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롤 멈추는 ‘AI 라마’…제약 마케팅, 디지털 경쟁 본격화
아스트라제네카, 브레즈트리 천식 캠페인에 AI 활용
SNS·커넥티드 채널 겨냥한 시각적·유머 중심 콘텐츠
전문 치료 정보를 환자 친화적 메시지로 재구성
입력 2026.09.08 06:00 수정 2026.09.0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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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라마를 활용해 만든 아스트라제네카의 ‘브레즈트리’ 광고 캡쳐본. 출처 브레즈트리 웹사이트.

인공지능(AI)이 제약사의 광고 제작 방식에도 본격적으로 들어오고 있다. 단순히 이미지나 영상을 만드는 제작 도구를 넘어, 복잡한 의약학적 개념을 환자가 기억하기 쉬운 캐릭터와 스토리로 변환하고 디지털 환경에서 주목도를 끌어올리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모습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최근 3제 복합 흡입제 ‘브레즈트리(Breztri)’의 신규 마케팅 캠페인에 AI를 활용했다. 브레즈트리에 포함된 장기지속성 무스카린 길항제(LAMA)의 명칭을 동물 ‘라마(llama)’와 연결하고, 실제 직장인처럼 행동하는 라마 캐릭터를 AI로 구현했다.

브레즈트리는 흡입형 코르티코스테로이드(ICS), 장기지속성 베타2 작용제(LABA), LAMA를 결합한 3제 복합 흡입제다. 2020년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적응증을 확보한 데 이어 최근 천식 적응증까지 확대됐다.

이번 캠페인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제품 특성을 설명하는 방식이다.

기존처럼 LAMA, LABA, ICS 등 전문적인 약물 계열명을 직접 나열하기보다, LAMA라는 단어를 실제 라마 캐릭터로 변환했다. 광고의 핵심 메시지 역시 ‘LAMA를 일하게 하라(put a LAMA to work)’는 표현으로 구성됐다.

약 1분 분량의 광고에서 비즈니스 캐주얼 복장을 한 라마는 염소와 오릭스 동료들과 함께 늦은 시간까지 사무실에서 근무한다. 자동 조명이 꺼지거나 염소가 엘리베이터의 모든 버튼을 누르는 등 일반적인 직장생활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장면도 등장한다.

이 같은 스토리 안에서 브레즈트리가 12세 이상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3제 천식 유지요법이라는 제품 메시지가 전달된다. 전문적인 치료 정보를 직접적인 설명 방식이 아니라 캐릭터와 상황을 통해 전달하는 구조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이번 캠페인의 목적을 경쟁이 치열한 천식 치료제 시장에서 환자의 관심을 끌고 치료 정보를 보다 기억하기 쉽게 전달하는 데 두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마케팅 수석 디렉터 케이티 판세그라우(Katie Pansegrau)는 Fierce Pharma Marketing과의 인터뷰에서 복잡한 치료 용어를 같은 이름을 가진 동물로 바꾼 것이 시장의 많은 정보 속에서 눈에 띄고, 환자에게 의미 있는 방식으로 천식 치료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방법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무언가 영리한 방식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AI 활용은 단순한 아이디어 차원을 넘어 실제 제작 방식까지 바꿨다.

실제 라마에게 넥타이를 매게 하고 사무실에서 근무하게 하거나,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는 장면을 촬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구현하기 어렵다. 판세그라우는 이 같은 아이디어가 자연스럽게 AI 활용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캠페인을 공동 제작한 에델만(Edelman)은 기존 광고 제작 과정의 각 단계에 AI 도구를 활용했다.

AI는 라마가 걷거나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는 등 현실적으로 구현하기 어려운 장면을 만드는 데 사용됐다. 즉, 이번 캠페인에서 AI는 완성된 광고의 특정 장면만 생성하는 보조 수단이 아니라 전통적인 제작 프로세스 전반에 관여하는 도구로 활용됐다.

다만 아스트라제네카는 제작 기술이 달라졌다고 해서 광고의 기본 원칙까지 달라진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판세그라우는 AI가 제작 과정에 활용됐지만 캠페인의 기준이나 환자 교육이라는 목표 자체는 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에델만의 브라이언 우드(Brian Wood) 수석부사장 겸 그룹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역시 어떤 제작 도구를 사용하든 광고는 기존의 정보 환경을 뚫고 환자의 주목을 끌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드는 이번 캠페인이 AI의 창의적 활용 측면에서 향후 광고 작업의 사례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례에서 AI가 맡은 역할은 단순한 제작 효율화에 그치지 않는다.

복잡한 의약학적 개념을 시각적 캐릭터로 변환하고, 이를 하나의 스토리 안에 배치함으로써 제품의 치료 특성을 보다 쉽게 기억하도록 만드는 데 활용됐다.

실제 광고 곳곳에는 동물 캐릭터를 활용한 유머가 포함됐다.

오릭스가 ‘무리의 역학’을 주제로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작성하거나 사무실에 농장과 동물을 연상시키는 말장난이 담긴 포스터가 등장하는 식이다.

아스트라제네카 측은 이러한 코미디 요소가 천식 관련 수많은 정보 사이에서 환자의 관심을 끌고 치료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우드는 3제 치료가 적합한 환자들에게 해당 치료 옵션이 알려질 필요가 있으며, LAMA라는 용어를 라마 캐릭터로 전환한 것이 메시지를 보다 기억에 남고 재미있게 만드는 데 도움을 줬다고 밝혔다.

제약 광고에서 AI 활용이 주목되는 또 다른 배경은 광고가 노출되는 환경의 변화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이번 캠페인을 커넥티드 채널과 소셜미디어 플랫폼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판세그라우는 이용자가 콘텐츠를 빠르게 넘겨보는 환경에서 광고가 소비자의 행동을 멈추게 하는, 이른바 ‘스크롤 스톱(stop the scroll)’ 효과를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환경에서는 제품 정보를 단순히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이용자가 콘텐츠를 인지하고 기억하도록 만드는 시각적 차별화가 중요해진다.

브레즈트리는 이전부터 비교적 다양한 크리에이티브 방식의 마케팅을 시도해왔다.

아스트라제네카는 과거 브레즈트리 사용 후 환자가 화려한 색상의 세계로 들어가는 모습을 애니메이션 형태로 표현하거나, 환자가 레저용 차량이나 크루즈 여행을 떠나는 모습을 활용한 휴가 테마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이번 캠페인은 이러한 기존의 시각적·스토리텔링 중심 광고 전략에 AI를 결합한 형태다.

AI의 활용 범위도 달라지고 있다.

이번 사례에서는 단순히 AI로 이미지를 한 장 생성하거나 광고의 특정 장면을 보완하는 수준이 아니라, 아이디어를 현실화하고 제작 과정 전체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AI가 사용됐다.

특히 실제 촬영으로 구현하기 어려운 장면을 제작할 수 있게 되면서 광고 크리에이티브의 범위도 넓어졌다. ‘LAMA’라는 전문적인 약물 계열명을 실제 라마 캐릭터로 변환하고, 이를 직장이라는 공간에서 사람처럼 움직이게 하는 아이디어 역시 AI 기술이 없었다면 구현 방식에 상당한 제약이 있었던 부분이다.

그렇다고 AI 자체가 캠페인의 목적이 된 것은 아니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에델만이 반복적으로 강조한 것은 AI를 활용했는지 여부보다 광고가 환자에게 치료 정보를 얼마나 이해하기 쉽고 기억에 남는 방식으로 전달할 수 있는지였다.

결국 이번 브레즈트리 캠페인에서 AI는 환자 교육이라는 기존 제약 마케팅의 목적을 대체한 것이 아니라, 그 목적을 구현하는 새로운 제작 수단으로 사용됐다.

브레즈트리는 아스트라제네카의 주요 블록버스터 제품 중 하나다. 문서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매출은 12억달러로 전년 대비 23% 증가했다. 최근 확보한 천식 적응증은 제품의 시장 범위를 기존 COPD에서 천식으로 넓히는 계기가 됐다. 아스트라제네카는 2030년까지 전체 매출 800억달러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브레즈트리의 적응증 확대도 이러한 성장 전략의 한 축으로 거론된다.

브레즈트리 사례는 AI가 제약 마케팅에서 활용되는 방식이 단순 이미지 생성에서 광고 제작 프로세스와 커뮤니케이션 방식 자체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복잡한 치료 정보를 환자가 한눈에 이해할 수 있는 캐릭터로 바꾸고, 실제 촬영으로 구현하기 어려운 장면을 제작하며, 소셜미디어 환경에서 이용자의 시선을 붙잡는 콘텐츠를 만드는 데 AI가 활용됐다.

동시에 아스트라제네카는 AI 활용과 별개로 광고의 기준과 환자 교육이라는 목표는 유지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결국 이번 캠페인이 보여주는 변화는 ‘AI가 제약 광고를 대신 만든다’는 데 있기보다, 기존에는 구현하기 어려웠던 아이디어를 실제 콘텐츠로 옮기면서 제약사가 환자에게 의약품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의 선택지를 넓혔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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