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럭스토어형 체인 '압구정'에 눈독
기존 약국 같은 건물에 입점 예정…지역 약국가 반발
입력 2013.09.06 06:26 수정 2013.09.06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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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4일, 성형외과의 메카로 꼽히는 서울 압구정동 대로변.

지하철역 출구 바로 앞 건물 1층에 위치한 A약국 주변은 비교적 한산하다. 여느 때라면 사람들로 복잡할 시간이다. 하지만 A약국과 같은 건물 1층에 있는 커피전문점과 또다른 점포 하나가 자리를 비우면서 주변은 예전만 못한 모습이다. 빈 점포 외부에서는 출입을 막고 진행중인 공사도 한창이다.

이 건물 커피전문점은 아직 임대 계약 기간이 남았지만 자리를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다른 점포도 계약기간 만료후 계약연장이 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비슷한 시기에 1층 점포 2개가 동시에 자리를 비운 것이다.

관계자들은 이 건물 2개 점포를 합친 공간에 한 유통 대기업에서 운영중인 헬스·뷰티 스토어 L 브랜드가 입점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규모는 대략 150㎡ 가량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서울 압구정의 한 커피전문점. 매장은 철수됐고, 대기업 계열의 드럭스토어형 매장이 입점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서울 홍익대 인근에 첫번째 매장을 오픈한 L 매장이 대형 상권에 속속 진입하고 있다. 유통 대기업이 진행중인 L 매장은 적지 않은 규모의 점포를 연이어 선보이는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약국과 약사사회의 판단이다.

L 매장을 비롯한 헬스·뷰티 스토어를 표방하는 이른바 '드럭스토어형 체인'의 출점이 늘어나면서 약국과 약사사회의 불만은 폭발 직전이다. 밀어붙이기식 확장에 약국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약국과 약사를 회원으로 하고 있는 대한약사회에는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조금이라도 여지가 보이면 밀어 붙이는 출점 경쟁이 약국에 영향을 주고 있다. 벽 하나를 경계로 '드럭스토어형' 매장과 약국이 경쟁하다 보면 의약품은 아니지만 약국에서 취급해 온 적지 않은 제품의 매출 하락을 가져온다.

특히 이들 '드럭스토어형' 매장이 대기업의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은 약국가를 더욱 긴장하게 만든다.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의 보증금과 수천만원대 임대료를 감수하면서 출점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골목상권을 위협하거나, 자본력에 의한 지각변동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공분을 사고 있다. 약국을 넘어 일반 상권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는 '드럭스토어형 매장'이 상권을 교란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돈의 힘'을 막을 방법이 필요한 이유다.

서울 압구정동 A약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L 매장이 입점 예정인 것으로 알려진 A약국과 같은 건물 1층 공간은 보증금 수억원에 월 임대료만도 3,000만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증금과 임대료만 보면 대형병원 주변 목좋은 약국과 맞먹는 규모다. 웬만한 약사나 약국에서는 접근하기 힘든 조건이다.

드럭스토어형 매장의 압구정 진출 소식이 곱지 않게 들리는 것은 약국과 같은 건물에, 그것도 바로 옆에서 경쟁하는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입지를 선정해 출점하는 것이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기업이 추진하는 이른바 '드럭스토어형' 매장이 일반 약국과 바로 옆에서 경쟁하려 한다는 대목에서 반발을 사고 있다.

같은 지역 ㄱ약사는 "압구정에서는 A약국 건물 말고도 길건너편 B약국 주변에도 같은 체인으로 추정되는 드럭스토어형 매장 진출 소문이 있다"면서 "동시다발적으로 주요 상권을 공략하는 모양새"라고 전했다.

이 약사는 "드럭스토어형 매장은 진입 장벽이 상당히 높다"면서 "대기업 등 자금력을 갖춘 유통재벌이 아닌 이상 진출하기 쉽지 않은 업종"이라고 강조했다. 일반 약국이나 개인이 접근하기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구매력이 떨어져 가격경쟁력에서도 밀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자 이 지역 강남구약사회는 서둘러 대책반을 꾸리기로 했다. 강남구약사회는 4일 상임이사회를 통해 드럭스토어형 매장에 대응하기 위해 대책반을 만들기로 했다. 또, 상급 대한약사회에는 서둘러 이같은 드럭스토어형 체인 매장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줄 것을 요청하기로 했다.

지역 약사회 관계자는 "대한약사회에서도 나름 중소기업 적합 업종 지정 등 대안 마련을 위해 고민한 것으로 안다"면서 "하지만 최근 대기업들의 동향을 보면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상당수 약국이 퇴출되거나 경영압박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더 많은 약국이 자리를 뜨거나 문을 닫기 전에 현실적인 대응책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 식품 대기업에서 올해 5월 처음 오픈한 L 헬스·뷰티 스토어는 최근까지 4호점을 오픈했다. 서울 홍익대 주변에 2개 점포를 오픈한 것을 시작으로 잠실에 매장이 문을 열었으며, 지난 8월에는 혜화동 성균관대입구에 각각 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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