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라이 릴리(Eli Lilly)가 개발 중인 비공유(non-covalent) BTK 억제제 제이피르카(Jaypirca)의 임상 데이터가 잇따라 도출되면서,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CLL) 치료 시장에서 기존 전략과 다른 상업화 방향성이 주목되고 있다. 경쟁사들은 일반적으로 환자 수가 큰 1차 치료 시장 진입을 우선시해 왔으나, 릴리는 제이피르카의 주요 가치가 2차 치료 환경에서 발휘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같은 전략적 관점은 제이피르카의 1차 치료 데이터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경쟁력 있는 결과에도 불구하고 치료 라인별 역할이 명확하다고 릴리 측이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릴리가 최근 공개한 문서에 따르면, 제이피르카는 두 건의 3상 임상시험에서 선발요법 대비 유의미한 성과를 확인했다. ‘Bruin CLL-313’ 연구에서 제이피르카는 벤다무스틴·리툭시맙 병용요법(BR) 대비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80%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치료 2년 시점에도 제이피르카 투여군의 93%가 질병 진행 없이 생존했으며, BR 투여군은 71% 수준이었다. 해당 임상은 약 28개월의 추적 관찰 기간을 거쳤으며, 사전 정의된 모든 환자 하위집단에서 일관된 효과가 관찰됐다.
또 다른 3상 시험인 ‘Bruin CLL-314’에서는 제이피르카가 애브비(AbbVie)와 존슨앤드존슨(J&J)의 BTK 억제제 임브루비카(Imbruvica) 대비 전체반응률(ORR)에서 87% 대 78.5%로 앞섰다. 전체 진행 무진행 생존율(PFS) 자료는 성숙 단계에 이르지 않았지만, 위험 감소율은 전체 환자군에서 43%, 1차 치료군에서 76%로 관찰돼 제이피르카의 유효성 가능성이 확인됐다. 부작용 측면에서도 심방세동·심방조동 등 심혈관계 이상반응 발생률이 임브루비카 13.5% 대비 제이피르카는 2.4%로 나타나 안전성 차별점도 부각됐다.
그럼에도 릴리 온콜로지 대표 제이콥 반 나아르덴(Jacob Van Naarden)은 제이피르카의 전략적 활용처를 2차 치료 라인에 두고 있다. 그는 CLL 환자 대부분이 고령 환자이며, BTK 억제제가 질병 진행을 장기간 억제하기 때문에 실제 임상에서는 2개의 치료 라인만 경험하고 생애 전환기에 접어드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1차 치료에서 모든 선택지를 소진하기보다, 재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옵션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제이피르카는 현재 승인된 BTK 억제제 가운데 유일하게 기존 공유결합(covalent) BTK 억제제를 사용한 이후에도 투여 가능한 약물이라는 점에서도 임상적 위치가 명확하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반면, 비공유 BTK 억제제 이후 공유 BTK 억제제 사용 가능성에 대한 근거는 아직 충분치 않으며, 이는 향후 데이터 확보가 필요한 영역으로 제시되고 있다.
다만 규제 측면에서는 남은 과제가 있다. 두 건의 3상 임상시험은 북미 환자 비율이 제한적이었으며, Bruin CLL-313 연구의 미국 내 환자 비율은 2.5%에 불과했다. Bruin CLL-314에서도 이 비율은 7.1%로 제한적이었다. 앞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다른 혈액암 치료제 승인 과정에서 미국 환자군 대표성 문제를 지적한 사례가 있는 만큼, 제이피르카 역시 장기 추적 데이터 확보 여부와 미국 환자군 기반 근거가 향후 심사 과정에서 변수가 될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이와 별개로 Bruin CLL-313 연구에서 전체 생존(OS) 지표는 아직 성숙하지 않은 상태지만, 현재까지는 BR 대비 사망 위험이 74% 감소한 경향이 관찰됐다. 다만 BR이 1차 치료제로는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낮은 비교군이라는 점도 함께 고려될 필요가 있다. 또한 Bruin CLL-314 연구의 PFS 자료 역시 추가 데이터가 필요해, 제이피르카의 1차 치료시장 참여 여부는 FDA 판단에 따라 구체화될 전망이다.
반 나아르덴 대표는 “데이터가 충분히 강력해 1차 치료 적용 가능성을 열어두게 됐지만, 제이피르카가 1차 시장의 지배적 옵션이 되리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임상의들이 치료 옵션을 보전하려는 경향, Venclexta 병용 전략에 대한 선호, 부작용 프로파일 고려 등 다양한 임상 선택 요소를 근거로 제이피르카의 주 사용처가 여전히 2차 치료에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릴리는 제이피르카 관련 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FDA 제출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며, 회사는 후속 분석과 지역별 환자군 검토가 이어지는 가운데 규제기관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허가 전략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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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라이 릴리(Eli Lilly)가 개발 중인 비공유(non-covalent) BTK 억제제 제이피르카(Jaypirca)의 임상 데이터가 잇따라 도출되면서,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CLL) 치료 시장에서 기존 전략과 다른 상업화 방향성이 주목되고 있다. 경쟁사들은 일반적으로 환자 수가 큰 1차 치료 시장 진입을 우선시해 왔으나, 릴리는 제이피르카의 주요 가치가 2차 치료 환경에서 발휘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같은 전략적 관점은 제이피르카의 1차 치료 데이터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경쟁력 있는 결과에도 불구하고 치료 라인별 역할이 명확하다고 릴리 측이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릴리가 최근 공개한 문서에 따르면, 제이피르카는 두 건의 3상 임상시험에서 선발요법 대비 유의미한 성과를 확인했다. ‘Bruin CLL-313’ 연구에서 제이피르카는 벤다무스틴·리툭시맙 병용요법(BR) 대비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80%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치료 2년 시점에도 제이피르카 투여군의 93%가 질병 진행 없이 생존했으며, BR 투여군은 71% 수준이었다. 해당 임상은 약 28개월의 추적 관찰 기간을 거쳤으며, 사전 정의된 모든 환자 하위집단에서 일관된 효과가 관찰됐다.
또 다른 3상 시험인 ‘Bruin CLL-314’에서는 제이피르카가 애브비(AbbVie)와 존슨앤드존슨(J&J)의 BTK 억제제 임브루비카(Imbruvica) 대비 전체반응률(ORR)에서 87% 대 78.5%로 앞섰다. 전체 진행 무진행 생존율(PFS) 자료는 성숙 단계에 이르지 않았지만, 위험 감소율은 전체 환자군에서 43%, 1차 치료군에서 76%로 관찰돼 제이피르카의 유효성 가능성이 확인됐다. 부작용 측면에서도 심방세동·심방조동 등 심혈관계 이상반응 발생률이 임브루비카 13.5% 대비 제이피르카는 2.4%로 나타나 안전성 차별점도 부각됐다.
그럼에도 릴리 온콜로지 대표 제이콥 반 나아르덴(Jacob Van Naarden)은 제이피르카의 전략적 활용처를 2차 치료 라인에 두고 있다. 그는 CLL 환자 대부분이 고령 환자이며, BTK 억제제가 질병 진행을 장기간 억제하기 때문에 실제 임상에서는 2개의 치료 라인만 경험하고 생애 전환기에 접어드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1차 치료에서 모든 선택지를 소진하기보다, 재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옵션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제이피르카는 현재 승인된 BTK 억제제 가운데 유일하게 기존 공유결합(covalent) BTK 억제제를 사용한 이후에도 투여 가능한 약물이라는 점에서도 임상적 위치가 명확하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반면, 비공유 BTK 억제제 이후 공유 BTK 억제제 사용 가능성에 대한 근거는 아직 충분치 않으며, 이는 향후 데이터 확보가 필요한 영역으로 제시되고 있다.
다만 규제 측면에서는 남은 과제가 있다. 두 건의 3상 임상시험은 북미 환자 비율이 제한적이었으며, Bruin CLL-313 연구의 미국 내 환자 비율은 2.5%에 불과했다. Bruin CLL-314에서도 이 비율은 7.1%로 제한적이었다. 앞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다른 혈액암 치료제 승인 과정에서 미국 환자군 대표성 문제를 지적한 사례가 있는 만큼, 제이피르카 역시 장기 추적 데이터 확보 여부와 미국 환자군 기반 근거가 향후 심사 과정에서 변수가 될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이와 별개로 Bruin CLL-313 연구에서 전체 생존(OS) 지표는 아직 성숙하지 않은 상태지만, 현재까지는 BR 대비 사망 위험이 74% 감소한 경향이 관찰됐다. 다만 BR이 1차 치료제로는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낮은 비교군이라는 점도 함께 고려될 필요가 있다. 또한 Bruin CLL-314 연구의 PFS 자료 역시 추가 데이터가 필요해, 제이피르카의 1차 치료시장 참여 여부는 FDA 판단에 따라 구체화될 전망이다.
반 나아르덴 대표는 “데이터가 충분히 강력해 1차 치료 적용 가능성을 열어두게 됐지만, 제이피르카가 1차 시장의 지배적 옵션이 되리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임상의들이 치료 옵션을 보전하려는 경향, Venclexta 병용 전략에 대한 선호, 부작용 프로파일 고려 등 다양한 임상 선택 요소를 근거로 제이피르카의 주 사용처가 여전히 2차 치료에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릴리는 제이피르카 관련 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FDA 제출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며, 회사는 후속 분석과 지역별 환자군 검토가 이어지는 가운데 규제기관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허가 전략을 구체화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