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의료
당선자 판가름 D-8일, 개혁이냐 안정 속 변화냐!
지난달 27일 발송된 투표용지가 30일부터 약국에 속속 도착함에 따라 지난 5월 중순 박한일 후보의 출마 선언을 필두로 본격화된 대한약사회장 보궐선거가 실질적으로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본지는 마지막 선택을 놓고 고민하는 유권자들을 위해 이번 보궐선거의 발단부터 현재까지의 주요 경과와 이슈, 그리고 각 후보자들의 특성 등 체크 포인트들을 짚어봤다.
주지의 사실과 같이 이번 대약회장 보궐선거는 초유의 현직 회장 국회 진출로 인한 보궐선거라는 측면에서 많은 논란을 야기시켰다. 회원들은 3명의 약사 국회의원이 탄생했다는 점에서 환영의 박수를 보내는 반면 일부에서는 원 전 회장이 마지막까지 국회 진출설에 대해 부인하다 끝내 한나라당의 공천을 받은 상황에 대해 약사회장직을 개인의 정치적 목적에 이용했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거셌다. 특히나 이명박 정부 출범을 전후로 일반약 슈퍼판매 문제가 대두되는 상황에서 회장 공석과 보궐선거로 인한 약사회 내부적 혼란 및 대응력 약화는 피할 수 없는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집행부 간선제 개정 추진 논란
더욱이 대약 이사회가 잔여임기 기준에 따라 직선제로 치러지게 되어 있던 보궐선거를 간선제로 변경하기 위한 안건을 임시대의원총회에 상정함에 따라 4월 한달 간 약사회는 직·간선제 논란으로 심각한 대립 양상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유력한 회장 후보자로 지목되던 권태정, 문재빈, 전영구 3인의 주도로 직선제수호모임이 발족되는 등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원희목 전 회장은 4월23일 임시대의원총회 석상에서 당초 5월말 예정이던 퇴임 일자를 한달 여 앞당기겠다며 간선제 전환 안건 폐기를 제안하기에 이르렀고 결국 이번 보선은 직선제로 치러지게 됐다.
유력 주자 대거 빠진 3파전 전개
선거 방식이 직선제로 확정지어지며 당초 물망에 올랐던 7~8명의 후보자 중 박한일·김구 씨가 차례로 의약품 약국외판매 단식에 돌입하며 출마를 선언하고 나섰고, 유럽 외유 등으로 불출마설이 돌던 문재빈 후보가 27일 공식 출마를 선언했다.
이런 와중에 조찬휘 서울시약 회장과 박기배 경기도약 회장의 불출마 선언에 이어 5월 말 권태정 씨가 문재빈 후보를, 전영구 씨가 박한일 후보를 각각 지지하고 나서며 최종 선거 판세는 김구, 문재빈, 박한일 3파전으로 전개되기에 이르렀다.
김구·박한일 후보는 모두 현 집행부의 계승자임을 자처하고 나섰지만 대다수 집행부의 지지를 얻은 김구 후보가 대표 주자 격으로 낙점 받고 신영호, 이형철, 이영민 씨 등 일부 인사들의 지지만을 얻은 박한일 후보는 성대 동문의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했다.
반면 문재빈 후보는 직선제 수호 모임과 약권수호운동본부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한편, 의약품 약국외 판매 등에 대한 현 집행부의 미온적 대응을 공격하며 정권 교체를 주장하고 나섰다.
문-개혁 vs 김-계승 vs 박-변화
3인의 출마자는 사실상 세부적인 공약에 있어서의 차별화 보다는 현 집행부와의 관계 설정에 따른 현안 대응 방향에서 편차를 나타냈다.
문재빈 후보는 현재의 약권 위기상황은 협상만능주의와 무사안일주의에 빠진 현 집행부의 미온적 늑장대처가 부른 결과물인데도 자중하지 않고 또 다시 표를 달라는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두 후보 진영을 강하게 질타했다. 이에 따라 회원을 위해 희생할 준비가 된 새롭고 강력한 집행부를 구성해 6만 약사의 생존권과 약사직능을 반드시 지켜내겠다며 개혁을 선언했다.
반면 현 집행부의 계승자임을 표방한 김구 후보는 자신이 가장 혼란 없이 회무를 집행할 수 있는 적임자로 갑작스런 변화를 통한 혼돈을 방지하고 빠른 시간 내에 약사회를 안정시켜 회원들을 지켜나갈 것이라며 현 집행부의 회무 연속성 유지 필요성을 강조했다. 상대적으로 박한일 후보는 회무공백이 크고 문재빈 후보는 현 집행부와 회무 성향이 달라 부적합하다며 공격하고 나섰다.
역시 현 집행부 최적의 승계자를 자임한 박한일 후보도 이번 보선에서 추진력과 판단력, 화합력을 갖고 전임 회장이 추진한 사업과 정책을 잘 계승해 마무리할 사람을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은 현 집행부를 이어가며 기존 사업의 미흡한 부분은 보완하되 상명하달식 현 집행부와 달리 아래로부터 의견이 모아져 결정되면 이를 강력하게 추진하는 회무를 펼칠 것이라며 김구 후보와의 차별화에 힘썼다.
의약품 약국외판매 진실 공방 과열
이번 선거운동 기간 가장 큰 이슈로 부각된 쟁점은 역시 의약품 약국외판매였다. 박한일 후보는 가장 먼저 출마를 선언하며 대약 집행부의 의약품 약국외판매 저지 단식투쟁 동참했고, 김구 후보도 연이어 출마를 선언하며 삭발과 단식투쟁 동참을 통해 자신의 강한 의지를 어필하는데 주력했다.
곧이어 출마를 선언한 문재빈 후보도 약권수호운동본부 자문위원으로 참여하며 본부가 추진한 의약품 약국외판매 추진에 반대하는 복지부 앞 1인시위의 첫 주자로 나섰다. 그러자 김구 후보도 곧바로 1인시위 계획을 발표하고 문재빈 후보와 동일 동시에 시위에 돌입했다.
특히 문재빈 후보는 이 과정에서 의약품 약국외판매 시행이 이미 기정사실화 됐음에도 불구하고 현 집행부가 미온적 대응으로 일관해 왔다고 주장하는 한편, 김구 후보가 이러한 사실을 회장선거 종료 후 발표해 줄 것을 복지부에 요청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논란을 촉발시켰다.
이에 대해 김구 후보는 문 후보가 오히려 이 같은 발언을 통해 의약품 약국외판매를 기정사실화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으며, 약사회가 선거로 혼란스러운 틈을 타 약국외판매 문제를 처리해서는 안 된다는 뜻의 발언을 곡해한 것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한편, 박한일 후보는 이들 두 후보의 경쟁적인 구도에서 한발 비켜선 채 문 후보뿐 아니라 김 후보 또한 1인 시위를 통해 이 문제를 여론화 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며 두 후보를 동시에 공격하고 나섰다.
규정 한계, 혼탁·네거티브 선거전
또한 직선제 확정과 함께 지난 1, 2기 직선제 선거에서 나타난 여러 가지 부작용들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원 전 회장의 조기 사퇴에 따라 선거 규정 개정작업이 미처 마무리 되지 못함에 따라 허위 문자 발송, 선거운동기간 여론조사결과 인용, 현직 집행부의 선거운동 개입, 상호 비방 등 혼탁·네거티브 선거가 재연됐다.
문재빈 후보 선본에서 동문들에게 여론조사 1위임을 강조하는 지지 호소 문자를 보내자 김구 후보 선본에서는 김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앞서고 있다는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내용의 문자를 동문들에게 보내며 대응에 나섰고, 문 후보측은 또 다시 동문 대상 서신에 여론조사 1위임을 강조하는 등 선거 규정을 무시하는 처사를 보였다.
또 김구·문재빈 후보 선본은 상호 발언이나 여론조사결과 인용 등에 대해 상대 선본을 선관위에 제소했고, 박한일 후보도 이들 양 선본의 움직임에 대해 비난하는 입장을 발표하는 등 전형적인 네거티브 공방이 난무했다.
이밖에도 같은 중앙대 동문인 김구·문재빈 후보에 대한 총동문회와 부산, 경남지부 등의 지지선언 논란 속에 내부적으로도 정리되지 않은 내용이 일방적으로 발표돼 유권자들에게 혼란을 주는가 하면, 각 선거캠프에서 특정 동문회장의 명의를 도용해 문자를 보내는 웃지못할 상황까지 치달았다.
병원약사회도 선관위와 주위의 우려와 만류에도 불구하고 병원약사회가 김구 후보 지지를 선언하는 등 약사회의 발전적 선거문화 정착을 위해 많은 개선점들이 노출됐다.
막판 혼전 양상, 어부지리 판세 전망도
이같은 선거 흐름 속에서 초반 상대적으로 높은 인지도와 일반약 슈퍼판매 문제로 불거진 현 집행부에 대한 변화 요구가 맞물리며 문재빈 후보가 판세를 주도했다.
그러나 선거운동이 본격화 되며 현 집행부와 보수 성향 인사들의 지지를 기반으로 한 김구 후보, 성대 동문과 서울대·조대 등의 지원을 얻은 박한일 후보의 조직력을 바탕으로 한 무서운 추격으로 막판 전세는 박빙의 혼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편, 개국가에서는 많은 유권자들이 김·문 두 후보 캠프가 연출하고 있는 혼탁 선거 양상에 부정적인 시각을 보내고 있어 이들에 대한 반대 심리가 박한일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김지호
2008.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