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FDA 표방한 식약청 위상 '흔들흔들'
전문 기관으로서 위상 정립 실패론...오락가락 행정 비판
입력 2012.12.14 06:30 수정 2012.12.14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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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미 FDA를 표방하며 지난 1998년 출범한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위상 정립에 실패하면서 표류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 와서는 상급기관인 복지부 눈치보기와 이익단체 등살로 인해 복지부동 행정이 나타나면서 신뢰가 떨어진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대선 결과에 따라 해양수산부가 부활되면 식품분야의 업무가 농림수산식품부로 이관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조직 존폐의 우려감까지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들어 식약청은 관련 이익단체의 등살에 하루도 편한 날은 보내지 못했다.

의약품 재분류 작업의 결과는 식약청이 의약품 안전관리 전문기관이 아니라 여론의 향배에 따라 움직이는 조직이라는 것을 보여 준 대표적인 사례이다. 

의약품 재분류에서 가장 관심을 모은 것은 피임제 재분류였다. 

재분류 연구용역 결과, 사후피임약은 일반의약품에서 전문의약품으로, 사전피임약은 일반의약품에서 전문의약품으로 전환키로 했다. 

그러나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의료계와 종교, 시민단체는 거세게 반발하며 저항했다. 

결국 식약청은 피임제 재분류 용역결과는 백지로 돌리고 기존 상태를 유지하기로 했다. 

물론 3년 유예라는 단서가 달리긴 했지만, 세계 각국의 의약품 관련 자료 수집한 후 과학적 판단에 의해 재분류를 했다는 식약청의 방침이 정치적 판단에 의해 좌자우지된 것이다. 

의약품뿐만 아니라 식품 분야에서도 식약청의 오락가락 행정은 이어졌다. 

지난 10월 식품회사인 농심이 생산하는 라면류 일부에서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이 검출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보도이후 국민들의 불안감은 이어졌으나 식약청은 곧바로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후 식약청은 여론은 물론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질타를 받았다. 결국 식약청은 벤조피렌이 함유된 라면의 회수조치를 취했으나 이후에 식품 전문가를 비롯해 들은 라면에 함유된 미량의 벤조피렌은 인체에 무해하다는 성명서를 발표하면 식약청의 조치를 비판했다.

식약청이 벤조피렌이 함유된 라면에 대한 당초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다가 회수 조치를 취한 것은 2009년 발생한 탈크 의약품으로 인해 혼줄이 났던 것을 반복시키지 않기 위한 이른 바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겅 보고 놀란다'는 식의 대응인 것이다. 

여기에 이익단체들의 집중공격을 받는 일이 생기자 식약청의 갈등조정 능력 부재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는 식약청이 '독립 기관'을 표방하고 있지만 복지부의 정책을 시행하는 산하 부처라는 한계 때문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 10월 전국한의사들은 천연물신약 처방권과 레일라 정 등의 문제로 오송 식약청 앞에 결집해 식약청 폐지 및 식약청장 사퇴 등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천연물신약 처방권은 식약청이 추진하는 정책이 아니라 복지부가 추진해 온 정책임데도 식약청으로 불똥이 튄 것이다. 이는 식약청이 그동안 의약품 안전관리정책에 대해 제대로 된 위상을 정립하지 못하다 보니 빚어진 일로 풀이되고 있다. 

이외에도 또한 모 제약사 노조가 지난 9월 식약청에 해당 제약사에 대한 GMP 기습실사를 요청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하는 등 식약청에 이익단체 등살에 곤혹을 치르고 있다.

이는 식약청이 인사는 물론 식품, 의약품 관련 정책 등에 대해 복지부의 눈치를 보고 독자적인 법률 입법 추진권이 없다보니 벌어진 일로 해석된다. 

또 이로 인해 향후 식약청의 여론의 향배에 따라 정책을 추진하는 일이 더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으며, 갈등 조정이 아니라 사회적 갈등을 오히려 부추키는 일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내년이면 식약청이 출범 15년을 맞이하지만 식품의약품 안전관리 전문기관의 위상을 정립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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