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월 24일 저녁 청와대에서 열린 노무현 전대통령의 송별을 위한 장차관들의 만찬 모임에 전 식약청장의 자격으로 참석한 바 있다.
약 230여명이 참석했는데 이 때 같은 테이블에 앉았던 "청와대기록담당자"로부터 의미 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참여정부는 그간 대통령 기록물의 완전한 보존과 활용에 역점을 두고, 이를 위해 2007년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e-지원 시스템, 업무관리시스템을 통해 생산된 전자문서 116만 건을 포함한 총 350만여 건의 기록을 '대통령기록관'으로 넘겼다고 한다.
심지어 대통령이 회의를 주재할 때 기록한 메모지도 전부 수거 분류해서 보관하였다고 한다. 이는 국가기록원이 소장하고 있는 역대 대통령기록물 총 33만여 건 (이중 14만 건은 김대중 대통령 시절의 기록물)의 10배가 넘는 방대한 분량이라고 한다. 대화에 참여했던 참석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참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 과거의 대통령들은 왜 기록물을 거의 남기지 않았을까?
잘 알 수는 없지만, 기록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였거나 아니면 기록을 남김으로써 후세에 구설수가 발생하는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후자가 이유라면, 대통령의 투명한 통지를 위해서라도 상세한 기록의 보존은 반드시 법으로 강제해야 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역사를 '기록의 평가'라고 본다면 역사를 쓰기 위한 첫 단계는 '기록과 보존'일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우리 약계는 과연 후세의 역사를 위해 오늘날 기록을 충실히 하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에 20개 약대의 홈페이지에 들어 가 보았더니 그 기록의 양과 질이 매우 부실함을 발견하게 되었다. 지금부터라도 모든 대학이 최소한도의 역사라도 잘 정리해 주었으면 좋겠다.
왜 우리는 제대로 기록하지 않는가? 우리는 원래 그런 민족인가?
그러나 조선시대의 '조선실록'을 보면 우리의 기록정신은 적어도 조선세대에는 절대로 나쁘지 않았었다. 그 훌륭한 기록정신이 근현대에 와서 왜 나빠지게 되었는가는 전문가들이 연구할 대상이겠지만, 아무쪼록 노무현 대통령의 이번 조치가 우리로 하여금 '조선실록'의 정신으로 되돌아가게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편 일본의 기록문화는 가히 '지독'해 보인다. 작년에 발간된 '일본약학사학회'의 간행물을 보았더니, 크고 작은 학회들과 각종 회의 등에 대해 어찌나 상세하게 기록했던지 실제로 일어났던 일보다 기록된 내용이 더 많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추락하는 비행기 안에서도 깨알같은 유언을 남기는 일본인이라고 하더니 정말 대단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약학에 대한 기록은 다른 분야에 비해 특히 빈약해 보인다. 그나마 단군신화로부터 근세에 이르기까지를 다룬 고 김신근 교수의 '한국의약사 (2001)'와, 근세 이후를 다룬 홍현오 선생의 '한국약업사(1972)' 그리고 약업신문사의 '한국약업100년(2004)' 같은 극소수의 역작이 없었다면 어찌할 뻔했는지 아찔한 생각이 든다.
앞으로 약대나 제약계를 정년 퇴직하시는 원로분들을 중심으로 본인들이 겪은 크고 작은 개인사(個人史)들이 속속 발간되기를 기대해 본다.
훗날의 약학사를 위한 디딤돌을 하나씩 놓으시는 원로님들을 뵙고 싶다. 대한민국 약학사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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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4일 저녁 청와대에서 열린 노무현 전대통령의 송별을 위한 장차관들의 만찬 모임에 전 식약청장의 자격으로 참석한 바 있다.
약 230여명이 참석했는데 이 때 같은 테이블에 앉았던 "청와대기록담당자"로부터 의미 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참여정부는 그간 대통령 기록물의 완전한 보존과 활용에 역점을 두고, 이를 위해 2007년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e-지원 시스템, 업무관리시스템을 통해 생산된 전자문서 116만 건을 포함한 총 350만여 건의 기록을 '대통령기록관'으로 넘겼다고 한다.
심지어 대통령이 회의를 주재할 때 기록한 메모지도 전부 수거 분류해서 보관하였다고 한다. 이는 국가기록원이 소장하고 있는 역대 대통령기록물 총 33만여 건 (이중 14만 건은 김대중 대통령 시절의 기록물)의 10배가 넘는 방대한 분량이라고 한다. 대화에 참여했던 참석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참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 과거의 대통령들은 왜 기록물을 거의 남기지 않았을까?
잘 알 수는 없지만, 기록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였거나 아니면 기록을 남김으로써 후세에 구설수가 발생하는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후자가 이유라면, 대통령의 투명한 통지를 위해서라도 상세한 기록의 보존은 반드시 법으로 강제해야 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역사를 '기록의 평가'라고 본다면 역사를 쓰기 위한 첫 단계는 '기록과 보존'일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우리 약계는 과연 후세의 역사를 위해 오늘날 기록을 충실히 하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에 20개 약대의 홈페이지에 들어 가 보았더니 그 기록의 양과 질이 매우 부실함을 발견하게 되었다. 지금부터라도 모든 대학이 최소한도의 역사라도 잘 정리해 주었으면 좋겠다.
왜 우리는 제대로 기록하지 않는가? 우리는 원래 그런 민족인가?
그러나 조선시대의 '조선실록'을 보면 우리의 기록정신은 적어도 조선세대에는 절대로 나쁘지 않았었다. 그 훌륭한 기록정신이 근현대에 와서 왜 나빠지게 되었는가는 전문가들이 연구할 대상이겠지만, 아무쪼록 노무현 대통령의 이번 조치가 우리로 하여금 '조선실록'의 정신으로 되돌아가게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편 일본의 기록문화는 가히 '지독'해 보인다. 작년에 발간된 '일본약학사학회'의 간행물을 보았더니, 크고 작은 학회들과 각종 회의 등에 대해 어찌나 상세하게 기록했던지 실제로 일어났던 일보다 기록된 내용이 더 많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추락하는 비행기 안에서도 깨알같은 유언을 남기는 일본인이라고 하더니 정말 대단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약학에 대한 기록은 다른 분야에 비해 특히 빈약해 보인다. 그나마 단군신화로부터 근세에 이르기까지를 다룬 고 김신근 교수의 '한국의약사 (2001)'와, 근세 이후를 다룬 홍현오 선생의 '한국약업사(1972)' 그리고 약업신문사의 '한국약업100년(2004)' 같은 극소수의 역작이 없었다면 어찌할 뻔했는지 아찔한 생각이 든다.
앞으로 약대나 제약계를 정년 퇴직하시는 원로분들을 중심으로 본인들이 겪은 크고 작은 개인사(個人史)들이 속속 발간되기를 기대해 본다.
훗날의 약학사를 위한 디딤돌을 하나씩 놓으시는 원로님들을 뵙고 싶다. 대한민국 약학사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