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고위공직 인사태풍
부처간 교차인사·직위공모 단행
특정인사 영향력 의혹·전문성 결여 지적
복지부, 타부처 출신 국장내정 `기대반 우려반'
△사상초유의 개혁적 공직인사
보건정책국과 연금보험국의 국장이 타 부처 출신 국장으로 내정되는 등 사상최대의 인사태풍을 맞은 복지부 공무원들은 이번 중앙부처간 교차인사에 대해 기대반 우려반의 시각을 보이고 있다.
이번 인사정책에 대해 정부당국이 공직의 경쟁력을 높이고 범정부적 차원의 효율적인 정책추진을 위해 단행됐다고 밝히고 있는 만큼 과연 어느 정도의 정책적 성공이 이뤄질지 주목되고 있다.
중앙인사위원회는 이번 인사교류를 통해 부처이기주의와 특정이익집단 등의 영향에서 벗어나 국정과제를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며 우수인력을 전정부적 차원에서 효율적으로 활용, 능력개발의 기회를 부여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사상초유의 개혁 인사태풍으로 비쳐지고 있는 이번 조치에 대해 일선 공무원들의 반응은 비교적 냉담하다.
더 나아가 이번 인사조치로 타 부처 출신에 자리를 내준 농림부, 복지부 등 일부 부처는 `힘있는 부처에 점령당했다'는 자조적 표현을 서슴치 않을 정도로 서운해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이는 공직내 직위 공모를 통해 선발된 10명의 국장중 7명이 특정부처 출신이라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이번 인사정책의 배후에 특정인사의 영향력이 행사되지 않았나 하는 의혹의 눈길이 더해지고 있다.
△부처간 인사교류 어떻게 진행됐나
정부는 정부인사혁신 계획에 따라 중앙부처 국장급 인사교류 22개 직위와 직위공모 10개 직위 등 32명의 명단을 최종 확정 지난 20일 발표했다.
중앙인사위원회(위원장·조창현)에 따르면 22개 국장급 인사교류 대상직위 중 건설교통부 황해성 기술안전국장이 기술고시 출신으로 사회간접자본(SOC) 관련사업의 전문가라는 이유로 예산처 예산관리국장에 선정됐다.
이번 교류에서 IT산업을 총괄하는 현직 유영환 정보통신부 정보통신정책국장과 전자상거래를 총괄하는 최준영 산업자원부 산업정책국장은 자리를 맞바꿨다.
국가예산·재정전문가인 예산처 배국환 국장과 지방교부세 등 지방재정 전문가인 행자부 한봉기 국장을 맞교환 해 국가와 지방간의 재정수요와 자원배분을 상호 연계시키도록 했다.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에는 금감위 김석동 감독정책1국장, 재경부 경제협력국장에는 외교부 안호영 다자통상국장, 재경부 국제심판원심판관에는 국세청 이병대 전산정보관리관이 각각 선정됐다.
또한 산자부 자원정책심의관에는 환경부 윤성규 환경정책국장, 해수부 해운물류국장에는 건교부 정상호 국장, 교육부 평생직업국장에는 노동부 정종수 국장, 노동부 노동보험심의관에는 복지부 이상석 연금보험국장이 선발됐다.
이들을 출신별로 구분해 보면 행정고시 17회에서 24회까지 27명, 기술고시 12회에서 16회까지 3명, 외무고시 1명, 특채 1명 등 각 부처의 우수 인력으로 구성돼 있다.
한편 10개 국장급 직위공모에도 평균 4.5대 1의 경쟁 끝에 전원 타 부처 출신 공무원이 선발됐다.
농촌 구조개선사업 등 농촌개발에 소요되는 막대한 재원배분을 담당하는 농림부 농촌개발국장에는 기획예산분야의 전문성과 쇄신성을 인정받은 예산처 서병훈 국장이 선정됐다.
문광부 체육국장에는 남북체육교류 등 각종 사회문화 교류사업을 추진해온 체육분야의 국제협력 전문가인 통일부 조용남 국장이 뽑혔다.
△`명분은 좋지만 현실과는 괴리'
복지부 공무원들은 무엇보다 우선 이번 인사를 통해 보건정책국장으로 내정된 재경부 출신 정병태 국장과 연금보험국장으로 내정된 노동부출신 송영중 국장의 자세한 경력과 프로필에 대해 궁금해 하고 있다.
중앙인사위는 공직내 직위공모를 통해 선발한 정병태 보건정책국장의 발탁배경에 대해 제3자적 입장에서 공평하고 효율적인 보건정책 수립을 추진하기 위해 경제분야의 전문가인 재경부 국민생활국장 출신의 정 국장을 선발했다고 밝혔다.
또 부처간 국장급 교차인사 차원에서 단행된 송영중 연금보험국장의 선정기준은 해당분야의 전문성, 업무능력, 행정경험 등이 감안됐다고 중앙인사위는 밝히고 있다.
정부는 이번 부처간 인사교류와 직위공모를 통해 선발된 공무원들이 빠른 시일내에 일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필요한 인사조치를 빠른 시일내에 완료할 예정이라고 한다.
아울러 이들이 장차관들의 관심과 지원하에 해당부처에서 조기에 안착해 근무할 수 있도록 정부차원의 적극적인 사후관리를 해 나가고, 인센티브 제고 차원에서 월 70∼80만원의 특별수당도 지급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번 인사교류 및 직위공모 대상자 전원을 지난26일 청와대로 초청해 만찬을 같이 하며 이들이 참여정부의 혁신을 주도하는 주역이 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은 여러 부처의 업무에 정통하지 않으면 결코 고위공무원이 될 수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긍정적 주문과는 별도로 이번 인사조치의 부작용에 대해서도 공무원조직은 말을 아끼지 않는다.
정책과 제도에 대한 전문적 식견과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과연 적절한 조직장악이 이뤄질지 의문이며 업무파악에만도 주어진 임기가 다 소요될 경우 당초 의도했던 결과를 얻을 수 있겠느냐 하는 지적이다.
결국 이번 인사조치는 절반의 성공과 절반의 실패를 담보한 모험적 시도라는 것이 일반적 평가다. 따라서 공직사회의 안정과 활력을 동시에 얻기 위한 사후관리에 더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이종운
2004.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