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상장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연구개발(R&D) 투자 규모가 표면적으로는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약업신문이 분석한 상장 제약바이오사 2026년 2분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코스피 및 코스닥 상장사들의 R&D 비용은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껑충 뛰었다. 하지만 화려한 숫자 이면을 들여다보면, 국내 제약업계가 과연 '자체 혁신신약(First-in-Class)' 개발이라는 본질적인 목표에 제대로 다가서고 있는지 뼈아픈 의문이 남는다.
해당 분석 자료에 따르면, 코스피 43개 제약바이오 기업의 2026년 상반기(당기 누적 6개월) 평균 R&D 비용은 약 386억 원으로 전년 동기(321억 원) 대비 20.2% 증가했다. 코스닥 44개사 역시 평균 66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21.0% 늘어났다.
기업별로 보면 셀트리온이 약 2840억원으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고, 유한양행(1293억원), 대우제약(1287억원), 한미약품(1251억원), 종근당(1126억원) 등 전통의 강자들이 그 뒤를 이었다. 코스닥에서는 알테오젠(484억원)과 파마리서치(237억원) 등이 두각을 나타냈다.
절대적인 투자 금액이 늘어난 것은 고무적이나, '매출 대비 R&D 비중'을 살펴보면 여전히 우물 안 개구리 수준이다. 코스피 상장사들의 평균 매출 대비 R&D 비중은 9.5%, 코스닥은 6.2%에 불과하다.
글로벌 빅파마들이 통상 매출의 15~25% 이상을 묵묵히 혁신신약 발굴에 쏟아붓는 것과 비교하면, 국내 기업들의 투자 규모는 여전히 소극적이다. 대우제약(15.5%)이나 한미약품(14.5%) 등 일부 기업만이 글로벌 최소 기준치에 턱걸이하고 있을 뿐, 대다수 중소·중견 제약사들은 여전히 제네릭이나 도입 품목 판매를 통한 '외형 불리기'와 단기 실적에 급급한 실정이다.
가장 큰 문제는 수백, 수천억 원의 R&D 자금이 투입되고 있음에도 글로벌 시장을 온전히 선도할 '자체 혁신신약' 배출 소식은 요원하다는 점이다.
1999년 국산 신약 1호가 탄생한 이후, 최근 안구건조증 치료제가 44호 국산 신약으로 식약처 허가를 받는 등 꾸준히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냉정한 현실은 씁쓸하기 그지없다. 44개에 달하는 국산 신약 중 상당수 품목이 시장성 부족으로 허가가 자진 취하됐고, 극소수 품목을 제외하면 '내수용'이라는 한계에 갇혀 있다.
최근 유한양행의 국산 신약 31호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문턱을 넘으며 K-제약바이오의 위상을 높인 것은 분명 고무적인 성과다. 하지만 냉정하게 짚어보면 이 역시 렉라자 '단독 용법'이 아닌 존슨앤드존슨의 리브리반트주와 함께 투여하는 '병용 용법'으로 승인을 받은 것이다. 진정한 의미에서 기초 연구부터 임상, 허가, 글로벌 마케팅까지 우리 자본과 기술로 온전히 독립해 이뤄낸 글로벌 블록버스터의 탄생이라고 자축하기엔 아직 채워야 할 갈증이 남아있다.
물론 최근 P-CAB(칼륨경쟁적 위산분비억제제) 계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나 일부 국산 신약이 해외 기술수출 및 매출 확대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 전체의 패러다임을 뒤흔들 만한 혁신신약의 부재는 여전히 뼈아픈 대목이다. 상위권 기업들의 R&D 투자 내역 상당수도 기존 약물을 변형한 개량신약이나 바이오시밀러, 혹은 외부에서 기술을 도입해 온 파이프라인의 후기 임상 비용에 편중되어 있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에 대해 업계 내부에서도 자조와 쓴소리가 터져 나온다.
업계 관계자 A씨는 “회사 입장에서는 당장의 영업이익과 주가를 방어해야 하므로, 10년 이상 걸리는 험난한 혁신신약 발굴보다는 2~3년 내 상업화가 가능한 개량신약이나 검증된 외부 파이프라인 도입에 연구비를 우선 배정할 수밖에 없다”며 “장부상 R&D 비용이 20% 이상 늘어난 것은 맞지만, 막대한 기술 도입 비용이나 단기 프로젝트에 자금이 쏠린 일종의 ‘착시 효과’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관계자 B씨는 "국내 신약 중 냉정히 말해 글로벌 무대에서 조 단위 매출을 올리는 진정한 '퍼스트 인 클래스(First-in-Class)' 신약은 전무한 실정"이라며 "수백억원을 들여 신약을 개발해 놓고도 결국 좁은 국내 시장에서 기존 제네릭들과 출혈 경쟁을 벌여야 하는 구조로는 R&D 재투자의 선순환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국내 제약업계에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화려한 수사나 단기적인 실적 포장이 아닌, 뼈를 깎는 체질 개선이다. 제약사 스스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자체 파이프라인의 옥석을 가리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연구하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정부 역시 단순한 단기 자금 지원을 넘어, 실패를 용인하고 혁신적인 기초 연구를 장려할 수 있는 R&D 생태계 조성에 나서야 할 때다.
자체 혁신신약이라는 든든한 뼈대 없이 R&D 규모만 키우는 것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지금 한국 제약업계에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화려한 수사나 단기적인 실적 포장이 아닌, 뼈를 깎는 체질 개선이다.
또한 땀 흘려 개발한 신약이 시장에서 합당한 가치를 인정받고, 그 수익이 다시 혁신적인 기초 연구와 R&D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될 때 비로소 K-제약바이오의 진정한 도약이 시작될 것이다.
| 인기기사 | 더보기 + |
| 1 | "뇌 전이 효능도 확보" 보로노이 ‘VRN110755’ 3세대 EGFR 내성 환자 6명 모두 종양 감소 |
| 2 | 메지온, ADPKD 치료제 글로벌 임상 가속..미국 현지법인 설립 |
| 3 | 엔젠바이오, 이경남 대표이사 신규 선임 |
| 4 | 네이처셀 아메리카, ‘바스코스템’ FDA pre-IND 미팅 10월 23일 확정 |
| 5 | 국내 백신 R&D 성과 한자리 집결...상용화 촉진 |
| 6 | 에스티큐브 유승한 미국대표 “EGFR 변이 폐암 2상 효능 첫 공개…ORR 37.5%·오시머티닙 병용 추진” |
| 7 | 상장 제약·바이오사 상반기 평균 상품매출 코스피 911억원, 코스닥 169억원 |
| 8 | R&D 투자 20% 늘렸다는 제약업계, '무늬만 신약' 꼬리표 언제 떼나 |
| 9 | 유한양행,9월 연이은 원료의약품 공급계약...2천억원 '훌쩍' |
| 10 | 신라젠, '덱시부프로펜주' 임상1상 IND 승인 신청 |
| 인터뷰 | 더보기 + |
| PEOPLE | 더보기 + |
| 컬쳐/클래시그널 | 더보기 + |

국내 상장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연구개발(R&D) 투자 규모가 표면적으로는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약업신문이 분석한 상장 제약바이오사 2026년 2분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코스피 및 코스닥 상장사들의 R&D 비용은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껑충 뛰었다. 하지만 화려한 숫자 이면을 들여다보면, 국내 제약업계가 과연 '자체 혁신신약(First-in-Class)' 개발이라는 본질적인 목표에 제대로 다가서고 있는지 뼈아픈 의문이 남는다.
해당 분석 자료에 따르면, 코스피 43개 제약바이오 기업의 2026년 상반기(당기 누적 6개월) 평균 R&D 비용은 약 386억 원으로 전년 동기(321억 원) 대비 20.2% 증가했다. 코스닥 44개사 역시 평균 66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21.0% 늘어났다.
기업별로 보면 셀트리온이 약 2840억원으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고, 유한양행(1293억원), 대우제약(1287억원), 한미약품(1251억원), 종근당(1126억원) 등 전통의 강자들이 그 뒤를 이었다. 코스닥에서는 알테오젠(484억원)과 파마리서치(237억원) 등이 두각을 나타냈다.
절대적인 투자 금액이 늘어난 것은 고무적이나, '매출 대비 R&D 비중'을 살펴보면 여전히 우물 안 개구리 수준이다. 코스피 상장사들의 평균 매출 대비 R&D 비중은 9.5%, 코스닥은 6.2%에 불과하다.
글로벌 빅파마들이 통상 매출의 15~25% 이상을 묵묵히 혁신신약 발굴에 쏟아붓는 것과 비교하면, 국내 기업들의 투자 규모는 여전히 소극적이다. 대우제약(15.5%)이나 한미약품(14.5%) 등 일부 기업만이 글로벌 최소 기준치에 턱걸이하고 있을 뿐, 대다수 중소·중견 제약사들은 여전히 제네릭이나 도입 품목 판매를 통한 '외형 불리기'와 단기 실적에 급급한 실정이다.
가장 큰 문제는 수백, 수천억 원의 R&D 자금이 투입되고 있음에도 글로벌 시장을 온전히 선도할 '자체 혁신신약' 배출 소식은 요원하다는 점이다.
1999년 국산 신약 1호가 탄생한 이후, 최근 안구건조증 치료제가 44호 국산 신약으로 식약처 허가를 받는 등 꾸준히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냉정한 현실은 씁쓸하기 그지없다. 44개에 달하는 국산 신약 중 상당수 품목이 시장성 부족으로 허가가 자진 취하됐고, 극소수 품목을 제외하면 '내수용'이라는 한계에 갇혀 있다.
최근 유한양행의 국산 신약 31호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문턱을 넘으며 K-제약바이오의 위상을 높인 것은 분명 고무적인 성과다. 하지만 냉정하게 짚어보면 이 역시 렉라자 '단독 용법'이 아닌 존슨앤드존슨의 리브리반트주와 함께 투여하는 '병용 용법'으로 승인을 받은 것이다. 진정한 의미에서 기초 연구부터 임상, 허가, 글로벌 마케팅까지 우리 자본과 기술로 온전히 독립해 이뤄낸 글로벌 블록버스터의 탄생이라고 자축하기엔 아직 채워야 할 갈증이 남아있다.
물론 최근 P-CAB(칼륨경쟁적 위산분비억제제) 계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나 일부 국산 신약이 해외 기술수출 및 매출 확대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 전체의 패러다임을 뒤흔들 만한 혁신신약의 부재는 여전히 뼈아픈 대목이다. 상위권 기업들의 R&D 투자 내역 상당수도 기존 약물을 변형한 개량신약이나 바이오시밀러, 혹은 외부에서 기술을 도입해 온 파이프라인의 후기 임상 비용에 편중되어 있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에 대해 업계 내부에서도 자조와 쓴소리가 터져 나온다.
업계 관계자 A씨는 “회사 입장에서는 당장의 영업이익과 주가를 방어해야 하므로, 10년 이상 걸리는 험난한 혁신신약 발굴보다는 2~3년 내 상업화가 가능한 개량신약이나 검증된 외부 파이프라인 도입에 연구비를 우선 배정할 수밖에 없다”며 “장부상 R&D 비용이 20% 이상 늘어난 것은 맞지만, 막대한 기술 도입 비용이나 단기 프로젝트에 자금이 쏠린 일종의 ‘착시 효과’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관계자 B씨는 "국내 신약 중 냉정히 말해 글로벌 무대에서 조 단위 매출을 올리는 진정한 '퍼스트 인 클래스(First-in-Class)' 신약은 전무한 실정"이라며 "수백억원을 들여 신약을 개발해 놓고도 결국 좁은 국내 시장에서 기존 제네릭들과 출혈 경쟁을 벌여야 하는 구조로는 R&D 재투자의 선순환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국내 제약업계에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화려한 수사나 단기적인 실적 포장이 아닌, 뼈를 깎는 체질 개선이다. 제약사 스스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자체 파이프라인의 옥석을 가리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연구하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정부 역시 단순한 단기 자금 지원을 넘어, 실패를 용인하고 혁신적인 기초 연구를 장려할 수 있는 R&D 생태계 조성에 나서야 할 때다.
자체 혁신신약이라는 든든한 뼈대 없이 R&D 규모만 키우는 것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지금 한국 제약업계에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화려한 수사나 단기적인 실적 포장이 아닌, 뼈를 깎는 체질 개선이다.
또한 땀 흘려 개발한 신약이 시장에서 합당한 가치를 인정받고, 그 수익이 다시 혁신적인 기초 연구와 R&D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될 때 비로소 K-제약바이오의 진정한 도약이 시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