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 '약가인하' 제동 걸고 대정부 역제안 승부수… "서명운동 돌입"
'4중고' 복합 위기 속 정부 약가인하 강행에 업계·노동계 반발 최고조
1년간 민관 공동연구 전격 제안 및 '약업인 서명운동' 전개로 배수진
무조건적 반대 넘어 '유통질서 확립·윤리경영' 자정 노력도 약속해
입력 2026.03.10 11:16 수정 2026.03.10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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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사태발 원가 폭등이라는 '4중고'에 정부의 약가인하 압박까지 더해져 벼랑 끝에 몰린 제약바이오 업계가 대정부 역제안이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단순한 반대 투쟁을 넘어 일방적인 정책 강행을 멈추고 합리적 대안 모색을 위한 민·관 공동연구에 착수하자고 촉구함과 동시에, 산업계의 자정 노력을 약속하는 범업계 차원의 대국민 서명운동을 선언하며 배수진을 쳤다.

10일 오전 11시,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등 5개 제약바이오 단체와 한국노총 등 양대 노동조합이 참여한 '산업발전을 위한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서울 방배동 제약바이오협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를 향해 민·관 공동연구 착수를 공식 제안했다.

'퍼펙트 스톰' 속 강행되는 약가인하… "생태계 붕괴 위기"

제약업계가 체감하는 위기감은 전례 없는 수준이다. 비대위는 현재 제약업계가 최근 발발한 중동 사태 등에 따른 △유가 급등 △환율 상승 △원료의약품 공급망 불안 △운임 상승이라는 4중고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원료의약품의 해외 의존도가 절대적으로 높은 국내 제약산업의 구조상, 거시 경제의 충격은 고스란히 원가 부담으로 직결된다.

이러한 '퍼펙트 스톰(초대형 복합 위기)' 상황에서 정부가 국산 전문의약품을 타깃으로 한 대규모 약가인하까지 강행하려 하자, 업계는 이를 단순한 영업이익 감소가 아닌 '생존과 생태계 붕괴'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미래 성장 동력인 R&D 및 설비 투자가 축소되고 신규 채용 중단이 검토되고 있다. 특히 이윤이 남지 않는 채산성 낮은 필수의약품의 생산 축소 및 공급 차질이 우려되며, 이는 곧 국민의 보건안보 위협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대국민 서명운동 돌입… "현장 요구 수용하고 공동연구 나서야"

비대위는 이날 기자회견과 함께 '국민건강권·제약주권을 위한 대한민국 약업인 서명운동'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제약산업 종사자들의 결의를 모아 정부와 국민에게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겠다는 취지다.

비대위는 서명운동 결의문을 통해 △소통과 협의 촉구 △3대 민관 공동연구 즉각 착수 △산업계 자정 노력 동참 등 세 가지 핵심 사항을 천명했다.

이번 제약업계의 행보는 과거의 단순한 정책 반대 투쟁과는 궤를 달리한다. 1년이라는 기한을 둔 '공동연구'를 제안함으로써 정책 강행을 유예할 명분을 만들었고, CSO(의약품판촉영업자) 등 업계의 민감한 유통질서 문제까지 스스로 도마 위에 올리며 투명성 제고와 윤리경영을 약속했다. '무조건적인 밥그릇 지키기'로 비치는 것을 경계하고 대국민 설득력을 높이기 위한 고도의 전략으로 풀이된다.

경영계뿐만 아니라 노동계까지 합세해 대규모 서명운동을 예고한 만큼, 공은 보건복지부 관계 부처로 넘어갔다. 정부가 건보재정 안정화라는 기존의 명분을 고수하며 개편안을 밀어붙일지, 아니면 비대위의 자정 노력과 공동연구 제안을 수용해 대화의 장으로 나설지 귀추가 주목된다. 제약안보 수호와 건보재정 건전성 확보라는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속도'보다는 '정교한 정책 설계'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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