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경제 관련 활동에서 발생하는 갑-을 관계 청산이 주요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유제품업계의 오래된 관행중의 하나인 밀어넣기로 인해 촉발된 갑-을 관계 청산 문제는 최근에는 모 주류회사의 대리점 관계자가 자살을 하면서 사회문제화되고 있다.
정치권은 물론이고 정부에서도 갑을관계 청산을 위한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는 상황이다.
약업계도 갑을 관계로 인해 그동안 적지 않은 고초를 겪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대표적으로 병원에 의약품을 납품하는 과정에서 병원이 결제기일을 늦추면서 적지 않은 업체들이 자금난을 겪어 왔다.
통상적인 거래관계에서는 납품 후 3개월이면 대금을 결제받지만 병원과의 거래관계에서는 1년이 넘어가는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이다.
불공정 거래행위라는 지적이 많았지만 병원이 갑(甲)인 상황에서 의약품을 납품하는 제약사와 도매업체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다. 의약품 결제대금 지연과 관련해 민원 또는 이의를 제기할 경우 '미운 털'이 박히기 때문에 병원측의 처분(?)을 기다릴 수 밖에 없는 것이 을(乙)인 제약회사와 의약품도매업체의 입장이었다.
갑을 관계 청산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 국회에서 의약품 결제기간 의무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약사법 개정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병원계의 로비 등 여러가지 요인으로 인해 법개정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갑-을 관계 청산이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맞불리면서 의약품 결제기간 의무화를 주 내용으로 하는 약사법 개정에 청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의약계에 상존해 있는 대표적 폐단중의 하나인 갑을 관계 청산이 관련업계 종사자인 기자로서는 반갑기는 하다.
하지만 의약계 종사자간에 상대를 배려하고 이해하는 풍토가 이미 조성됐다면 굳이 법개정이나 여론을 힘입는 일이 없었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한편으로는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