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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청소년, 피임 인식-실천율 세계 최하위
오는 9월 26일 ‘세계 피임의 날(WCD; World Contraception Day)’을 기념해 한국을 포함한 미국 유럽 아시아 태평양 지역 전세계 25개국의 15-24세 남녀 청소년 총 5,25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성(性)과 피임에 대한 인식과 행태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이 조사는 아태피임협의회(APCOC)를 포함, 성 건강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10여 개의 국제 단체가 함께 참여했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청소년들은 이성 관계나 성 문제에 관해서는 남녀가 공동 책임이 있다고 인식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피임 방법이나 사용법을 몰라 실제 상황에 접했을 때 피임을 실천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청소년의 경우, 실제로 피임을 실천하는 비율은 매우 낮은 것으로 조사됐지만 이성친구와 성관계로 이어질 수 있는 데이트를 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사항을 묻는 질문에 ‘피임을 준비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비교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피임 준비’를 1순위로 꼽은 학생이 32%로 전세계 평균인 29%를 웃돌았고 다음으로는 31%가 개인 위생 항목(샤워 등)을 꼽았고, 13%가 데이트 비용을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성관계를 갖는 동안 피임에 대한 책임소재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한국 청소년 중 62%가 남녀 모두가 책임을 져야한다고 응답했으며, 혹시 임신을 하게 되는 경우에도 83%가 공동 책임이라고 응답해 전세계 응답율 평균치를 훨씬 상회했다.
반면, 한국 청소년 응답자 중 ‘활용 가능한 피임법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26%에 불과해, 전세계 25개국 청소년들의 평균인 51%에 비해 크게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 중 43%는 ‘피임법의 종류나 나와 내 이성친구에게 적합한 피임법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다’고 답했고, 나머지 31%는 ‘피임법에 대해서 거의 아무것도 모른다’고 답했다.
피임을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지만 실제로 실천을 하고 있지는 못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조사 결과다.
가장 효과적인 피임법에 대한 질문에서도 한국 청소년 응답자 중 24%가 ‘질외사정’을, 23%는 ‘생리기간 중 성관계를 하면 피임이 된다’는 등 피임법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가진 경우가 많았다.
반면, 복용법을 지켜 복용할 경우 피임 효과가 99%에 달하는 피임법인 먹는 피임약에 대해서는 가장 효과적이라고 답한 한국 청소년은 47%에 불과해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피임약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응답한 비율: 프랑스 92%, 영국91%, 이탈리아81%, 호주 87%, 중국 73%, 브라질 74%)
조사 결과 한국 청소년들은 피임에 대한 인식이 낮을 뿐 아니라, 성관계 경험이 있는 청소년 응답자 중 54%는 성관계시 피임을 하지 않았다고 응답해 청소년들이 원치 않는 임신의 위험에 노출돼 있음을 시사했다.
피임을 하지 않은 이유로는 ‘성관계시 피임 도구를 가지고 있지 않아서’가 25%로 가장 많았고, ‘어떤 피임법이 있고,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잘 몰라서’라는 응답이 22%로 두 번째로 많았다.
한국을 포함해 성관계 경험이 있는 전세계 청소년 응답자 중 ‘어떤 피임법이 있는지 몰라서 피임을 하지 못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단지 4%에 불과해, 한국 청소년들의 실제적인 피임 인식이 다른 나라 청소년들과 비교해 현저히 낮은 수준임을 보여주었다.
반면, 이성간의 데이트를 할 때 여러가지 문제에 있어 남녀가 공동으로 책임을 가져야 한다는 응답은 전세계 조사국 중 가장 많아, 한국 청소년들이 남녀가 공동으로 이성 관계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청소년 응답자 중 61%는 이성과의 데이트 준비에 대해서, 60%는 데이트 비용에 대해, 그리고 62%는 성관계를 갖게 됐을 때 피임을 준비할 책임이 남녀 모두에게 있다고 응답, 절반 이상의 청소년들이 이성 문제에 있어 상대방에게 일방적으로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준비하고 책임을 가져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한국 청소년들이 피임을 위해 상담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약사로 나타났지만 사회 분위기상 약사로부터 피임법에 대해 자세한 설명이나 주의사항을 듣기가 매우 어려워 산부인과 전문의를 비롯한 의료진 및 가족계획 컨설턴트 등의 전문가 그룹의 실질적인 성교육 및 피임교육이 절실한 것으로 지적됐다.
피임연구회 회장이자 아태피임협의회(APCOC)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임순 교수는 “성에 대한 개방은 이미 선진국 수준을 넘어섰지만 그에 대한 피임 교육은 여전히 미비하여 청소년들이 자칫 위험한 상황에 처하지 않을지 걱정스런 상황"이라며 " 청소년들이 올바른 피임 인식을 확립하고 제대로 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도록 실질적인 성교육과 피임교육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고 강조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세계 피임의 날’을 맞아 바이엘헬스케어가 전세계 25개국(한국, 미국, 프랑스, 영국, 폴란드, 스페인, 스웨덴, 이탈리아, 러시아, 오스트리아, 노르웨이, 슬로베니아, 터키, 호주, 중국,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멕시코, 브라질, 베네수엘라, 칠레, 콜롬비아, 아르헨티나, 페루)의 15-24세 청소년 총 5,253명을 대상으로 실시했으며, 한국에서는 15-19세 남녀 청소년 총 202명을 대상으로 조사가 이뤄졌다.
이권구
2010.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