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은 점점 더 '완벽하지 않음'을 미학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최근 민텔(Mintel)이 발표한 소셜미디어 기반 BPC 트렌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메시 걸(Messy Girl)'은 "자기표현과 감정 연결을 완벽함보다 우선시하는 흐름"으로, 지금까지 뷰티 업계를 강타했던 '클린 걸'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메시 걸 트렌드는 아름답고 완벽한 피부 표현, 더 예쁘고 더 매끈하기 위해 했던 수많은 뷰티 루틴들과 캠페인에 소비자들이 지치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실제로 민텔 조사에서 브라질 소비자의 84%는 '특정 외모를 유지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을 느끼고 있다고 했고, 미국 18~24세 소비자의 56%가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민텔은 이 현상을 단순한 스타일링 변화가 아니라, AI 기반 이미지가 일상화된 시대에 인간적인 창작과 불완전성의 가치를 되찾으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했다. 미국 성인의 80%가 'AI가 만든 이미지보다 사람의 손으로 만든 작업을 더 중요하게 느낀다'고 응답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흐트러짐이 만든 새로운 미학
메시 걸의 미학은 정형화된 룩에서 벗어난 ‘흐트러짐’에 있다. 번진 아이라인, 뭉개진 립, 비대칭 눈썹, 덜 손질된 네일 등은 모두 의도된 표현이다. 표준화된 AI 메이크업이 추구하는 선명하고 대칭적인 윤곽과는 다른, 감정이 담긴 ‘살아 있는 얼굴’을 지향한다.
민텔은 "다듬어지지 않은 메이크업, 자유로운 헤어, 통제를 벗어난 태도를 통해 소비자에게 정서적 안정과 진정성을 제공하는 흐름"이라며 "이번 트렌드가 스킨케어 중심의 루틴에서 벗어나, 메이크업 특히 눈과 입술을 중심으로 한 자기표현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최근의 메시 걸 스타일은 ‘그런지(grunge)’ 룩, 90년대 록 무드, 넷플릭스 시리즈 ‘웬즈데이(Wednesday)’ 등에서 영향을 받았다. 예를 들어 닉스(NYX)는 웬즈데이 시즌2에 맞춰 색상 변화 립오일 '웬즈데이 미스터리 립 오일(Wednesday Mystery Lip Oil)'을 한정 출시했으며, 이사마야 뷰티(ISAMAYA)는 블랙 베일 컬러의 ‘립락(Liplacq in Black Veil)’을 통해 어둡고 퇴폐적인 감성을 강조했다.
클린 걸에 대한 반작용으로 시작된 메시 걸은 현재 ‘하나의 스타일’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변화할 수 있는 유연성’을 미학으로 삼는다. 매끈하면서도 날것 같은 대비적 인상을 주는 ‘클린 그런지(Clean Grunge)’ 스타일도 대표적인 하위 트렌드다.
이 스타일은 매트한 립과 어두운 컬러를 촉촉한 피부에 조화시키고, 둥근 얼굴, 홍조, 덜 다듬은 결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 어반디케이(Urban Decay)가 도브 캐머런(Dove Cameron)과 협업해 하나의 팔레트로 클린 걸과 메시 걸 룩을 모두 연출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그 예다.
움직이는 얼굴, 변화하는 메이크업
메시 걸은 고정된 얼굴보다 감정과 상황에 따라 변하는 얼굴을 전제로 한다. 감정과 상황에 따라 메이크업도 변화하며, 제품은 그 순간을 포착할 수 있어야 한다.
브이티(VT)의 ‘스킨팩 시트(Skinpack Sheet)’는 메이크업 전 짧은 시간 안에 피부 컨디션을 정돈해, 변화하는 얼굴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제품이다. 사슈 뷰티(SACHEU Beauty)의 립 라이너는 ‘활동성 있는 메이크업’에 맞춘 고정력과 라인 유지성을 내세웠고, 빌리 아일리시 투어 영상 노출 이후 입소문이 커졌다.

벅섬(BUXOM)의 ‘2-in-1 섀도 스틱(Flip Side Liner & Shadow Duo)’은 아이라이너와 아이섀도를 하나로 결합해 ‘글램 온 더 고(Glam On-the-Go)’를 구현했고, 리멜(Rimmel)은 야외·고온 환경에서도 번짐을 줄이는 ‘페스티벌 플래시 립스틱(Festival Flash Lipstick)’으로 페스티벌 수요를 겨냥했다.
또한 레볼루션(REVOLUTION)은 눈썹 탈색을 손쉽게 연출할 수 있는 ‘포 블리치 브로우 젤(For Bleached Brows Gel)’을 출시해, 실험적인 룩을 위한 진입 장벽을 낮췄다.
뷰티 콘텐츠의 ‘재인간화’
민텔은 메시 걸 트렌드가 콘텐츠 구성 방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소비자들은 AI 기반의 정제된 룩북, 스튜디오 촬영 이미지보다 ‘어떻게 만들어졌는가'에 주목하며, 브랜드의 인간적인 면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브랜드는 대본 없는 짧은 영상과 제작 현장을 전면에 내세우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예컨대 스킨케어 브랜드 크레이브 뷰티(Krave Beauty)의 창립자는 자사 제품에 영향을 주는 관세 문제를 소셜미디어에서 직접 설명했고, 메이크업 아티스트 메리 필립스(Mary Phillips)는 자신이 창조한 언더페인팅 기법을 제품화하는 과정을 영상으로 공유했다. 또 프랑스 브랜드 비올렛FR(Violette_FR)은 신제품 '밤 아무르(Balm Amour)'의 제조 공정을 콘텐츠로 제작해 실제 생산 현장과 포뮬러 개발 배경까지 공개했다.
이들은 모두 메시 걸의 본질인 '과정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클린 걸이 완성된 이미지를 강조했다면, 메시 걸은 제작 과정 자체를 메시지로 활용한다.
감정으로 고르는 향기
'지금의 나를 표현하는 것'을 중시하는 메시 걸 트렌드는 향수와 패키징에서도 감각적이고 감정 기반의 선택을 지향한다. ‘예쁜 병’이나 ‘유명한 노트’보다, 지금의 기분과 감정 상태에 어울리는 향을 고르고, 그것을 표현할 수 있는 방식에 집중한다.

감정 기반 소비는 향수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K-뷰티 브랜드 우나(UNAH)는 무릎, 팔꿈치 등 신체 특정 부위에 바르는 틴티드 퍼퓸 4종을 선보이며, K-팝 감성과 감정적 자기표현을 결합한 접근을 시도했다.
디에스앤더가(D.S. & Durga)는 ‘머더 미스터리(Murder Mystery)’ 향수를 통해 사용자가 캐릭터 설정에 따라 향을 레이어링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이 향수는 한 번의 분사로 완성되는 룩이 아니라, 각기 다른 역할을 설정한 3가지 향을 조합해 ‘나만의 서사’를 구현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브라질 브랜드 오보티카리오(O Boticário)는 ‘평온함’ ‘에너지’ ‘자신감’ 등 감정 상태를 그대로 담은 라벨링 시스템을 도입해, 소비자가 자신의 기분에 맞는 향을 선택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민텔은 이러한 트렌드를 '감정과 경험을 중심으로 한 내러티브 소비'라고 정의하며, 감성·스토리·포용성을 결합한 제품이 앞으로의 소비 흐름을 이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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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은 점점 더 '완벽하지 않음'을 미학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최근 민텔(Mintel)이 발표한 소셜미디어 기반 BPC 트렌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메시 걸(Messy Girl)'은 "자기표현과 감정 연결을 완벽함보다 우선시하는 흐름"으로, 지금까지 뷰티 업계를 강타했던 '클린 걸'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메시 걸 트렌드는 아름답고 완벽한 피부 표현, 더 예쁘고 더 매끈하기 위해 했던 수많은 뷰티 루틴들과 캠페인에 소비자들이 지치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실제로 민텔 조사에서 브라질 소비자의 84%는 '특정 외모를 유지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을 느끼고 있다고 했고, 미국 18~24세 소비자의 56%가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민텔은 이 현상을 단순한 스타일링 변화가 아니라, AI 기반 이미지가 일상화된 시대에 인간적인 창작과 불완전성의 가치를 되찾으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했다. 미국 성인의 80%가 'AI가 만든 이미지보다 사람의 손으로 만든 작업을 더 중요하게 느낀다'고 응답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흐트러짐이 만든 새로운 미학
메시 걸의 미학은 정형화된 룩에서 벗어난 ‘흐트러짐’에 있다. 번진 아이라인, 뭉개진 립, 비대칭 눈썹, 덜 손질된 네일 등은 모두 의도된 표현이다. 표준화된 AI 메이크업이 추구하는 선명하고 대칭적인 윤곽과는 다른, 감정이 담긴 ‘살아 있는 얼굴’을 지향한다.
민텔은 "다듬어지지 않은 메이크업, 자유로운 헤어, 통제를 벗어난 태도를 통해 소비자에게 정서적 안정과 진정성을 제공하는 흐름"이라며 "이번 트렌드가 스킨케어 중심의 루틴에서 벗어나, 메이크업 특히 눈과 입술을 중심으로 한 자기표현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최근의 메시 걸 스타일은 ‘그런지(grunge)’ 룩, 90년대 록 무드, 넷플릭스 시리즈 ‘웬즈데이(Wednesday)’ 등에서 영향을 받았다. 예를 들어 닉스(NYX)는 웬즈데이 시즌2에 맞춰 색상 변화 립오일 '웬즈데이 미스터리 립 오일(Wednesday Mystery Lip Oil)'을 한정 출시했으며, 이사마야 뷰티(ISAMAYA)는 블랙 베일 컬러의 ‘립락(Liplacq in Black Veil)’을 통해 어둡고 퇴폐적인 감성을 강조했다.
클린 걸에 대한 반작용으로 시작된 메시 걸은 현재 ‘하나의 스타일’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변화할 수 있는 유연성’을 미학으로 삼는다. 매끈하면서도 날것 같은 대비적 인상을 주는 ‘클린 그런지(Clean Grunge)’ 스타일도 대표적인 하위 트렌드다.
이 스타일은 매트한 립과 어두운 컬러를 촉촉한 피부에 조화시키고, 둥근 얼굴, 홍조, 덜 다듬은 결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 어반디케이(Urban Decay)가 도브 캐머런(Dove Cameron)과 협업해 하나의 팔레트로 클린 걸과 메시 걸 룩을 모두 연출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그 예다.
움직이는 얼굴, 변화하는 메이크업
메시 걸은 고정된 얼굴보다 감정과 상황에 따라 변하는 얼굴을 전제로 한다. 감정과 상황에 따라 메이크업도 변화하며, 제품은 그 순간을 포착할 수 있어야 한다.
브이티(VT)의 ‘스킨팩 시트(Skinpack Sheet)’는 메이크업 전 짧은 시간 안에 피부 컨디션을 정돈해, 변화하는 얼굴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제품이다. 사슈 뷰티(SACHEU Beauty)의 립 라이너는 ‘활동성 있는 메이크업’에 맞춘 고정력과 라인 유지성을 내세웠고, 빌리 아일리시 투어 영상 노출 이후 입소문이 커졌다.

벅섬(BUXOM)의 ‘2-in-1 섀도 스틱(Flip Side Liner & Shadow Duo)’은 아이라이너와 아이섀도를 하나로 결합해 ‘글램 온 더 고(Glam On-the-Go)’를 구현했고, 리멜(Rimmel)은 야외·고온 환경에서도 번짐을 줄이는 ‘페스티벌 플래시 립스틱(Festival Flash Lipstick)’으로 페스티벌 수요를 겨냥했다.
또한 레볼루션(REVOLUTION)은 눈썹 탈색을 손쉽게 연출할 수 있는 ‘포 블리치 브로우 젤(For Bleached Brows Gel)’을 출시해, 실험적인 룩을 위한 진입 장벽을 낮췄다.
뷰티 콘텐츠의 ‘재인간화’
민텔은 메시 걸 트렌드가 콘텐츠 구성 방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소비자들은 AI 기반의 정제된 룩북, 스튜디오 촬영 이미지보다 ‘어떻게 만들어졌는가'에 주목하며, 브랜드의 인간적인 면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브랜드는 대본 없는 짧은 영상과 제작 현장을 전면에 내세우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예컨대 스킨케어 브랜드 크레이브 뷰티(Krave Beauty)의 창립자는 자사 제품에 영향을 주는 관세 문제를 소셜미디어에서 직접 설명했고, 메이크업 아티스트 메리 필립스(Mary Phillips)는 자신이 창조한 언더페인팅 기법을 제품화하는 과정을 영상으로 공유했다. 또 프랑스 브랜드 비올렛FR(Violette_FR)은 신제품 '밤 아무르(Balm Amour)'의 제조 공정을 콘텐츠로 제작해 실제 생산 현장과 포뮬러 개발 배경까지 공개했다.
이들은 모두 메시 걸의 본질인 '과정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클린 걸이 완성된 이미지를 강조했다면, 메시 걸은 제작 과정 자체를 메시지로 활용한다.
감정으로 고르는 향기
'지금의 나를 표현하는 것'을 중시하는 메시 걸 트렌드는 향수와 패키징에서도 감각적이고 감정 기반의 선택을 지향한다. ‘예쁜 병’이나 ‘유명한 노트’보다, 지금의 기분과 감정 상태에 어울리는 향을 고르고, 그것을 표현할 수 있는 방식에 집중한다.

감정 기반 소비는 향수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K-뷰티 브랜드 우나(UNAH)는 무릎, 팔꿈치 등 신체 특정 부위에 바르는 틴티드 퍼퓸 4종을 선보이며, K-팝 감성과 감정적 자기표현을 결합한 접근을 시도했다.
디에스앤더가(D.S. & Durga)는 ‘머더 미스터리(Murder Mystery)’ 향수를 통해 사용자가 캐릭터 설정에 따라 향을 레이어링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이 향수는 한 번의 분사로 완성되는 룩이 아니라, 각기 다른 역할을 설정한 3가지 향을 조합해 ‘나만의 서사’를 구현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브라질 브랜드 오보티카리오(O Boticário)는 ‘평온함’ ‘에너지’ ‘자신감’ 등 감정 상태를 그대로 담은 라벨링 시스템을 도입해, 소비자가 자신의 기분에 맞는 향을 선택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민텔은 이러한 트렌드를 '감정과 경험을 중심으로 한 내러티브 소비'라고 정의하며, 감성·스토리·포용성을 결합한 제품이 앞으로의 소비 흐름을 이끌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