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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8> 칠전팔기(七顚八起)
심창구 교수의 약창춘추
편집부
입력 2025-10-15 09:2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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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전팔기일곱  쓰러져도 여덟  일어선다는  짧은 말은 삶의 불씨처럼 우리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든다며칠  TV에서 하지마비(下肢痲痺)라는 절망을 껴안고도 초인적인 재활을 하여 장애인 역도선수로 거듭난  젊은이의 이야기를 보았다그의 땀과 눈물에 젖은 칠전팔기 이야기는 희망의 씨앗이 되어 시청자들의 마음을 흔들었다또 오래   위에서   쓰러졌다가 다섯 번째에 KO 역전승을 거둔 챔피언 홍수환 선수의 이야기 역시 세월을 넘어 아직도 생각이 난다.

링컨은 수많은 낙선(落選)에도 굴하지 않고 마침내 대통령이 되어 분열된 나라를 이끌었고에디슨은 수천 번의 실패를 딛고 인류 문명을 바꿀 전구(電球) 발명하여 세상을 밝게 만들었다이처럼 인류의 역사에는 좌절 끝에 피어난 꽃이 적지 않다 꽃의 향기는 오늘도 시들지 않고아직 땅에 쓰러져 있는 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건넨다.

그러나 사실 현실은 냉혹하다끝내 일어나지 못한 이들의 숫자가일어난 이들보다 훨씬  많다홍수환 선수 이후다시는  번의 쓰러짐 후에 다섯 번째의 공격으로 승리를 쟁취한 사례를 보지 못했다대부분의 보통 사람은 넉다운된 삶을 다시 세우려 애쓰지만 45, 78기의 기적은 아무에게나 일어나지 않는다그렇기에 칠전팔기의 주인공에게 보내는 우리의 박수는 단순한 환호가 아니라 인간의 의지와 운명의 경계에서 울려 퍼지는 깊은 존경이다.

배려와 친절에 관한 미담(美談)도 많다한국 제약 산업의 선구자인 유한양행 창업자 유일한(1895~1971) 박사는 소년 시절 독립정신을 품고 미국 유학을 꿈꿨지만 가난해서 길이 막막했다마침 한국에 선교사로  있던 미국인 목사가 그의 총명함과 성실함을 알아보고 직접 학비와 생활비를 지원해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  박사는 미국에서 공부를 마친  귀국해 유한양행을 창립했고 한국 제약 산업과 교육 발전에  업적을 남겼다낯선 타국인의 작은 배려가  청년을 나라의  인물로 성장시킨 사례이다.

미국 시골의 여관 종업원인 어떤 청년이 비 오는 날 낯선 나그네에게 자기 방을 내어주며 묵어 갈 수 있게 하였다고 한다 그 나그네는 뉴욕에서 사업을 하는 큰 부자였다훗날 그는 그 청년에게 뉴욕의 큰 호텔 경영을 맡겼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세상은 아직  만하다고 느끼게 된다.

그러나 정작 현실은 이처럼 아름답지만은 않다배려와 친절을 베풀고도 오히려 보상은커녕 상처받는 경우도 많다일평생 봉사하고 가진 것을 나누었지만 끝내 마음의 보답을 받지 못하고 잊혀지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아마 그래서 위에서 예를 든 미담(美談)이 더욱 귀하고 애틋하게 다가오는 것이리라   

사람들은 칠전팔기에 성공한 이들또 행운을 거머쥔 사람들을 주목한다언론의 스포트라이트도 그들을 집중 조명한다그러나 아직 행운을 잡지 못한 사람이나 좌절에서 몸을 일으키지 못한 이들에게는 별 관심을 주지 않는다오죽하면 일등만 주목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풍자(諷刺)가 유행했겠는가?

칠전팔기는 분명 아름다운 덕목(德目)이지만 아직 일어서지 못한 사람들의 삶에 대해 끈기가 부족하다성실하지 못하다  섣부른 입방아를 하는 것은 무책임하고 가혹한 일이다모든 사람의 인생은 다 말 못할 사정이 있고 나름의 사연이 있을 것이다 

사실 칠전팔기와 행운은 노력 보다는 기적의 결과인 결과가 더 많다말기암 환자가 거짓말처럼 회복되는 경우도 있는데 우리는 그런 기적이 언제 누구에게 어떻게 일어나는 것인지 그 비밀을 알지 못한다그 비밀은 우리의 이해 범위 저 바깥에하나님의 주관 영역에 있는 모양이다

정부와 사회는 의료보험 등의 사회보장 제도를 통해 아직 재기하지 못한 사람들행운을 잡지 못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 손을 더 내밀어야 한다말하기 민망하지만 우리들도 그래야 한다그래야 비로소 우리가같은 공동체의 식구라는 이름을 공유할  있을 것이다. 어느새 아침저녁으로 스치는 바람이 서늘하다.

<필자소개> 심창구 교수(서울대 명예교수)는 서울대 약학대학 교수와 식품의약품안전청장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종신회원으로 대한약학회 약학사분과학회 명예회장과 서울대 약학박물관 명예관장을 맡고 있다.  심 교수의 약창춘추 칼럼은 2007년 처음 게재된 이후 현재까지 약 400여 회 이상 집필을 이어오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3권(약창춘추, 약창춘추2, 약창춘추3) 책으로 묶여 순차적으로 발간된 바 있다. 가장 최근에 발간된 약창춘추3은 현재 교보문고를 비롯한 시중 인터넷 서점과 약업닷컴 북몰을 통해 구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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