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원태 본부장 <한국유나이티드제약/약학박사>화장실과 은행의 줄서기
남산으로 산책을 갔을 때의 일이다. 남산타워 아래에 있는 화장실은 외국인 관광객도 많이 드나들어서인지, 매우 깨끗하게 관리되어 서울시의 "아름다운 화장실"로 선정되어 있기도 하다.
그런데 깨끗한 것 보다 더 인상적인 것은 이용객들이 많을 때는 자연스럽게 한줄로 기다리다가 빈자리가 나면 차례대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깨끗하다는 것은 누군가가 끊임없이 관리를 해야 하는 하드웨어적인 것이지만, 차례로 줄을 서서 누구나 공평하게 공공시설을 이용하는 것은 소프트웨어적인 것이다.
화장실을 예로 들었지만, 은행기기에서 가장 짧아 보이는 줄을 선택하여 기다리는데 운이 없어 내가 선 줄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나보다 늦게 들어선 사람이 일을 마치고 나가는걸 보면서 줄을 옮겨볼까 고민한적은 없는가? 작은 질서를 지키는 사람이 손해보지 않게 되는 사회는 그만큼 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잘 조화된 선진사회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할 일은, 앞서 말한 화장실이나 은행에 적용해보면 매우 간단하다.
하드웨어적으로는 한 줄을 설수 있도록 유도선을 그리면 되고, 소프트웨어적으로는 그런 유도에 따름으로써 누구나 가 더욱 편하고, 아름답고, 자유로운 것이라는 공감대만 형성되면 된다.
그런데 제약업계의 의약품 허가과정에서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열심히 줄을 선 사람은 자꾸만 뒤로 처져서 결국은 그 동안 줄을 섰던 시간과 노력과 비용 등을 포기하게되고, 최악의 경우에는 '열심히 개발한 책임'을 지고 회사에서 물러나야 하는 지경에 이르는 일이 일어나고있다.
가뜩이나 환경은 열악하고 전문인력도 부족한 우리나라의 제약업계에서 이런 제도적 모순 때문에 직장을잃거나, 불이익을 당하는 주위 사람들을 보며 이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되었다.
제약업계의 해일들
혹자는 지금 국내제약업계에 커다란 해일이 몰아치고 있다고 표현한다.
1987년 지적소유권(intellectual property)도입, 1997년 IMF환란, 2000년 의약분업으로 인한 커다란 지각변동 등 그 동안 약업계는 수많은 파고를 넘어왔지만, 앞으로 닥쳐올 물결은 국내뿐아니라 국제적으로 몰아칠 종적 횡적인 물결이 될 전망이다.
국제적으로는 한-미 FTA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국내적으로는 약가선별등재 (positive list system)방식의 채택, 생산자에 대한GMP의 강화 등이다. FTA협상에서 의약품 분야는 미국이 월등한 선진국이어서, 우리나라에 주로 요구하는 것은개발자에 대한 지적재산권을 강화해 달라는 것과, 약가정책의 투명성 등이라 한다.
지적재산권의 강화란 한마디로 말해 원천기술(오리지널약)을 확실히 보호하고, 특허나 PMS가 만료되어도제너릭이나 개량신약의 출현을 당국에서 정책적으로 억제해 달라는 것이 핵심이 될 것이다. 물론 새로운 약을 개발하는원동력은 시장에 제품이 성공적으로 런칭됨으로서 얻을 이익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또 개발자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서만 이 아니라, 계속 혁신적이고 국민보건에 기여할 수 있는 약품의 개발이 이뤄지는 모티브가 되도록 특허제도라는 것이 유지되고 있고 또 존중되어야 한다. 하지만 특허가 끝나도 공룡(블록버스터 약물)만이 지배하는 시장구조 하에서는 국민이 사용하는 약물의 값비싼 개발이익은 고스란히 선진국에 갖다 바쳐야 한다.
기술우위국은 이렇게 얻은 이익을 더 큰 이익을 위해 보다 나은 약물개발에 재투자하는 선 순환구조로 갈수 있지만, 우리는 계속 기술종속이 될수 밖에 없게 된다. 국내제약산업은 물론 기업의 이익을 위하기도 하였지만, 장기적으로는 이런 기술 속국화를 피하기 위해 열심히 제너릭의 개발에 노력하였다.
우리나라가 비록 아직은 미국과 어깨를 견줄만한 혁신적인 신물질의 개발국은 못되더라도, 제너릭과 개량신약의 개발로 축적된 기술과 자본을 발판으로 막 신물질의 창조국으로 진입하고 있는 단계다.
북유럽의 일본이라 불리는 스웨덴은 SAAB비행기, VOLVO자동차등 수많은 명품을 자랑하는 산업강국 이였다. 그래서 국가적으로는 기계공업을 육성하는 정책을 시행해 왔는데,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이런 기계산업보다 무명 이였던 제약회사 하나가 만든 신약이 벌어들이는 이익이 비행기나 자동차가 벌어들이는 것보다 훨씬 커서 제약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인식하고 강한 육성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한다.
설상가상의 생동파문
이런 종횡의 해일 속에서 상위제약사를 포함한 많은 국내 제약사들이 품질과 효과가 우수한 제네릭이나 개량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는 기술과 자본이 일천한 상황에서 신물질보다는 리스크(risk)가 적고, 특허나 PMS기간 후 다국적 기업이 독식하는 블록버스터급의 시장에 진입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그럼 이런 개발에는 오로지 기업의 이기적인 목적만이 있는 것일까?
제네릭은 공룡만이 지배하는 시장을 견제할 수 있는 기능이 있고 국가 건강보험재정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 미국 클린턴 대통령이 선거에 입후보할 당시 공약사항 중 하나가 의료보험제도의 개혁이었다. 정작 미국의 많은 기업들이 제네릭만을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고 실제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우리보다 후진국이라 치부하는 인도의 업체가 축적된 기술력과 미국 내 인디언 인맥(Indian network)을 이용하여, 제네릭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상황인데도 국내 제약사들에게는 설상가상 또 하나의 큰 폭풍이 몰려왔다. 지난 4월 생동파문이다.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은 원래 약품(대조약)의 특허가 만료된 다음에발매될 후발제품(시험약)이 대조약과 동등한 혈중농도곡선을 나타내는가를 보는 시험이다.
그런데 들리는 바로는 일부 제약사에서는 회사 내부적인 갈등도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영업부서에서는 임상의와의 신뢰를 쌓아왔는데 하루아침에 신뢰가 실추되고 너희 회사가 만든 나머지 약들도 다 그 모양이 아니냐고 손가락질 받게 되니 도대체 무슨 일을 그 따위로 하느냐고 개발을 탓하고, 개발은 국내기업이 모두 같은 입장인데 영업부진의 원인을 호도하지 말라고 말다툼이 잦다고 한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 되었지만 그래도 필자는 생동파문이 터진 이후에 이렇게 생각하였다. 정부가 약가를 보장해주면서 생동시험을 단기간에 마치도록 장려할 목적이었건 어쨋건, 방법론에서 서두르다가 간과한 것이 있다면, 국민에게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바르고 합리적인 방향을 제시할 계기가 되야 하기 때문에, 한번은 넘고 가야 할 파도라고.
그래서 회사에선 허가지연으로 인해 마케팅계획도 영업목표도 세울 수 없어서, 개발이 비난과 힐책을 들으면서도, 문제가 빨리 해결되어 식약청의 업무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랐다.
또 누가 원하지도 않았던 생동파문으로 식약청도 가뜩이나 부족한 인력에서 타부서의 직원을 차출하고, 휴일도 없이 불철주야 노력해도 평가업무에 차질이 불가피 했던 실정을 관계된 사람들은 모두가 다 이해하였기 때문에 2차, 3차에 걸쳐 연기되는 지연을 묵묵히 인내하였다.
줄 서면 손해 보는 허가제도
생동 인정품목이 4000개를 넘어서면서 현행 약가 체계에서는 5위 업체까지 최고가의 80%를 인정하고, 그 이후 후발제품은 순위별로 10%씩 삭감이 된다.
따라서 개발사로서는 시간이 곧 생명인 것이다. 하지만 너나 없이 겪는 홍역이라서 묵묵히 기다려 왔다. 이런 소용돌이 속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면 바보가 아닌가?' '줄을 옮겨볼까' 고민하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
생동품목들의 검토가 지연되어 허가가 나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탁생동은 허가가 처리되어 결국 예상치 못한 위탁생동품목에 의하여 적정수준 약가 확보가 어려워 진다. 보험약가를 선점하기 위해 제조.품질관리 능력에 관계없이 실제 미생산되는 품목이 위탁허가를 받아버리면 실제 고비용을 들여 생동시험을 수행한 회사들은 원가 미만의 약가로 밀려버리는 불합리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차라리 검토중인 생동품목 허가를 취하하고 위탁생동을 통해 자사의 연구개발 및 제제기술 없이 허가를 취득하는 것이 더 유리한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다. 형평성에 맞춘다면 실제 생동을 수행한 품목의 허가가 지연된다면, 위탁생동의 허가도 당연히 지연되어야 공평한 것이다.
실제생동시험을 수행하여 진행하는 개발은 잘못 그어진 줄 때문에 시간싸움에서 뒤지고 내 손으로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상실하게 만드는 악순환이 지속된다면, 대체조제를 활성화시키고 제네릭의약품의 품질향상을 기한다는 식약청의 정책목표와도 부합되지 않을 것이다.
맺는 말
거대한 물결이 밀려와도 생존하고자 열심히 노력하는 기업에게 닥친 생동파문은 우리가 그동안 시간과효율에만 쫓겨서 궤도를 벗어나는지도 모르고 앞만 보고 달려왔다면 이쯤에서 다시 한번 뒤를 돌아보고 올바른 방향을 잡는 홍역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건전한 제품을 만들기위해 열심히 연구개발에 투자한 제품은 생동파문에 발목을 잡혀서 꼼짝도 못하고 있고, 적정수준의 약가확보가 어려워져 결국 종착점에 다 와서 발매를 포기하도록 하게끔 행정제도가 되어 있다면, 도대체 어떤 기업이 자체적으로 연구개발에 투자를 하겠는가?
상황이 이렇게 계속 흘러가면 결국 기업은 투자의욕을 잃고, 오로지 다국적사의 거대한 공룡만이 지배하게 되어 약업도 종속되고 의료도 종속되는 시장이 될 것이다. 국내 제약업계가 손쉽고 간편한 방법인 위탁생동을 해서 약가는 먼저 확보해 버리고 눈치를 보다가 유리하면 시장으로 나서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건전한 투자를 하여 건전한 제품을 내고 원칙을 지키도록 행정이 유도해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요행이 없는 사회, 성실하고 묵묵히 줄을 선 사람이 손해 봤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하는 사회, 줄을 옮겨볼까 말아볼까 불안해 하지 않는 사회가 결국 선진사회가 아닐까? 선진화된 약은 결국 선진화된 사회가 만들어내는 것이다.
질서는 편하고 아름답고 자유로운 것이라는 걸 묵묵히 줄을 서있는 국내 제약업계가 느낄 수 있도록 해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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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원태 본부장 <한국유나이티드제약/약학박사>화장실과 은행의 줄서기
남산으로 산책을 갔을 때의 일이다. 남산타워 아래에 있는 화장실은 외국인 관광객도 많이 드나들어서인지, 매우 깨끗하게 관리되어 서울시의 "아름다운 화장실"로 선정되어 있기도 하다.
그런데 깨끗한 것 보다 더 인상적인 것은 이용객들이 많을 때는 자연스럽게 한줄로 기다리다가 빈자리가 나면 차례대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깨끗하다는 것은 누군가가 끊임없이 관리를 해야 하는 하드웨어적인 것이지만, 차례로 줄을 서서 누구나 공평하게 공공시설을 이용하는 것은 소프트웨어적인 것이다.
화장실을 예로 들었지만, 은행기기에서 가장 짧아 보이는 줄을 선택하여 기다리는데 운이 없어 내가 선 줄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나보다 늦게 들어선 사람이 일을 마치고 나가는걸 보면서 줄을 옮겨볼까 고민한적은 없는가? 작은 질서를 지키는 사람이 손해보지 않게 되는 사회는 그만큼 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잘 조화된 선진사회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할 일은, 앞서 말한 화장실이나 은행에 적용해보면 매우 간단하다.
하드웨어적으로는 한 줄을 설수 있도록 유도선을 그리면 되고, 소프트웨어적으로는 그런 유도에 따름으로써 누구나 가 더욱 편하고, 아름답고, 자유로운 것이라는 공감대만 형성되면 된다.
그런데 제약업계의 의약품 허가과정에서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열심히 줄을 선 사람은 자꾸만 뒤로 처져서 결국은 그 동안 줄을 섰던 시간과 노력과 비용 등을 포기하게되고, 최악의 경우에는 '열심히 개발한 책임'을 지고 회사에서 물러나야 하는 지경에 이르는 일이 일어나고있다.
가뜩이나 환경은 열악하고 전문인력도 부족한 우리나라의 제약업계에서 이런 제도적 모순 때문에 직장을잃거나, 불이익을 당하는 주위 사람들을 보며 이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되었다.
제약업계의 해일들
혹자는 지금 국내제약업계에 커다란 해일이 몰아치고 있다고 표현한다.
1987년 지적소유권(intellectual property)도입, 1997년 IMF환란, 2000년 의약분업으로 인한 커다란 지각변동 등 그 동안 약업계는 수많은 파고를 넘어왔지만, 앞으로 닥쳐올 물결은 국내뿐아니라 국제적으로 몰아칠 종적 횡적인 물결이 될 전망이다.
국제적으로는 한-미 FTA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국내적으로는 약가선별등재 (positive list system)방식의 채택, 생산자에 대한GMP의 강화 등이다. FTA협상에서 의약품 분야는 미국이 월등한 선진국이어서, 우리나라에 주로 요구하는 것은개발자에 대한 지적재산권을 강화해 달라는 것과, 약가정책의 투명성 등이라 한다.
지적재산권의 강화란 한마디로 말해 원천기술(오리지널약)을 확실히 보호하고, 특허나 PMS가 만료되어도제너릭이나 개량신약의 출현을 당국에서 정책적으로 억제해 달라는 것이 핵심이 될 것이다. 물론 새로운 약을 개발하는원동력은 시장에 제품이 성공적으로 런칭됨으로서 얻을 이익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또 개발자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서만 이 아니라, 계속 혁신적이고 국민보건에 기여할 수 있는 약품의 개발이 이뤄지는 모티브가 되도록 특허제도라는 것이 유지되고 있고 또 존중되어야 한다. 하지만 특허가 끝나도 공룡(블록버스터 약물)만이 지배하는 시장구조 하에서는 국민이 사용하는 약물의 값비싼 개발이익은 고스란히 선진국에 갖다 바쳐야 한다.
기술우위국은 이렇게 얻은 이익을 더 큰 이익을 위해 보다 나은 약물개발에 재투자하는 선 순환구조로 갈수 있지만, 우리는 계속 기술종속이 될수 밖에 없게 된다. 국내제약산업은 물론 기업의 이익을 위하기도 하였지만, 장기적으로는 이런 기술 속국화를 피하기 위해 열심히 제너릭의 개발에 노력하였다.
우리나라가 비록 아직은 미국과 어깨를 견줄만한 혁신적인 신물질의 개발국은 못되더라도, 제너릭과 개량신약의 개발로 축적된 기술과 자본을 발판으로 막 신물질의 창조국으로 진입하고 있는 단계다.
북유럽의 일본이라 불리는 스웨덴은 SAAB비행기, VOLVO자동차등 수많은 명품을 자랑하는 산업강국 이였다. 그래서 국가적으로는 기계공업을 육성하는 정책을 시행해 왔는데,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이런 기계산업보다 무명 이였던 제약회사 하나가 만든 신약이 벌어들이는 이익이 비행기나 자동차가 벌어들이는 것보다 훨씬 커서 제약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인식하고 강한 육성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한다.
설상가상의 생동파문
이런 종횡의 해일 속에서 상위제약사를 포함한 많은 국내 제약사들이 품질과 효과가 우수한 제네릭이나 개량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는 기술과 자본이 일천한 상황에서 신물질보다는 리스크(risk)가 적고, 특허나 PMS기간 후 다국적 기업이 독식하는 블록버스터급의 시장에 진입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그럼 이런 개발에는 오로지 기업의 이기적인 목적만이 있는 것일까?
제네릭은 공룡만이 지배하는 시장을 견제할 수 있는 기능이 있고 국가 건강보험재정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 미국 클린턴 대통령이 선거에 입후보할 당시 공약사항 중 하나가 의료보험제도의 개혁이었다. 정작 미국의 많은 기업들이 제네릭만을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고 실제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우리보다 후진국이라 치부하는 인도의 업체가 축적된 기술력과 미국 내 인디언 인맥(Indian network)을 이용하여, 제네릭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상황인데도 국내 제약사들에게는 설상가상 또 하나의 큰 폭풍이 몰려왔다. 지난 4월 생동파문이다.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은 원래 약품(대조약)의 특허가 만료된 다음에발매될 후발제품(시험약)이 대조약과 동등한 혈중농도곡선을 나타내는가를 보는 시험이다.
그런데 들리는 바로는 일부 제약사에서는 회사 내부적인 갈등도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영업부서에서는 임상의와의 신뢰를 쌓아왔는데 하루아침에 신뢰가 실추되고 너희 회사가 만든 나머지 약들도 다 그 모양이 아니냐고 손가락질 받게 되니 도대체 무슨 일을 그 따위로 하느냐고 개발을 탓하고, 개발은 국내기업이 모두 같은 입장인데 영업부진의 원인을 호도하지 말라고 말다툼이 잦다고 한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 되었지만 그래도 필자는 생동파문이 터진 이후에 이렇게 생각하였다. 정부가 약가를 보장해주면서 생동시험을 단기간에 마치도록 장려할 목적이었건 어쨋건, 방법론에서 서두르다가 간과한 것이 있다면, 국민에게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바르고 합리적인 방향을 제시할 계기가 되야 하기 때문에, 한번은 넘고 가야 할 파도라고.
그래서 회사에선 허가지연으로 인해 마케팅계획도 영업목표도 세울 수 없어서, 개발이 비난과 힐책을 들으면서도, 문제가 빨리 해결되어 식약청의 업무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랐다.
또 누가 원하지도 않았던 생동파문으로 식약청도 가뜩이나 부족한 인력에서 타부서의 직원을 차출하고, 휴일도 없이 불철주야 노력해도 평가업무에 차질이 불가피 했던 실정을 관계된 사람들은 모두가 다 이해하였기 때문에 2차, 3차에 걸쳐 연기되는 지연을 묵묵히 인내하였다.
줄 서면 손해 보는 허가제도
생동 인정품목이 4000개를 넘어서면서 현행 약가 체계에서는 5위 업체까지 최고가의 80%를 인정하고, 그 이후 후발제품은 순위별로 10%씩 삭감이 된다.
따라서 개발사로서는 시간이 곧 생명인 것이다. 하지만 너나 없이 겪는 홍역이라서 묵묵히 기다려 왔다. 이런 소용돌이 속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면 바보가 아닌가?' '줄을 옮겨볼까' 고민하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
생동품목들의 검토가 지연되어 허가가 나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탁생동은 허가가 처리되어 결국 예상치 못한 위탁생동품목에 의하여 적정수준 약가 확보가 어려워 진다. 보험약가를 선점하기 위해 제조.품질관리 능력에 관계없이 실제 미생산되는 품목이 위탁허가를 받아버리면 실제 고비용을 들여 생동시험을 수행한 회사들은 원가 미만의 약가로 밀려버리는 불합리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차라리 검토중인 생동품목 허가를 취하하고 위탁생동을 통해 자사의 연구개발 및 제제기술 없이 허가를 취득하는 것이 더 유리한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다. 형평성에 맞춘다면 실제 생동을 수행한 품목의 허가가 지연된다면, 위탁생동의 허가도 당연히 지연되어야 공평한 것이다.
실제생동시험을 수행하여 진행하는 개발은 잘못 그어진 줄 때문에 시간싸움에서 뒤지고 내 손으로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상실하게 만드는 악순환이 지속된다면, 대체조제를 활성화시키고 제네릭의약품의 품질향상을 기한다는 식약청의 정책목표와도 부합되지 않을 것이다.
맺는 말
거대한 물결이 밀려와도 생존하고자 열심히 노력하는 기업에게 닥친 생동파문은 우리가 그동안 시간과효율에만 쫓겨서 궤도를 벗어나는지도 모르고 앞만 보고 달려왔다면 이쯤에서 다시 한번 뒤를 돌아보고 올바른 방향을 잡는 홍역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건전한 제품을 만들기위해 열심히 연구개발에 투자한 제품은 생동파문에 발목을 잡혀서 꼼짝도 못하고 있고, 적정수준의 약가확보가 어려워져 결국 종착점에 다 와서 발매를 포기하도록 하게끔 행정제도가 되어 있다면, 도대체 어떤 기업이 자체적으로 연구개발에 투자를 하겠는가?
상황이 이렇게 계속 흘러가면 결국 기업은 투자의욕을 잃고, 오로지 다국적사의 거대한 공룡만이 지배하게 되어 약업도 종속되고 의료도 종속되는 시장이 될 것이다. 국내 제약업계가 손쉽고 간편한 방법인 위탁생동을 해서 약가는 먼저 확보해 버리고 눈치를 보다가 유리하면 시장으로 나서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건전한 투자를 하여 건전한 제품을 내고 원칙을 지키도록 행정이 유도해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요행이 없는 사회, 성실하고 묵묵히 줄을 선 사람이 손해 봤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하는 사회, 줄을 옮겨볼까 말아볼까 불안해 하지 않는 사회가 결국 선진사회가 아닐까? 선진화된 약은 결국 선진화된 사회가 만들어내는 것이다.
질서는 편하고 아름답고 자유로운 것이라는 걸 묵묵히 줄을 서있는 국내 제약업계가 느낄 수 있도록 해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