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프리즘>표류하는 소포장제도 국민 안전은 "뒷전"
의약품을 소량 포장 생산하는 소포장 제도가 여전히 제약계와 개국가의 견해차로 시행 3년이 넘어가는 상황에서도 표류하고 있는 가운데 심판자 역할을 해야 할 식약청도 좀처럼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국민의 안전성을 위해 소포장제도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시장원리에 따라 계속해 변형되는 것을 보면 제도에 있어 국민은 제약업계, 약사회 다음으로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존재처럼 보인다.
갈수록 입장차가 커지고 대립의 각이 날카로워 지는 ‘소포장 제도’ 지금으로 봐서는 해답이 없어 보이지만 국민의 한 가운데 놓고 판단한다면 의외로 쉽게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여전히 골치 덩어리 ‘소포장 제도’
‘확대해라’ ‘축소해야 한다’ 소포장제도에 대한 약사회와 제약협회의 대립은 마치 여야, 남북의 거리처럼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제도 시행 시기가 늘어날수록 거리는 더욱 멀어지고 있다.
우선 제약업계는 하나 같이 소포장 제도는 시장의 논리에 의해 움직여야지 제도를 위한 제도로 운용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판매가 안 되는 상황에서 계속해 만들어 내라고 하는 것은 법을 위한 법, 특정단체만을 위한 제도”라며 “약국 같은 경우는 개봉 반품까지 모두 이뤄지고 있는데 10% 규정을 지키라는 것, 또 그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고 처분을 한다는 것은 시장의 구조를 이해 못하고 역행하는 행위”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국가를 위시한 약사회의 목소리는 전혀 다르다.
약사회는 최근 성명서를 통해 현행 10% 의무비율을 낮춘다고 해서 소포장 의약품 유통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며 오히려 전면적인 PTP 포장으로 전환을 적극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중심 못 잡는 식약청 ‘왔다갔다’
모든 제도는 시간이 흐르며, 또 시행착오를 겪으며 진화해 간다. 소포장제도도 좋게 보면 이 같은 과정을 겪는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소포장제도의 중심에 서있는 식약청을 보자면 신념이나 의지보다는 제약업계와 약사회에 양팔이 붙잡힌 채 이리 기울였다 저리 기울였다 하는 중심 없는 모습만을 보이고 있다.
결국 최근에는 규제개혁위원의 방침에 따라 의약품 생산량 10% 소량포장 의무 생산 규정을 유통실태조사 등을 통해 소포장단위 수요가 적은 품목에 대해서는 10% 범위 내에서 차등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식약청이 주도적으로 합리적인 방법을 만들어 냈다면 더욱 좋은 모습이었겠지만 어쨌든 합리적인 모습을 찾아가려는 노력은 보이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도 문제점은 있다. 식약청은 사전 실태조사를 통해 객관적인 자료를 가지고 소포장제도를 합리적으로 유도해나가겠다는 것이 아니라 우선 탄력적용을 전제로 하고 실태조사를 통해 세부 율을 정하겠다는 앞뒤가 뒤바뀐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 같은 문제가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닌데 이제 와서야 전반적인 실태조사를 하겠다고 하는 것도 참 우스운 모양이다.
가뜩이나 업계 전반에서 소포장 제도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앞뒤가 뒤 바뀐 정책으로 식약청은 업계에게 혼란과 약사회의 시비꺼리를 제공하고 만 셈이다.
게다가 행정처분에 있어서도 식약청은 뜨뜻미지근한 태도를 보여, 업계의 혼란과 불만을 가중시키고 있다.
한 관계자는 “소포장 제도가 애초부터 불합리한 제도인데 난데없이 행정처분을 취한다는 것도 우습지만 행정처분 예고만 있지 실질적인 통보가 없어 더 헷갈리고 있다” 며 “처분 사항을 빨리 알아야 생산분을 맞추던지 할 텐데 지금 상황에선 제조업무 정지를 감안, 생산 계획도 제대로 할 수 없어 답답하기만 하다”고 밝혔다.
결국 중심 없는 식약청의 정책과 태도로 업계는 2중, 3중의 피해를 보고 있다.
‘소포장 제도’ 책임 없이 불만만 가득
제약업계든 약국가든 어느 한 곳 만족하는 곳은 없다. 그저 불만, 불만뿐이다.
하지만 제약업계와 약국가가 소포장제도에 대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고, 그 고민을 행동으로 옮겼는지 되돌아보면, 마냥 불만만 표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국민의 안전한 의약품 사용 기반 조성을 위해 조제용PTP 포장을 전면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약사회, 지금 약국의 모습은 어떠한가. 소포장 필요․사용 유무를 떠나 대부분의 약사는 맨손조제를 일삼고 있어 세균, 교차오염등의 불안요소를 야기하는 주범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어쩌면 약사들의 이 같은 몰상식한 행위들 때문에 소포장제도는 필요한지도 모른다. 그러나 국민의 안전을 위해 소포장제도를 확대해야 한다는 약사들의 주장은 왠지 궁색하고 초라해만 보인다. 의무를 다하지도 않으면서 권리만을 주장하는 행동은 그 누가 봐도 의도를 순수하게 볼 순 없을 것이다.
제약업계도 마찬가지이다. 소포장의무화는 어쨌든 업계와 약국가의 합의를 통해 이뤄진 제도이다. 과정에서 개선되고 발전될 수는 있겠지만 현재의 의무를 내 입맛에 맞지 않다고 뱉어버리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행동일 수밖에 없다. 업계가 제도에 보다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상대도 업계의 목소리에 조금은 가까이 귀 기울일 것이다.
특히 소포장제도의 심판자이자 제도 관리의 책임자인 식약청도 더 이상 줏대 없이 이리저리 휘둘리지 말고 정확하고 객관적인 근거로 제대로 된 판단을 해주길 바란다. 부디 판단에 있어 제 1기준은 국민의 안전이라는 것은 잊지 말고 말이다.
임세호
2009.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