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규제기관의 역할과 작동 방식을 전면적으로 재정의하고 있다. 심사 인력의 대규모 확충, 현장 중심의 정책 설계, 인공지능(AI)을 접목한 행정 혁신, 정책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제재 체계 재검토까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규제기관의 역할과 작동 방식을 전면적으로 재정의 하고 있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최근 식약처 출입 전문지 기자단 간담회에서 “규제의 속도가 산업의 속도”라는 문제의식을 분명히 하며, 새 정부 기조 아래 식약처가 나아가야 할 규제 혁신의 방향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간담회는 단순한 현안 설명을 넘어 식약처 행정 전반의 구조적 전환을 시사하는 메시지가 다수 포함됐다. 특히 오 처장은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된 ‘규제기관 속도’ 문제를 직접 언급하며, 최근 확정된 심사 인력 증원과 AI 정책을 하나의 정책 축으로 연결했다.
159억·207명 증원의 의미…”규제기관의 속도”
식약처가 확보한 허가·심사 인력 예산 159억 원과 207명 증원은 전례를 찾기 어려운 규모다. 오 처장은 해당 성과를 식약처 단독의 결과로 설명하지 않았다. 대신 현장의 문제 제기와 대통령의 정책 인식이 맞물린 결과라는 점을 강조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 주재로 열린 바이오 혁신 토론회와 규제 합리화 전략회의에서 산업계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기업이 아무리 연구개발과 투자를 서둘러도, 기업 스스로는 줄일 수 없는 속도가 있다”고 호소했다. 바로 규제기관의 심사 속도다. 이 발언은 단순한 민원이 아니라, 규제 병목이 산업 경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문제의식으로 공유됐다.
이 같은 인식은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 국회로 이어지는 설득 과정에서 핵심 논거로 작용했다. 그 결과 확보된 인력 가운데 207명은 전원 심사 인력으로 투입된다. 디지털 소통 인력 2명을 제외하면, 이번 증원의 목적은 오롯이 심사 기간 단축과 처리 속도 개선에 맞춰져 있다.
오 처장은 “이번 인력 증원은 식약처의 숙원이자, 산업과 국민 모두를 위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식약처는 단순한 인력 확대가 아니라, 전문성 중심의 인력 재설계를 병행할 계획이다. 대규모 채용을 위해 별도의 채용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어느 분야에 어떤 전문 인력이 필요한지부터 다시 설계하겠다는 구상이다. 단기간 숫자를 채우는 방식이 아니라, 실제 심사 현장에서 즉시 기여할 수 있는 인력을 선별하겠다는 의미다.
이 같은 인식은 최근 단행된 차장 인선과도 맞닿아 있다. 약 1년 가까이 공석이었던 차장 자리는 정권 교체기 고위공무원 인사 중단과 정부 구성 이후의 인사 순서에 따른 결과라는 설명이다. 새로 임명된 차장은 식품 분야를 학부부터 박사 과정까지 전공한 인물로, 오 처장은 “부드러운 리더십과 예리한 판단력을 동시에 갖춘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향후 국장급 인사 역시 단순 순환 보직이 아닌, 직렬·전공·현장 경험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이뤄질 것임을 분명히 했다.
오 처장은 “식약처는 다른 부처보다 전문성이 높은 조직”이라며 “조직에 열정과 사명감을 전파할 수 있는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주문 ‘소통과 속도’…현장으로 내려가는 규제 행정
이번 간담회에서 반복적으로 언급된 키워드는 대통령이 강조한 ‘소통’과 ‘속도’였다. 오 처장은 대통령이 공무원을 ‘파초선을 든 사람’에 비유하며, 어떻게 부채질하느냐에 따라 국민의 편익과 불편이 달라진다고 강조해 왔다고 전했다. 공무원의 한 시간이 5200만 국민의 시간이라는 인식 역시 식약처 행정 전반에 공유되고 있다.
이에 따라 식약처는 책상 위에서 설계된 정책이 아니라, 현장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정책으로 연결하는 방식을 강화하고 있다. 이 같은 현장 중심 행정은 K-푸드, K-바이오, K-뷰티 등 수출 산업 전반에 적용되는 기본 원칙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오 처장은 “애로사항을 들었으면 속도감 있게 해결하고, 정책 수요자가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AI 심사관에서 AI 이물 조사까지…규제기관의 디지털 전환
식약처가 추진 중인 AI 기반 행정 혁신도 이번 간담회의 핵심 주제였다. 식약처는 행정안전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함께 지능형 업무관리 플랫폼 시범 부처로 선정됐다. 이는 규제기관 가운데서도 AI 도입과 활용에 비교적 적극적인 조직이라는 평가로 이어진다.
대표적인 사업은 ‘AI 신약 심사관’이다. 이는 심사 결정을 대체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번역·요약·자료 정리 등 반복 업무를 보조해 심사 속도를 높이는 도구다. 오 처장은 “FDA의 생성형 AI 역시 어시스턴트 개념”이라며, 최종 판단과 책임은 인간 심사관에게 있음을 분명히 했다.
식품 분야에서는 비금속 이물(비닐 등)을 탐지하기 위한 AI 기반 이물 조사 시스템이 도입될 예정이다. 마약 관리 영역에서도 AI를 활용한 예측·분석 시스템(AI Cops)이 연구 단계에 있다.
오 처장은 “데이터 학습과 검증을 거쳐 단계적으로 현장 적용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책은 효과가 있어야 한다”…GMP 제재 실효성 강화
정책 실효성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GMP 미준수 시 내려지는 판매업무정지·제조업무정지가 유통 구조상 제재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에 대해, 오 처장은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식약처는 2026년부터 관련 제도 전반을 재검토하는 정책 연구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시장 비중과 위험도, 기업 규모를 반영한 차등 제재와 함께, 과징금 등 재정적 제재 강화 방안도 검토 대상에 포함된다.
오 처장은 “제재는 처벌을 넘어 예방과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며, 현장에서 제기되는 의견을 정책 설계 과정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안심 50대 과제’, 속도의 상징으로
오 처장이 올해 가장 의미 있는 성과로 꼽은 것은 ‘국민안심 50대 과제’다. 7~9월 집중적인 현장 소통을 거쳐 11월 초 발표된 이 과제는, 현장 의견이 정책으로 연결되는 속도를 상징하는 사례로 평가된다.
항암제 임상시험 참여 기준을 말기 환자 중심에서 초기 환자까지 확대하고, 디카페인 커피 기준을 상대적 개념에서 절대 기준으로 명확히 한 정책은 현장과 국민의 반응이 컸던 사례로 언급됐다. 오 처장은 “민생과 맞닿은 규제일수록 체감도가 높다”고 평가했다.
오유경 처장은 이번 간담회를 통해 식약처의 방향성을 분명히 했다. 빠른 규제, 현장 중심 행정, AI 기반 행정 혁신, 그리고 실효성 있는 정책. 여기에 대통령이 주문한 ‘소통과 속도’는 모든 정책의 기준점으로 작동하고 있다. 규제기관의 속도가 산업의 속도가 되는 시대, 식약처가 선택한 해법이 현장에서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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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의약품안전처가 규제기관의 역할과 작동 방식을 전면적으로 재정의하고 있다. 심사 인력의 대규모 확충, 현장 중심의 정책 설계, 인공지능(AI)을 접목한 행정 혁신, 정책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제재 체계 재검토까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규제기관의 역할과 작동 방식을 전면적으로 재정의 하고 있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최근 식약처 출입 전문지 기자단 간담회에서 “규제의 속도가 산업의 속도”라는 문제의식을 분명히 하며, 새 정부 기조 아래 식약처가 나아가야 할 규제 혁신의 방향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간담회는 단순한 현안 설명을 넘어 식약처 행정 전반의 구조적 전환을 시사하는 메시지가 다수 포함됐다. 특히 오 처장은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된 ‘규제기관 속도’ 문제를 직접 언급하며, 최근 확정된 심사 인력 증원과 AI 정책을 하나의 정책 축으로 연결했다.
159억·207명 증원의 의미…”규제기관의 속도”
식약처가 확보한 허가·심사 인력 예산 159억 원과 207명 증원은 전례를 찾기 어려운 규모다. 오 처장은 해당 성과를 식약처 단독의 결과로 설명하지 않았다. 대신 현장의 문제 제기와 대통령의 정책 인식이 맞물린 결과라는 점을 강조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 주재로 열린 바이오 혁신 토론회와 규제 합리화 전략회의에서 산업계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기업이 아무리 연구개발과 투자를 서둘러도, 기업 스스로는 줄일 수 없는 속도가 있다”고 호소했다. 바로 규제기관의 심사 속도다. 이 발언은 단순한 민원이 아니라, 규제 병목이 산업 경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문제의식으로 공유됐다.
이 같은 인식은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 국회로 이어지는 설득 과정에서 핵심 논거로 작용했다. 그 결과 확보된 인력 가운데 207명은 전원 심사 인력으로 투입된다. 디지털 소통 인력 2명을 제외하면, 이번 증원의 목적은 오롯이 심사 기간 단축과 처리 속도 개선에 맞춰져 있다.
오 처장은 “이번 인력 증원은 식약처의 숙원이자, 산업과 국민 모두를 위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식약처는 단순한 인력 확대가 아니라, 전문성 중심의 인력 재설계를 병행할 계획이다. 대규모 채용을 위해 별도의 채용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어느 분야에 어떤 전문 인력이 필요한지부터 다시 설계하겠다는 구상이다. 단기간 숫자를 채우는 방식이 아니라, 실제 심사 현장에서 즉시 기여할 수 있는 인력을 선별하겠다는 의미다.
이 같은 인식은 최근 단행된 차장 인선과도 맞닿아 있다. 약 1년 가까이 공석이었던 차장 자리는 정권 교체기 고위공무원 인사 중단과 정부 구성 이후의 인사 순서에 따른 결과라는 설명이다. 새로 임명된 차장은 식품 분야를 학부부터 박사 과정까지 전공한 인물로, 오 처장은 “부드러운 리더십과 예리한 판단력을 동시에 갖춘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향후 국장급 인사 역시 단순 순환 보직이 아닌, 직렬·전공·현장 경험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이뤄질 것임을 분명히 했다.
오 처장은 “식약처는 다른 부처보다 전문성이 높은 조직”이라며 “조직에 열정과 사명감을 전파할 수 있는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주문 ‘소통과 속도’…현장으로 내려가는 규제 행정
이번 간담회에서 반복적으로 언급된 키워드는 대통령이 강조한 ‘소통’과 ‘속도’였다. 오 처장은 대통령이 공무원을 ‘파초선을 든 사람’에 비유하며, 어떻게 부채질하느냐에 따라 국민의 편익과 불편이 달라진다고 강조해 왔다고 전했다. 공무원의 한 시간이 5200만 국민의 시간이라는 인식 역시 식약처 행정 전반에 공유되고 있다.
이에 따라 식약처는 책상 위에서 설계된 정책이 아니라, 현장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정책으로 연결하는 방식을 강화하고 있다. 이 같은 현장 중심 행정은 K-푸드, K-바이오, K-뷰티 등 수출 산업 전반에 적용되는 기본 원칙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오 처장은 “애로사항을 들었으면 속도감 있게 해결하고, 정책 수요자가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AI 심사관에서 AI 이물 조사까지…규제기관의 디지털 전환
식약처가 추진 중인 AI 기반 행정 혁신도 이번 간담회의 핵심 주제였다. 식약처는 행정안전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함께 지능형 업무관리 플랫폼 시범 부처로 선정됐다. 이는 규제기관 가운데서도 AI 도입과 활용에 비교적 적극적인 조직이라는 평가로 이어진다.
대표적인 사업은 ‘AI 신약 심사관’이다. 이는 심사 결정을 대체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번역·요약·자료 정리 등 반복 업무를 보조해 심사 속도를 높이는 도구다. 오 처장은 “FDA의 생성형 AI 역시 어시스턴트 개념”이라며, 최종 판단과 책임은 인간 심사관에게 있음을 분명히 했다.
식품 분야에서는 비금속 이물(비닐 등)을 탐지하기 위한 AI 기반 이물 조사 시스템이 도입될 예정이다. 마약 관리 영역에서도 AI를 활용한 예측·분석 시스템(AI Cops)이 연구 단계에 있다.
오 처장은 “데이터 학습과 검증을 거쳐 단계적으로 현장 적용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책은 효과가 있어야 한다”…GMP 제재 실효성 강화
정책 실효성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GMP 미준수 시 내려지는 판매업무정지·제조업무정지가 유통 구조상 제재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에 대해, 오 처장은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식약처는 2026년부터 관련 제도 전반을 재검토하는 정책 연구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시장 비중과 위험도, 기업 규모를 반영한 차등 제재와 함께, 과징금 등 재정적 제재 강화 방안도 검토 대상에 포함된다.
오 처장은 “제재는 처벌을 넘어 예방과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며, 현장에서 제기되는 의견을 정책 설계 과정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안심 50대 과제’, 속도의 상징으로
오 처장이 올해 가장 의미 있는 성과로 꼽은 것은 ‘국민안심 50대 과제’다. 7~9월 집중적인 현장 소통을 거쳐 11월 초 발표된 이 과제는, 현장 의견이 정책으로 연결되는 속도를 상징하는 사례로 평가된다.
항암제 임상시험 참여 기준을 말기 환자 중심에서 초기 환자까지 확대하고, 디카페인 커피 기준을 상대적 개념에서 절대 기준으로 명확히 한 정책은 현장과 국민의 반응이 컸던 사례로 언급됐다. 오 처장은 “민생과 맞닿은 규제일수록 체감도가 높다”고 평가했다.
오유경 처장은 이번 간담회를 통해 식약처의 방향성을 분명히 했다. 빠른 규제, 현장 중심 행정, AI 기반 행정 혁신, 그리고 실효성 있는 정책. 여기에 대통령이 주문한 ‘소통과 속도’는 모든 정책의 기준점으로 작동하고 있다. 규제기관의 속도가 산업의 속도가 되는 시대, 식약처가 선택한 해법이 현장에서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