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강자 없는 알츠하이머병 신약㊤, 승기 잡은 기업도 아직
항체 기반 혁신신약 연이어 등장…부족한 유효성·안전성 발목
전 세계 154개 주요 알츠하이머병 임상 프로그램 진행 중
규제기관별 상이한 가치 평가로 보험 등재 불투명, 연구개발 감소로 이어져
입력 2024.08.27 06:00 수정 2024.08.28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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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연간 1723조1500억원 규모의 의료비 부담을 초래하는 것으로 알려진 알츠하이머병 치료에 아직 획기적인 치료제가 등장하지 않고 있다.©DALL-E

아두카누맙(제품명 아두헬름)에 이어 레카네맙(레켐비)과 도나네맙(키순라)까지 차세대 알츠하이머병 치료제가 연이어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신약의 임상적 유용성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엇갈리고 있으며,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시장에서 확실하게 주도권을 확보한 기업도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글로벌 임상 CRO 및 의약품 시장조사기관인 아이큐비아(IQVIA)는 최근 '알츠하이머병-지평선 위로 떠오르는 신흥 시장(Alzheimer’s Disease-A Burgeoning Market on the Horizon)'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아이큐비아 샘 램(Sam Lam) 수석 분석가는 보고서를 통해 "2024년 7월 기준으로 전 세계적으로 154개의 주요 알츠하이머병 임상시험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라면서 "레카네맙과 도나네맙이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인지 기능 저하를 늦출 수 있는 최초의 치료제로서 중요한 임상적 이정표를 달성한 만큼, 향후 획기적인 신약이 탄생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임상시험의 실패율이 99%에 달해 관련 파이프라인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으며, 최근 10년 동안 200개 이상의 주요 임상 프로그램이 개발 중단되거나 후기 임상시험에서 실패했다고  샘 램 수석 분석가는 지적했다. 즉, 알츠하이머병 극복을 위한 규제 당국의 적극적인 노력도 함께 병행돼야 하는 시점이라는 것이다.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나, 보험 등재가 보장되지 않으면서 중추신경계(CNS) 질환 신약개발에 대한 투자가 줄어드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보험 적용이 되지 않을 경우, 기업에선 천문학적인 연구개발 비용을 회수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샘 램 수석 분석가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에 드는 총비용은 약 56억 달러(약 7조4244억원)로, 일반적인 신약개발 비용 약 28억 달러(약 3조7122억원)나 암 치료제 개발 비용 약 7억9360만 달러(약 1조521억원)보다 훨씬 높은 수치"라고 설명했다.

국가 간, 규제 기관별 상이한 의약품 평가도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바이오젠과 에자이가 공동 개발한 레카네맙은 최근 영국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으로부터 허가를 획득했다. 반면 보험 급여 적용에는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이에 앞서 유럽의약품청(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에서는 레카네맙이 유효성 대비 위험성이 크다며 허가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이에 따라 레카네맙이 아두카누맙과 같은 길을 걸으며 시장에서 사라질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아두카누맙은 바이오젠이 2021년 6월 FDA로부터 가속 승인을 받은 알츠하이머병 신약으로 임상적 혜택이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보험 적용이 불발됐고, 결국 2024년 1월 시장 철수가 결정됐다.

그러나 레카네맙은 2023년 1월 FDA로부터 가속 승인을 받고, 같은 해 7월 정식 승인 및  미국 공보험인 '메디케어(Medicare)'에도 등재됐다. 여기에 일본에서도 같은 해 12월 빠르게 보험 적용이 이뤄졌다. 국가별로 의약품 가치 판단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2024년 7월 FDA 정식 승인을 받은 일라이 릴리의 도나네맙은 최근 임상 대상자가 아닌 일반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에게 사용이 시작됐다. 이에 따라 보험 적용에 대한 논의가 가속화되고 있다. 도나네맙도 임상적 유용성에 대한 여러 의견이 나오면서 국가별로 보험 적용이 다르게 결정될 전망이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알츠하이머병과 기타 치매 질환이 전 세계적으로 5500만명 이상에게 영향을 미치며, 관련 의료비로 연간 약 1조3000억 달러(약 1723조1500억원)의 경제적 부담을 초래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 알츠하이머병을 치료하거나 진행을 막는 치료제는 없으며, 증상을 일시적으로 완화시키는 약물만 사용되고 있다

샘 램 수석 분석가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의 주요 목표는 여전히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 축적의 감소에 중점을 두고 있으나, 최근엔 뇌의 선천적 면역 시스템 역할 규명, 타우 단백질 응집 억제 및 염증 감소 등, 새로운 접근법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라며 “알츠하이머병은 다중 표적 질환임에 따라 여러 표적을 동시에 공략하는 복합 치료제가 개발될 경우 더 효과적인 치료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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