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구 소멸과 공중보건의사(공보의) 급감으로 농어촌 지역 의료체계가 붕괴 직전에 몰린 가운데, 기존의 읍·면 단위 보건지소·진료소를 통합해 기능을 재편하는 ‘허브 앤 스포크(Hub & Spoke)’ 모델이 유력한 대안으로 제시됐다.
보건복지부 역시 이러한 현장의 제안을 수용해 ‘종합보건지소’ 형태의 시범사업과 예산 지원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향후 지역보건법 등 관련 법령 개정 논의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사회권선진국특별위원회 위원장)은 12일 국회의원회관 제5간담회의실에서 ‘인구소멸 시대, 지역의료 국가책임을 묻다: 의료취약지 지역의료체계 개편을 위한 국회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의사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에서, 단순히 의사 수를 늘리는 것을 넘어 1차 의료 전달체계를 어떻게 '구조적'으로 개편할 것인가에 대한 격론이 오갔다.
한계 봉착한 ‘1면 1보건지소’… 대안은 ‘팀제’와 ‘네트워크’
발제에 나선 박건희 평창군보건의료원장은 현재의 지역 보건의료 시스템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박 원장은 "공보의 감소로 보건지소 운영 자체가 흔들리고 있으며, 민간 의료기관은 수익성 악화로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며 "과거처럼 모든 면 지역에 의사를 배치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효율적이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그가 제시한 해법은 ‘허브 앤 스포크’ 모델이다. ▲허브(Hub)는 거점 지역에 의사, 간호사, 물리치료사, 사회복지사 등으로 구성된 ‘다학제 팀’이 상주하는 ‘공공의원(또는 통합보건지소)’을 설치해 진료와 검사, 응급 대응 기능을 집중시킨다. ▲스포크(Spoke)는 각 마을 단위의 보건진료소는 진료 기능보다는 만성질환 관리, 방문 간호, 모니터링, 돌봄 연계 등 ‘찾아가는 서비스’의 전초기지로 기능을 전환한다.
박 원장은 "의사 혼자 진료실을 지키는 모델이 아니라, 팀 단위 접근을 통해 진료의 질을 높이고 의료진의 번아웃을 막아야 한다"며 "지자체가 지역 특성에 맞게 공공과 민간 자원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재정적·법적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법·제도 칸막이 없애고, 인력 운영 유연화해야"
패널 토론에서는 현행 법령의 경직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김영수 경상국립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공공의료기관 간의 연계 협력 체계가 법적으로 부재하다"며 "국립대병원-지방의료원-보건소-보건진료소를 잇는 수련 및 지원 체계가 법제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시니어 의사 등을 활용하더라도 이들이 지역에 안착할 수 있도록 교육·훈련 시스템을 국립대병원 등이 맡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영남 보건진료소장회 회장은 보건진료소의 기능 전환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현실적인 우려를 표했다. 김 회장은 "진료 기능 축소나 통폐합은 주민들의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다"며 "간호사인 보건진료 전담공무원이 1차 의료의 게이트키퍼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교육 강화와 법적 보호 장치, 그리고 '팀 어프로치'를 위한 인력 보강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환 참여연대 실행위원은 "지역보건법과 농어촌의료법(농특법)으로 이원화된 법체계가 현장의 통합 운영을 가로막고 있다"며 "지자체가 지역 상황에 맞춰 보건지소와 진료소를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입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복지부 "방향성 동의… ‘종합보건지소’ 시범사업 추진"
정부 역시 지역의료 체계 개편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내비쳤다.
임은정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과장은 "공보의 급감과 지역사회 통합돌봄 수요 증가로 인해 기존 시스템의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박건희 원장이 제안한 모델을 바탕으로 가칭 ‘종합보건지소’ 형태의 중장기 개편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임 과장은 "한정된 의사 인력을 거점(종합보건지소)에 집중시켜 플랫폼 역할을 하게 하고, 일선 보건진료소는 간호 인력이 건강관리와 노쇠 예방, 돌봄까지 포괄하는 형태로 기능을 재설계할 계획"이라며 "방안이 도출되면 주요 의료취약지를 선정해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향후 신설될 '지역필수의료 특별회계' 등을 통해 예산을 지원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그동안 지자체 재량에 맡겨져 방치되다시피 했던 지역 보건의료 전달체계에 중앙정부가 직접 개입해 모델을 만들고 재정을 투입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입법 과제 산적… "지역의료, '표' 되는 정책 만들어야"
이날 토론회 좌장을 맡은 이건세 건국대 교수는 "지자체장이 의료 문제에 관심을 갖게 하려면 결국 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며 "중앙정부의 지침과 평가, 그리고 재정 지원이 패키지로 묶여야 지역 현장이 움직일 것"이라고 정리했다.
김선민 의원은 "오늘 논의된 '허브 앤 스포크' 모델과 인력 운영의 유연성 확보는 입법이 필수적인 과제"라며 "보건소와 보건지소, 진료소 간의 법적 칸막이를 해소하고 국가 책임을 강화하는 입법을 국회 차원에서 책임 있게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2026년, 초고령화와 의료 인력난이라는 이중고 속에 '농어촌 의료'의 패러다임이 '개별 의사 배치'에서 '팀 기반 거점화'로 대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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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소멸과 공중보건의사(공보의) 급감으로 농어촌 지역 의료체계가 붕괴 직전에 몰린 가운데, 기존의 읍·면 단위 보건지소·진료소를 통합해 기능을 재편하는 ‘허브 앤 스포크(Hub & Spoke)’ 모델이 유력한 대안으로 제시됐다.
보건복지부 역시 이러한 현장의 제안을 수용해 ‘종합보건지소’ 형태의 시범사업과 예산 지원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향후 지역보건법 등 관련 법령 개정 논의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사회권선진국특별위원회 위원장)은 12일 국회의원회관 제5간담회의실에서 ‘인구소멸 시대, 지역의료 국가책임을 묻다: 의료취약지 지역의료체계 개편을 위한 국회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의사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에서, 단순히 의사 수를 늘리는 것을 넘어 1차 의료 전달체계를 어떻게 '구조적'으로 개편할 것인가에 대한 격론이 오갔다.
한계 봉착한 ‘1면 1보건지소’… 대안은 ‘팀제’와 ‘네트워크’
발제에 나선 박건희 평창군보건의료원장은 현재의 지역 보건의료 시스템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박 원장은 "공보의 감소로 보건지소 운영 자체가 흔들리고 있으며, 민간 의료기관은 수익성 악화로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며 "과거처럼 모든 면 지역에 의사를 배치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효율적이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그가 제시한 해법은 ‘허브 앤 스포크’ 모델이다. ▲허브(Hub)는 거점 지역에 의사, 간호사, 물리치료사, 사회복지사 등으로 구성된 ‘다학제 팀’이 상주하는 ‘공공의원(또는 통합보건지소)’을 설치해 진료와 검사, 응급 대응 기능을 집중시킨다. ▲스포크(Spoke)는 각 마을 단위의 보건진료소는 진료 기능보다는 만성질환 관리, 방문 간호, 모니터링, 돌봄 연계 등 ‘찾아가는 서비스’의 전초기지로 기능을 전환한다.
박 원장은 "의사 혼자 진료실을 지키는 모델이 아니라, 팀 단위 접근을 통해 진료의 질을 높이고 의료진의 번아웃을 막아야 한다"며 "지자체가 지역 특성에 맞게 공공과 민간 자원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재정적·법적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법·제도 칸막이 없애고, 인력 운영 유연화해야"
패널 토론에서는 현행 법령의 경직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김영수 경상국립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공공의료기관 간의 연계 협력 체계가 법적으로 부재하다"며 "국립대병원-지방의료원-보건소-보건진료소를 잇는 수련 및 지원 체계가 법제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시니어 의사 등을 활용하더라도 이들이 지역에 안착할 수 있도록 교육·훈련 시스템을 국립대병원 등이 맡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영남 보건진료소장회 회장은 보건진료소의 기능 전환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현실적인 우려를 표했다. 김 회장은 "진료 기능 축소나 통폐합은 주민들의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다"며 "간호사인 보건진료 전담공무원이 1차 의료의 게이트키퍼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교육 강화와 법적 보호 장치, 그리고 '팀 어프로치'를 위한 인력 보강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환 참여연대 실행위원은 "지역보건법과 농어촌의료법(농특법)으로 이원화된 법체계가 현장의 통합 운영을 가로막고 있다"며 "지자체가 지역 상황에 맞춰 보건지소와 진료소를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입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복지부 "방향성 동의… ‘종합보건지소’ 시범사업 추진"
정부 역시 지역의료 체계 개편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내비쳤다.
임은정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과장은 "공보의 급감과 지역사회 통합돌봄 수요 증가로 인해 기존 시스템의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박건희 원장이 제안한 모델을 바탕으로 가칭 ‘종합보건지소’ 형태의 중장기 개편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임 과장은 "한정된 의사 인력을 거점(종합보건지소)에 집중시켜 플랫폼 역할을 하게 하고, 일선 보건진료소는 간호 인력이 건강관리와 노쇠 예방, 돌봄까지 포괄하는 형태로 기능을 재설계할 계획"이라며 "방안이 도출되면 주요 의료취약지를 선정해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향후 신설될 '지역필수의료 특별회계' 등을 통해 예산을 지원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그동안 지자체 재량에 맡겨져 방치되다시피 했던 지역 보건의료 전달체계에 중앙정부가 직접 개입해 모델을 만들고 재정을 투입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입법 과제 산적… "지역의료, '표' 되는 정책 만들어야"
이날 토론회 좌장을 맡은 이건세 건국대 교수는 "지자체장이 의료 문제에 관심을 갖게 하려면 결국 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며 "중앙정부의 지침과 평가, 그리고 재정 지원이 패키지로 묶여야 지역 현장이 움직일 것"이라고 정리했다.
김선민 의원은 "오늘 논의된 '허브 앤 스포크' 모델과 인력 운영의 유연성 확보는 입법이 필수적인 과제"라며 "보건소와 보건지소, 진료소 간의 법적 칸막이를 해소하고 국가 책임을 강화하는 입법을 국회 차원에서 책임 있게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2026년, 초고령화와 의료 인력난이라는 이중고 속에 '농어촌 의료'의 패러다임이 '개별 의사 배치'에서 '팀 기반 거점화'로 대전환을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