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 전체를 뒤 흔들고 있는 미투(Me Too)운동 바람이 보건의료계와 제약산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현재까지 진행된 언론 보도내용과 해당 소속회사의 발표를 보더라도 국내 빅3 대형의료기관 소속의사, 대표적 다국적 제약기업의 전현직 임원, 대학병원이 포함된 교육기관의 교수 등이 포함되고 있다. 직역을 가리지 않고 성희롱 성추문이 꼬리를 물고 있으면 이런 보도와 소식을 접한 관계자·주변인들은 당연이 ‘곯은 상처가 제대로 터졌다’는 인식과 함께 차제에 적극적인 고소고발로 실상을 파헤쳐 제대로 된 기업내 성문화 정착을 위한 호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지난해 의료계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2017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8명은 성폭력 피해를 당해도 '참고 넘어갔다'고 답했다고 밝힌바 있다. 수직적이고 폐쇄적인 조직문화가 만연한 보건의료계 내부에서 성희롱, 성폭행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이 문제가 실제로 외부에 드러나기는 쉽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점을 비추어 볼 때 지금까지 드러난 보건의료계의 성폭력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직장 내 성희롱 성폭력도 당연히 근절돼야 할 폐습이지만 다수의 여성MR들이 활약하고 있는 제약영업 현장의 소위 갑질형 성범죄는 더 큰 문제가 아닐수 없다.
여성MR은 직업의 특성상 의료인을 포함 거래처 관계자와 대면하는 경우가 많고 상대방이 처방권을 비롯해 업무관련 권한을 무기로 다소 무리한 요구나 부탁을 해 올 경우 거절하기가 쉽지 않아 이 과정에서 미투에 해당하는 피해사례가 발생한다는 것. 실제 여성MR을 상대로 제약사나 의료기관 관계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성추행 사례도 제기된 바 있다. 문제가 발생한 모 회사는 직원을 보호하고 관리해야 할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덮고 방관했다는 지적은 더 큰 문제가 아닐수 없다. 다행히 정부가 먼저 칼을 빼들었다. 먼저 성범죄 등 비윤리적인 범죄를 저질러 벌금형 이상이 확정된 등기임원이 재직 중인 업체는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을 받을 수 없도록 했다.
정부는 또 보건의료계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사협회 차원의 신고센터를 운영해 신고 문화를 활성화 하고, 의료인 양성에 성폭력 예방교육을 추가한다고 밝혔다. 성폭력 사건에 대한 조직적 은폐, 2차 피해 등 부적절한 대응이 확인될 경우 해당 의료기관에 과태료와 의료 질 평가지원금 감액 등의 제재 조치도 발표한바 있다. 하지만 이정도 조치로 성폭력피해를 근절할 수는 없다. 가해자에 대한 처벌과 재발 방지 대책도 중요하지만 피해자에 대한 보호와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세심한 장치, 나아가 보건의료계 내의 수직적이고 폐쇄적인 조직문화 자체를 고쳐나가야 한다. 환부를 일거에 제거해 낸다는 구성원 모두의 동의가 이뤄진다면 제대로 된 기업내 성문화 정착을 최적기(最適期)가 될 수도 있는 요즘의 분위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