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알테오젠 꿈꾼다”下 브이에스팜텍·퀀텀인텔리전스, 혁신 기술 ‘방사선·양자컴퓨팅’ 도전
브이에스팜텍, 방사선민감제 ‘VS-101’로 방사선치료 효과 강화
두경부암 美 2상 진행…방사성의약품 병용 가능성도 제시
퀀텀인텔리전스, 양자컴퓨팅으로 신약 후보 결합 구조 예측
AI 더해 계산시간 152초대→33초…일부 조합 정확도 개선
입력 2026.08.26 08:27 수정 2026.08.26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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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남호연 브이에스팜텍 부장, 최근수 퀀텀인텔리전스 수석연구원.©약업신문=허지수 기자

국내 바이오텍들이 기존 신약개발 방식의 한계를 새로운 접근으로 넘어서는 도전에 나서고 있다.

남호연 브이에스팜텍 부장과 최근수 퀀텀인텔리전스 수석연구원은 25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CPHI/Hi Korea 2026’ 부대행사 ‘K-바이오 혁신 모달리티와 기술 사업화’ 세션에서 각사의 혁신 기술을 선보였다.

브이에스팜텍은 방사선으로 발생한 DNA 손상이 암세포 사멸로 이어지도록 돕는 방사선민감제 ‘VS-101’을 개발하고 있다.

퀀텀인텔리전스는 단백질과 리간드의 결합 구조를 예측하는 분자 도킹 문제에 중성원자 기반 양자컴퓨팅과 인공지능(AI)을 적용하고 있다.

브이에스팜텍, 방사성의약품 핵종 경쟁 넘어 ‘병용’ 전략 제시

브이에스팜텍이 방사선민감제를 치료용 방사성의약품과 병용해 효과를 높이는 전략을 차세대 개발 방향으로 제시했다.

남호연 브이에스팜텍 부장은 “방사성의약품의 효과를 높이고 치료 저항성을 극복하는 방법이 방사성핵종을 바꾸는 데만 있는 것은 아니다”며 “기존 방사성핵종의 장점을 유지하면서 암세포의 방사선 감수성을 높이는 병용요법도 중요한 전략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치료용 방사성의약품은 방사성핵종을 이용해 종양에 방사선을 전달하는 치료제다. 이 가운데 방사성리간드치료(Radioligand Therapy, RLT)는 암세포 표적에 결합하는 리간드나 펩타이드 등에 방사성핵종을 연결해 종양으로 전달한다. 노바티스의 ‘플루빅토’와 ‘루타테라’가 대표적이며, 두 제품 모두 베타선을 방출하는 루테튬-177(Lu-177)을 사용한다.

차세대 방사성핵종으로는 알파선을 방출하는 악티늄-225(Ac-225)가 주목받는다. Ac-225는 높은 선형에너지전달(LET)을 바탕으로 복잡하고 치명적인 DNA 이중가닥 손상을 유도할 수 있다. 반면 공급 부족과 복잡한 생산 과정, 붕괴 과정에서 생성되는 딸핵종의 재분포에 따른 비표적 독성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남 부장은 “알파선 시대가 온다고 해서 베타선 치료제가 곧바로 대체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공급과 생산, 안전성까지 고려하면 알파선과 베타선은 각각의 장점을 살려야 하며 기존 베타선 치료의 효과를 높이는 방법도 차세대 전략에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방사선으로 DNA 손상…암세포의 ‘복구’ 막는다

브이에스팜텍이 주목하는 지점은 방사선으로 발생한 DNA 손상을 암세포 사멸까지 연결하는 과정이다. DNA 손상반응(DNA Damage Response, DDR)은 DNA 손상을 감지하고 세포주기와 복구, 세포사멸을 조절하는 반응 체계다. 암세포가 이 체계를 이용해 방사선으로 손상된 DNA를 복구하면 치료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이에 방사성의약품과 폴리(ADP-리보스) 중합효소(PARP) 억제제, DNA 의존성 단백질키나아제(DNA-PK) 억제제 등 DDR 표적 치료제를 병용하는 전임상·임상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남 부장은 “방사선이 DNA 손상을 일으켰다면 암세포가 이를 복구해 다시 살아남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다만 병용약물을 추가했을 때 치료 효과뿐 아니라 독성도 함께 커질 수 있어 추가적인 독성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세포사멸의 역치를 낮추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브이에스팜텍은 이 같은 방사선민감화 전략을 경구용 신약 후보물질 VS-101로 개발하고 있다. 현재 개발의 중심은 방사성의약품과의 병용이 아니라 기존 외부 방사선치료다. 회사는 방사선민감화 조건에서 VS-101 단독의 세포독성은 제한적인 반면, 방사선과 병용하면 항종양 효과가 증가하는 데이터를 확보했다.

회사에 따르면, 국내 임상 1상에서는 평가 대상 전원이 완전관해(CR)를 보였다. 현재 VS-101은 두경부암 환자를 대상으로 미국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남 부장은 “VS-101은 지금까지 외부 방사선치료에서 방사선민감제로 개발해 왔지만 기본 원리는 방사성의약품에도 적용할 수 있다”며 “핵심은 방사성핵종을 무조건 더 강한 것으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추가적인 독성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DNA 손상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세포사멸로 연결하느냐에 있다”고 강조했다.

퀀텀인텔리전스, 양자컴퓨팅으로 신약개발 분자 도킹 혁신

퀀텀인텔리전스가 중성원자 기반 양자컴퓨팅과 인공지능(AI)을 결합해 신약 후보물질의 분자 도킹 효율과 정확도를 높이는 기술에 도전하고 있다.

최근수 퀀텀인텔리전스 수석연구원은 “양자컴퓨터가 굉장히 낯설고 아직 멀리 있는 기술처럼 보이지만 현재도 제한된 영역에서는 적용할 수 있고 어느 정도 성과도 나오고 있다”며 “분자 도킹은 현재 단계에서 양자컴퓨팅을 적용해볼 수 있는 대표적인 활용 사례 중 하나”라고 말했다.

분자 도킹은 리간드가 표적 단백질의 어느 위치에 어떤 형태로 결합하는지 예측하는 계산법이다. 리간드는 단백질 등에 결합하는 분자로, 신약개발에서는 후보물질과 표적 단백질의 결합 가능성을 평가하는 데 활용된다.

퀀텀인텔리전스는 단백질과 리간드의 상호작용을 모두 직접 계산하는 대신 수소결합 공여체·수용체, 소수성 특성 등 결합에 중요한 약리작용기(pharmacophore) 특징점을 추출한다. 이후 단백질과 리간드 사이에서 가능한 상호작용을 그래프로 만들고, 이를 최대 가중 독립 집합(Maximum Weighted Independent Set, MWIS) 문제로 변환한다.

중성원자 기반 양자컴퓨팅에서는 일정 거리 안에 있는 원자 하나가 리드베리 상태로 들뜨면 주변 원자가 동시에 들뜨기 어려워지는 ‘리드베리 차단(Rydberg blockade)’ 현상이 나타난다. 서로 충돌하는 선택지를 동시에 고를 수 없는 MWIS의 제약조건을 물리적으로 구현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특성이다.

최 연구원은 “분자를 전자구조 수준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계산하는 방식이 아니라 단백질과 리간드의 상호작용을 그래프로 바꾸고 여기서 최적해를 찾은 뒤 다시 3차원 결합 구조로 재구성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퀀텀인텔리전스는 기존 그래프 모델에 분자 유연성과 입체적 충돌을 피하기 위한 제약조건, 3차원 구조 재구성 알고리즘 등을 추가했다. 발표에서 제시한 특정 테스트에서는 계산 시간이 기존 152초대에서 33초로 줄었다.

최 연구원은 “양자컴퓨팅은 아직 사용 비용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계산 시간을 줄이는 것이 실제 활용에서 매우 중요하다”며 “정확도를 크게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연산 시간을 줄이는 방향으로 알고리즘을 계속 개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AI 결합해 정확도 개선…약물대사·양자 머신러닝까지 확대

AI도 성능 개선에 활용했다. 기존에 고정값으로 사용하던 분자 간 상호작용 파라미터를 각각의 결합 상황에 맞게 최적화하는 방식이다.

일부 단백질-리간드 조합에서는 예측한 결합 자세와 기준 구조 사이의 차이를 나타내는 평균제곱근편차(root-mean-square deviation, RMSD)가 1.85Å 수준까지 낮아졌다. RMSD는 값이 낮을수록 예측한 구조가 기준 구조에 가깝다는 의미다.

일부 조합에서는 대표적인 고전 분자 도킹 프로그램인 오토독 비나(AutoDock Vina)보다 낮은 RMSD도 기록했다. 다만 모든 단백질-리간드 조합에서 일관되게 우위를 나타낸 것은 아니다.

최 연구원은 “어떤 경우에는 오토독 비나보다 더 좋은 결과가 나왔고 다른 경우에는 성능이 떨어지기도 했다”며 “현재 고전적인 계산 방법에 근접하도록 성능을 계속 끌어올리고 있으며 하드웨어와 알고리즘이 함께 발전하면 격차를 더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퀀텀인텔리전스는 분자 도킹을 넘어 양자 머신러닝(quantum machine learning, QML)과 전자구조 계산으로 연구 영역을 넓히고 있다. 특히 약물 대사에 중요한 시토크롬 P450(CYP450) 효소계처럼 전이금속이 관여해 미세한 에너지 차이가 화학반응을 좌우하는 시스템도 양자컴퓨팅 적용 대상으로 연구하고 있다.

최 연구원은 “양자컴퓨팅을 활용하면 고전 AI보다 더 넓은 탐색 공간을 다룰 수 있어 기존 방식에서 찾기 어려웠던 패턴을 발견할 가능성이 있다”며 “탐색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진 만큼 문제도 더 복잡해지지만 AI가 빠르게 확산됐던 것처럼 양자컴퓨팅도 예상보다 빠르게 연구 현장에 들어올 수 있어 지금부터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가독성과학연구소가 25일 코엑스에서 열린 ‘CPHI/ Hi Korea 2026’ 부대행사로 마련한 ‘K-바이오 혁신 모달리티와 기술 사업화’ 세션 현장.©약업신문=권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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