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지연과 치료 공백, 가족만의 노력으론 한계...국가 차원 조기 발견 시스템 갖춰야”
첨단재생바이오법의 현실적 한계 지적, ‘환자 중심 혁신 R&D’ 통한 치료 기회 확대 호소
김홍식 기자
입력 2026-01-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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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혁 소아희귀안과질환협의회 대표“오늘 어느 정도 보이던 아이의 시력이 내일은 사라질 수 있습니다. 치료 기술이 존재함에도 제도적 제약으로 인해 치료 시기를 놓치는 일만은 막아야 합니다.”소아 희귀안과질환 환우와 가족들을 대변하는 소아희귀안과질환협의회 이주혁 대표의 호소다.1,500여 명의 환우 가족이 소속된 협의회를 이끌고 있는 그는 ‘예측 불가능성’이라는 병마의 공포 속에서 신음하는 가정들을 위해 사회적 안전망 확충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특히 신생아 단계에서의 조기 발견 시스템 부재와 기술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직된 제도가 아이들의 빛을 앗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약업신문은 이주혁 대표를 만나 소아 희귀안과질환 환우들이 겪는 현실적인 고충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제언을 들어봤다.Q. 먼저 소아희귀안과질환협의회에 대한 소개와 설립 배경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소아희귀안과질환협의회는 출생 직후 또는 소아기에 발병하는 희귀·난치성 안과질환을 가진 환아와 그 가족들이 모인 환자단체입니다. 병명은 서로 달라도 “아이의 시력이 언제, 어떻게 사라질지 모른다”는 공통된 불안 속에서 살아가는 가족들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저 역시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진단부터 치료, 재활, 교육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오롯이 부모 혼자 감당해야 하는 현실의 벽을 느꼈습니다.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아이의 미래를 지킬 수 없다는 한계에 부딪혔고, 같은 아픔을 겪는 부모들이 목소리를 모아 사회적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해 이 길에 나서게 됐습니다. 현재는 우리 아이들뿐만 아니라 다른 질병으로 고통받는 환아들을 위해 기부 활동과 타 환자단체와의 연대를 통해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Q. 현재 협의회 구성원들의 주요 질환과 규모는 어떻게 됩니까?현재 전국적으로 약 1,500명 규모의 환우 가족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주요 질환으로는 가족성삼출유리체망막병증(FEVR), 미숙아망막병증(ROP), 망막색소변성(RP/IRD), 레베르 선천성 흑암시(LCA) 등 망막질환이 대표적입니다. 이외에도 선천성 백내장, 시신경 위축 같은 안구 질환뿐만 아니라 로웨증후군, 차지증후군처럼 전신질환이 동반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Q. 성인 환자와 달리 ‘소아’ 환자와 가족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입니까?가장 큰 고충은 ‘진단의 지연’과 ‘양육 환경의 고립’입니다. 소아 희귀안과질환은 출생 직후 외관상 이상이 뚜렷하지 않거나, 아이가 증상을 말로 표현하지 못해 정확한 진단까지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리기도 합니다. 그사이 병은 조용하고 빠르게 진행됩니다. 또한 또래와 다른 발달 과정을 겪는 아이를 양육하며 겪는 교육과 돌봄의 부담은 오로지 가족에게 집중됩니다. 잦은 병원 방문과 재활로 인해 부모가 경제 활동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학교나 사회의 이해 부족으로 아이들이 적응에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전문적인 진료를 볼 수 있는 의료진이 서울의 소수 병원에만 편중된 현실 또한 지방 거주 환자들에게는 큰 장벽입니다.Q. 희귀안과질환의 특수성과 그에 따른 위험성은 무엇입니까?‘강한 진행성’과 ‘예측 불가능성’입니다. 아이의 성장과 함께 병도 급격히 악화될 수 있어 오늘 보던 세상을 내일은 보지 못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많은 질환이 유전적 원인을 가지고 있어 치료 접근이 제한적인데, 더 큰 문제는 치료 기술이나 연구 가능성이 있음에도 제도적 제약으로 인해 실제 치료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이로 인해 치료가 가능했던 ‘골든타임’을 놓치는 것이 가장 안타깝고 위험한 상황입니다.Q. 조기 발견을 위한 국내 진단 시스템, 어떻게 평가하십니까?아직 매우 미흡합니다. 미국, 유럽, 중국 등 주요 국가들은 신생아 안저검사를 필수적으로 권유하거나 무료로 시행하여 조기에 질환을 발견하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보건소나 분만병원 어디에서도 관련 정보를 얻기 힘들고, 검사의 중요성을 안내받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적어도 부모들이 검사를 ‘선택할 권리’는 보장받아야 합니다. 뒤늦게 진단을 받고 “조금만 빨랐어도”라며 후회하는 부모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 국가의 역할입니다. 보건소의 임산부 지원 시스템에 신생아 안저검사 안내를 포함하고, 점진적으로 선별검사를 의무화하는 정책적 변화가 시급합니다.Q. 첨단재생바이오 분야에서의 치료 기회 확대 방안에 대해서는 어떤 견해를 갖고 계십니까?기술 발전 속도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간극’이 문제입니다. 희귀질환 치료의 핵심인 유전자·세포치료제는 대부분 환자 맞춤형 치료가 필수적인데, 현행 제도는 이에 대한 접근이 매우 어렵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특히 현행 제도가 Ex-vivo(체외) 방식 중심이라, 희귀질환 치료에 필수적인 In-vivo(체내) 유전자 치료 적용에 한계가 큽니다.정부가 ‘환자 중심 혁신 R&D’와 ‘한국형 유전자·세포치료 모델’ 구축을 위해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합니다. 이는 환자에게는 치료 기회를, 기업에는 고부가가치 산업 육성의 기회를 제공하며 국가 바이오 안보에도 기여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것입니다.Q. 마지막으로 환우 가족과 정책 입안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환우 가족 여러분, 외롭고 긴 싸움이지만 우리는 혼자가 아닙니다. 여러분의 목소리가 세상을 조금씩 바꾸고 있습니다. 국회와 정부 관계자분들께는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소아 희귀안과질환 정책은 단순한 예산 문제가 아니라, 고통받는 아이들의 꿈과 미래를 지켜주는 일입니다. 어떤 아이들에게는 기다릴 여유가 없습니다. 오늘의 정책 결정이 한 아이의 평생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 주시고, 올해는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 주시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