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누리×민텔] '바이브'가 향수 쇼핑을 바꾼다
기분·정체성 따라 고르고 소장하고…향 사용법 확장
입력 2026.10.02 05:00 수정 2026.10.02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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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을 탐색하는 언어가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시트러스, 우디, 플로럴처럼 향조 중심의 설명이 향수를 고르는 기본 기준이었다면, 이제는 사람과 장소, 문화적 코드가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민텔이 지난해 9월 미국 18세 이상 인터넷 이용자 중 향 관련 제품 구매 경험자 176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2%는 향수를 고를 때 '향이 불러일으키는 기분이나 감정'을 살핀다고 답했다. 향조(Fragrance family)와 지속력이 더 높은 순위를 차지했지만, 향이 만드는 감정 역시 주요 구매 요인으로 나타났다.

민텔은 이런 소비 흐름을 '바이브 쇼핑(Vibe Shopping)'으로 정의하며, 향수 브랜드들은 앞으로 전통적인 향 설명에 머무르지 말고 감정적 효익과 정체성을 드러내는 제품을 제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의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 올라온 “'금발이 너무해'의 엘 우즈가 하버드 로스쿨에서 쓸 법한 향수는?” 게시글. 이 글에는 엘 우즈의 성격과 패션, 극 중 이미지를 떠올리며 어울릴 만한 향수를 추천하는 댓글들이 다양하게 달려 눈길을 끌었다. ⓒ사이트 캡처

인물·도시·기억이 향 선택 기준으로

미국의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는 최근 "'금발이 너무해'의 엘 우즈가 하버드 로스쿨에서 쓸 법한 향수는?"이라는 질문이 올라온 적이 있다. 이 글에는 엘 우즈의 성격과 패션, 극 중 이미지를 떠올리며 어울릴 만한 향수를 추천하는 댓글들이 다양하게 달려 눈길을 끌었다. 특정 원료나 향조를 묻는 것이 아니라, 영화 속 캐릭터를 기준으로 향을 찾는다는 점이 특징이다.

민텔은 "소비자들은 향조를 익히기보다 커뮤니티와 크리에이터를 통해 '누구를 위한 향인지'를 판단하고 있다"며 "브랜드들도 향조나 지속력만 내세우기보다 특정한 정체성을 만들고, 소비자가 하나의 기분과 세계, 자신이 되고 싶은 모습을 선택하도록 제품을 구성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럭셔리 향수 브랜드 디스코테크(DISCOTHÈQUE)는 여러 시대와 문화의 나이트라이프를 향으로 풀어내고, 소비자가 시대와 색상, 기분, 도시를 기준으로 제품을 탐색하도록 구성했다. 라틴계 향수 브랜드 도스 문도스(Dos Mundos)는 의식과 거리, 음식, 음악, 기억에서 영감을 얻어 라틴 문화의 경험과 향을 연결했다.

두 브랜드는 향조나 원료를 중심으로 제품을 설명하기보다 시대와 도시, 문화와 기억을 전면에 내세워 소비자가 향의 분위기를 직관적으로 이해하도록 했다.

이 같은 접근은 유통 현장에서도 활용된다. 소비자가 원하는 감정과 분위기를 따라 제품을 탐색하도록 구성하면 제품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매장에도 특정한 이미지를 부여할 수 있다.

향수 브랜드 디스코테크(왼쪽)는 여러 시대와 문화의 나이트라이프를 향으로 풀어냈다. 라틴계 향수 브랜드 도스 문도스(Dos Mundos)는 의식과 거리, 음식, 음악, 기억에서 영감을 얻어 라틴 문화의 경험과 향을 연결했다. ⓒ민텔, 각 사


패키지·문화가 더하는 소장 가치

소비자가 향을 자신의 취향이나 이미지와 연결해 받아들일수록 용기 '디자인'과 제품을 소유하는 '경험'이 중요해지고 있다. 사용하지 않는 순간에도 화장대나 선반에 놓이고, 사진이나 영상에서는 향 자체를 대신해 브랜드와 소비자의 취향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가령 키린(Qeelin)의 '듄 블로섬 오 드 퍼퓸(Dune Blossom Eau de Parfum)'은 중국에서 행운과 긍정적인 에너지를 상징하는 '울루(Wulu)' 형태를 병마개에 적용했다. 동양적 상징성을 용기 디자인에 반영해 향수병 자체가 장식물로 기능하도록 했다.

향에 시각적 서사와 문화적 맥락을 더하는 방법으로는 예술가와의 협업도 있다. 민텔은 "예술가와의 협업은 향을 다감각적이고 수집 가능한 창작물로 확장한다"며 "문화와 예술을 결합한 협업은 브랜드의 스토리텔링을 풍부하게 하고 소비자와의 감정적 연결을 강화한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으로 꼼데가르송 퍼퓸(Comme des Garçons Parfums)은 디아 아트 재단(Dia Art Foundation)과 손잡고 조각가 메그 웹스터(Meg Webster)와 협업한 향수 '[ ] Dia x Meg Webster'를 선보였다. 광택이 나는 은색 사면체 패키지는 웹스터의 작업에서 중요한 기하학적 형태를 가져온 것으로, 향수의 덧없는 특성을 반영했다.

중국 향수 브랜드 투 서머(To Summer)는 현대 수묵화가 펑웨이(Peng Wei)와 협업해 상하이 웨스트 번드 드림 센터(West Bund Dream Centre)에 대규모 공공 설치 작품을 선보였다. 시각 작품에 향을 결합해 관람객이 두 감각을 함께 경험하고 각자의 의미를 발견하도록 구성했다.

미니어처와 고체향수, 리필형 제품은 여러 향을 모으고 전시하거나 겹쳐 쓰기 쉽다. 제품 형태를 다양화하면 소비자가 자신만의 조합을 만들고 취향을 드러내는 선택지도 넓어진다.

꼼데가르송 퍼퓸(Comme des Garçons Parfums), 디아 아트 재단(Dia Art Foundation), 조각가 메그 웹스터(Meg Webster)가 협업한 향수 ‘[ ] Dia x Meg Webster’(왼쪽). 중국 향수 브랜드 투 서머(To Summer)가 현대 수묵화가 펑웨이(Peng Wei)와 협업해 선보인 상하이 웨스트 번드 드림 센터(West Bund Dream Centre) 대규모 공공 설치 작품. ⓒ각 사, 민텔


'집중할 때 이 향'…세분화되는 사용 목적

결국은 '소비자들에게 향수를 쓸 이유를 더 많이 만들어주는 것'이 브랜드들의 과제다. 향수는 주로 외출하거나 사람을 만날 때 찾는 제품이지만, 집중이 필요할 때나 쉬고 싶을 때, 기분을 바꾸고 싶을 때처럼 구체적인 상황과 연결하면 일상에서 향을 찾는 계기가 늘어난다.

조사에서 독일의 향수 소비자 중 79%는 향이 정신적 웰빙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봤다. 브라질 소비자의 83% 역시 향 사용이 기분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소비자들이 향을 기분이나 웰빙과 연결해 받아들이는 만큼, 브랜드도 제품에 집중·휴식·기분 전환 등 보다 구체적인 목적을 부여하고 있다.

가정용 향 제품 '위저드 무드센츠+(Wizard MoodScentz+)'는 침실에는 편안함과 차분함, 업무 공간에는 집중과 자신감, 거실에는 즐거움을 연결했다. 공간마다 향을 사용하는 목적을 달리 제시해 소비자가 자신의 상태에 맞는 제품을 고르도록 했다.

이니시오(INITIO)의 '슈퍼차지드(SUPERCHARGED)'는 '기쁨 결핍(Joy Deficit)'에 주목했다. 즐거움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소비자에게 향을 긍정적인 감정과 타인과의 연결을 되찾는 수단으로 제안했다. 향조보다 소비자가 어떤 감정 상태에서 제품을 찾을지를 앞세웠다.

향에 이처럼 서로 다른 역할을 부여하면 한 사람이 목적에 따라 여러 제품을 갖춰 쓰는 소비로 이어진다. 민텔은 옷을 TPO에 맞춰 골라 입듯 기분과 상황에 따라 향수를 바꿔 쓰는 것을 '향수 워드로빙(Wardrobing)'이라고 소개했다.

민텔은 "브랜드는 기분과 정체성, 기능적 효익을 중심으로 제품군을 구성하고 제품과 경험, 과학, 문화를 함께 연결해야 한다"며 "궁극적으로 향을 수집하고 사용하고 공유하며 일상에 녹아드는 '감정 자산'으로 다뤄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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