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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 얘! 넌 엄마 없니?
이덕근 CVS Pharmacy, Chief pharmacist
입력 2016-04-06 09:40 수정 최종수정 2016-04-06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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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근 CVS Pharmacy, Chief pharmacist▲ 이덕근 CVS Pharmacy, Chief pharmacist
영화 '마더'에서 엄마 김혜자는 자기 아들 원빈 대신 진범이라고 잡혀온 조금 덜 떨어진 청년에게 "얘! 넌 엄마 없니?" 하고 소리친다.

왜냐하면 진범인 아들 원빈을 지키기 위해 살인까지 했던 '엄마' 김혜자는 맥없이 자기가 범인이라고 자백하는 저 청년덕분에 자기 아들이 풀려났지만, 한편으론 너무나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넌 나 같은 엄마 없니? 엄마가 있다면 저 청년이 저렇게 쉽게 자백하진 않았을 텐데. 자기처럼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았겠지, 더구나 저 아이는 내 아들처럼 진짜 범인도 아닌데...

미국엄마들도 아이들 뒷바라지 하느라 바쁘다. 소위 '사커맘'으로 불리는 엄마들은 애들을 미니밴에 싣고 축구장이나 야구장으로 그리고 오케스트라 등의 방과후 학습에 실어 나르느라 고달프고 바쁘다.

한국처럼 학원에서 셔틀버스를 운영하는 것도 아니고 땅덩어리가 넓어 한국처럼 이동거리가 짧지도 않다.주말엔 시합이나 연주가 있고 주중엔 연습하러 다녀야 한다. 대중교통 수단도 없고 애들끼리 내 보내면 불법이니 엄마가 해야 한다. 그래서 사커맘을 '슈퍼맘'이라고도 한다.

아이가 유전적 발작으로 고생하는 미세스 테일러는 7살 딸아이 약인 Trileptal을 타러 올 때마다 나에게 마냥 미안해한다. 왜냐하면 애가 복용하기 좋도록 flavor를 넣어달라고 나에게 부탁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flavoring이 공짜도 아니고 비용으로 3달러를 더 받는데도 아이가 매 번 포도향, 사과향, 풍선껌향 등으로 바꿔 달라하니 혹시 약사인 내가 귀찮아 할까봐 걱정이 돼서 굽신거리는 거다. 그게 다 엄마이기 때문에 그렇다.

미스 고든은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중국에서 입양한 딸 애슐리가 있다. 한동안 엄마하고 아이하고 즐겁게 잘 다니더니만 애가 사춘기를 맞이하면서 문제가 생긴 것 같다. 추측건대 애가 자기 정체성에 고민이 생긴 모양이었다.

처음에는 주위력 결핍증(ADHD) 약들을 타가더니 점점 우울증약 등의 비중이 증가하고 심지어는 antianxiety 약인 Xanax도 복용하기 시작하였다. 약도 잘 안듣는지 이 약 저 약 자주 바꿔보기도 하는게 보였다.

그러자 침착한 성격으로 보이는 미스 고든의 얼굴에도 그늘이 지기 시작했다. 나에게 이것 저것 물어보기도 하면서 애에게 좋다는 것을 찾을려고 애쓰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애슐리의 상태는 점점 나빠져 미스 고든은 결국엔 애슐리를 애리조나에 있는 우울증 청소년을 위한 갱생 시설에 보낼 수 밖에 없었다.

아이를 보내고 나서 홀로 된 미스 고든은 외로움을 느낄 새도 없이 병원과 약국을 오가면서 약을 애슐리에게 보내고 비타민이나 영양제도 자주 챙기는 모습이 보였다. 아직 애슐리는 애리조나에 있지만 엄마의 노력으로 곧 아픔을 극복하고 정상으로 돌아오기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한국에 있을 땐 미국엄마는 한국엄마와 달리 좀 정이 없고 좋게 말하면 합리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냉정하다라고 들었다. 애가 넘어져도 혼자 스스로 일어나게 나둔다라고도 들었다. 하지만 직접 미국에 와서 보니 미국엄마들도 자식교육이나 자식 사랑은 한국 엄마들보다 더하면 더했지 절대 모자라지는 않은 듯하다.

미국 엄마들은 방과 후 애들을 실어 날으면서 차 안에서 아이들과 대화할 시간을 많이 갖는다. 그래서 오히려 한국 엄마들보다 아이들과 유대관계가 매우 좋다. 이런 엄마들이 아이가 넘어지면 그냥 놔둔다고? 아니, 바로 가서 일으켜 준다. 미국 엄마 손이나 한국 엄마 손이나 아이들에게는 모두 약손인 것이다.

*'워싱턴 약국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은 HIPAA Rule에 의해 가명으로 처리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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