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알츠하이머·CAR-T까지…중국 신약 보험체계 대전환
중국, 혁신신약 상업보험 카탈로그 첫 공개…19개 치료제 우선 등재
상업건강보험 혁신약제 1차 리스트 확정…2026년 시행
NRDL로 안 되는 영역, 민간보험이 메운다…중국형 신약 접근 모델 등장
입력 2025.12.10 06:00 수정 2025.12.1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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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민간 상업보험을 통한 혁신 의약품 접근성 확대 전략을 본격 가동하면서, 글로벌 제약사의 중국 시장 전략에 새로운 변곡점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 국가의료보장국(NHSA)은 지난 7일 ‘상업건강보험 혁신약물 카탈로그(Commercial Health Insurance Innovative Drug Catalogue)’ 1차 버전을 발표하고 총 19개 혁신 치료제를 등재했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 정부가 국가의료보험(NRDL) 체계 외에 민영보험을 활용한 제2 트랙 약가·접근성 제도를 공식적으로 제도화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이번 카탈로그는 초기 121개 후보군을 대상으로 실시된 예비 검토를 거쳐, 가격·임상적 가치·혁신성·환자 혜택 등을 기준으로 24개 약물이 최종 협상 대상에 올랐고, 이 가운데 19개 품목이 확정됐다. 선정된 품목들은 2026년 1월 1일부터 상업건강보험 상품에 반영될 수 있으며, 각 보험사는 카탈로그를 참고해 자사 보험상품에 해당 의약품을 포함할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카탈로그는 국가의료보험목록(NRDL)과 달리 보험 적용을 강제하지 않지만, 정부가 민간보험의 보장 항목을 표준화하려는 첫 단계라는 점에서 정책적 의미가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카탈로그의 구성도 눈여겨볼 만하다. 선정된 19개 품목 상당수가 고가 항암제, 세포치료제, 항체신약, 신경퇴행성질환 치료제 등 기존 NRDL 체계에서 접근 장벽이 높았던 분야에 집중됐다. 대표적으로 다발골수종 치료제, HER2 표적 이중항체, 알츠하이머 신약 등 글로벌 제약사들의 핵심 파이프라인이 포함되었으며, 이는 중국 정부가 혁신 치료제 접근성을 급격히 높이려는 정책 의지를 반영한다.

특히, 카탈로그에 포함된 화이자의 다발골수종 치료제 엠플리시티(Empliciti)는 중국 시장에서 고가약 접근성 문제로 환자 진입 장벽이 컸던 품목 중 하나다. 이번 카탈로그 등재로 민영보험의 비용 보조가 가능해지면 실제 임상 현장에서 처방 확대가 예상된다. 여기에 더해 BMS의 여보이(Yervoy), J&J의 다잘렉스(Darzalex) 등 면역치료제가 함께 포함되면서 항암 분야의 접근성 변화도 가속화되고 있다.

이번 카탈로그는 단일 질환군에 국한하지 않고, 자가면역질환, 중증질환, 신경퇴행성질환 등으로 폭넓게 확장되어 있다. 이는 중국이 단순 치료제 공급을 넘어 국가 차원의 의료비 부담 구조를 개편하려는 정책 지향점과 맞닿아 있다. 중국 정부는 고령화·만성질환 증가로 인한 의료비 부담 심화를 인식하고 있으며, 국가재정을 직접 투입하지 않으면서도 환자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민·관 혼합 보험 모델을 의료 개혁의 핵심 수단으로 삼고 있다.

카탈로그에 포함된 약제 중 상당수는 CAR-T 기반 세포치료제로, 중국 내에서도 제한된 환자만 접근 가능했던 영역이다. 중국 정부는 지방정부가 운영하는 ‘보증형 민간의료보험’ 모델을 통해 고가 치료제 접근성을 개선하는 실험을 해왔으며, 이번 카탈로그는 그 실험을 중앙정부 차원에서 정식 제도로 연결하는 과정으로 평가된다.

특히 상하이에 본사를 둔 CARsgen Therapeutics가 개발한 제버-셀은 중국이 독자 기술 기반 세포치료제 생태계를 구축하는 상징적인 품목으로 꼽히며, 카탈로그 포함은 중국 내 첨단 바이오치료제 산업 육성 전략의 한 축으로 의미를 가진다.

이러한 변화는 중국의 보험 구조가 단일 공적보험 중심에서 다층 보험체계(공보험 + 민영보험 + 지역보험)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향후 카탈로그 업데이트가 정례화될 경우, 혁신 신약의 중국 내 도입 속도는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되며, 글로벌 제약사들은 중국 내 보험등재 전략을 기존의 NRDL 조정 중심에서 민간보험 병행구조로 재편할 필요가 생길 수 있다.

이번 정책은 또한 제약사의 가격 전략 변화 이슈도 내포하고 있다. NRDL은 강제적 가격 협상 구조를 통해 의약품 가격을 대폭 낮추는 경향이 있었지만, 상업보험 카탈로그는 가격을 직접 규제하지 않는다. 이는 제약사가 약가를 유지하면서 보험을 통한 실질 환자 부담을 줄이는 방식의 ‘우회 시장 활성화’가 가능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고가 혁신치료제의 수익성 모델이 향후 바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번 카탈로그를 시작으로 민간보험 시장을 활용한 의료비 분산 모델을 정교하게 다듬을 계획으로 알려졌다. 만약 후속 버전에서 희귀질환 치료제, 초기단계 바이오 플랫폼, 첨단 세포유전자치료제 등이 지속적으로 추가된다면 중국 시장은 글로벌 제약사의 핵심 신약 출시 전략에서 필수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커진다.

결국 이번 조치는 단순한 약제 리스트 발표가 아니라 중국 의료보험 구조 전반의 체질 개선을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혁신 치료제에 대한 접근성 제고는 향후 중국 내 바이오생태계 발전 속도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며, NRDL 대비 민간보험 카탈로그가 더 빠르고 탄력적인 시장 진입通路 역할을 할 경우 글로벌 제약사의 아시아 전략에도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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