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성모병원 약제과 홍경란 약사
약을 버리고 싶었던 루푸스 환자 사례
복약상담 배경
2003년 루푸스성 신염(lupus nephritis)으로 진단 받았던 53세 여자 김 OO 씨는, 입원 4개월 전부터 양쪽 하지의 부종 및 소변량 감소를 보여왔으며, 입원당시 심각한 알부민 감소와 단백뇨가 관찰되어 albumin, diuretics, steroid, mycophenolate mofetil투여하였고 이후 알부민 증가, 단백뇨 감소 추세를 보여 퇴원하게 되었다.
임상병리검사결과
입원시 albumin 2.2g/dl(정상치 3.8-5.3)로 저알부민혈증, proteinuria 12g/day(정상치<150mg)로 심각한 단백뇨를 증상을 보였으며, 총콜레스테롤455mg/dl, 중성지방253mg/dl로 고지혈증이었고, 혈장 크레아티닌 및 다른 수치들은 정상이었다. 퇴원시 albumin은 3.1g/dl, proteinuria 8.9g/day였다.
퇴원약
경구약 7일분
prednisolone 50mg #2(35mg:15mg)
mycofenolate mofetil 1000mg#2
famotidine 40mg#2
furosemide 20mg#1
rosuvastatin 10mg#1
애드칼 2T #2
PRN
Acetaminophen ER 1300mg#2
alprazolam 0.5mg #1
상담내용
상담 전 약사 생각 : 환자의 병력을 보아도 그렇고 복용할 약물 수효가 많아 기분이 침체되어 있으라 생각하여 복약순응도를 확인하면서 약 복용에 도움을 드리고자 하였음.
【약사】(환자 체구가 작은 편으로 아들이 옆에 있었고, 기운없이 약사를 맞이함) 안녕하세요? 약이 많아서 드시기 힘드시겠어요?
【환자】(작은목소리로 약사의 질문에 못이기는 듯 반응하며) 네..
【약사】저희 병원에 입원하기 전에 혹시 다른 병원에서도 약을 복용하셨었나요?
【환자】네.
【약사】(환자에게 더욱 집중하고 눈높이를 맞추려고 노력하며) 퇴원약에 치료에 중요한 약들이 많은데 약의 작용 등 약에 관해 어느 정도는 알고 계신지요?
【환자】스테로이드 면역억제제가 있지요? 예전에도 이렇게 많이 먹어봤어요.
【약사】아, 그러세요. 이번 약에는 스테로이드제가 총 10알로 50mg이 있고, 이번에 추가된 셀셉트라는 면역조절제가 아침, 저녁 2알씩 들어있습니다. 그밖에 몸에 염분이나 수분이 쌓이지 않게 하는 이뇨제, 콜레스테롤 저하제, 위장관련 약 등이 있습니다. 약을 꾸준히 드시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데 약을 잊지않고 잘 드신 편이신가요?
【환자】(고개를 저으며)아니예요. 면역억제제, 칼슘제를 먹었거든요. 처방을 받아도 조제 안받고 그냥 집에 갔어요. 7개월동안 약을 안 먹고 지내봤어요. 그리곤 잘 지내다가 어느 날인가 상황이 악화되어 다시 먹기 시작했어요. 바로 올해가 되서야.
【약사】(불순응도가 큰 환자로 상담이 잘 이루어져 환자의 생각이 바뀌길 간절히 바라며) 혹시, 질환이 좀 나아지니 약을 중지해 보면 어떨까하고 생각하셨었던건가요?
【환자】네. 약이 복잡하면 짜증나요! 약을 먹으면 더 아픈 것 같고, 제가 정말 루푸스에 걸린 건지도 모르겠는데 약을 먹어서 루푸스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약사】네에~ (잠시 침묵). 자신이 루푸스라는 질환에 걸렸다고 인정하고 치료를 잘하고자 하면 약을 잘 드셨을 텐데 질환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우셨나보군요. 하지만, 이 방면에 경험많은 의사선생님이 여러가지 검사 결과로 진단을 하신 것이니, 앞으로 건강이 더 악화되지 않게 하는데 신경을 쓰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질환이 나빠질 때도 있고 좋아질 때도 있는데 상의하지 않으시고 약을 나름대로 조정해 드시면, 의사가 진료할 때 혼동을 가져와 결국은 치료 결과가 안 좋으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잘 치료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신부전이라는 심한 질환이 되어 고생하시게 됩니다.
【환자】그래요. 그렇지만, 약도 화학물질이잖아요. 약을 이렇게 계속 먹으면 몸에 안 좋아지는 것 같아 먹고 싶지 않아요.
【약사】약을 지속적으로 드시는 많은 분들이 주로 걱정하는 것이 바로 그 문제인데요. 실제로 약이 부작용을 갖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실제 발생할 확률은 크지 않고, 치료상의 효과가 우려하는 부작용에 비해 크다면 우선 밝혀진 치료방법대로 치료를 하게 됩니다. 우리나라 속담에도 "구더기 무서워 장 못담그나"라는 말이 있듯이요. (환자 약간 이해하는 표정을 지음)
그런데 혹시, 약을 드시고 부작용이나 안 좋은 증상을 느끼신 적이 있나요?
【환자】위가 약해서 걱정이 되고 일부러 밥을 먹고 약을 먹는데도 약을 먹으면 속이 뜨거운 느낌이 들어요.
【약사】그러셨어요? 스테로이드가 위에 부담을 줄 수 있는데 이를 막기 위해 위산을 줄여주는 약이 같이 처방되어 있습니다. 드시고도 증상이 나아지지않으면 의사와 다시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환자】병은 걱정되는데 약을 보면 도움이 된다는 생각보다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고 싶어요.
【약사】(약에 대한 과거 안 좋은 감정이 오랜기간 쌓여 있었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음. 환자의 생각을 이해한다는 뜻으로 끄덕거리며) 약을 보면 중병에 걸렸다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게 되지요. 하지만, 약이 있기 때문에 질환이 더 심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시고, 어려운 일이겠지만.., '내게 말없이 도움을 주는 친구'라고 생각하시면 약을 더 잘 드실 수 있지 않을까 하는데요..
【환자】전에 TV에서 보니까 신약개발이 됐다고 하더라구요.
【약사】네에~. 루푸스 등 만성질환들은 신약들이 지속적으로 연구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TV에서 보도된 약물이 실제 사용에 이르려면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이번에 새로 복용을 시작한 셀셉트라는 약도 비교적 새로운 약물에 속합니다. 그러니 보도된 신약이 안전하다고 입증되어 사용을 시작하게 될 때까지는 효과가 이미 입증된 약으로 충분히 치료를 받는 것이 좋겠습니다.
<~ 중 략 ~>
【환자】전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요?
【약사】(이제서야 환자가 약을 잘 복용해보겠다는 결심이 선 것이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아! 예~. 이 전화번호로 하시면 되구요. 저는 OOO입니다(명함을 건네줌).
【환자】(환자 미소를 띄우며) 이렇게 속시원히 이야기를 해 본 것은 처음이예요.
【약사】도움이 되셨습니까? 앞으로 약을 잊지않고 잘 복용하시고, 문의가 있으시면 언제든지 전화주시기 바랍니다. 참, 옆에 계신분은 아드님이신가 봐요.
【환자】네에. 감사합니다.
복약상담 포인트
조용한 성격의 환자는 지금까지 풀어놓지 못한 약과 치료에 관한 많은 의문과 불안이 있었던 것 같다. 마치, 누군가 먼저 다가와 말을 건네주기를 바랬던 것처럼 여러가지 안 좋은 느낌과 생각을 토해내었다.
약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이 약을 복용하는 환자들이 겪을 마음의 고통이 느껴지게 된다. 이것을 느끼는 시간은 결코 오래 걸리지 않는다. 질환에 대한 간단한 지식과 약을 먹는 환자가 인간이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내가 단순한 조제기술자가 아니라는 생각만 가진다면.
약이 많은 환자에게 우선 이렇게 말을 건네보자.
"약이 많아서 드시기 힘드시겠어요."
(한 보름 후 환자와 통화하였는데 약을 잘 드시고 계시다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