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심 커지는 고가약 급여관리, 엔허투‧타그리소‧헴리브라 급여 호소 어쩌나
엔허투, 신속승인 요청 국민동의청원 5만명 동의 후 복지위 회부
타그리소, 1차 급여적용 요구…헴리브라, 이달 약평위 논의 전망
입력 2023.02.09 06:00
수정 2023.02.09 06:01
고가약 급여적용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면서 정부 고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킴리아와 졸겐스마의 급여 진입이 연달아 성공하자 고가약 복용을 원하는 환자들의 요구도 점점 거세지는 모습. 엔허투에 이은 타그리소 국민동의청원과 헴리브라 급여화 요구 농성까지 이어지면서 올해 새로운 고가약 급여화가 이뤄질 지 관심이 모아진다.
최근 국민동의청원 사이트에는 2건의 고가약 급여 촉구를 요청하는 청원글이 올라와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중 유방암 치료제 엔허투의 신속승인을 요청하는 청원은 5만명의 동의를 얻어 소관위원회인 보건복지위원회에 회부됐고, 이달 6일 올라온 타그리소의 1차 치료 급여를 호소하는 청원글은 다음달 8일까지 동의를 얻을 예정이다.
우선 엔허투 신속승인을 요청한 청원인은 자신의 모친이 2020년 3월 유방암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이라고 밝히면서 “기존 항암제 대비 질병 진행 및 사망 위험을 72%까지 낮추는 것으로 나타난 항암제 ‘엔허투’의 승인이 늦어지고 있어 약 복용을 원하는 환자들이 고통받고 있다”며 “지난해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신속허가대상으로 지정됐지만, 1년 이상 지난 지금까지도 식약처 허가가 나지 않고 있다”고 청원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그는 “엔허투는 전세계 다수 국가에서 유방암 치료제로 승인돼 사용되고 있으며, 적응증 확대까지 이뤄지고 있다. 지금 국내 승인이 더 늦어지면, 승인이 되더라도 물량 확보가 어려워질 것이란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며 “전문가들도 유방암 환자에게 꼭 필요한 약이라고 말하는 만큼 버틸 시간이 많지 않은 암환자들을 위해 신속히 승인을 서둘러 달라”고 호소했다.
해당 청원은 지난해 8월 16일부터 30일까지 보름간 5만명의 동의를 받았고, 소관위원회인 복지위에 회부됐다. 위원회 심사 후에는 본회의에서 심의‧의결하게 된다.
엔허투에 대한 청원이 복지위에 회부되자, 이번엔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타그리소’에 대한 청원 내용이 등장했다.

현재 폐암 투병 중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지난 6일 타그리소의 1차 치료 급여적용을 요청하는 청원글을 올렸다. 그는 “6년 전 폐암 2기a로 진단받고 수술을 받았으나, 그로부터 4년 6개월 후 재발돼 절망에 빠졌다. 하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타그리소를 복용하기 시작하자 복용 3개월 만에 모든 종양이 없어졌다는 기적 같은 소식을 들었다”며 “암 덩어리가 사라져서 기쁘지만, 이제 저에겐 약값이라는 높은 현실의 벽이 남았다. 이미 1년 넘게 타그리소를 먹느라 7000만원을 넘게 썼다. 앞으로 어떻게 약값을 마련해야 할지가 진짜 문제다. 약을 끊을 수도 없고 가족들에게 너무 큰 고통을 주는 것 같아 괴롭다”고 호소했다.
이어 그는 “폐암 환우회 사이트에는 타그리소 약값 부담을 호소하는 환자들도 많고, 방글라데시 제네릭을 구하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애타게 애원하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모두 타그리소 1차 치료 급여를 간절히 바라는 사람들”이라며 “돈이 없어 치료를 포기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폐암 환자들이 치료를 포기하지 않도록 타그리소 1차 치료 급여 승인을 바라고 바란다”고 강조했다.
타그리소는 한국아스트라제네카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로 2016년 국내 출시 후 1년 만에 2차 치료제로 급여 등재를 받았다. 2018년 1차 치료제로 적응증이 확대됐으나 이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급여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첫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암질환심의위원회가 지난 1일 열렸지만 안건에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허가 후 5년간 4번의 도전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고배를 마신 셈이다.
이에 따라 타그리소 복용을 애타게 원하는 환자들이 국회를 향해 급여화를 요구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해당 청원은 청원서 공개 후 30일 이내인 다음달 8일까지 5만명의 동의를 받으면 위원회에 회부된다.

고가약 급여적용 목소리는 여기서 끝나지 않고 있다. 지난 7일에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서울지원에서 혈우병 치료제 ‘헴리브라’에 대한 급여 적용을 촉구하는 농성이 펼쳐졌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지난 7일 심평원 서울지원을 점거하고 “심평원 원장과 헴리브라 제약사(JW중외제약) 대표와의 삼자대면을 원한다”며 ‘헴리브라’의 건강보험급여 적용을 촉구하는 농성에 돌입했다.
전장연은 출근길 지하철 시위와 유사한 방식으로 건물 내 11개 엘리베이터 출입문에 휠체어를 한 대씩 정차하고 농성을 벌였고, 이에 심평원 측이 엘리베이터 작동을 멈추자 “엘리베이터 작동 중지는 명백한 장애인 차별”이라며 맞서기도 했다. 오전 9시에 시작된 농성은 오후 4시쯤 심평원이 “전장연의 의견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후에야 마무리됐다.
헴리브라는 1인당 약값이 연간 4억원에 이를 정도로 비싼 초고가 약제로, 전체 환자의 약 10%만이 건강보험 급여 혜택을 받는 것으로 전해진다. 혈우병 항체가 없는 환자는 급여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 JW중외제약은 지난 2020년 심평원에 항체보유 환자뿐만 아니라 비항체 환자도 건강보험 적용이 가능하게 해달라며 급여를 신청했지만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헴리브라에 대한 급여 확대 촉구는 지난해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심평원 국정감사에서도 있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은 “헴리브라는 피하주사제로 정맥투여해야 하는 타 치료제 대비 혈우병 환자와 환자 가족들의 삶의 질을 급격히 상승시킨다”며 “혈우병 항체 보유자에게만 헴리브라 급여를 적용하고 있는 현재 기준을 항체 미보유자까지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선민 심평원장은 “비항체 환자의 급여 확대와 관련 임상적 유용성과 비용 효과성을 근거로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국감 이후 국회 보건복지위 서면 답변서를 통해 이달 헴리브라의 급여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심평원은 오는 9일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이 약의 건강보험 적용 범위를 확대할 지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