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4년간 살던 인왕산 자락을 떠나 최근 불암산 자락으로 이사를 했다.
완연한 봄날 같이 포근하던 기온이 봄해갈을 말끔히 씻어낸 봄비 뒤에 갑자기 떨어져 아내와 아이들이 모두 몸살 기운으로 고생한 지난 일요일.
간단한 몸살약을 구하고자 집 인근 약국을 찾았지만 일요일인 관계로 대부분 문을 닫은 상태였다.
거리는 강풍을 동반한 황사와 비온 뒤의 스산함으로 을씨년스럽기 그지없었다.
이사 후 봐둔 약국이 서너 곳 됐지만 이날 따라 모두 문을 닫았다.
의원들이 많이 입주한 소위 메디칼빌딩에 있는 약국은 여지없이 셔터가 내려져 있었고 대로변에 위치한 문을 닫은 다른 약국도 셔터나 외벽 어느 곳에도 당번약국을 알리는 안내판은 걸려 있지 않았다.
문 연 약국을 찾기 위해 발품을 팔길 20여분 후 집에서 가까운 한 약국이 문을 연 것을 발견하곤 두가지 점이 못마땅했다.
첫째는 방향을 잘못 잡은 기자 자신에 대한 책망이고 두 번째는 당번약국 안내의 소홀함에 대한 원망이었다.
기자가 이사한 곳은 아파트 밀집 지역이라 거주 인구가 많고 이에 따라 공휴일에도 약국을 찾는 환자가 많다.
이날도 기자와 같이 `약국 찾아 삼만리'를 한 시민이 2명이나 있었다. 당번약국 안내는 약국의 기본적인 대국민 서비스다.
약국을 찾는 환자에게 `사탕'을 서비스하지 못할 지언정 `골탕'을 먹여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