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의료
병원 내 약국개설 현실화되나…'명백한 의약분업 위반'
경남에 위치한 경상대병원 편의시설에 약국 개설이 가능하다는 행정심판위원회의 결정에 약사사회가 들끓고 있다.
병원 부지 내 약국 개설을 허용하는 것은 결국, 주변 약국의 생존 문제를 떠나 의약분업의 큰 틀의 부정하는 행위이며, 병원 내 약국 설치의 전초전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8월 30일 민간전문가, 대학교수, 변호사 등 9명으로 구성된 경상남도 행정심판위원회는 약국개설 등록취소 처분취소 청구가 인용되면서 경상대병원 편의시설에 약국 개설이 가능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경상대병원 소유 남천프라자 임대권을 낙찰 받은 A약사의 약국개설 등록취소 처분취소 청구가 인용됨에 따라 병원 소유 건물 내 약국개설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창원시약사회와 인근 문전약국들은 법원에 8월 31일 약국개설등록 수리절차 금지 가처분신청 을 접수하고 총력 저지에 나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병원 내 부지 및 시설에 약국을 개설하려는 움직임은 전국에서 끊임없이 시도되고 있는 문제이다.
창원경상대병원의 약국 개설 문제가 처음 불거진 것은 지난 2016년 2월로 당시에는 '약국 입점 시 원칙이 중요하다'는 이유로 약국 입찰이 유보된바 있다. 예외적인 상황이나 애매한 기준은 병원 부지내 약국 개설을 현실화 시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병원측은 몸이 불편한 환자의 이동거리 단축과 편리성을 내세워 약국 개설에 대한 명분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미 병원 앞 문전약국이 환자들이 오가는 길목마다 위치해 있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핑계에 불과하다는 것이 약사회의 입장이다.
병원 내부나 가까운 곳(병원내 부지)에 약국이 있다면, 환자들은 자연스럽게 그 약국을 이용하게 될 것이고, 처방전을 담보로 한 약국 개설의 이익은 병원 측이 챙기게 될 것이 분명하다는 것.
이는 병원과 편의시설에 설치할 약국의 거리가 멀다해도 예외를 두어서는 안되는 사안이다.
의약분업 이후 현재 약사법에 따르면, '약국을 개설하려는 장소가 의료기관의 시설 안 또는 구내인 경우와 의료기관의 시설 또는 부지의 일부를 분할·변경 또는 개수하는 경우에 약국을 개설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즉, 병원 부지내 편의시설에 약국을 개설하는 것은 약사법 위반이며, 환자들의 처방전 점검 확인과 의약품 선정 유통 관련 투명화라는 의약분업의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올 초 충남 천안시에 위치한 단국대학교병원도 이 같은 논란에 휩싸인바 있다. 단국대 병원 복지관 건물을 시가보다 월등히 높은 가격에 병원 부지내 건물을 입수해 약국을 개설하려던 도매상의 시도에 충남약사회와 천안시약사회 등은 1인 시위를 벌이며 반대해 계획을 철회 시켰다.
또, 울산 현대호텔의 상가 임대를 통해 울산대병원의 원내약국 임대개설시도가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기도 했다. 울산대병원과 현대호텔 경영개선을 목적으로 일부 상가를 구내약국으로 임대하려는 움직임을 포착해 울산시약사회가 이를 강력히 저지한 바 있다.
이에 창원시약사회는 “원칙과 기본이 지켜지지 않은 듯해 안타깝다는 입장을 밝히고, 약국개설등록 수리절차 금지 가처분신청 등 사법적인 대응과 더불어 모든 합법적 수단을 동원해 개설을 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남 지역의 한 약사는 “지역 내 대형병원들은 넓은 부지와 건물을 많이 소유하고 있는데, 이런 사례가 늘어나게 된다면 약국 생태계를 파괴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대한약사회와 경남, 창원 등 약사회 모두가 이를 저지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재경
2017.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