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엔제이사이언스, ‘항생제는 돈 안 된다’ 통념 깬다…호주 1상 추진
CDI ‘AJ-024’, 장내 미생물 보존·재발 억제 겨냥…내년 호주 임상 1상 추진
NTM ‘AJ-099’, MAC·M. abscessus·녹농균까지 확장…흡입형 항균 치료제 개발
누적 투자 225억·정부·국제 연구과제 96억까지 가용자금 150억 확보
티오펩타이드 전합성 플랫폼으로 파이프라인 확장…1상 이후 시리즈B·기술이전 목표
입력 2026.09.22 06:00 수정 2026.09.2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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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엔제이사이언스 황희종 대표가 KS벤처스가 주관한 기업 IR 행사에서 발표하고 있다.©약업신문=권혁진 기자
에이엔제이사이언스 황희종 대표.©약업신문=권혁진 기자

“항생제는 돈이 되지 않는다”는 제약업계의 오래된 통념을 뒤집기 위해 에이엔제이사이언스(A&J Science)가 고부가가치 난치성 감염질환으로 방향을 좁혔다. 클로스트리디오이데스 디피실 감염증(CDI)과 비결핵항산균(NTM) 폐질환처럼 치료 기간이 길고 재발·내성이 문제인 질환을 겨냥해 기존 1차 치료제를 넘어서는 신약을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에이엔제이사이언스 황희종 대표는 21일 영등포 여의도 한화손해보험빌딩에서 KS벤처스가 주관한 기업 IR 행사에서 티오펩타이드(thiopeptide) 전합성 플랫폼과 주요 후보물질 ‘AJ-024’, ‘AJ-099’ 개발 현황을 공개했다.

에이엔제이사이언스는 2021년 설립된 난치성 감염질환 신약개발 기업이다. 현재까지 누적 225억원의 민간 투자를 유치했고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유럽연합(EU) ‘호라이즌 유럽(Horizon Europe)’ 등을 통해 누적 96억원 규모의 정부·국제 연구과제를 확보했다. 회사는 현재 약 150억원의 가용자금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에이엔제이사이언스는 항생제 가운데서도 시장성과 치료 수요가 큰 난치성 감염질환에 집중한다. 황 대표에 따르면, 글로벌 CDI 치료제 시장은 2026년 11억 달러에서 2033년 18억 달러, NTM 시장은 2025년 93억9000만 달러에서 2035년 117억9000만 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황 대표는 CDI 치료제 피닥소마이신을 보유한 옵티머 파마슈티컬스(Optimer Pharmaceuticals)가 2013년 약 8억100만 달러 규모로 인수된 사례와 NTM 치료제 ‘아리케이스(ARIKAYCE)’를 보유한 인스메드의 높은 기업가치를 제시했다. 재발·내성으로 장기 치료가 필요한 감염질환은 기존 항생제와 다른 상업적 가치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황 대표는 “항생제 사업을 이야기하면 가장 먼저 듣는 질문 중 하나가 ‘돈이 되느냐’는 것”이라며 “우리는 약가가 높고 장기간 치료가 필요하면서도 치료 선택지가 부족한 선진국형 난치성 감염질환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후보물질을 개발할 때부터 기존 1차 치료제보다 어떤 우위를 만들 수 있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본다”며 “궁극적으로 표준치료제를 대체할 수 있는 치료제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AJ-024, 균 제거 넘어 CDI 재발까지 겨냥

가장 먼저 임상에 진입할 후보물질은 CDI 치료제 AJ-024다. CDI는 항생제 사용 등으로 정상 장내 미생물군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C. difficile이 증식해 설사와 대장염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기존 치료 이후에도 재발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 대표적인 미충족 의료수요다. 

즉, 병원균을 한 번 없애는 것뿐 아니라, 치료 과정에서 정상 장내 미생물 생태계를 얼마나 보존하느냐가 재발을 줄이는 데 중요한 요소다.

AJ-024는 26원환 티오펩타이드26원환 티오펩타이드(26-membered thiopeptide)의 니트로이미다졸 유도체다. 2022년 국제학술지 파마슈티컬스(Pharmaceuticals)에 발표된 연구에서도 다양한 C. difficile 균주에 대한 시험관 내 항균 활성과 고병원성 리보타입(ribotype) 027 대상 살균 활성, 마우스 감염모델 효능을 확인했다. 해당 연구는 AJ-024를 CDI 치료를 위한 유망 선도물질로 평가했다.

회사가 이번 IR에서 제시한 차별화 전략은 항균력을 넘어선다. C. difficile을 억제하면서 정상 장내 미생물군에 미치는 영향을 줄여 재발 가능성까지 낮추는 것이 목표다.

황 대표는 “반코마이신과 피닥소마이신을 비교군으로 두고 고병원성 균주를 이용한 실험을 진행했다”며 “항균력뿐 아니라 정상 장내 미생물군을 얼마나 보존하면서 재발을 줄일 수 있느냐가 AJ-024의 핵심 개발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약물동태학(PK)에서도 장관 내 국소 작용을 노렸다. 황 대표에 따르면, 14C 동위원소 표지 시험에서 경구 투여한 AJ-024는 전신 흡수가 제한됐으며 24~48시간 내 투여량의 90% 이상이 대변으로 배출됐다. 약물을 장관 내에 집중시켜 C. difficile을 표적하면서 전신 노출을 줄이려는 설계다. 

쉽게 말해, 약물이 혈액을 타고 몸 전체로 퍼지기보다 감염이 발생한 장 안에 머물도록 해 필요한 부위에서 작용하게 하려는 전략이다. 황 대표는 CDI 비교 동물시험을 군당 7마리로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임상시험계획(IND) 신청을 위한 비임상시험을 마치고 2027년 상반기 호주 임상 1상 개시를 목표로 한다. 호주 현지 자회사도 설립했다. 황 대표는 “호주의 R&D 세제 인센티브를 활용하면 임상개발 비용을 줄이면서 글로벌 임상 진입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합성 어려운 천연물’ 플랫폼화…후속 자산 확장

두 후보물질의 출발점은 티오펩타이드 전합성 플랫폼이다. 티오펩타이드는 세균 리보솜에 작용해 단백질 합성을 방해하는 천연물 계열 항생물질이지만 복잡한 구조 때문에 합성과 의약화학적 최적화가 쉽지 않았다.

에이엔제이사이언스는 전합성을 통해 공통 중간체 ‘G2’를 확보하고, 이를 의약화학적으로 변형해 여러 후보물질을 확장하는 전략을 구축했다. 물성, 항균력, 개발 적합성을 조절하면서 하나의 합성 플랫폼에서 복수 감염질환 파이프라인을 파생시키는 방식이다. 

매번 새로운 물질을 처음부터 만드는 대신 공통 뼈대인 G2를 먼저 확보한 뒤 구조를 바꿔 각 질환에 맞는 후보물질을 만드는 방식이다. 회사는 이를 기반으로 CDI용 AJ-024와 NTM·녹농균용 AJ-099를 개발하고 있다.

황 대표는 “티오펩타이드는 강한 항균 활성이 알려져 있었지만 합성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며 “우리는 합성 플랫폼을 구축하고 의약화학적으로 구조를 변형해 신약 후보물질로 발전시키는 전략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AJ-099, NTM·녹농균 흡입제로 확장…2028년 임상 1a상 목표

두 번째 핵심 파이프라인 AJ-099는 NTM 폐질환을 겨냥한다. NTM은 결핵균군과 나병균군 등을 제외한 비결핵성 마이코박테리아로, 토양과 물 등 환경에 존재하다 폐에 만성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회사는 느리게 증식하는 Mycobacterium avium complex(MAC)와 빠르게 증식하는 M. abscessus를 동시에 개발 대상으로 잡았다. 국제 가이드라인은 마크로라이드 감수성 MAC 폐질환에 마크로라이드와 에탐부톨을 포함한 3제 이상 요법을 권고한다. M. abscessus 폐질환은 약제감수성 결과에 따라 초기 치료에 최소 3개의 활성 약제를 포함하는 다제요법을 사용하며, 마크로라이드 사용 여부도 유도성 또는 돌연변이 내성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특히 M. abscessus는 치료 선택지가 제한적이고 장기간 복합 치료가 필요해 치료 부담이 크다. 결국 NTM 치료의 어려움은 하나의 항생제로 끝내기 어렵고, 여러 약을 장기간 함께 사용해야 한다는 데 있다.

AJ-099는 세균 리보솜의 23S rRNA와 L11 단백질 인접 부위에 작용하는 티오펩타이드 계열 후보물질이다. 기존 마크로라이드와 결합 위치가 달라 교차내성을 피할 가능성이 개발 논리의 핵심이다. 세균이 단백질을 만드는 리보솜의 다른 지점을 공격하기 때문에 기존 마크로라이드 항생제에 내성이 생긴 균에서도 효과를 유지할 가능성을 노리는 것이다.

ACS 감염질환(ACS Infectious Diseases)에 발표된 연구에서 AJ-099는 마크로라이드 감수성·내성 MAC 임상 분리주에서 MIC ≤0.125~0.5 μg/mL의 항균 활성을 보였다. MIC는 세균의 증식을 막는 데 필요한 최소 약물 농도로, 일반적으로 값이 낮을수록 적은 양으로 균 성장을 억제했다는 의미다. AJ-099와 클라리스로마이신 병용은 동물모델에서도 세균 제거와 폐 염증 감소 효과를 나타냈다.

개발 범위는 녹농균(Pseudomonas aeruginosa)까지 넓어지고 있다. 2026년 오픈 포럼 감염질환(Open Forum Infectious Diseases)에 게재된 논문 초록에서는 다제내성 녹농균 폐감염 마우스 모델에서 AJ-099 투여 후, 폐내 세균 부담이 중앙값 기준 3.2 log10CFU 감소했다. 이는 세균 수가 약 1600배 감소한 수준에 해당한다. M. abscessus와 녹농균을 함께 겨냥할 수 있는 광범위 항균 스펙트럼을 탐색하는 단계다.

임상 제형은 네뷸라이저용 액상 흡입제로 개발한다. 폐에 약물을 직접 전달해 높은 국소 농도를 확보하면서 전신 노출을 줄이는 전략이다. 경구제나 주사제로 몸 전체에 약물을 노출시키기보다 감염 부위인 폐에 직접 약물을 보내 치료효과를 높이고 전신 부작용 부담을 낮추려는 접근이다. 회사는 항균 효과와 감염에 동반되는 염증 조절을 함께 겨냥하는 방향으로 개발하고 있다.

황 대표는 “NTM은 여러 약제를 장기간 병용해야 해 복약 부담이 매우 크다”며 “항균력과 염증 조절 효과를 함께 가져가면서 치료기간을 단축하고 복약 순응도를 높이는 치료제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회사는 AJ-024를 2027년 임상 1상에 진입시키고 이후 2·3상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AJ-099는 IND 신청을 위한 비임상시험을 거쳐 2028년 임상 1a상에 진입하고, 이후 1b상과 MAC·M. abscessus 대상 2a상, 녹농균 관련 폐질환으로 개발 범위를 넓히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황 대표는 “현재 확보한 자금으로 임상 1상을 진행하는 데 필요한 기반은 마련했다”며 “임상 1상 결과와 파이프라인 진척에 맞춰 시리즈B를 추진하고, 글로벌 제약사와의 기술이전도 본격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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