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의료
의약품의 품질규격 국가가 관리하는 이유는?
최근 일부 베이비파우다 및 의약품 제조에 활택제로 사용되는 탈크에 석면이 미량 혼입된 문제로 많은 국민이 불안해하고 의약품에 대한 불신이 조장되는 것 같아 안타깝게 생각하며 차제에 의약품의 규격이 설정되는 과정을 생각해 본다.
질병의 치료 및 예방의 목적으로 사용되는 의약품의 기본 요건은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의약품은 부작용이 적고 기대하는 효과를 확실하게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안전성 및 유효성은 다음과 같은 두가지 수단으로 확보할 수 있다. 그 첫번째는 의약품이라는 물질의 본질적인 작용, 즉 약리작용으로 얻을 수 있으며 두번째는 의약품의 품질을 확보함으로써 얻을 수 있다.
따라서 본질적인 작용은 의약품 개발단계에서 확보되는 것이며, 후자인 품질은 품질의 규격을 설정하여 제조, 유통 및 보관과정에서 품질을 확보하고 있다.
의약품의 품질규격은 의약품이 잘못 사용될 경우 인명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점과 소비자, 즉 환자가 직접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반드시 국가의 책임으로 제정되어야 한다.
따라서 세계의 선진국들은 자기국가 고유의 약전을 제정하여 의약품의 품질을 확보하고 있으며, 대한민국도 국가적인 권위와 책임 하에 대한약전을 제정하여 현재 제9 개정이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의약품의 품질 규격은 보통 확인, 함량, 순도와 그 외 의약품 품질확보에 필요한 항목들로 구성이 된다. 이 중에서 우리에게 가장 민감한 부분이 순도시험일 것이다.
순도라는 것은 의약품의 제조과정 중에 혼입될 수 있는 불순물 또는 유통 및 보관과정에서 분해되어 혼입될 가능성이 있는 불순물의 종류와 한도를 말하며, 의약품의 안전성 확보를 위하여 필요한 항목이다.
그래서 순도시험은 제조방법 즉 제조할 때의 원료물질 또는 정제과정에서 사용한 용매 또는 시약에 따라 최종 원료의약품에 잔존할 가능성이 있는 불순물을 항목으로 설정하고 불순물의 독성과 그 의약품을 복용하는 기간 및 복용하는 환자의 상태 등에 따라 한도가 설정이 된다.
다시 말하면 그 불순물이 인체에 들어간 절대량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에 따라 불순물의 허용한도가 설정이 된다.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의약품은 이상적으로 또는 화학적으로 순수(chemically pure)한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순도가 높을수록 불순물에 의한 부작용을 완전하게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렇게 했을 때의 경제적인 부담이 아주 커진다는 것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불순물이 인체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의 순도를 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일반적으로 오해하고 있는 것은 약은 식품 등 그 무엇보다도 순도가 높아야 된다는 생각이다. 의약품과 식품에 같은 정도로 혼입된 불순물일 경우 식품은 항상 우리가 먹는 것이고 의약품은 질병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일시적으로 복용한다.
따라서 인체에 들어갈 불순물의 절대량을 고려하면 식품이 의약품보다 순도가 높아야 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식품첨가물이 의약품보다 순도가 높아야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순도시험항목은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제조과정 또는 유통·보관과정에서 혼입될 수 있는 불순물이다.
따라서 그 의약품의 제조방법 및 이화학적 성질에 따라 순도시험 항목이 설정된다. 예를 들어 아스피린의 약전규격의 순도시험항에 용해상태, 실리실산, 염화물, 황산염, 중금속, 황산에 대한 정색물 등이 설정되어 있다.
여기에서 염화물, 황산염 등은 이 자체가 인체에 유해한 불순물은 아니지만 순도의 지표로 설정되어 있으며 실리실산은 아스피린의 원료물질이며 정제과정에서 잔존가능성 및 보관과정에서 아스피린에 분해되어 혼입될 가능성으로 설정되어 있으며 중금속은 그 자체로 인체에 유해한 물질이기 때문에 설정되어 있고, 황산에 대한 정색물시험은 잔존하는 아스피린의 유기불순물을 규제하기 위하여 설정된 것이며 제조방법 및 원료가 단순하기 때문에 순도시험항도 단순하게 설정되어 있다.
반대로 약용탄의 경우 순도시험에 액성, 염화물, 황산염, 황화물, 시안화합물, 산가용물, 중금속, 아연, 비소 등 복잡한 시험항목이 설정되어 있다. 이것은 약용탄을 만들때 쓰는 원료인 목재가 식물생체이기 때문에 여기에서 유래되는 여러가지 원소로 인한 불순물이 혼입될 수 있고 또한 제조과정 중의 활성화 과정에서 여러가지 활정화제가 사용되므로 복잡한 순도시험항목이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불행하게도 유통되고 있는 많은 의약품 중에서 국내에서 개발되어 제조되는 원료의약품이 극소수이기 때문에 제조과정 등을 고려하여 순도시험항을 설정하지 못하고 의국의 품질규격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해서 외국의 각국 약전에 설정되어 있는 순도시험항목을 모두 섭렵하여 순도시험을 강화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차라리 제조방법에 따라 상이한 규격을 설정하여 복수화하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또 한가지 간과해서는 안될 것은 시험항목 뿐 아니라 시험방법이다. 약전에서 설정하는 시험방법은 최신의 첨단시험방법이 아니고 약전을 활용하는 집단 즉 의약품 제조회사의 평균 기술수준을 고려하여 설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중금속 시험방법은 원자흡광광도법 또는 플라스마를 이용하여 분석하면 개개의 중금속 농도까지 측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미국, 유럽, 일본 등 약전에서의 중금속 시험법은 전통적인 시험법 즉 황화물을 만들어 비색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이것은 제약회사의 평균적인 기술수준을 고려하고 또한 전통적인 시험법으로도 충분히 순도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순도시험 뿐만이 아니라 순도시험적 성격을 가진 다른 시험항목도 설정과정은 순도시험과 마찬가지이다.
이번에 문제된 탈크에 혼입된 석면도 순도시험적인 항목이며 현재 혼입된 정도가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면밀히 검토하여야 하며 물론 의약품의 사회적 측면도 고려해야 하지만 이보다는 과학적인 접근방법으로 해결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참고로 미국 EPA(환경보호청)에서 설정한 음용수 기준에는 석면의 기준을 7 MEL(million fibers per liter)로 설정하고 있으며 미국 약전에서는 2006년도 판부터 탈크에 석면에 대한 규격을 설정하여 탈크의 공급자가 의무적으로 석면에 대한 시험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일본 약국방에는 탈크에 석면함이 설정되어 있지 않고 노동안전위생법에 따라 0.1% 이하의 석면이 함유된 탈크만을 사용하도록 규정되어 있으며 우리나라는 일본과 마찬가지로 규정하고 있다.
임채규
2009.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