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조제 말뜻 왜곡하는 의사들
지난주에 한 종합병원에 문병을 갈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그 병원의 복도 중앙에 붙어있는 사진들을 보고는 벌어진 입을 다물수 없었다. 그 사진들은 모두 의학논문의 case report에나 나올 정도의 험악한 사진들이었고 그 밑의 설명들은 약사들이 환자를 잘못치료하여 나빠진 case라는 설명이 붙어 있었다. 말할 것도 없이 약사가 준 진통제 때문에 모든환자가 맹장수술의 때를 놓치지는 않을 것이고 속이 쓰린 환자에게 제산제를 권하여 위암을 늦게 발견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몇 사람의 의사들이 오진을 하여 환자가 죽었다거나 수술을 잘못하여 성한 다리를 잘랐다고 하여 모든 의사가 다 엉터리 의사라는 공식은 성립하지 않음은 의사들도 잘 알것이다.
이런 상식을 벗어난 일들이 벌어지면서 전국의 병의원들이 문을 닫고 정부와 협상(?)까지 벌이고 있다. 정부와의 협상에서 이들이 내건 가장 중요한 쟁점은 소위 “임의조제”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임의조제는 의약분업이 시작된이상 처방조제가 아닌, 임의조제는 있을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방없이 조제없다. 임의조제가 웬말인가?” 와 같은 풀라카드를 들고 데모를 하는 것은 자가당착도 이만 저만이 아니다.
이들이 말하는 임의조제는 약사들이 취급하는 일반의약품 즉 매약(OTC)을 약국에서 판매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약국의 OTC 판매를 “임의조제”라고 우기면서 국민을 혼동하게 만들고 있다. 일반의약품을 7일분 포장을 팔든 10일분 포장을 팔든 그것이 왜 전국 병의원의 문을 닫고 많은 환자에게 불편을 줄 이유가 되는지 알고싶다. OTC 약품의 포장단위는 제약업자가 시장의 수요를 감안하여 만드는 것이 아닌가?
그들 주장에 따르면 약사는 일반약들의 판매기록부까지 만들어야 한다고 한다. 어느외국에서 OTC약품의 포장을 제한하고 팔때마다 판매부에 기록하고 있는지 묻고싶다. OTC라도 약사들은 환자에게 복용법을 잘 일러줌으로서 올바르게 복용하여 있을수 있는 부작용과 남용을 미리부터 막는 것은 약사가 할 수 있는 소위 “pharmaceutical care”의 중요한 부분이 되어있는 것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의사들은 의약품을 재분류하여 처방약, 비처방약, OTC 세가지로 하여 OTC는 슈퍼나 편의점같은 데서도 팔게하자는 의견까지도 내어 놓고 있다. 약사들이 몇알정도까지는 팔 수 있고 몇알이상은 못 판다는 분들이 OTC라는 약의 구분을 새로지어서 슈퍼에 맡긴다는 논리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알고만 싶어진다.
적어도 이런 정도의 옳고 그름은 정부가 판별할 수 있을 터이지만 “의료대란”(醫療大亂)이라는 全無後無할, 히포크라스선생이 기절초풍을 할 상황을 자아내고 있음은 슬픈일이 아닐수 없다. 양식있는 의사들에게 묻는다. 의사는 이제 약사노릇까지 하려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