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이엘이 다시 성장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특허만료와 제네릭·바이오시밀러 경쟁이 본격화되는 환경 속에서도 핵심 제품군 성장세를 기반으로 새로운 성장 국면 진입을 선언하고 있다. 동시에 AI 기반 신약개발, 세포·유전자치료, 방사성 리간드 치료제(RLT), 오픈 이노베이션 확대 등을 통해 향후 10년을 준비하는 전략도 구체화하고 있다.
특히 바이엘은 한국을 단순 판매 시장이 아니라 글로벌 혁신 거점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한국 바이오 스타트업과 협업 확대를 위한 ‘바이엘 코랩 커넥트 서울(Bayer Co.Lab Connect Seoul)’ 출범 역시 이러한 전략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최근 방한한 세바스찬 구스(Sebastian Guth) 바이엘 제약사업부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전문지 기자단과 만나 바이엘의 중장기 성장 전략과 한국 시장의 의미, AI 기반 혁신 방향성 등에 대해 설명했다.
“역대 가장 강력한 포트폴리오”…케렌디아·뉴베카 중심 성장 자신감
구스 COO는 바이엘이 현재 새로운 성장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강조했다. 단순 개별 제품 성과가 아니라 포트폴리오와 파이프라인 전반에서 구조적인 성장 기반이 형성됐다는 설명이다.
실제 바이엘은 2025년 신약 3건과 적응증 추가 2건 등 총 5건의 최초 허가를 획득했으며, 6건의 3상 임상시험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확보했다. 현재 파이프라인은 총 33개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으며 1상 19개, 2상 6개, 3상 8개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다.
구스 COO는 “바이엘은 현재 각 치료 영역에서 세계 최초(first-in-class) 또는 최고 수준(best-in-class)의 치료 옵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종양학, 심혈관·신장질환, 신경학, 희귀질환, 면역학을 핵심 축으로 성장 모멘텀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바이엘 성장의 중심축은 케렌디아, 뉴베카, 아일리아 8mg이다.
특히 케렌디아는 바이엘이 단순 CKD 치료제가 아니라 ‘심장-신장 통합 프랜차이즈’로 육성하고 있는 대표 제품이다. 기존 제2형 당뇨병 동반 만성신장질환(CKD) 적응증에 이어 박출률 보존 심부전(HFpEF)으로 영역을 확장했으며, 비당뇨성 CKD와 제1형 당뇨병 관련 CKD로도 적응증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바이엘은 심혈관·신장질환 영역을 향후 핵심 성장축 가운데 하나로 보고 있다. 실제로 ‘심장과 신장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 구축이 주요 전략으로 제시됐다.
HFpEF 영역은 특히 바이엘이 전략적으로 주목하는 분야다. 구스 COO는 방한 기간 동안 HFpEF 분야 글로벌 리더로 평가받는 한국 임상 전문가와 만나 논의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HFpEF는 좌심실 박출률(LVEF) 40% 이상 심부전 환자군으로 최근 전 세계적으로 환자 증가세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는 분야다.
그는 “한국에서도 심부전 부담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HFpEF는 미충족 의료 수요가 큰 영역”이라며 “케렌디아는 한국에서 미국 다음으로 HFpEF 적응증 승인을 받은 제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뉴베카 역시 바이엘 종양학 전략의 핵심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바이엘은 뉴베카를 통해 전립선암 치료 리더십 확대를 추진하고 있으며, nmCRPC와 mHSPC 영역에서 병용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mHSPC 적응증 관련 급여기준 설정이 이뤄지면서 접근성 확대 기반도 마련됐다.
구스 COO는 “뉴베카와 케렌디아는 2025년 합산 기준 68% 성장했으며 시장 기대치를 상회했다”며 “2026년에는 더욱 강한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과 분야에서는 아일리아 8mg이 핵심 성장 동력으로 제시됐다. 바이엘은 기존 2mg 제형에 이어 8mg 고용량 제형을 통해 치료 간격을 연장하고 환자 편의성을 높이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구스 COO는 “한국에서도 연령관련 황반변성 환자가 최근 수년간 52% 증가했다”며 “질병 부담 증가와 함께 해당 영역 성장 잠재력도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다시 일어선 아순덱시안…“과학에 대한 확신 있었다”
바이엘이 가장 강한 자신감을 드러낸 파이프라인은 단연 혈액응고인자 XIa(Factor XIa) 억제제 ‘아순덱시안(Asundexian)’이었다.
아순덱시안은 바이엘이 실패를 극복하고 다시 성장 자신감을 얻게 된 대표 사례처럼 언급되고 있다. 실제 바이엘은 2023년 심방세동(AF)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시험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며 개발 전략 수정이라는 큰 위기를 경험했다.
그러나 바이엘은 개발 자체를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과학적 근거를 다시 검토하며 적응증 방향을 ‘2차 뇌졸중 예방’으로 전환했다.
그 결과 최근 공개된 3상 임상시험에서는 2차 뇌졸중 발생 위험을 26% 감소시키는 결과를 확보했다.
구스 COO는 “2차 뇌졸중은 전 세계적으로 매우 큰 미충족 의료 수요가 존재하는 분야”라며 “1차 뇌졸중 환자 5명 중 1명은 5년 이내에 재발을 경험하며 재발성 뇌졸중은 훨씬 더 치명적이고 경제적 부담도 크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아순덱시안 개발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실패 자체보다 과학적 방향성에 대한 확신이었다”며 “높은 수준의 과학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연구를 계속 이어갈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바이엘 내부에서는 아순덱시안을 단순 하나의 파이프라인이 아니라 ‘포기하지 않는 R&D 전략’을 상징하는 프로젝트로 바라보는 분위기도 읽힌다. Factor XIa 억제제 시장 경쟁이 치열한 상황 속에서도 방향성을 수정하며 재도전에 나선 배경 역시 이 같은 판단과 맞닿아 있다.
“한국은 글로벌 혁신 허브”…바이엘 시각 달라졌다
현재 바이엘 메시지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한국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 변화다.
과거 다국적 제약사들이 한국을 단순 상업 시장 중심으로 접근했다면, 현재 바이엘은 한국을 글로벌 혁신 생태계의 핵심 축 가운데 하나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드러냈다.
구스 COO는 “한국은 APAC뿐 아니라 글로벌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며 “한국은 임상연구 건수 기준 세계 6위, 신약 후보물질 수 기준 세계 3위 국가”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한국 바이오산업의 방향성을 높게 평가했다.
구스 COO는 “한국 기업들은 단순 개량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세계 최초 또는 최고 수준 치료제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며 “한국 과학자들의 전문성과 추진력 역시 매우 뛰어나다”고 말했다.
이는 단순한 외교적 수사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글로벌 빅파마들이 최근 한국을 임상시험과 오픈 이노베이션의 핵심 거점으로 다시 바라보기 시작한 흐름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인터뷰에서는 다국적 제약기업들의 한국 내 R&D 투자가 2019년 약 4836억원에서 2023년 8729억원 수준으로 증가했다는 점도 언급됐다.
구스 COO는 “한국은 높은 과학 수준, 우수한 임상 인프라, 빠른 혁신 수용성을 모두 갖춘 국가”라며 “앞으로 그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스타트업 필요한 건 자금보다 글로벌 전문성”
바이엘이 최근 발표한 ‘바이엘 코랩 커넥트 서울(Bayer Co.Lab Connect Seoul)’ 역시 이러한 전략 변화와 맞물려 있다.
바이엘 코랩 커넥트는 독일 베를린, 미국 보스턴, 중국 상하이·베이징, 일본 고베·도쿄 등 글로벌 혁신 거점에서 운영 중인 바이엘의 오픈 이노베이션 플랫폼이다. 한국은 이번에 새롭게 추가된 지역이다.
구스 COO는 “이제는 단순 논의를 넘어 실행 단계로 나아갔다”며 “한국 바이오·제약 스타트업의 과학적 역량은 이미 매우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흥미로운 부분은 바이엘이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가장 필요한 요소를 ‘자금’보다 ‘글로벌 전문성’으로 봤다는 점이다.
그는 “현재 한국 스타트업들은 연구실 공간이나 자금 부족보다 규제 전략, 비즈니스 모델 구축, 시장 접근, 약가 전략 같은 글로벌 수준의 노하우를 더 필요로 한다”며 “바이엘은 이러한 전문성을 제공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단순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넘어 글로벌 상업화(commercialization) 역량 지원 플랫폼 성격이 강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 바이엘은 “혁신은 혼자 만들어낼 수 없으며 학계·스타트업·기업 협력이 핵심”이라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국내 바이오벤처 업계에서도 글로벌 빅파마와의 초기 협업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바이엘의 움직임은 향후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 변화와도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AI·세포·유전자치료로 미래 준비…“질환 자체 바꾸는 시대”
AI 전략 역시 바이엘이 가장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분야 가운데 하나다.
바이엘은 AI를 단순 연구 효율화 수준이 아니라 미래 사업 구조 자체를 바꾸는 핵심 기술로 보고 있다. 현재 바이엘은 AI와 머신러닝을 활용해 신약개발, 임상연구, 약물 안전관리 전반을 혁신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R&D 생산성을 40% 향상시키고 환자 도달 시간을 최대 30% 단축한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구스 COO는 “AI 기반 기술 발전은 신약개발 패러다임 자체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며 “몇 년 전만 해도 불가능했던 연구 역량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AI 활용 범위는 R&D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는 제조 분야 예측 유지관리, 상업 운영 생산성 향상, 경영지원 효율화 등 바이엘 조직 전반으로 AI 활용이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바이엘이 가장 큰 기회를 보는 영역은 여전히 R&D다.
구스 COO는 “혁신 치료제를 환자에게 더 빠르게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AI가 가장 변혁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바이엘은 동시에 세포·유전자치료 기반 미래 전략도 강화하고 있다.
대표 사례로는 파킨슨병 세포치료제 ‘벰다네프로셀(Bemdaneprocel)’과 유전자치료제 ‘아메테프진 파르벡(Ametefgene parvec, AB-1005)’이 제시됐다.
벰다네프로셀은 손실된 도파민 생성 신경세포를 대체하는 단회 투여 세포치료제이며 현재 3상 임상이 진행 중이다. AB-1005는 질환 진행 자체를 늦추는 유전자치료제로 2상 임상이 진행되고 있다.
바이엘은 이를 단순 증상 완화가 아니라 ‘질환 변화(disease modification)’ 전략으로 설명하고 있다.
구스 COO는 “파킨슨병은 수십 년간 뚜렷한 치료적 진전이 제한적이었던 분야”라며 “세포·유전자치료는 향후 치료 패러다임 자체를 바꿀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엘의 다음 10년
바이엘이 최근 강조하는 메시지는 단순한 개별 제품 성장에 머물지 않는다. 특허만료와 경쟁 심화라는 기존 제약산업 구조 변화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다음 성장 국면을 준비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데 더 가깝다.
케렌디아와 뉴베카 중심 현재 성장 전략, 아순덱시안의 재도전, 세포·유전자치료 기반 미래 준비, AI 중심 연구개발 혁신, 한국 스타트업과의 협업 확대까지. 바이엘은 지금 스스로를 단순 전통 제약사가 아니라 ‘미래 치료 플랫폼 기업’으로 재정의하려는 흐름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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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엘이 다시 성장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특허만료와 제네릭·바이오시밀러 경쟁이 본격화되는 환경 속에서도 핵심 제품군 성장세를 기반으로 새로운 성장 국면 진입을 선언하고 있다. 동시에 AI 기반 신약개발, 세포·유전자치료, 방사성 리간드 치료제(RLT), 오픈 이노베이션 확대 등을 통해 향후 10년을 준비하는 전략도 구체화하고 있다.
특히 바이엘은 한국을 단순 판매 시장이 아니라 글로벌 혁신 거점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한국 바이오 스타트업과 협업 확대를 위한 ‘바이엘 코랩 커넥트 서울(Bayer Co.Lab Connect Seoul)’ 출범 역시 이러한 전략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최근 방한한 세바스찬 구스(Sebastian Guth) 바이엘 제약사업부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전문지 기자단과 만나 바이엘의 중장기 성장 전략과 한국 시장의 의미, AI 기반 혁신 방향성 등에 대해 설명했다.
“역대 가장 강력한 포트폴리오”…케렌디아·뉴베카 중심 성장 자신감
구스 COO는 바이엘이 현재 새로운 성장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강조했다. 단순 개별 제품 성과가 아니라 포트폴리오와 파이프라인 전반에서 구조적인 성장 기반이 형성됐다는 설명이다.
실제 바이엘은 2025년 신약 3건과 적응증 추가 2건 등 총 5건의 최초 허가를 획득했으며, 6건의 3상 임상시험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확보했다. 현재 파이프라인은 총 33개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으며 1상 19개, 2상 6개, 3상 8개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다.
구스 COO는 “바이엘은 현재 각 치료 영역에서 세계 최초(first-in-class) 또는 최고 수준(best-in-class)의 치료 옵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종양학, 심혈관·신장질환, 신경학, 희귀질환, 면역학을 핵심 축으로 성장 모멘텀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바이엘 성장의 중심축은 케렌디아, 뉴베카, 아일리아 8mg이다.
특히 케렌디아는 바이엘이 단순 CKD 치료제가 아니라 ‘심장-신장 통합 프랜차이즈’로 육성하고 있는 대표 제품이다. 기존 제2형 당뇨병 동반 만성신장질환(CKD) 적응증에 이어 박출률 보존 심부전(HFpEF)으로 영역을 확장했으며, 비당뇨성 CKD와 제1형 당뇨병 관련 CKD로도 적응증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바이엘은 심혈관·신장질환 영역을 향후 핵심 성장축 가운데 하나로 보고 있다. 실제로 ‘심장과 신장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 구축이 주요 전략으로 제시됐다.
HFpEF 영역은 특히 바이엘이 전략적으로 주목하는 분야다. 구스 COO는 방한 기간 동안 HFpEF 분야 글로벌 리더로 평가받는 한국 임상 전문가와 만나 논의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HFpEF는 좌심실 박출률(LVEF) 40% 이상 심부전 환자군으로 최근 전 세계적으로 환자 증가세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는 분야다.
그는 “한국에서도 심부전 부담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HFpEF는 미충족 의료 수요가 큰 영역”이라며 “케렌디아는 한국에서 미국 다음으로 HFpEF 적응증 승인을 받은 제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뉴베카 역시 바이엘 종양학 전략의 핵심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바이엘은 뉴베카를 통해 전립선암 치료 리더십 확대를 추진하고 있으며, nmCRPC와 mHSPC 영역에서 병용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mHSPC 적응증 관련 급여기준 설정이 이뤄지면서 접근성 확대 기반도 마련됐다.
구스 COO는 “뉴베카와 케렌디아는 2025년 합산 기준 68% 성장했으며 시장 기대치를 상회했다”며 “2026년에는 더욱 강한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과 분야에서는 아일리아 8mg이 핵심 성장 동력으로 제시됐다. 바이엘은 기존 2mg 제형에 이어 8mg 고용량 제형을 통해 치료 간격을 연장하고 환자 편의성을 높이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구스 COO는 “한국에서도 연령관련 황반변성 환자가 최근 수년간 52% 증가했다”며 “질병 부담 증가와 함께 해당 영역 성장 잠재력도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다시 일어선 아순덱시안…“과학에 대한 확신 있었다”
바이엘이 가장 강한 자신감을 드러낸 파이프라인은 단연 혈액응고인자 XIa(Factor XIa) 억제제 ‘아순덱시안(Asundexian)’이었다.
아순덱시안은 바이엘이 실패를 극복하고 다시 성장 자신감을 얻게 된 대표 사례처럼 언급되고 있다. 실제 바이엘은 2023년 심방세동(AF)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시험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며 개발 전략 수정이라는 큰 위기를 경험했다.
그러나 바이엘은 개발 자체를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과학적 근거를 다시 검토하며 적응증 방향을 ‘2차 뇌졸중 예방’으로 전환했다.
그 결과 최근 공개된 3상 임상시험에서는 2차 뇌졸중 발생 위험을 26% 감소시키는 결과를 확보했다.
구스 COO는 “2차 뇌졸중은 전 세계적으로 매우 큰 미충족 의료 수요가 존재하는 분야”라며 “1차 뇌졸중 환자 5명 중 1명은 5년 이내에 재발을 경험하며 재발성 뇌졸중은 훨씬 더 치명적이고 경제적 부담도 크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아순덱시안 개발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실패 자체보다 과학적 방향성에 대한 확신이었다”며 “높은 수준의 과학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연구를 계속 이어갈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바이엘 내부에서는 아순덱시안을 단순 하나의 파이프라인이 아니라 ‘포기하지 않는 R&D 전략’을 상징하는 프로젝트로 바라보는 분위기도 읽힌다. Factor XIa 억제제 시장 경쟁이 치열한 상황 속에서도 방향성을 수정하며 재도전에 나선 배경 역시 이 같은 판단과 맞닿아 있다.
“한국은 글로벌 혁신 허브”…바이엘 시각 달라졌다
현재 바이엘 메시지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한국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 변화다.
과거 다국적 제약사들이 한국을 단순 상업 시장 중심으로 접근했다면, 현재 바이엘은 한국을 글로벌 혁신 생태계의 핵심 축 가운데 하나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드러냈다.
구스 COO는 “한국은 APAC뿐 아니라 글로벌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며 “한국은 임상연구 건수 기준 세계 6위, 신약 후보물질 수 기준 세계 3위 국가”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한국 바이오산업의 방향성을 높게 평가했다.
구스 COO는 “한국 기업들은 단순 개량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세계 최초 또는 최고 수준 치료제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며 “한국 과학자들의 전문성과 추진력 역시 매우 뛰어나다”고 말했다.
이는 단순한 외교적 수사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글로벌 빅파마들이 최근 한국을 임상시험과 오픈 이노베이션의 핵심 거점으로 다시 바라보기 시작한 흐름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인터뷰에서는 다국적 제약기업들의 한국 내 R&D 투자가 2019년 약 4836억원에서 2023년 8729억원 수준으로 증가했다는 점도 언급됐다.
구스 COO는 “한국은 높은 과학 수준, 우수한 임상 인프라, 빠른 혁신 수용성을 모두 갖춘 국가”라며 “앞으로 그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스타트업 필요한 건 자금보다 글로벌 전문성”
바이엘이 최근 발표한 ‘바이엘 코랩 커넥트 서울(Bayer Co.Lab Connect Seoul)’ 역시 이러한 전략 변화와 맞물려 있다.
바이엘 코랩 커넥트는 독일 베를린, 미국 보스턴, 중국 상하이·베이징, 일본 고베·도쿄 등 글로벌 혁신 거점에서 운영 중인 바이엘의 오픈 이노베이션 플랫폼이다. 한국은 이번에 새롭게 추가된 지역이다.
구스 COO는 “이제는 단순 논의를 넘어 실행 단계로 나아갔다”며 “한국 바이오·제약 스타트업의 과학적 역량은 이미 매우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흥미로운 부분은 바이엘이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가장 필요한 요소를 ‘자금’보다 ‘글로벌 전문성’으로 봤다는 점이다.
그는 “현재 한국 스타트업들은 연구실 공간이나 자금 부족보다 규제 전략, 비즈니스 모델 구축, 시장 접근, 약가 전략 같은 글로벌 수준의 노하우를 더 필요로 한다”며 “바이엘은 이러한 전문성을 제공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단순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넘어 글로벌 상업화(commercialization) 역량 지원 플랫폼 성격이 강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 바이엘은 “혁신은 혼자 만들어낼 수 없으며 학계·스타트업·기업 협력이 핵심”이라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국내 바이오벤처 업계에서도 글로벌 빅파마와의 초기 협업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바이엘의 움직임은 향후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 변화와도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AI·세포·유전자치료로 미래 준비…“질환 자체 바꾸는 시대”
AI 전략 역시 바이엘이 가장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분야 가운데 하나다.
바이엘은 AI를 단순 연구 효율화 수준이 아니라 미래 사업 구조 자체를 바꾸는 핵심 기술로 보고 있다. 현재 바이엘은 AI와 머신러닝을 활용해 신약개발, 임상연구, 약물 안전관리 전반을 혁신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R&D 생산성을 40% 향상시키고 환자 도달 시간을 최대 30% 단축한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구스 COO는 “AI 기반 기술 발전은 신약개발 패러다임 자체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며 “몇 년 전만 해도 불가능했던 연구 역량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AI 활용 범위는 R&D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는 제조 분야 예측 유지관리, 상업 운영 생산성 향상, 경영지원 효율화 등 바이엘 조직 전반으로 AI 활용이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바이엘이 가장 큰 기회를 보는 영역은 여전히 R&D다.
구스 COO는 “혁신 치료제를 환자에게 더 빠르게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AI가 가장 변혁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바이엘은 동시에 세포·유전자치료 기반 미래 전략도 강화하고 있다.
대표 사례로는 파킨슨병 세포치료제 ‘벰다네프로셀(Bemdaneprocel)’과 유전자치료제 ‘아메테프진 파르벡(Ametefgene parvec, AB-1005)’이 제시됐다.
벰다네프로셀은 손실된 도파민 생성 신경세포를 대체하는 단회 투여 세포치료제이며 현재 3상 임상이 진행 중이다. AB-1005는 질환 진행 자체를 늦추는 유전자치료제로 2상 임상이 진행되고 있다.
바이엘은 이를 단순 증상 완화가 아니라 ‘질환 변화(disease modification)’ 전략으로 설명하고 있다.
구스 COO는 “파킨슨병은 수십 년간 뚜렷한 치료적 진전이 제한적이었던 분야”라며 “세포·유전자치료는 향후 치료 패러다임 자체를 바꿀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엘의 다음 10년
바이엘이 최근 강조하는 메시지는 단순한 개별 제품 성장에 머물지 않는다. 특허만료와 경쟁 심화라는 기존 제약산업 구조 변화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다음 성장 국면을 준비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데 더 가깝다.
케렌디아와 뉴베카 중심 현재 성장 전략, 아순덱시안의 재도전, 세포·유전자치료 기반 미래 준비, AI 중심 연구개발 혁신, 한국 스타트업과의 협업 확대까지. 바이엘은 지금 스스로를 단순 전통 제약사가 아니라 ‘미래 치료 플랫폼 기업’으로 재정의하려는 흐름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