을 예측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다. CPS 5 이상 환자에서 옵디보 병용요법이 급여 적용을 받으며, CPS 수치가 높을수록 생존 이점이 더 크다. 심 교수는 “CPS는 연속 변수이기 때문에 단순한 컷오프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고 말했다.

MSI-H 또는 dMMR 위암은 전체의 5% 내외로 드물지만, 면역항암제 반응률이 매우 높다. 이 환자군에서는 화학요법보다 면역항암제가 핵심 치료로 작용할 수 있다. EBV 양성 위암 역시 면역항암제 반응이 좋은 특성을 보인다.

CLDN18.2는 최근 위암에서 주목받는 표적이며, 항체 치료제 개발이 진행 중이다. 심 교수는 “CLDN18.2는 기존 바이오마커와 중첩되기도 하고 독립적으로 나타나기도 해 치료 설계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다수의 바이오마커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위암 치료는 단일 요법이 아닌 다차원적 결정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이 만든 치료 시퀀스의 변화
옵디보 도입 이전 전이성 위암 치료는 1차 화학요법 → 2차 화학요법 → 3차 표적치료라는 비교적 단순한 구조였다. 그러나 면역항암제 도입 이후 치료 시퀀스는 훨씬 복잡해졌다.

심 교수는 “면역항암제는 가장 앞선 시점에 사용해야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는 면역 기능이 아직 유지된 상태에서 면역항암제를 투여해야 종양 미세환경이 면역 반응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1차 치료에서 옵디보를 사용하면 이후 치료에서도 전신 상태가 더 잘 유지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이러한 이유로 면역항암제는 ‘뒤에 쓰는 약’이 아니라 ‘처음부터 써야 하는 약’으로 위치가 바뀌었다. 이는 치료 철학의 전환에 해당한다.

2차·3차 치료에서는 기존 화학요법, 표적치료, 항혈관신생 억제제 등이 순차적으로 사용된다. 1차에서 질병을 오래 억제할수록 이후 치료 기회를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다.

급여와 검사 체계가 치료 접근성을 좌우한다
면역항암제 급여 적용은 위암 치료 접근성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과거에는 고가 약제라는 이유로 치료 선택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현재는 표준 치료를 진단 초기부터 적용할 수 있다.

PD-L1 CPS 검사 역시 치료 접근성의 핵심이다. 검사 결과에 따라 급여 적용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병리과·진단과와의 협력 구조가 중요해졌다. 심 교수는 “진단부터 치료까지 하나의 프로세스로 연결돼야 면역항암제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MSI, EBV, CLDN18.2 검사 역시 치료 전략을 바꾸는 요소로 작용한다. 이러한 검사 체계가 병원마다 얼마나 잘 구축돼 있는지가 환자 치료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위암 치료 목표의 재정의
면역항암제 도입 이후 위암 치료의 목표는 단순한 생존 연장에서 장기 생존과 질병 안정성으로 이동했다. 심 교수는 “과거에는 전이성 위암을 몇 개월 연장하는 질환으로 봤다면, 지금은 일부 환자에서 5년 이상 생존을 기대할 수 있는 질환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치료 전략뿐 아니라 환자 상담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환자에게 단기 반응이 아니라 장기적 치료 목표를 설명할 수 있는 환경이 형성됐다.

전이성 위암 환자에서 면역항암제 반응의 임상적 양상
임상 현장에서 면역항암제 반응은 단순히 영상학적 종양 축소로만 평가되지 않는다. 심선진 교수는 “위암에서 면역항암제 반응은 초기 반응이 크지 않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진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는 화학요법과 면역항암제의 작용 방식 차이에서 비롯된다.

화학요법은 빠른 세포 독성 효과를 통해 종양 크기를 줄이는 반면, 면역항암제는 환자의 면역계를 활성화해 종양을 억제한다. 이 과정은 시간이 걸리며, 초기 영상에서는 안정병변으로 보이더라도 장기적으로 질병이 억제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치료 지속 여부를 판단할 때 단기 영상 반응만으로 중단을 결정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심 교수는 “면역항암제 치료 중 일시적으로 종양이 커져 보이는 가성 진행(pseudoprogression)도 일부 환자에서 관찰된다”며 “임상 증상과 전반적 상태를 함께 평가해 치료 지속 여부를 판단한다”고 말했다.

면역 관련 이상반응과 실제 관리
면역항암제 사용이 확대되면서 면역 관련 이상반응(irAE)의 관리 역시 중요한 임상 과제가 됐다. 피부 발진, 갑상선 기능 이상, 대장염, 폐렴 등 다양한 장기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심 교수는 “면역 관련 이상반응은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히 관리하면 대부분 회복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치료 초기에는 환자와 보호자에게 이상반응의 종류와 증상을 상세히 설명하고, 작은 변화라도 바로 보고하도록 교육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관리 체계는 장기간 치료 지속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요소다.

고령 환자와 동반질환 환자에서의 치료 적용
전이성 위암 환자의 상당수는 고령이며, 심혈관 질환, 당뇨, 신질환 등 동반질환을 가지고 있다. 심 교수는 “면역항암제는 화학요법에 비해 전신 독성이 적은 편이어서 고령 환자에게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동반질환이 있는 환자에서는 면역 관련 이상반응이 중증으로 진행할 가능성을 고려해 보다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치료 순응도와 다학제 진료의 중요성
위암 치료는 종양내과뿐 아니라 외과, 병리과, 영상의학과, 핵의학과, 간호팀이 함께 참여하는 다학제 구조로 운영된다. 심 교수는 “면역항암제 시대에는 치료가 장기화되기 때문에, 다학제 협력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특히 바이오마커 검사, 영상 평가, 이상반응 관리는 팀 기반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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