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도 올해로 환갑이 된다. 어떤 은사님이 "늙은이는 종자가 따로 있는 줄 아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씀하시더니 내가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나도 별로 늙을 생각이나 계획이 없었다.
1983년 조교수로 부임하였을 때 언제 시험감독 같은 데 불려 다니는 신세를 면할 수 있을까 기다려졌는데, 어느 순간 말단을 면하는 가 싶더니 이젠 어느덧 내가 고참이란다. 심지어 원로라고 부르는 사람도 보았다. 아, 원로라니!
얼마 전 고등학교 친구 서너 명이 저녁을 먹으며 어떻게 노년(?)을 의미 있게 보낼 수 있을 까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한 친구는 부인이나 자식에게 나름대로 최선의 서비스를 다하고 있는데도 때로는 그들로부터 무시 받는 느낌이 들어 서운하다고 하였다.
나도 TV를 보다가 말이 잘 안 들려 아내나 자식들에게 물었다가 면박을 당한 경험이 있는지라 그 심정이 100% 이해되었다.
나이 먹어 갈수록 점점 주변 사람이 내게 인사를 제대로 안하는지, 나를 무시하는 듯한 언행을 하면 곧 섭섭한 마음이 생긴다. 이 '섭섭병'은 일종의 노인병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나는 집안 애들에게 어른을 뵐 땐 가능한 한 두 손을 꼭 잡고 여러 번 흔들면서 인사를 하라고 가르친다.
기억에 확실히 남도록 인사를 하라는 것이다. 잔칫날 간단한 목례를 드렸더니 한참 뒤에 "근데 자네 언제 왔었는가?" 하고 딴 소리를 하시는 어른을 적지 않게 보았기 때문이다.
다른 한 친구는 늙어 갈수록 취미를 붙일 수 있도록 부는 악기를 하나 배워야 한다고 했다. 만원만 주면 노래방에서 실컷 불 수 있다고도 하였다. 노래방에서 분다? 참 좋은 아이디어지만 나처럼 음악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무익한 권고일 뿐이다.
나는 그 자리에서 평소의 지론인 '교양론'을 펼쳤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았다.
나의 교양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사람은 늙어갈수록 교양이 있어야 한다. 다들 동의할 것이다.
그런데 교양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결국 '혼자서 시간을 보내는 기술'이 아닌가 싶다. 한번 생각해보자. 흔히 교양하면 독서, 음악 감상, 그림그리기 또는 그림감상 등을 떠올리지 않는가? 이 모든 것들의 공통점은 '혼자서 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즉 혼자서 시간을 보낼 줄 아는 사람이 교양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늘 누군가가 찾아주기를 바라거나, 자식이 효도관광을 보내주기를 기다리는 등, 늘 누군가가 놀아주어야 시간을 보낼 줄 아는 삶은 교양 없는 삶이라는 이야기다.
'혼자서도 잘해요'라는 어린이 TV 프로그램처럼 '혼자서도' 시간을 잘 보낼 줄 아는 늙은이, 즉 교양 있는 늙은이가 노년의 비전이 아닌가 싶다. 악기를 배우는데 열심인 그 친구의 교양 있는 삶에 경의를 보낸다.
나는 어떤가? 낮잠 자기 말고 혼자 잘하는 게 무언가? 학생들과 토론하고 논문 쓰고 교회 다니고 뭐 그런 일로 일생을 살다보니, 골프도 술도 바둑도 모른다.
젊었을 때와 달리 음성이 안 나와 노래 부르기도 재미가 없다.
내가 생각해도 나의 정년 후는 정말 대책이 없어 보인다. 그래도 늘 감사하고 기쁘고 행복함은 어찌된 일인지. 그저 하나님께 감사할 따름이다.
교양! 정년을 5년 앞둔 내게 주어진 행복한 과제의 하나가 아닌가 한다. 할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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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올해로 환갑이 된다. 어떤 은사님이 "늙은이는 종자가 따로 있는 줄 아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씀하시더니 내가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나도 별로 늙을 생각이나 계획이 없었다.
1983년 조교수로 부임하였을 때 언제 시험감독 같은 데 불려 다니는 신세를 면할 수 있을까 기다려졌는데, 어느 순간 말단을 면하는 가 싶더니 이젠 어느덧 내가 고참이란다. 심지어 원로라고 부르는 사람도 보았다. 아, 원로라니!
얼마 전 고등학교 친구 서너 명이 저녁을 먹으며 어떻게 노년(?)을 의미 있게 보낼 수 있을 까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한 친구는 부인이나 자식에게 나름대로 최선의 서비스를 다하고 있는데도 때로는 그들로부터 무시 받는 느낌이 들어 서운하다고 하였다.
나도 TV를 보다가 말이 잘 안 들려 아내나 자식들에게 물었다가 면박을 당한 경험이 있는지라 그 심정이 100% 이해되었다.
나이 먹어 갈수록 점점 주변 사람이 내게 인사를 제대로 안하는지, 나를 무시하는 듯한 언행을 하면 곧 섭섭한 마음이 생긴다. 이 '섭섭병'은 일종의 노인병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나는 집안 애들에게 어른을 뵐 땐 가능한 한 두 손을 꼭 잡고 여러 번 흔들면서 인사를 하라고 가르친다.
기억에 확실히 남도록 인사를 하라는 것이다. 잔칫날 간단한 목례를 드렸더니 한참 뒤에 "근데 자네 언제 왔었는가?" 하고 딴 소리를 하시는 어른을 적지 않게 보았기 때문이다.
다른 한 친구는 늙어 갈수록 취미를 붙일 수 있도록 부는 악기를 하나 배워야 한다고 했다. 만원만 주면 노래방에서 실컷 불 수 있다고도 하였다. 노래방에서 분다? 참 좋은 아이디어지만 나처럼 음악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무익한 권고일 뿐이다.
나는 그 자리에서 평소의 지론인 '교양론'을 펼쳤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았다.
나의 교양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사람은 늙어갈수록 교양이 있어야 한다. 다들 동의할 것이다.
그런데 교양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결국 '혼자서 시간을 보내는 기술'이 아닌가 싶다. 한번 생각해보자. 흔히 교양하면 독서, 음악 감상, 그림그리기 또는 그림감상 등을 떠올리지 않는가? 이 모든 것들의 공통점은 '혼자서 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즉 혼자서 시간을 보낼 줄 아는 사람이 교양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늘 누군가가 찾아주기를 바라거나, 자식이 효도관광을 보내주기를 기다리는 등, 늘 누군가가 놀아주어야 시간을 보낼 줄 아는 삶은 교양 없는 삶이라는 이야기다.
'혼자서도 잘해요'라는 어린이 TV 프로그램처럼 '혼자서도' 시간을 잘 보낼 줄 아는 늙은이, 즉 교양 있는 늙은이가 노년의 비전이 아닌가 싶다. 악기를 배우는데 열심인 그 친구의 교양 있는 삶에 경의를 보낸다.
나는 어떤가? 낮잠 자기 말고 혼자 잘하는 게 무언가? 학생들과 토론하고 논문 쓰고 교회 다니고 뭐 그런 일로 일생을 살다보니, 골프도 술도 바둑도 모른다.
젊었을 때와 달리 음성이 안 나와 노래 부르기도 재미가 없다.
내가 생각해도 나의 정년 후는 정말 대책이 없어 보인다. 그래도 늘 감사하고 기쁘고 행복함은 어찌된 일인지. 그저 하나님께 감사할 따름이다.
교양! 정년을 5년 앞둔 내게 주어진 행복한 과제의 하나가 아닌가 한다. 할렐루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