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치료제 '아리셉트' 효용성 도마 위에
"입원률·증상악화율 플라시보 투여群과 엇비슷" 주장
입력 2004.06.25 16:53
수정 2004.06.25 17:20
알쯔하이머는 오늘날 미국에만 환자수가 약 45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줄잡아 100만명이 알쯔하이머 치료제를 복용하는데 한해 12억 달러 안팎을 지출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대표적인 약물이 콜린에스테라제 저해제라 부르는 약물들. '아리셉트'(도네페질)와 '엑셀론'(리바스티그민), '레미닐'(갈란타민), '코그넥스'(타크린) 등이 바로 콜린에스테라제 저해제의 일종이다.
이와 관련, 현재 가장 빈도높게 처방되고 있는 알쯔하이머 치료제인 '아리셉트'가 발병시기나 요양소(nursing home) 입원시점을 늦추는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연구결과가 공개되어 관심을 끌고 있다.
영국 버밍엄大의 의료통계학 교수 리차드 그레이 박사팀은 26일자 '란세트'誌 최신호에 발표한 논문에서 "콜린에스테라제 저해제들이 별다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비용효율적이지도 못한 만큼 보다 나은 치료제가 필요한 것으로 사료된다"고 밝혔다.
'아리셉트'를 1년 동안 투여하는 데는 1,800달러(1,000파운드) 정도의 비용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레이 박사팀은 경미한 수준에서 중등도에 이르는 증상을 보이는 알쯔하이머 환자 565명을 대상으로 '아리셉트' 5㎎ 및 10㎎ 또는 플라시보를 투여한 뒤 최대 3년까지 추적조사를 진행했었다.
그 결과 3년이 경과한 시점에서 '아리셉트' 투여群의 인지능력 테스트 결과가 플라시보를 투여했던 그룹에 비해 다소 높은 점수를 나타내기는 했지만, 요양소 입원률과 증상이 본격적으로 악화되면서 장애가 뚜렷해진 시기 등을 비교해 볼 때 별다른 차이가 눈에 띄지 못했다고 그레이 박사는 설명했다.
다시 말해 '아리셉트' 투여群의 경우 42%가 요양소에 입원해 플라시보 투여群의 44%와 통계적으로 유의할만한 수준의 차이를 보이지 못했으며, 증상이 악화된 비율 또한 각가가 58%와 59%로 집계되어 앞·뒷집 정도에 불과했다는 것.
그레이 박사의 지적은 미국에서도 이미 '아리셉트' 등의 효용성을 놓고 전문가들의 견해가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고개를 든 것이어서 더욱 주목되는 것이다.
사실 알쯔하이머 치료제들은 환자의 인지능력을 다소나마 개선할 수 있지만, 이것이 환자의 실제 삶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노정되어 왔다. 또 기존 알쯔하이머 치료제를 발벗고 옹호하고 있는 전문가들조차 그 효과는 환자의 인지능력 감퇴시기를 일시적으로 지연시키는 등 그리 괄목할만한 수준의 것은 못된다는 데 동의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레이 박사는 "투약에 소요되는 비용을 감안하면 '아리셉트'의 효과는 미미한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사료된다"고 피력했다.
이에 대해 영국 알쯔하이머협회(AA)는 "그레이 박사팀의 연구결과가 개별 환자들의 치료제 결정과정 등을 언급하고 있지 않을 뿐 아니라 의사와 환자, 환자가족들은 기존 치료제들의 효능을 인정하고 있다"는 요지의 성명서를 채택해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알쯔하이머협회측은 또 성명서에서 "요양소 입원 유무를 치료제의 효과를 가늠하는 기준으로 사용한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미국 서던 캘리포니아大(USC) 알쯔하이머연구센터의 론 S. 슈나이더 소장도 "제약기업들의 지원으로 진행되고, 관련 캠페인에도 사용되었던 연구사례들을 보면 '아리셉트'가 요양소 입원시기를 수 년까지 지연시킬 수 있을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며 "그레이 박사팀의 결론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슈나이더 소장은 "마케팅 과정에서 효과가 일부 과장된 측면이 없지 않고, 그레이 박사팀은 이 부분을 반박한 것으로 해석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화이자社와 에자이社 등 현재 알쯔하이머 치료제를 발매 중인 제약기업들도 "다수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면밀하게 진행된 모니터링 작업을 통해 방대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는 우리의 입장에서 볼 때 그레이 박사팀의 연구결과는 상당히 제한적인 수준의 것에 불과하다"며 강하게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