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에 항생제 여전한 과잉 처방…단순 환자도 13% 투약
건보공단, 성인 독감 140만건 분석…항생제 사용 환자 진료기간 오히려 13% 길어
관행적 소화기계용 약제 처방도…적정 사용 관리 필요성 제기
입력 2026.06.1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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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위험 독감 환자의 항생제 처방률. ©국민건강보험공단

독감(인플루엔자) 환자 진료 과정에서 항생제와 소화기계용 약제가 여전히 관행적으로 처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합병증이 없는 단순 독감 환자에게도 항생제가 적지 않게 처방됐으며, 항생제를 사용한 환자의 진료기간이 오히려 더 길게 나타나 적정 의약품 사용 관리 필요성이 제기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23년 7월부터 2024년 6월까지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독감으로 진단받은 성인 환자 140만1178건을 대상으로 항생제와 소화기계용 약제 처방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11일 공개했다.

전체 독감 진료의 항생제 처방률은 평균 27.7%로 집계된 가운데, 만성질환이나 장애가 없고 기관지염·폐렴·중이염 등 합병증도 없는 저위험 환자군 25만6823건 중 13.3%인 3만4041건에서 항생제가 처방된 것으로 나타났다.

건보공단은 이들 환자가 항생제 투약 필요성이 낮은 사례라는 점에서 과잉 처방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소화기계용 약제 처방은 더욱 광범위했다. 독감 환자에 대한 소화기계용 약제 처방률은 평균 77.2%에 달했으며, 중앙값은 91.4%로 나타났다. 건보공단은 대부분의 독감 진료에서 소화기계용 약제가 기본적으로 함께 처방되는 관행적 사용 양상이 확인됐다고 분석했다.

항생제 처방이 실제 치료 기간 단축으로 이어지는지도 살펴봤다. 그 결과 항생제를 처방받은 환자는 처방받지 않은 환자보다 진료기간이 평균 13% 더 긴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통계적으로도 유의한 결과로, 단순 독감 단계에서 선제적 항생제 처방의 효과를 재검토할 필요성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환자 연령이 높을수록 진료기간도 길어졌다. 18~40세 미만을 기준으로 40~65세 미만은 13%, 65~75세 미만은 24%, 75세 이상은 29% 더 긴 진료기간을 보였다.

진료과목에 따라서도 항생제 처방 행태에 차이가 나타났다.

저위험 독감 환자에서 항생제 처방 가능성을 분석한 결과, 이비인후과는 기타 진료과목 대비 3.08배로 가장 높았으며 일반과(1.65배), 소아청소년과(1.53배)가 뒤를 이었다. 반면 내과는 0.69배로 가장 낮았다.

실제 항생제 처방률 역시 소아청소년과가 37.5%로 가장 높았고, 이비인후과 32.4%, 일반과 29.3%, 기타 24%, 내과 19% 순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방어적 진료 관행이 일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적정 진료 원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박영민 교수는 "합병증이 없는 단순 독감 단계에서의 선제적 항생제 처방이 전체 치료기간을 단축하는 데 큰 실익이 없다"며 "환자 상태에 따른 정교한 적정 진료와 함께 약물 오남용을 줄이기 위한 의료계와 국민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건보공단은 이번 분석 결과를 토대로 합병증이 없는 인플루엔자 환자에 대한 항생제 치료와 관행적인 소화기계용 약제 처방에 대해 급여기준 정비 필요성을 제기했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불필요한 약물 복용으로 인한 건강상 문제를 예방하는 것도 보험자의 중요한 역할"이라며 "합병증 없는 인플루엔자에 대한 항생제 치료와 관행적 소화기계용 약제 처방에 대해서는 급여기준 정비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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