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뷰티 박람회 '코스모프로프 볼로냐(Cosmoprof Bologna)'가 열리는 이탈리아 현지. 수많은 글로벌 브랜드가 집결한 프라임홀(14관)은 이미 뜨거운 열기로 가득하다. 그 활기찬 홀의 한복판, 부드러운 핑크빛 벽면에 "What's your priority?"라는 감각적인 네온 사인과 액자 장식이 눈길을 사로잡는 곳이 있다. 측면 벽에는 철학적인 문구가 적혀 있고, 그 중심에서 미니팝츠 김바다 대표가 환한 미소로 참관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부스 내부는 미니멀한 흰색 선반 위로 세련되게 진열된 8개 인디 브랜드의 제품들이 반짝인다. 이곳이 바로 K-뷰티 및 웰니스 브랜드의 글로벌 마켓 진출을 돕는 마켓 엔트리 플랫폼, '미니팝츠(mini popz)'의 현장이다.올해로 설립 3년 차를 맞은 미니팝츠는 이번 박람회에 기관 협업 없이 독자적인 큐레이션을 통해 선정한 8개 인디 브랜드 ∆디아뮤(D’AMU) ∆피벨(fivel) ∆해요(heyo) ∆러뷰(Lovew) ∆닥터드롭(Dr.drop) ∆올로아(Oloa) ∆오방(Ovang) ∆데미플로(de mi flor)와 함께 볼로냐를 찾았다. 차별화된 공간 구성으로 현지 바이어와 참관객들의 발길을 사로잡은 미니팝츠의 김바다 대표를 만나, K-뷰티의 성공적인 유럽 진출 전략과 향후 비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미니팝츠 김바다 대표. ⓒ화장품신문 김유진 기자■유럽 소비자의 감도를 겨냥한 큐레이션과 공간 기획력미니팝츠 부스의 가장 큰 특징은 개별 브랜드를 단순히 나열하는 방식을 탈피했다는 점이다. 김바다 대표는 "각 브랜드의 색깔을 강하게 내세우기보다는, 2030 현지 여성 소비자들이 선호할 만한 감도에 맞춰 전체 공간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유럽 마켓의 방향성과 부합하는 '클린 뷰티(Clean Beauty)'와 '비건(Vegan)'을 최우선 기준으로 참여한 8개 브랜드를 엄선했다. 바이어는 물론 일반 소비자까지 머물고 즐길 수 있도록 포토존과 체험 공간을 마련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차별화된 프로모션 전략이다. 박람회에서 흔히 버려지는 샘플 대신, 'Ambition without action becomes anxiety'와 같이 스킨케어에도 적용될 수 있는 철학적인 문구가 담긴 화장품용 키링을 기념품으로 제공해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로마에서의 성공, 그리고 9월 파리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미니팝츠가 치열한 경쟁을 뚫고 프라임홀(14관)에 입성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지난해 이탈리아 로마에서 진행한 팝업스토어의 성공이 자리 잡고 있다. 보건산업진흥원과 함께 일주일간 진행했던 해당 팝업은 이탈리아 유력 일간지 '일 메사제로(Il Messaggero)'와 공영방송 '라이(RAI)'가 자발적으로 찾아와 취재할 만큼 뜨거운 현지 반응을 얻었다.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미니팝츠는 올해 9월, 프랑스 파리에 모듈형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할 계획이다. 보건산업진흥원의 새로운 사업 지원을 받아 구축되는 이 공간은 단순한 판매처가 아니다. 김 대표는 "현지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직접 체험하고 구매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이 현장 데이터를 기반으로 바이어 미팅까지 이루어지는 투트랙(Two-track) 거점 공간으로 운영될 예정"이라고 밝혔다.▲미니팝츠 부스에서 전시된 스킨케어 제품을 꼼꼼히 살펴보고 있는 참관객들. ⓒ화장품신문 김유진 기자■공간 기획 전문가의 시선: “단순 판매를 넘어, 데이터 기반의 현지화가 핵심”김바다 대표의 이력은 독특하다. 프랑스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스타트업 캠퍼스 '스테이션 F(Station F)'에서 액셀러레이팅을 경험한 그는 한국으로 돌아와 통신사(KT)에서 금융권 오프라인 점포 등 공간 개발 사업을 담당했다. 소비자와 가장 맞닿아 있는 공간 비즈니스를 뷰티 산업에 접목한 것이 지금의 미니팝츠다.그는 "미니팝츠는 유통, 라벨링, 인증 등 각 분야의 전문 파트너사들과 유기적인 협력(아웃소싱) 체계를 구축해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다"며, "우리가 가장 잘 아는 '유럽 시장'에 집중하되, 미국이나 중동 등 타 국가의 진출 문의는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십을 통해 풀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성분은 기본, 유럽을 사로잡는 건 확고한 브랜드 스토리"인터뷰 말미, 김 대표는 유럽 진출을 꿈꾸는 K-뷰티 브랜드사들에게 뼈있는 조언을 남겼다. "수출 계약이 성사되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진짜 중요한 것은 현지 소비자들에게 지속적인 '리텐션(Retention)'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한국에서 특정 성분(예: PDRN)이 유행한다고 맹목적으로 따라가기보다는, 그 성분이 우리 브랜드가 말하고자 하는 페르소나와 명확히 일치하는지 고민해야 합니다. 초기 유통 단계에서는 가격이나 VMD가 중요할지 몰라도, 결국 소비자의 재구매를 이끌어내고 바이어의 추가 오더를 만드는 핵심 동력은 탄탄한 '브랜드 스토리'입니다."K-뷰티의 우수한 제품력에 현지화된 공간 기획력, 그리고 데이터 기반의 B2B2C 전략을 더한 미니팝츠. 유럽의 심장부에서 K-뷰티의 새로운 확장을 이끌어갈 이들의 다음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