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중지 약 '미프진' 도입 본궤도…처방·조제·건보 '쟁점 산적'
국회입법조사처,품목허가·법 개정 병행 제안…사용주수·상담 등 제도화 주문
약사사회 '2년 원내조제' 반발·의료계 안전망 요구…급여화 논의도 수면 위
입력 2026.09.23 06:00 수정 2026.09.2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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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중지 의약품 ‘미프진’의 국내 도입이 본격화된 가운데 처방·조제, 안전관리, 건강보험 적용 등을 둘러싼 쟁점과 함께 장기간 이어진 입법공백 해소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AI 생성 이미지

임신중지 의약품 ‘미프진’의 국내 도입이 본격화되면서 장기간 이어진 임신중지 관련 입법공백을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국회에서 나왔다.

미프진 품목허가는 현행 약사법에 따라 추진할 수 있지만, 처방 주체와 사용 기준, 상담 절차, 건강보험 적용 등 실제 임신중지 의료체계를 둘러싼 문제는 품목허가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만큼 형법과 모자보건법 등 관련 법률 개정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가 도입 초기 2년간 의료기관에서 의사가 직접 처방·조제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이후 약사사회에서는 의약분업 원칙과 약사의 이중점검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의료계에서도 과다출혈과 자궁외임신 등에 대비한 진료지침과 응급·사후관리체계를 요구하면서 미프진 도입을 둘러싼 논의가 품목허가를 넘어 보건의료체계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짚은 '5대 쟁점'
국회입법조사처 전윤정 입법조사관은 최근 발간한 ‘미프진 허용의 쟁점과 과제-임신중지 제도화 위한 입법 방안’에서 미프진 도입 논의가 임신중지 관련 법·제도의 장기적인 공백과 맞닿아 있다고 진단했다.

2019년 4월 헌법재판소의 형법상 자기낙태죄 등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국회가 대체입법을 마련하지 못한 가운데, 정부는 지난 7월 대통령의 미프진 도입 방안 검토 지시를 계기로 보건복지부·성평등가족부·식품의약품안전처 간 협의를 재개해 지난 16일 임신중지 약물의 정식 도입을 공식화했다.

입법조사처는 미프진 도입을 둘러싼 쟁점을 △법 개정 없이 식약처의 품목허가만으로 도입할 수 있는지 △누가 어떤 기준으로 처방해야 하는지 △안전성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약물 사용 가능 주수를 정하기 전에 법적 정비가 선행돼야 하는지 △상담·숙려제도를 의무화할 것인지 등 5가지로 정리했다.

우선 법 개정에 앞서 식약처가 미프진을 허가할 수 있는지를 두고는 의약품 허가와 임신중지 법제를 분리할 수 없다는 견해와, 품목허가는 약사법상 안전성·유효성·품질에 대한 행정적 판단이므로 별도로 추진할 수 있다는 해석이 맞서왔다.

입법조사처는 지난 8월 법제처가 내놓은 해석을 소개했다. 형법상 낙태죄 조항이 2021년 1월 1일부터 효력을 상실했고 약사법에 임신중지 의약품의 품목허가를 금지하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는 만큼, 식약처가 안전성·유효성·품질을 심사해 품목허가하는 것 자체는 형법·모자보건법 개정 전에도 가능하다는 내용이다.

다만 보고서는 의약품의 품목허가와 임신중지의 법적 허용범위는 구분해야 한다고 봤다.


약물 사용주수와 임신중지 허용주수는 별개
이 같은 구분은 미프진의 사용 가능 주수에서도 중요하다.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법제처는 의약품 사용주수와 임신중지의 법적 허용주수를 별개의 문제로 봤다. 품목허가는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된 사용범위를 정하는 것이지 임신중지의 법적 허용주수·사유·절차를 결정하는 처분이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미프진의 투여 가능기간이 곧 임신중지의 법적 허용범위가 되는 것은 아니며, 임신중지 허용기간과 사유·절차 등은 별도 입법을 통해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입법조사처는 향후 논의도 ‘미프진 허용 여부’라는 단일 쟁점보다 임신중지를 공식적이고 합법적인 보건의료체계 안에서 어떻게 안전하게 관리할 것인지를 중심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약사사회 '2년 원내조제' 반발…"전환 기준 제시해야"
당장 논란이 집중되는 부분은 정부가 제시한 도입 초기 2년간 원내조제 방침이다.

정부는 초기 2년간 의료기관에서 의사가 직접 처방·조제하도록 한 뒤 안전성 등을 검토해 약국 조제 확대 여부를 판단한다는 방침이다.

약사사회는 미프진을 음성적 유통에서 제도권 의약품 관리체계로 편입하는 방향에는 공감하면서도, 안전관리를 이유로 처방과 조제를 모두 의사에게 맡기는 방식에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은 처방한 의사가 조제까지 담당할 경우 약사가 처방의 적정성과 용법·용량, 금기사항 등을 다시 확인하는 의약분업의 독립적인 이중점검 기능이 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부가 왜 원내조제 기간을 2년으로 정했는지, 이 기간 동안 무엇을 평가하고 어떤 기준을 충족해야 약국 조제로 전환할 것인지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서울시약사회도 원내조제가 의약분업 원칙뿐 아니라 지역별 접근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원내조제 기간을 최소화하고 제도 설계 단계부터 약사를 참여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기도약사회 역시 원내조제 2년의 근거와 전환요건을 공개하고, 임신중지 의약품 조제와 관련한 형법상 불확실성을 입법으로 해소할 것을 요구했다. 약사를 안전관리체계의 정식 협의 주체로 참여시키고 사용보고·재고관리·오남용 방지와 24시간 사후 모니터링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입법조사처도 처방 주체를 모든 의사로 할지, 산부인과 전문의로 제한할지, 일정 교육을 이수한 의사로 할지 등을 포함해 처방·투약을 비롯한 의료절차와 방식에 대한 원칙과 기준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소개했다.

위해성관리계획과 응급이송체계, 진료지침, 공적 상담체계 등을 행정적으로 마련하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보고서는 이 같은 조치가 잠정적인 대책에 그치는 만큼 결국 형법과 모자보건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함께 소개했다.


의료계는 안전관리 강조…응급·사후관리체계 요구
의료계는 조제 주체보다 의학적 안전관리와 의료진의 책임 문제를 강조하고 있다.

직선제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는 22일 성명을 통해 약물적 임신중지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출혈과 복통, 자궁외임신, 불완전 임신중지와 감염 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도입에 앞서 법적 근거와 표준 진료지침, 응급대응·사후관리체계, 의료진 보호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입법조사처 보고서도 대한의사협회가 그동안 △초음파를 통한 정확한 임신주수 확인 △자궁외임신 확인 △과다출혈 위험 평가 △산부인과 전문의 관리 △투약 후 임신중지 완료 여부 확인 △필요시 추가 수술 및 응급치료 제공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제시해왔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보고서는 미페프리스톤·미소프로스톨 병용요법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상당한 국제적 의학 근거가 축적돼 있다는 견해도 소개했다. WHO가 약물적 임신중지를 안전한 임신중지 방법으로 인정하고 있으며, 품질이 보장된 의약품과 필요시 의료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입법조사처는 최근 의료계의 입장 역시 ‘무조건 반대’보다는 복용 전 초음파 확인, 의료진 관리, 대량출혈·감염 등에 대비한 응급의료체계 등 안전한 도입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수렴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건보 적용도 쟁점…원민경 장관 "적극 적용돼야"
건강보험 적용 여부도 미프진 도입의 주요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22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미프진 도입을 여성의 건강과 자기결정권 보장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면서, 접근성 측면에서 건강보험 급여가 적극적으로 적용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향후 급여 신청이 이뤄질 경우 보건복지부가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본다고도 했다.

앞서 경기도약사회도 미프진이 비급여인 상태에서 원내조제로 한정될 경우 의료기관별 비용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며 건강보험 급여화를 요구했다.

입법조사처 역시 일부 제한적인 의학적 적응증을 제외하면 사회경제적 사유에 따른 임신중지는 건강보험 혜택을 받기 어렵고, 의료기관별 비급여 시술비 격차가 커 청소년·저소득층·이주여성 등 취약계층의 경제적 부담과 의료 접근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건강보험 적용 여부는 임신중지 허용기간·사유, 상담·숙려기간 의무화 여부, 미성년자 동의 조건, 의료인의 거부권 인정 여부 등과 함께 정책적·입법적으로 결정해야 할 사안으로 꼽았다.


"품목허가·법 개정 병행해야"
입법조사처가 제시한 해법의 핵심은 미프진 품목허가와 법 개정을 선후관계로 두지 않고 병행하는 것이다.

식약처는 현행 약사법에 따라 안전성·유효성·품질 심사를 진행하고, 국회는 동시에 모자보건법 등을 개정해 임신중지의 법적 기준과 의료체계를 마련하는 방식이다.

입법조사처는 이를 통해 입법공백으로 의약품 허가가 무기한 지연되는 문제와 행정부가 기본권의 본질적 사항을 단독으로 결정한다는 문제를 함께 해소할 수 있다고 봤다.

구체적으로 모자보건법 제2조에 약물 또는 수술 등 의학적으로 인정되는 방법에 의한 ‘임신중지’를 포함하고, 제14조도 기존 허용사유를 열거하는 방식에서 자기결정권과 본인동의, 국가책임, 임신중지 의료와 상담·정보 제공 등을 규정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상담 역시 임신중지를 위한 사실상의 허가절차가 아니라 필요한 경우 객관적이고 비지시적인 상담과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로 규정하는 방안이 적절하다고 봤다.

입법조사처는 “국회는 사회적 공론화와 숙의를 통해 법개정 방향을 우선적으로 정하고 형법과 모자보건법 개정, 임신중지 제도공백을 메우는 입법을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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