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에이징
혈관 노화(Vascular Aging)의 치료 가능성은 ?
혈관 노화(Vascular Aging)서론약 400년 전 영국의 저명한 의사였던 Thomas Sydenham은 “인간은 혈관만큼 노화된다(a man is as old as his arteries)”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는 부분적인 사실로, 노화는 대혈관의 경직도 증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여러 연구에서 혈관 경직도 증가는 혈압 및 기타 심혈관 위험 인자와 독립적으로 심혈관 질환을 예측하는 중요한 인자로 보고되어 왔다. 그러나 혈관 경직도의 증가는 단순한 노화 현상일 뿐만 아니라 흡연,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과 같이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다양한 병적 상태에 의해서도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으며 같은 나이여도 동반된 위험인자에 따라 혈관나이는 차이가 많이 날 수 있다. 본 원고에서는 혈관 노화의 병태생리, 혈관 노화를 평가하는 임상적 지표, 그리고 치료 가능성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구조적 변화건강한 젊은 혈관과 비교할 때, 노화된 혈관은 활성산소종의 증가와 혈관 염증 반응의 증가를 특징으로 하며, 이는 내피세포 기능장애를 유발한다. 이후 혈관 평활근 세포는 내피 하 공간으로 이동하여 증식하고, 그 결과 내막에 콜라겐과 프로테오글리칸이 축적된다¹,². 반면 중막에서는 혈관 평활근 세포의 세포자멸사가 증가하여 세포 수가 감소한다. 또한 중막의 엘라스틴은 분해되고, 그 자리는 콜라겐 축적과 석회화로 대체된다. 중막 엘라스틴의 분해는 혈관 노화의 대표적인 병리 소견 중 하나이며, 노화에 따른 대혈관 경직도 증가의 주요 원인이다. 이러한 노화 과정에는 염증성 사이토카인, 세포부착분자, 기질금속단백분해효소(matrix metalloproteinases), 그리고 transforming growth factor-β 등의 다양한 경로가 관여한다.(그림 1)기능적 변화혈관 기능에 있어서 노화와 연관된 가장 근본적인 변화는 혈관 팽창성(distensibility)의 장애이며, 이에 따라 대동맥과 다른 주요 동맥들의 완충 기능도 감소하고 맥파 속도도 증가한다. 이러한 변화는 동맥 전체에서 균일하게 나타나지 않고, 중심(central, elastic) 동맥과 말초 동맥(peripheral, muscular)에서 서로 다른 양상으로 나타난다. 혈관 경직도(arterial stiffness)의 증가는 구조적인 변화일 뿐만 아니라, 혈관 평활근과 내피 세포의 기능 변화에 의해서도 발생하는데 노화된 혈관에서는 내피세포의 투과성이 증가되고, 아세틸콜린에 의한 산화질소 의존성 혈관확장이 저하된다.³ 대혈관의 경직도가 증가함에 따라 맥파 전파 속도(pulse wave velocity, PWV)는 증가하게 되며, PWV는 혈관 노화의 정도를 평가하는 대표적인 바이오마커로 사용된다. 대혈관 순응도의 감소는 전방 파형의 진폭을 증가시켜 수축기 혈압을 상승시키며, PWV의 증가는 반사파의 조기 반사를 유발하여 반사파가 이완기 이전에 도달하게 함으로써 증강압(augmented pressure)을 증가시킨다. 이러한 변화는 결과적으로 수축기 혈압을 증가시키고 이완기 혈압을 감소시켜 궁극적으로 맥압을 증가시킨다. 따라서 PWV를 직접 측정하지 않더라도, 맥압이 증가되어 있는 경우 혈관 경직도가 증가되어 있을 가능성을 추정할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맥압이 60 mmHg 이상인 경우 고위험군으로 제시된다. 그렇지만 결국 임상적으로 동맥경직도를 가장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검사는 PWV인데 임상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이 되고 있고 연구가 많이 된 검사는 cfPWV와 baPWV가 있다. 이들 검사들로 측정된 PWV의 증가는 혈압과 독립적으로 주요 심혈관 사건, 뇌혈관질환, 심부전증의 독립적인 위험 인자로 보고가 되고 있다⁶. 그렇다면 PWV가 얼마 이상일 때부터 심혈관질환의 위험이 높다고 할 수 있는가? PWV중 표준이 되는 cfPWV의 경우는 유럽고혈압학회 혈관구조 및 기능 워킹그룹에서 제시한 기준을 일반적으로 따르는데 우측 총경동맥에서 우측 대퇴동맥까지의 거리의 80%를 적용하여 측정한 경동맥-대퇴동맥 PWV(cfPWV)가 10 m/sec 이상일 경우 심혈관 고위험군으로 정의할 것을 제안하였다. baPWV의 경우 일본에서 7,656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에서는 baPWV가 18.3m/sec이상일 때 그 이하인 사람들에 비해 심혈관질환의 발생위험이 HR 1.33(1.06-1.67)으로 유의하게 높다고 보고한 바가 있고 2024년 ESC 고혈압 진료지침에서는 baPWV 1400 cm/sec 이상을 고위험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BaPWV는 장비가 동시에 ABI index도 산출이 가능하고, 측정이 간편하여 비교적 많이 사용되고 있으나 PWV의 성분중에 aorta뿐만 아니라 muscular artery도 포함되어 있다는 단점이 있다.조기 혈관 노화(Early Vascular Aging)조기 혈관 노화(Early vascular aging) 또는 가속화된 혈관 노화(accelerated vascular aging)는 실제 연령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높은 PWV를 보이는 상태를 의미한다. 조기 혈관 노화와 심혈관질환과의 연관성을 밝히기 위한 연구들이 보고된 바 있는데 대표적으로 Malmö diet and cancer study 코호트 연구에서는 혈관 연령과 실제 연령의 차이(delta age)를 계산하여 하위 10백분위수(delta age < -5.7년)를 조기 혈관 노화, 상위 90백분위수(delta age > 6.8년)를 초정상 혈관 노화로 정의하였다. 정상 혈관 노화군과 비교하였을 때, 초정상 혈관 노화군은 심혈관 사건 발생 위험이 유의하게 낮았으며(HR 0.59, 95% CI 0.41–0.85), 조기 혈관 노화군에서는 심혈관 사건 위험이 유의하게 높았다(HR 2.70, 95% CI 1.55–4.70). 따라서 연령 대비 혈관 경직도가 증가된 대상자를 조기에 확인하고 심혈관 위험 인자를 적극적으로 조절하는 것이 장기적인 혈관 건강 유지에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혈관 노화의 진행은 성별에 따라 그 궤적을 달리 하는데 폐경 이전에는 남성에서 여성보다 연령 증가에 따른 혈관 경직도 증가 속도가 더 가파르지만, 폐경 이후에는 여성에서 그 증가 속도가 더 가파르게 나타난다. 이는 폐경 이후 여성에서 고혈압 유병률과 심혈관 질환 발생률이 증가하는 주요 기전 중 하나로 설명될 수 있다.혈관 노화를 가속하는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 인자비록 연령이 혈관 경직도의 가장 강력한 예측 인자이지만, 고혈압, 흡연, 고염분 섭취, 이상지질혈증, 당뇨병, 부적절한 식습관, 비만 등 다양한 위험 인자가 혈관 노화를 가속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심혈관 위험 인자들은 혈관 세포에서 염증, 산화 스트레스, 내피세포 기능장애 및 세포 노화를 촉진하여 가속화된 혈관 노화를 유발한다.고혈압은 조기 혈관 노화의 중요한 위험 인자로, PWV로 평가한 혈관 경직도의 진행 속도가 정상혈압군에 비해 유의하게 빠른 것으로 보고되었다. 또한 모든 연령대에서 고혈압 환자는 정상혈압군에 비해 더 높은 혈관 경직도를 보인다. 이러한 현상은 고혈압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산화 스트레스 증가, 혈관 염증, 내피세포 기능장애, 그리고 레닌-안지오텐신-알도스테론 시스템(RAAS)의 활성화로 설명될 수 있다. RAAS는 콜라겐과 엘라스틴의 구성 변화를 통해 대혈관의 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으며, 신경호르몬성 변화로 인한 내피세포 기능장애 또한 혈관 노화를 가속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혈관 염증은 혈관 노화의 병태생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미 여러 연구들을 통해 염증지표인 hsCRP나 Interleukin 6등이 PWV와 유의한 연관성이 있다는 것이 입증된 바 있으며 류마티스 관절염과 같이 만성염증성 질환이 동반된 환자들에서 혈관 노화가 촉진된다는 연구결과들이 보고된 바 있다. 고령자의 흉부 대동맥에서는 안지오텐신 전환효소, 안지오텐신 II, 안지오텐신 수용체 1형, MMPs, MCP-1의 발현이 증가되어 있으며, 이는 혈관 경직도의 병인에서 염증의 중요한 역할을 시사한다. 또한 염증성 사이토카인은 혈관 평활근 세포에서 C-반응성 단백의 국소 생성을 촉진하며, 고감도 C-반응성 단백(hsCRP)과 혈관 경직도 간의 유의한 연관성이 보고된 바 있다.동맥경직도의 증가와 심혈관질환앞서 언급된 것 처럼 정상 대동맥은 심장에서 박출되는 혈액의 압력을 완충해주면서 높은 압력이 그대로 주요 장기들의 미세혈관에 전달이 되지 않도록 해주는 역할을 한다. 동맥경직도가 증가하면 전방 파형(forward wave)의 진폭을 증가시면서 반사파(reflection wave)의 조기 반사를 유발하여 반사파가 이완기 이전에 도달하게 함으로써 증강압(augmented pressure)을 증가시킨다. 이러한 변화는 결과적으로 수축기 혈압을 증가시켜 말초혈관저항이 낮은 주요장기(뇌, 신장)들의 미세혈관들에게 과도한 압력부하를 가하게 되고 궁극적으로 뇌혈관질환, 만성신부전증의 발생위험을 증가시키게 된다. 특히 동맥경직도의 증가는 white matter hyperintensity, small vessel disease, lacunar infarction, microbleed를 증가시켜 뇌혈관질환 뿐만 아니라 인지기능장애와 치매의 발생위험과도 연관된 것으로 보고 되고 있다. 또한 상대적으로 이완기 압력의 감소로 말미암아 관상동맥혈류의 감소로 인해 허혈성 심혈관질환에 취약하게 되고 수축기압의 증가되고 반사파가 수축기에 도달하게 됨으로써 심장에 후부하를 증가시켜 심부전증의 발생위험을 증가시키게 된다.(그림 2) 혈관 노화의 치료혈관 노화의 진행을 늦추기 위해서는 금연, 건강한 식습관, 규칙적인 운동과 같은 생활습관 개선이 중요하다. 혈압을 효과적으로 조절하면 혈관 경직도의 진행이 유의하게 억제되며, 이러한 억제 효과는 심혈관 예후 개선과 연관되어 있다. 특히 renin angiotensin aldosterone system( RAAS) 활성화가 혈관 노화의 병태생리에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RAAS를 차단하는 항고혈압제는 혈압 강하 효과를 넘어 혈관 경직도 감소에 더 효과적일 수 있다.염증은 다양한 심혈관 위험 인자가 혈관 경직도를 증가시키는 공통 경로이며 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의 매개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최근 colchicine(콜히친)은 심근경색 및 심혈관 질환 병력이 있는 환자에서 심혈관 사건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보고되어 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는데 효과가 입증된 바가 있는데 가장 최근에는 혈관 경직도의 진행을 늦춰준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바가 있다. 이 연구는 제2형 당뇨병 환자 1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무작위 대조 연구로 colchicine 0.5 mg/일 또는 위약을 26주간 투여하였으며, 그 결과 콜히친 투여군에서 평균동맥압을 보정한 cfPWV가 위약군에 비해 유의하게 감소하였다(-0.7 m/sec, 95% CI -1.3~-0.1, P=0.03)20. 이는 항염증 치료가 혈관 경직도 진행을 완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그 밖에 스타틴과 항당뇨병 약제 또한 PWV 감소 효과가 보고되고 있는데 573명을 포함한 11개 임상시험 메타분석에서 스타틴은 cfPWV를 6.8%(95% CI 1.8–11.7) 감소시켰다. DPP-4 억제제, GLP-1 수용체 작용제, SGLT2 억제제 등 항당뇨병 약물 또한 경미하지만 유의한 PWV 감소 효과를 보였다.결론PWV는 혈관 노화를 반영하는 대표적인 바이오마커로, 연령 증가에 따라 점진적으로 증가하며 심혈관 질환 위험과 독립적으로 연관된다. 혈관 노화는 고혈압, 흡연, 이상지질혈증, 비만, 부적절한 식습관 등 다양한 심혈관 위험 인자에 의해 실제 연령보다 빠르게 진행될 수 있는데 혈관 노화의 진행을 억제하고 심혈관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주요 심혈관 위험 인자의 예방과 치료가 중요하다<필자소개>박성하교수는 현재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연세대 의대와 동대학원(의학박사)을 졸업햇으며 연세대 의대 내과학교실 심장내과 전임강사, 연세의료원 국민고혈압사업단 의료사업부 간사를 역임하고 IRB 6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한내과학회 순환기학회 정회원이기도하다.
이종운
2026.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